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햇살과 나

저녁햇살이곱게지는시간입니다.

저는집앞뜰에놓여있는벤치에앉아시집을읽고있습니다.

있잖아,불행하다고

한숨짓지마

햇살과산들바람은

한쪽편만들지않아

꿈은

평등하게꿀수있는거야

나도괴로운일

많았지만

살아있어좋았어

너도약해지지마

약해지지마-시바타도요-

조그만문고판시집<약해지지마>를지난주일에선물받았습니다.

내가아끼고,사랑하는데레사가,

아무런이유도없이주었어요.

첫페이지에이렇게썼더군요.

"전례부장님!

우리이렇게살아요.

참감사하고,사랑합니다."

벤치에누워하늘을바라보았습니다.

진녹색과연록색의시수나무잎들이바람에흔들거립니다.

가끔이곳에누워올려보는하늘은참깊고맑습니다.

잠시하늘을올려다본후,다시시집을들여다봅니다.

나,죽고싶다고

생각한적이

몇번이나있었어

하지만시를짓기시작하고

많은이들의격려를받아

지금은

우는소리하지않아

아흔여덟에도

사랑은하는거야

꿈도많아

구름도타보고싶은걸.

비밀-시바타도요-

시바타도요는1911년에일본에서태어났습니다.

그녀가시를쓰게된동기는허리가아파서취미였던일본무용을할수없게되어

낙담하고있을때,그녀를위로하기위해아들이권했다고합니다.

그래서아흔을넘긴나이에,시를쓰기시작하였고

산케이신문의<아침의시>로입선했습니다.

지금그녀의나이는103세!!!

바람이

유리문을두드려

문을열어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따라와

셋이서수다를떠네

할머니

혼자서외롭지않아?

바람과햇살이묻기에

사람은어차피다혼자야

나는대답했네

그만고집부리고

편히가자는말에

다같이웃었던

오후

바람과햇살과나-시바타도요-

내삶의마지막보금자리가되어줄제집은

편안한휴식처입니다.

워낙조용한동네라서

앞뜰에나와있으면

마치호젓한산속에있는것처럼느껴질때가많이있습니다.

출근하지않고집에있을때에는

이른아침이나늦은밤이나한낮이나개의치않고

커피한잔커다란머그에담아

가끔랩탑을들고나가벤치에앉아있기도하고,

책이나신문도읽고

그저앉아서바람과햇살과말을하기도합니다.

시바타도요처럼.

1992년남편과사별한시바타도요는말합니다.

"혼자서외로워도평소이렇게생각하려고노력합니다.

-인생이란언제라도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아침은반드시찾아온다.-

시집의마지막문구는더깊게마음에다가옵니다.

"혼자산지20년.저는잘있습니다."

톨스토이의단편중에가장뛰어난역작으로꼽히고있는작품으로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가있습니다.

가난한구두장이세몬과하늘에서쫓겨난천사미카엘에관한이야기인데

미카엘은세가지사명을깨닫기전에는하늘로돌아가지못한다고했습니다.

첫째는사람의마음에는무엇이있는가,

둘째는사람에게주어지지않은것은무엇인가,

세째는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입니다.

톨스토이는말합니다.

사람의마음안에있는것은사랑이며

인간에게주어지지않은것은미래를알수없는것이며

사람은사랑으로산다고….^^

나를생각하면서이시집을서점에서골랐을데레사의마음,

그것이바로사랑으로살아가는것이아니고무엇일까요.

나에게이시집을건네준데레사의따뜻한마음이내가슴안에가득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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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사방으로점점깊게내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