치리가와 –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안내센터에서받은지도를보면서

제일짧은트레일을걸어보기로했어.

SugarloafMountainTrail.

돌산에어울리지않게도참,재미있는이름이네…생각했지.

나,간만에처음으로눈을보네.

한번만져보았지만이미눈들은딱딱하게굳어있었어.

트레일을내려오는한가족을만났어.

아장거리며걸어내려오느라볼이붉그스레물들어있는꼬맹이가아주귀여웠어.

털모자아래로긴머리를양쪽으로땋아내린소녀가

나를보더니함박웃었어.

용기있는예쁜소녀…하고내가말해주었거든.

세살이래.

아빠등에는1살짜리남자를태웠다네.

순간생각했지.

아…저트레일입구파킹랏의빨간차가이사람들것이구나.

뒷좌석에는슬리핑백이랑캠핑도구가가득들어있더만,

이곳에서캠핑했나보구나.

밝고건강한젊은가족들의웃음을보니저절로내기분이업되더라구.

이치리가와산에큰불이났었대.

2011년5월8일에불이났는데약49일동안탔다네.

나무들이저렇게새카맣게타는동안얼마나아펐을까…

그래도생명력이질긴선인장은

타버린몸체아래에서,위에서

다시뾰족하고날카로운잎을내어놓고있었어.

끝없이펼쳐진광야.

아득한저끝너머로윌칵스가있을꺼야.

이트레일은산을타고빙빙둘러올라가고있었는데

그늘이드리워진곳은눈이녹지않았지만

이미눈은굳어있어서걷기에는불편하지않았지.

오히려이런눈이라도밟을수있다는것이어디야?

언덕을올라갈때는거센바람이윙윙거렸어.

그는나보다더나야.

내가이세상에서겪은지독한고통들은모두히스클리프의고통들이었어.

모든것이죽어없어져도그가남아있다면나는계속존재하는거야.

하지만다른모든것은남아있되,그가없어진다면우주는아주낯선곳이되고말겠지.

린튼에대한나의사랑은숲속의잎사귀와같아.

겨울이되면나무들의모습이달라지듯이

시간이흐르면달라지리라는걸난잘알고있어.

그러나히스클리프에대한내사랑은그아래있는영원한바위와같아.

내가바로히스클리프야!

그는언제나,언제까지나내마음속에있어.

바로나자신으로내마음속에있는거야.

IamHeathcliff(내가바로히스클리프야)

에밀리제인브론테의<폭풍의언덕>에서

주인공케서린이히스클리프에대한사랑을자신의하녀넬리에게고백하는장면이야.

그당시에떠올랐던생각이아니라,

지금글을쓰다가생각이났어.

왜냐구?

그건…그냥나혼자묻어두고싶어지네.

침묵의바위산,

그산정상에서잠시나는하늘과바람과새와하나가되었어.

있잖아,

살아간다는것은내가세상과타인이라는벽을무시하고

오로지자기마음에충실하게사는것을뜻할꺼야.

가고싶을때가고,

오고싶을때오고,

그렇게,

나자신에게충실하면서,

나는죽을때까지재미있게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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