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덤풀/신석정

꽃덤풀

신석정

태양을의논하는거룩한이야기는

항상태양을등진곳에서만비롯하였다.

달빛이흡사비오듯쏟아지는밤에도

우리는헐어진성터를헤매이면서

언제참으로그언제우리하늘에

오롯한태양을모시겠느냐고

가슴을쥐어뜯으며이야기하며이야기하며

가슴을쥐어뜯지않았느냐?

그러는동안에영영잃어버린벗도있다.

그러는동안에멀리떠나버린벗도있다.

그러는동안에몸을팔아버린벗도있다.

그러는동안에맘을팔아버린벗도있다.

그러는동안에드디어서른여섯해가지나갔다.

다시우러러보는이하늘에

겨울밤달이아직도차거니

오는봄엔분수처럼쏟아지는태양을안고

그어느언덕꽃덤풀에아늑히안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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