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 길을 걸으며

새벽4시45분쯤집을떠나,

카치나픽KachinaPeaksTrail입구에서니

아침9시15분.

완연한가을색으로물든길위를가뿐하게걷기시작한다.

비가왔었는지땅은촉촉하였고

그위로소나무와자작나무잎들이

융단처럼깔려있었다.

하이킹시작할때이쇠철통안에있는노트에다이름을적어두고

나올때는’out’을표시해준다.

이것은하이킹하는사람들의안전을위하여필수이다.

조용한산길,

자작나무숲속을걷다보니

로버트프로스트의자작나무가절로떠오른다.

검푸른나무꿋꿋한줄기사이로자작나무가

좌우로휘늘어져있는걸보면

나는어떤아이가그걸흔들고있었다고생각하고싶어집니다.

하지만그렇게흔들어서는

눈보라가그렇게하듯나무들을휘어져있게는못하지요.

나도한때는자작나무를타던소년이었습니다.
그리고그시절을꿈꿀때가있습니다.

내가심려에지쳤을때
그리고인생이길없는숲속같고
얼굴에는거미줄이걸려서간지러울때
내한쪽눈이작은나뭇가지에스쳐눈물이흐를때
나는잠시세상을떠났다가
다시돌아와새시작을하고싶습니다.

그렇다고운명이나를잘못이해하고
나의소원을반만큼만들어주어
나를데려가다시돌아오지못하게하지않기를바랍니다.
이세상은사랑하기에좋은곳입니다.
그어디에도이세상보다더좋은곳이있을것같지않습니다.

나는자작나무를타듯살아가고싶습니다.
하늘을향해,눈같이하얀줄기를타고검은가지에올라
자작나무가견딜수없을정도로높이올라갔다가
줄기의끝이휘어져다시땅위에내려서듯이그렇게살고싶습니다.
가는것도돌아오는것도다좋은일입니다.
자작나무를흔들어대는꼬마보다도훨씬못한삶을살수도있으니까요.

자작나무/로버트프로스트

12시30분경바윗턱그늘에걸터앉아

배낭에넣어간샌드위치와과일을먹고

다시트레일을되집고걸었다.

왕복20마일은도무지하루로당해낼수없기에.

이만큼으로도

충분하게아름다운산길을걸었으니

아직가보지않은길에대한미련은없다.

나도,

자작나무를타는소년처럼살고싶다.

나도,

잠시세상을떠났다가

다시돌아와새시작을하고싶다.

트레일입구로되돌아나오니

오후3시경.

상념과무념을넘나들며

자작나무숲에서보낸시간이었다.

시월의토요일에

느티나무

인생은마치길없는숲속과같은것

거미줄에얼굴이스쳐

간지럽고따갑고,

한눈은가지에부딪혀

눈물이나기도한다.

그러면잠시지상을떠났다가

돌아와다시새출발을하고싶다.

세상은사랑하기딱좋은곳

여기보다좋은곳이또어디있을까

자작나무/로버트프로스트

오늘은나머지삶의첫날

인생은길없는숲이고,

길을찾아숲속을헤매는것이우리네인생살이입니다.

나무를헤치며가다보면때로는얼굴에거미줄이걸리기도하고

나뭇가지에눈이찔리기도합니다.

그러면길을잘못들었다는생각에

떠났다돌아와처음부터다시시작하고싶습니다.

그렇지만시중간에서시인은말합니다.

"운명이내말을일부러오해하여,

내소원의반만들어주어날아주데려가돌아오지못하게하지않기를…."

잠시떠나고싶지만

영원히떠나고싶지는않은곳이바로이세상입니다.

어차피운명은믿을만한게못되고

인생은두번살수없는것.

오늘이

나머지내인생의첫날이라는감격과열정으로사는수밖에요.

장영희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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