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감자 –

-군감자-

눈내리는밤

뒤집어쓴검정외투

익어가는흰속살

집에서비교적가까운이유도있지만나는지하철을이용할때나시내뻐스를이용할때라도가급적이면강남역부근에서내려집까지는걸어서들어오곤합니다.

특히요즈음같이겨울철이면더욱그길을자주걸어오는데그것은지나는길목의먹거들의구수한내음새와젊은이들의활발한걸음걸이와그들이발산하는모습을볼수있기때문이기도하지만그속에서새롭게닥아오는문화를볼수있는것이다른이유도디기때문인지모르겠습니다.

강남사거리에서영동시장사이에는주간에는그러하지않으나밤이가까워올수록하나둘씩노점상이들어서다가어둠이깔리면더욱늘어나인도의한쪽을메우고있습니다.

지하철을내려서나는7번출구를나옵니다.반대편은5,6번출구가있으나그쪽거리에는노점상은적고대신젊은이들은많으나술을마실곳이너무많은탓도있지만때로는젊은이들의방종스런모습도보이는곳이어서나는항상7번출구를이용합니다출구를벗어나면왼쪽도로편을막으면서일렬종대로도열하고있는노점상들..장사도구라해야리어커한대에널판지를얹어놓고그위에만물상을펼처놓은것이며.그렇지않으면솜사탕을파는사람,붕어빵파는사람,계란빵파는사람,카세트테잎을파는사람,각종악세서리를파는사람,심지어는밤늦은시각에도샌드위치를파는사람도있는데,그런노점상을지날때마다나의코끝을간지럽히는냄새는군고구마내음입니다.

강원도가고향인나는어렷을적부터고구마,감자를좋아했습니다.그러나굳이둘중에하나를고르라하면나는고구마를골랐습니다.왜냐하면고구마는우선단맛이있어좋았고,또하나는강원도사람들을"감자바위"라하듯이감자는매일먹고있기때문에질리기도하였기때문인지도모르겟습니다.

그때먹어본고구마중에제일맛이있었던것은운동회날어머님이고구마를쩌서"급하게먹지말라"고당부하시며도시락속에넣어주시던고구마였지만그것보다도더욱맛있게먹을수있는고구마는구어서먹는것인줄은한참후에나알수있었습니다.

그런데요즈음에와서야…강남의네거리를지나면서코끝을간지럽히는군고구마의냄새를맡을때마다.나는고구마냄새속에서감자냄새를맡고있었습니다.그노점상들의거리에서감자의냄새를맡을수없기때문인지는모르겠으나군감자의냄새를맡고싶은생각을떨처버릴수없습니다.

사실강원도의겨울은감자의계절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었습니다.감자는생으로먹는것부터썩혀서먹는방법까지.아주작은것부터아주큰것까지먹을수없는부분이없습니다,

그렇게많이먹는방법중에서도제일운치가있고맛이있는방법은바로구어서먹는것이었습니다.한여름에학교에서돌아오면서길옆에있는감자밭을털어구어먹던일,한겨울창밖에는소복소복흰눈이쌓이고도란도란형제들이등잔불아래에서화롯불에구어먹던감자..

그때그시절우리형제들은화롯불속에서갓꺼낸감자를손으로호호불면서참으로많은이야기들을나누고하던일들이새록새록새롭습니다.그때우리들이나눈이야기들이어떤이야기들이었는지는기억에없지만아마도통지표를받고형들에게야단맞던일들도그가운데에있을것이라는생각을하면요즈음도웃음이번집니다.

겨울의한가운데로세월이흘러가는가봄니다.오늘도나는그강남의길을돌아서부근에있는책방도들러서눈으로글을읽다가,그렇게그길위의겨울냄새를맞고돌아왔습니다.(200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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