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 잠 못 이루는 밤

큰딸의집거실에서는

시카고의휘황찬란한밤의불빛이잘보입니다.

새벽한시가넘었는데도

나는잠을못이루고

우뚝하니앉아유리창밖을바라봅니다.

늦은시간임에도불구하고

거대한도시의밤은깨어있는듯,

쉼없이달리는차량들의

강열한해드라이트불빛이

내눈을자극합니다.

내일은나에게있어최고의날이될것입니다.

둘째딸의결혼식이거든요.

그런데왜이렇게잠을이룰수가없는지모르겠습니다.

하긴,오늘커피를많이마시기도했습니다.

아침에맥도날도에서모닝커피를큰컵으로한잔마셨고,

또아들과함께

시카고에서유명한샌드위치집에가서점심을먹으면서

커피를두잔마셨고,

저녁에는사위될집안사람들과함께저녁식사를하면서

또세잔을마셨으니까요.

그런데꼭그래서일까요?

제사위는위싱턴출생의백인이라

역시사위의부모님도어제워싱턴에서비행기를타고왔고

사위의친할머니는미네소타에서

또사위의형부부와어린아들,그리고사위의동생도워싱턴에서왔는데

암튼사위의가족들만모두17명이뱅기를타고시카고로왔습니다.

우리측은큰딸의가족과아들과제가전부이네요.

그리고오늘저녁은모두이탈리안식당에모여서저녁을먹었습니다.

오늘따라유난히둘째사위가대견해보였습니다.

듬직해보였구요.

사위를보는내눈이그러하니

사위의수더분해보이는부모님과사위의할머니까지이뻐보이더군요.

오늘오후에는아들과함께아들의옷을사러갔었습니다.

결혼을하는둘째딸이동생에게주는선물이었죠.

큰딸집아래쪽동네에는쥬이시들이많이살고있는데

마침옷을사러간곳도쥬이시가주인이었습니다.

그주인이아들을보고는

한번에가져온옷을입어보고는다른옷을더보지도않고그옷을샀습니다.

그만큼옷이몸에잘맞았습니다.

검정색양복한벌,하얀와이셔츠,검정색넥타이.

쥬이시주인이아들을한번보고가져온양복처럼

이세상에서도한번에딱보고,

잘짚어보고살수있다면걱정근심이없는세상이겠지요.

내일결혼식장에서

딸의손을잡고입장할사람은아들입니다.

큰딸은들러리입니다.

그런데에미인제가딸의결혼을위해서할일이하나도없네요.

모든것을둘이알아서준비했으니까요.

딸의결혼식에참석할사람은모두삼십여명.

조촐한결혼식이될것입니다.

많은사람을초청해시끌버끌한결혼식을하지않고

그저양가부모와형제들과친구두어명만초청하여

자기들의첫걸음을우리들에게보여주는

딸과사위가그저고마울뿐입니다.

저도작은딸의뜻을존중하고

이곳에있는제친구들에게딸의결혼을알리지않았습니다.

그저딸의결혼식이끝나면

조용히며칠더시카고에머무르면서친하게지내던두사람을만나고,

손자손녀재롱을즐기다가

내집으로돌아가고싶습니다.

큰딸도,작은딸도,아들도

그누구도그들의아버지에관한말을하지않습니다.

나도의식적으로말을꺼내지않습니다.

누구라도한사람이말을꺼내기라도한다면

어쩌면우리모두껴안고

통곡을할지도모를것이기에피하고있는지도모릅니다.

이제새벽두시가넘어섰습니다.

내일,아니오늘의특별한날을위하여

잠이오지않는다면

기도로이밤을세워야할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