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많이아프다.
그래서오늘회사를출근하지못하였다.
깊은정적만이감돌고있는집이다.
고요한방에서
별도리없이침대위에누워있다.
옆으로돌아누워창밖을바라본다.
그나마신록의나뭇잎으로덮인나무가나를위로해주는듯,
아침햇빛으로잎을반짝이며살랑거리고있다.
온몸에힘이하나도없다.
먹을기운도없다.
그런데도뭔가를먹을의욕도나지않는다.
가만히누워내몸하나도제대로못하다보니얼마전에본영화가떠올랐다.
그래비티.Gravity,
‘중력’이란뜻의영화제목은
이영화의소재이기도하고,주제이기도하다.
무중력의우주공간에서속절없이우주미아가될
위기에빠진한여성우주비행사가
천신만고끝에중력이지배하는지구로귀환하는내용이다.
어찌보면단순한줄거리이고
또한등장인물도단두명이다.
하지만전혀지루하지않았고흥미진진하였다.
게다가영화를보면서몇번눈물을찔금거리며흘리기도하였다.
우주선기술지휘자인매트역의조지클루니목소리는여전히달콤하였고
라이언스톤역의산드라블록연기도일품이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을수리하기위해우주를탐사하던스톤박사는
러시아에서폭파한인공위성의잔해와부딪히면서예기치않았던상황을겪게된다.
이곳은
지구로부터600km,소리도산소도없다.
우주에서의생존은불가능하다.
어떻게하여야하나?
이영화는인간이예상치못한극한상황에처하였을때,
인간이할수있는,
가장인간다운모습들을보여준다.
라이언과연결하고있던목숨줄과같은연결선을더이상붙잡고있으면
라이언의목숨까지도위험해지기에스스로연결선을놓은매트.
광할한우주의먼지가되어떠나는그의모습을보면서
나는울었다.
동료를위하여나를희생하는장면이야말로이영화의압권이었다.
홀로우주에서사투를벌이다아닌강과의교신을들으면서
라이언은죽음을예감한다.
그녀는누구나다죽지만죽음을미리아는것은참웃기는일이라면서
지구에서희미하게들려오는개짖는소리와아기울음소리….
그자그마한소리에동화되어그녀는울먹거리며
그동안절제해오던자신의감정을떠뜨리기시작한다.
하나뿐이었던딸이4살때술래잡기를하다벽에머리를부딪쳐죽게된일.
세상에서의상처와고달픈삶에지쳐
고요하고아무도상처주지않는우주에서의일을택하게된것.등등
나도그녀와같이울었다.
홀로희미한정신속으로빠져들어갈때,
홀연히매트가나타난다.
더할나위없이긍정적이고위트가넘치는성격의매트는
생을단념하려는라이언에게의지를붇돋아준다.
그리고다음과같이말하여준다.
"…….내말은,왜사는거야?산다는게뭐지?
자식을먼저잃은것보다더큰슬픔은없어…
하지만무엇보다지금하고있는게중요한거야.
(지구로)가기로했으면,계속가도록노력해야지.
그리고땅에두발로딱버티고서서살아가는거야."
의식을되찾은라이언은매트가꿈속에서가르켜준대로방법을찾다가
우주를벗어나드디어지구의바다속으로빠지게된다.
간신히바다속에서헤엄쳐나와
해안가의진흙벌로기어나와엎드려흙냄새를맡는라이언스톤!
마침내살아서지구로귀환하였던것이다.
제법철학적이기도한이영화는
삶의모든부분이얼마나소중하며
작은인간적끈들마저얼마나큰축복으로다가올수있는지생각하게하였다.
Gravity.
‘중력’은무거운짐을상징하기도한다.
나는살아가면서
얼마나자주내자신에게지워진짐을내려놓으려애쓰며왔었는지.
이영화역시,
그짐을찾아분투하는주인공의모습을통하여
내가지고있는짐이야말로
나를진정으로살아있게하는비밀이라는사실을깨닫게한다.
나도땅에두발을딱버티고서서살아가야하는데
아,나도,그렇게살아가야하는데.
우주의위대함과자연의순리에비하면
인생이란그리대단한것은것은아니라는생각이든다.
영화속의라이언스톤이살았다고하던곳을구글에서찾아보았다.
미국일리노이주의LakeZurich.
이취리히호수는내가시카고에서사는동안한번도가보지않은곳이지만,
(참고로말하자면일리노이에는수많은호수들이있다)
일리노이주에있는도시이름이니까기억은하고있다.
영화속에서나마그곳에서왔다니반가웠다.
책을읽거나,영화를보다가내가아는지명이나오면반갑지않은가?
영화내용과는상관없는,슈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