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스타벅스 한 켠에 앉아 방금 주문한 커피 케익과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커피 케익은 적당히 뎁혀 먹기에 좋았고, 물은 냉장고 안에서 꺼냈기 때문에 시원하네요. 케익을 포크에 찍어 한 입 먹으면서 창 밖을 바라 보았습니다. 아직은 차갑게 맑은 날씨이지만 성급한 사람들은 반 팔 티셔츠를 입을 정도로 기후가 좋습니다.
창 밖은 점점 어둠이 기울려고 합니다. 나는 가만히 창 밖 너머 세상을 처음보는 사람처럼 바라봅니다. 지금 이 순간 비틀즈의 Let it be 가 흘러 나오고 있네요.
Let it be Let it b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순리에 따르렴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면 돼 그곳에 답이 있을테니까 그대로 두렴.
매주 수요일 퇴근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이 집에 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랩탑을 챙겨 가지고 나와 이곳에서 컴을 켜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지요. 작년 12월 초, 위블로그로 초대한다는 글을 받고 조선일보에서 새로 시작한 Picpen에 가입하였고, 주로 이 시간에는 Picpen에 사진을 올리는 편입니다.
그러다가 저녁 8시 30분에 있는 평일미사에 참례하고 미사후에는 기도회에서 한 시간정도 복음성가를 부르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10시 40분경이 됩니다.
퇴근 후 이곳 스타벅스집에서 있는 세 시간의 황금시간은 또 나름 이런저런 생각을 할 시간을 갖게도 해줍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조블이 문을 닫는다는 공고문을 내기 시작한 7월초부터의 일들이. 그때는조블이 완전히 문을 닫는 줄 알았었고 나의 옛글들을 잃고 싶지 않아 새로운 거처를 찾다가 적당한 곳을 발견하고 그곳에 옛글들을 옮기기 시작하였는데 작년 연말까지 그 일을 했었지만 다 옮기지도 못하였습니다. 글을 옮기면서 많은 느낌을 가졌습니다.
조선일보 블로거로서의 10여년의 세월을 낱낱이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내 삶의 모든 것들이 내 글들에 녹여 있었습니다.
시아버지의 죽음도, 친정 어머니의 죽음도, 남편의 죽음도. 남편의 죽음을 맞이한 시기에는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10 여년사이 나의 인생에서 많은 것들을 나누었던 귀한 세 사람은 하늘나라에 갔고, 나는 아직도 이렇게 이 세상에 남았습니다. 세 아이들은 장성해서 모두 자기들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미 내 영역밖으로 나간 그 아이들곁에서 나의 할 일이란 그리 크지도 않더군요. 앞으로의 내 삶은 어떻게 펼져질지 나도 모릅니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여전히 직장생활을 할 것이며, 시간이 되는 대로 여행을 다닐 것이며, 여전히 성당 일에 열심히 매달리겠지요.
오늘따라 이곳 스타벅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 마음에 들어옵니다. 이제 밖은 완전히 어둠에 잠겼고 조그만 이 집은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통유리창 밖으로 따스하게 빛을 내고 있는 가로등불과 상점의 불빛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내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이제 머리는 흰 머리가 무성해진 나의 늙음과 어깨가 꾸부러져 축 져져 있을 나의 뒷모습도 보입니다. 사람의 뒷 모습을 바라보면 여러가지 말을 듣는것 같은것은 나만의 느낌일련지요.
감성 넘치는 친구님의 글을 읽으니
너무 좋습니다…
Let it be 는 언제 들어도 좋지요…
어제 candlemas 잘 보내셨지요?
저도 잘 보냈습니다
신랑님 하고 골프장에서…ㅋㅋ
네. 저희는 주일로 댕겨서 지냈답니다.
지나님께서도 잘 지내셨군요.
아무렴, 어때요. 잘 지내신다는것이 더 중요하죠.ㅎㅎ
조블 10년, 제 인생도 그곳에 담겨 있습니다.
일기를 쓰는 기분으로 포스팅을 했거든요.
교우시군요.
저도 몸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여행다니고 열심히 성당일에
봉사하고 그러고 살겁니다.
고맙습니다.
데레사님,
뒤늦게 새해 인사 드립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여행 다니시면서
좋은 사진, 좋을 글 많이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 스타벅스 커피집에서 BY 느티나무 […]
제목을 보고 느티나무님의 ‘그대’를 엿보려고 왔는데 어디에? ㅎㅎㅎ
오랫만에 느티나무님과 마주 앉아 저도 지나간 조블 세월을 돌이켜 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아직도 위블에 못 들어오고 있어요.
오늘이 설날,
조블에 신정 안부도 못 띄웠는데 구정도 그냥 지나가네요.
음…이 댓글 난을 이용하여 제 조블 옛 친구들께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벤조님~~~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벤조님이 바로 그대여요~~
전 위블에 아직도 정이 가지 않아
계속 픽펜에서 놀고 있어요.
또 이곳은 조블과 달라서
옛 이웃 찾아가기도 힘이 들어요.
에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벤조님도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셔요.
정정: “‘조블’에 신정 안부”가 아니라 ‘위블’, 그 위대한 블로그! ㅎㅎㅎ
위대한 블로그라는 말씀에 팡 ~ 터졌습니다.ㅎㅎㅎ
위블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