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 바다같은 미시간호수

아들과함께시카고에도착한지이틀째입니다.

어제시카고오헤어공항에서렌트카를할때

렌트카직원이물어보더군요.

네비게이션이필요하겠지?

아니,시카고는내고향이야.

하고대답했더니,아하…그럼필요없겠구나.

사실집을떠나올때네비게이션도챙겨가져오긴했지만,

정말이지이곳은제고향같은곳이잖아요.

길이름만들어도어딘지훤하게알수있는곳…^^

어제공항에도착하였을때도비가내리고있었습니다.

제일먼저간곳은어머니가계시는곳이었어요.

4년반전에어머니가세상을떠나신뒤로

처음찾아오는시카고였는데

그곳에도비가많이내려서엎드려절을할수가없었고

그저어머니가누워계시는잔디밭주위로

술을올려드릴수밖에없었지요.

오늘도아침부터비가내리더군요.

날씨는한겨울처럼춥고

바람도많이불었습니다.

아침에아이들의학교까지같이걸어갔어요.

집에서두블럭길에있는학교까지가면서보니

에니카와에제이는둘이서손을꼭맞잡고걷더군요.

오누이가늘그렇게걸어서학교에갔다가돌아온다는군요.

어느사이열두살이된에니카의키는내키와비슷해요.

공부도제학년을통들어서일등을한다네요.

집으로돌아오는길에

집앞에있는맥도날도로갔습니다.

딸은커피를마시지않기때문에

맥도날도에서모닝커피를마시기위해서였죠.

유리창가에앉아

뜨거운커피를천천히마시면서

우산을쓰고걸음을바삐하고있는사람들,

오가는차량들.

멍하니그모습들을바라보았습니다.

예전에항상보았던그런분위기가낯설지만은않더군요.

그러다가비가내리고있는미시간호수를보고싶어졌습니다.

레잌쇼어드라이브를타고

미시간호수를향하여달렸습니다.

분명히호수인데

마치바닷가처럼넓은모래밭이있는이곳.

시카고의명물인잔행콕빌딩과

그아래보이는드레이크호텔.

아름다운조화를이루고있는빌딩숲.

제가어떻게이곳을잊을수있겠어요?

내젊은날의꿈들이영글어질수있도록노력하였던숱한시간들과

배신의시간들,

남에게드러내어보이수없는깊은상처를스스로어루만지며찾아올때마다

늘한결같은모습그대로

나를맞이하여주던

내어머니같은,

그리고바다같은미시간호수.

이제그미시간호수앞에서서

깊은호흡을내리쉽니다.

미시간호수는어제나오늘이나변함없는호수이겠지만

나자신은많이변하였겠죠.

낮게내려앉은잿빛하늘아래

외롭게서있는차한대가

마치내모습같네요.

2014년4월4일(금)

시카고에서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