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모음

    [춘삼월소묘]

    -1951년4월25일

    벚꽂은지고갈매기너울너울

    거울같은호수에나룻배하나

    경포대난간에기대인나와영수

    노송은정정정자는우뚝

    복숭아꽂수를놓아그림이고야

    여기가경포대냐고인도찾더라니

    거리가동해냐여기가경포냐

    백사장푸른솔밭갈매기날으도다.

    춘삼월긴긴날에때가는줄모르도다.

    바람은솔솔호수는잔잔저건너

    봄사장에갈매기떼날아가네

    우리도노를저어누벼볼까나

    [영수의잠자는모습을바라보고]

    -1952년7월2일밤-

    옥과도같이금과도같이

    아무리혼탁한세속에젖을지언정

    길이빛나고아름다와라.

    착하고어질고위대한그대의

    여성다운인격에

    흡수되고동화되고정화되어

    한개사나이의개성으로

    세련하고완성하리.

    행복에도취한이한밤의찰나가

    무한한그대의인력으로서

    인생코스가되어주오.

    그대편안히잠자는모습을보고

    이밤이다가도록새날이오도록

    나는그대옆에서그대를보고앉아

    행복한이시간을영원히가질수

    있도록기도하고있다.

    [저도바닷가에혼자앉아서]

    ―1976년8월5일

    똑딱배가팔월의바다를

    미끄러듯소리내며지나간다

    저멀리수평선에휜구름이뭉개뭉개

    불현듯미소짓는그의얼굴이

    저구름속에서완연하게떠오른다

    나는그곳으로달려간다

    그이가있는곳에는미치지못한다순간

    그의모습은사라지고보이지않는다

    뛰어가던걸음을멈추고

    망연이수평선을바라본다

    수평선위에는또다시일군의

    꽃구름이솟아오르기시작한다

    흰치마저고리옷고름나부끼면서

    그의모습은저구름속으로사라져간다

    느티나무가지에서매미소리요란하다

    푸른바다위에갈매기몇마리가

    훨훨저건너섬쪽으로날아간다

    비몽(比夢)?사몽(似夢)?

    수백년묵은팽나무그늘아래

    시원한바닷바람이소리없이스쳐간다

    흰치마저고리나부끼면서

    구름속으로사라져간그대

    [한송이목련이봄바람에지듯이]

    ―1974년8월20일-

    상가(喪家)에는무거운침묵속에

    씨롱씨롱씨롱매미소리만이

    가신님을그리워하는듯팔월의태양아래

    붉게물들인백일홍이마음의상처를달래주는듯

    한송이흰목련이봄바람에지듯이

    아내만혼자가고나만홀로남았으니

    단장의이슬픔을어디다호소하리

    [비오는저도의오후]

    ―1976년8월6일-

    비가내린다

    그다지도기다리던단비가

    바람도거칠어졌다

    매미소리도멎어지고

    청개구리소리요란하다

    검푸른저바다에는

    고깃배들이귀로를재촉하고

    갈매기들도제집을찾아날아간다

    객사창가에홀로앉아

    저멀리섬들을바라보며

    음반을흘러나오는옛노래를들으면서

    지난날의추억을더듬으며명상속에

    지난날의그무엇을찾으려고

    끝없이정처없이비오는저바다저하늘을

    언제까지나헤매어보았도다

    [잊어버리려고다짐했건만]

    ―1974년9월4일-

    이제는슬퍼하지않겠다고

    몇번이나다짐했건만

    문득떠오르는당신의영상

    그우아한모습그다정한목소리

    그온화한미소백목련처럼청아한기품

    이제는잊어버리려고다짐했건만

    잊어버리려고다짐했건만

    잊어버리려고

    잊혀지지않는당신의모습

    당신의그림자

    당신의손때

    당신의체취

    당신의앉았던의자

    당신이만지던물건

    당신이입던의복

    당신이신던신발

    당신이걸어오는발자국소리

    "이거보세요""어디계세요"

    평생을두고나에게

    "여보"한번부르지못하던

    결혼하던그날부터이십사년간

    하루같이정숙하고도상냥한아내로서

    간직하여온현모양처의덕을어찌잊으리.

    어찌잊을수가있으리.

    [우주의저멀리돌아오지않는육여사]

    ―1974년11월1일-

    한국의밤은깊어만가고

    초생달밤하늘에은빛의별

    슬픔을안겨준국민의벗이여

    꽃같이아름답고우아한마음

    우주의저멀리돌아오지않는육여사

    한국의바다에해가저물고

    산하늘의새날아가도다

    세월은유사같이행복은사라지고

    꽃같이아름답고우아한마음

    우주의저멀리돌아오지않는육여사

    [당신이그리우면]

    ―1974년9월30일-

    당신이이곳에와서고이잠든지41일째

    어머니도불편하신몸을무릅쓰고같이오셨는데

    어찌왔느냐하는말한마디없오

    잘있었느냐는인사한마디없오아니야

    당신도무척반가워서인사를했겠지

    다만우리가당신의

    그목소리를듣지못했을뿐이야

    나는당신의목소리를들을수있어

    내귀에생생히들리는것같애

    당신도잘있었오

    홀로얼마나외로왔겠오

    그러나우리는언제나

    당신이옆에있다믿고있어요

    언제까지나언제까지나

    당신이그리우면

    언제나또찾아오겠오

    고이잠드오또찾아오고

    또찾아올테니

    그럼안녕

    [추억의흰목련]

    ―遺芳千秋1974년8월31일밤-

    하늘도울고땅도울고

    산천초목도슬퍼하던날

    당신의마지막가는길을지켜보는

    겨레의물결이온장안을뒤덮고

    전국방방곡곡에모여서빌었다오

    가신님막을길없으니

    부디부디잘가오편안히가시오

    영생극락하시어

    그토록사랑하시던

    이겨레를지켜주소서

    불행한자에게는용기를주고

    슬픈자에게는희망을주고

    가난한자에는사랑을베풀고

    구석구석다니며보살피더니

    이제마지막떠나니

    이들불우한사람들은

    그따스한손길을

    어디서찾아보리

    그누구에게

    극락천상에서도

    우리를잊지말고

    길이길이보살펴주오

    우아하고소담스러운한송이

    흰목련이말없이

    소리없이지고가버리니꽃은져도향기만은

    남아있도다.

    당신이먼길을떠나던날

    청와대뜰에붉게피었던백일홍과

    숲속의요란스러운매미소리는

    주인잃은슬픔을애닯아하는듯

    다소곳이흐느끼고메아리쳤는데

    이제벌써당신이가고한달

    아침이슬

[원문출처:"야후불로그(에서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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