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온 세 사람의 어제 오늘 내일

인생뭐있어?

그저뜻이맞는사람과

따뜻한정식식사와술한잔을들이키며

내삶을내가선택하고

즐기면서살면그뿐!

이웃님께서서평으로쓴글에서읽은귀절입니다.

<창문넘어도망친100세노인>이라는책에서

주인공알란이하는말이었지요.

참으로많은공감이가는글이더군요.

며칠전에찍은사진인데제옆에서웃고있는카렌은

삼년전에저희회사에입사했습니다.

저보다네살아래인카렌은

전형적인미국인답게가정적이며

케익과쿠기를잘만듭니다.

제생일날에도케익을만들어회사로가져왔었을뿐만아니라,

지난크리스마스며칠전에출근해서보니

제책상위에이쁘게포장한선물꾸러미가있었습니다.

선물상자옆에있는카드를펴보니

카렌이여러종류의모양과각기다른맛의쿠키를만들어가지고온것이었지요.

카렌에게토요일하루종일쿠키만들었겠네?

하고물었더니,

금요일하루휴가를해서,

금요일과토요일이틀동안쿠키를만들고

일요일에는편히쉬었다고하면서

이틀동안크리스마스캐롤송들으면서쿠키를만들었는데

참좋은시간이었다는말을듣고는

나는그분위기가떠올라같이고개를끄덕이면서웃기도했었지요.

왜냐하면그쿠키를자기부서사람들일곱명에게다나누어주고

자기부서가아닌나한테까지주었으니그양이꽤많았을테니까요.

저는카렌의다정다감하고따스한면을

도무지따라갈수가없지만

카렌은저와비슷한또래이기에가깝게지내고있습니다.

카렌이회사에입사한지얼마안되어

동료들과같이점심을먹다가그녀의이야기를듣게되었습니다.

카렌은시카고남쪽지역에서태어나

이곳으로이사오기전까지시카고에서살았답니다.

카렌의남편이오랫동안아프다가세상을떠나게된후,

카렌은그녀의집양옆으로살고있던두사람의남자로부터프로포즈를받았답니다.

우연하게도홀아비였던두사람은물론카렌의남편과친구였었고

그중의한남자와재혼을한다음에애리조나로이사왔다는것입니다.

카렌과사별한남편사이에는딸이하나있었는데

그딸이결혼하여샌디에고에살고있기때문에이쪽으로왔다는것이지요.

인생뭐있어?

그저뜻이맞는사람과

따뜻한정식식사와술한잔을들이키며

내삶을내가선택하고

즐기면서살면그뿐!

카렌뒤에서있는남자는밥입니다.

밥은카렌의수퍼바이저인데,

밥은제가시카고에서내려올때같이내려온동료이며

저보다한살아래입니다.

그러니까밥과저는

은퇴할때까지이회사에다닐요량으로내려온것이지요.

그래서팔십이넘은밥의아버지는시카고에서홀로살고있었는데

이년전어느날밥은한통의전화를받았습니다.

전화를한사람은아버지의여자친구였는데

아버지에게전화를여러번해도받지않는다는내용이었습니다.

그즉시밥은시카고에있는아들에게전화를해서

할아버지집에가보라고했습니다.

아버지의전화를받자마자할아버지집으로달려간밥의아들은

티브를향해카우치에앉아있는자세로세상을떠난할아버지를발견하였습니다.

물론티브는켜있는상태였었구요.

홀로앉아티브를보고있다가심장마비로세상을떠나게된것이었지요.

이런이야기는남의일만같지않습니다.

저라고이런일이생기지않았을까요?

저역시도어머니가돌아가셨다는소식을듣고는슬픔을깨물면서시카고로달려갔으니까요.

밥이나저나먹고살아가겠다고뿌리를내리며살고있던시카고를떠났고,

저는아픈어머니곁을지키지못하고

아는사람이하나도없었던애리조나까지와서

어머니의임종을보지못하여제가슴을무수히쳐댔었지요.

다행히제막내동생과

저와제일친한친구가어머니의임종때곁에있었다는것에위안을했습니다.

저는어머니임종하시기열흘전에

위급하시다는소식에한걸음으로시카고로달려가

어머니와일주일동안한침대에서지내다가왔다는것,

그일주일동안어머니와지낸시간이

내생애에서가장잊을수없는시간이었다는것이지요.

산다는것이무엇인지.

그래도산사람은살아가게마련이지요.

토요일인오늘아침에

친구와유저리마운틴에가서7.5마일을하이킹하고집에돌아왔습니다.

집에오자마자친구는

오늘은제집의뒤뜰에있는과일나무의가지치기를하겠다고하더군요.

친구는자기집의정원일은가드너를사서하면서

꼭제집에서는자기가하겠다고나섭니다.

저야고맙지만,많이미안하기도하지요.

막꽃이피기시작한레몬트리한그루와

사과나무한그루,

역시철이른복사꽃이피기시작한복숭아나무두그루등을

친구가가지치기하는동안,

저는점심을준비했습니다.

콩을삶아밥을앉히고

먹기좋게손질된대구를오븐에굽는동안

베이비스프링믹스를버무릴양념장을새콤달콤하게만들고

김치냉장고에서잘익은포기김치를꺼내어썰어놓고

뒤뜰에서따온그레이프프릇을한입에먹을수있도록다듬고

성당친구가엘에이에서사다준커다란배도하나깍았습니다.

미국식도아니고완전한국식도아닌절충식단입니다.

가지치기를끝낸친구는내가차려준식탁테이블에앉으면서

진수성찬이네!하면서고마워했습니다.

우리는식성도비슷하여이런식으로먹어도우리에게는훌륭한식사가되지요.

같이밥을먹고

같은방향을바라보며대화할수있다는것,

그쵸?

인생뭐있어?

그저뜻이맞는사람과

따뜻한정식식사와술한잔을들이키며

내삶을내가선택하고

즐기면서살면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