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기도”를 들으면서

BY 모가비 ON 11. 9, 2006

소녀의기도

그언젠가그대가나를보았을때엔
나는너무도어렸습니다
그래서보리수의옆가지처럼그저잠잠히
그대에게꽃피어들어갔지요

너무도어리어나에겐이름도없었습니다
그래서,그대가나에게말하기까지
나는그리움에살았었지요
온갖이름을붙이기에는내가너무나큰것이라고

이에나는느낍니다
내가전설과오월과그리고바다와하나인것을
그리고포도주향기처럼
그대의영혼속에선내가풍성한것을…

-릴케-

소녀의기도

"소녀의기도"를처음듣게된것이아마중학교다닐때가아닌가싶다.

6.25를겪은지몇년이지나자않은그시절,당시의사는것이모두그렇지만라디오한대없이그저귀동냥으로유행가를따라부르던그시절,나에게는학교에가면풍금소리그리고방과후에밴드부아이들이연습하는악기의소리를듣는게전부이고친구가불어주던하모니카소리에감동을받던시절이었다.

라디오소리에서흐르는음악도,어쩌다제사지내러큰집에가면큰방선반위에가지런히놓인진공관라디오에서들려오는소리에신기한듯귀를기우려듣건히ㅏ였다.아마내가처음목소리말고도소리가있다는것을처음느낀것도그때이었고.당시의어른들도이라디오를통하여6,25가터진것을전해듣고웅성대던모습도아직선하다.

그얼마후당시의학생들간에는광석라디오를만드는게유행이었는데,조그만광석을구해서어찌어찌(지금은잊었지만)조물락거려서이어폰을연결하던가종이로나팔을만들어스피커를대신하는어설푼라디오를만들어겨우귀를즐겁게하곤하였다.그때그종이나팔에서흐르는멜로디로기억에남는곡이바로이곡이아니었던가기억한다..

우리집거실에는피아노한대가지금도버티고있다.

이피아노는큰녀석이초등학교에입학한해였다.당시살던곳이경기도가평의군인관사였는데시내와는한참을떨어진곳이어서문생활과는거리가있는곳이라었는데,마침군인가족중에음악을전공한이웃이있어피아노를가르처준다하는말에아내가거금들여구입하여큰녀석에게가르치기로하였다.

그런연후에세월은흘러아이들이피아노를제법칠때쯤녀석들의솜씨에즐겁기도하였고,흥겹기도하였고,술이라도한잔걸치면연주신청도하곤하던시절도있었는데..

이제는훌쩍커버린아이들이어릴때부터만지던것이라정이든탓도있지만,어쩌다즈그엄마가거실도비좁고하니피아노를처분하자고하면유독큰녀석이마다하고고집을한탓에,잦은이사의와중에도언제나이삿짐중에서상전의대접을받으며실려와거실의중요한자리를찾이하고는하였다.

엊그제에도아내와큰녀석은이피아노의운명을이야기하였나보다.외출에서돌아온나에게아내는곧결혼할큰녀석이장가를가면피아노를가지고가겠다고한댄다는것이다.하기는큰녀석이없으면피아노를다룰사람도없지만결혼후에국내에있을것도아니고그먼미국에까지가지고간다고니그러라고승락하였더니좋아라하는모습이었다.

그제야나는그녀석이왜그리피아노에애착을갖는지알것만같았다.

도리켜보면내가현직에있을때,퇴근후어쩌다보면피아노앞에앉아건반을두드리는모습을자주볼수도있었고.그녀석이장교생활을마치고직업을갖게된연후에도가끔그잎에있는것을보아왔으며,휴일이면우두커니앉아있는녀석이안쓰러워사우나에라도가자고하면끝내마다하고버티더니,다녀와보면역시혼자피아노에서소곡들을치고있는것을종종볼수있었다.지금생각해보면그때가이녀석이무엇인가에갈등이있었을때가아니었던가느껴진다.그렇게한동안을지나고,며누리될아이를만나고부터는이녀석이새삼스레피아노앞에앉는횟수가잦아지고연주하는곡도밝고활기한곡들로변하였구나하는것을느끼고있었는데,결국은장가들면서살림살이에끼워가지고간다하니사실은나도모르는새그동안이녀석에게는이피아노와말못할희로애락의길을함께하여온벗이였던게아닌가하는생각이다.

이제얼마있지않아서이녀석도피아노도내곁을떠날것이다.

가지고가는아이나.같이따라가는피아노나앞으로늘함께했으면좋겠다.이제까지큰녀석이그리하였고그곁에서피아노가친구하여주었듯이이역에가서라도이두녀석(큰녀석과피아노)과며눌아이,모두서로의마음을헤아리며기뿔때나슬풀때나.같이했으면좋겠다.그리하여항시그들의삶의공간에즐겁고행복한화음이넘처났으면좋겟다.

벌써초겨울이다.지난밤에는빗소리와바람소리에간간히천둥번개도있었지만오늘아침은맑게개인하늘에흰구름마저한가롭게떠다닌다

이제보름후이면새세상을열게될녀석들,또다른삶의길에서출발하게될녀석들을생각하며듣는이아침의피아노소곡소녀의기도가귀를즐겁게한다이곡을듣고나면엘리제를위하여.은파.도나우강..등가끔술한잔걸치고왔을때이녀석에게신청한곡들을들어야겠다..커피를끓여마시면서…

[사진:집에서본삼각산,도봉산,/우면산의가을과정상의소망탑그리고예술의전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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