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지유서(花枝有序)

[화지유서(花枝有序)]

봄이오기는온것일까?

아침에문밖을기우리면서들락이던아내의외출을하기위해차려입은옷이한결가볍습니다.

평소두꺼운쉐타위에입던외투를벗어버리고반쪽코트로입는것이라든가,바지를벗고스커트차림을하고는

넌지시이렇게입으면되겟느냐고물어오는것이그렇습니다.

예년에는이맘때면진달래,개나리가한창일테지만며칠전에몰아닥친몇차레의꽃샘추위가심술을놓아서인지주

춤주춤대는대는모습입니다.

내가사는곳에서제일먼저본봄꽃은서초나들목에서보았던조그만들풀과민들레,법원청사앞에서본진달래이

었습니다만피다가만꽃봉오리에꽃샘추위가닥처와몸을움추렷던모습이궁금하기도하여다시가보았습니다.

나역시옷차림을바꾸어외투는벗어버리고,잠바차림으로길을나서한정거장사이에있는그곳으로걸어가면

서도내심은모두활짝피었으리라하였는데막상도착하여보니이미피었던꽃은그동안의꽃샘에이미풀이죽어

처량한모습이고그때보았던조그만봉오리들이추위를견디고난후에피어있었습니다.

이런모습을보면서내기억속에서생각나는글귀가"화지유서(花枝有序)"라는말입니다.굳이풀이한다면"꽃가

지의꽃도피어나는순서가있다"라는말이될터인데,조금더생각해보면같은나무같은가지에서피어나는꽃들

도피는순서는모두다르다라는말이아니겠느냐고생각해봄니다.

꽃샘추위가오기전에제일먼저피었던꽃들은시들어떨어지면서,새로운꽃들에자리울내어주고

새롭게활짝피어뽐을내지만뒤를이을꽃망울이내심으로피식~하고웃고있는지모릅니다..

옆에있는꽃봉오리들도뒤질세라호흡을가다듬고있습니다..

바로옆에는이제고개를내어민꽃봉오리들도내공을다듬으며가뿐숨을쉬고있습니다..

또다른곳에서도뒤이어필녀석들이몸단장을마치고나설채비를하고..

한녀석이열심히화장하며모습을들어낼준비를하는데

녀석뒤에는조금늣게핀봉오리가눈총을주고있습니다.

그렇지만어쩌겟습니까..저만치달려가고있는녀석을쫓아가잡을수도없고..

한발먼저핀꽃은만족한모습이지만..뒤의꽃봉오리들줄서서때를기디립니다.

"화지유서(花枝有序)",이말이내머리속에자리잡은지도벌써30년이되었나봄니다.한문을체계적으로그리

많이배울기회도없이자라온터이지만,이외에내가좋아하는글귀들을대충생각해보면중학교에들어간후

첫겨울방학때에한달여동안시골의이웃에있는서당에서종아리맞으면서배운천자문(지금은첫머리만외울

정도이지만…)과명심보감에있는"일일불념선,제악개자기(一日不念善諸惡皆自起)"라는말과역시중학교2~3학

년때의"권학문(勸學文)"정도이고위의"화지유서(花枝有序)"란말은훨씬후에들어서안말입니다,

이는내가70년대를살면서모두가어려워할때들려준말입니다.그것은승급에서탈락하였거나또는그로인하

여상심해있는동료들에게어느상급자가위로하면서"자기를알아주는시기는무르익어야하는것이지조바심

으로바란다고되는것이아니므로끊임없이수신(修身)하라는뜻으로인용하여주었기때문입니다.

이말의앞에는언제든지붙는말이"천일무사(天日無私)".즉"天日無私,花枝有序"입니다,이어서그의미를나

름대로해석하면"하늘은사사로움이없이온곳을비추어잘살라고하지만그빛을받은꽃나무의꽃가지에피는

꽃은순서가있다"라고할수있겠습니다만,내가봄이면들에서피어나는풀꽃들이나요즈음한창꽃피우려는봄

나무를볼때마다떠올리고는하는데유독올해에는더욱실감을느끼면서까지생각나는까닭은무엇때문일까?

그것은나이들어가며겪는노파심에도연유한다하겠지만특히올해는그것만도아닌가봄니다.

일찍부터불어닥친대통령선거를의식한소위대권주자들의조바심하는모양새때문도그중의하나인것같습니다.

이런당저런당에서모두가서로이전투구하는모습을보면서조금도여유를가지지못하는조급증들을곳곳에서볼

수있기때문입니다.대통령이어디나이로하는것도아니고,그렇다고조바심친다고굴러들어오는것도아니요

자기를알아주지않는다고민심이금방돌아서는것도아닌데국민들은안중에도없이계산기만두드리며요모조

모따저서유리하면자만하고불리하면악을쓰는모양새가안타까웁기때문에이봄에유독이말이되뇌어지는

것인지도모르겠습니다.게다가이제는꽃피웠던시기도지나고거름으로의역활로돌아가야할사람들도이판에

새로끼어들어다시꽃이되고싶어망령을떠는모습또한안타깝기때문입니다.

천일무사(天日無私)라는말이나왔으니다시나의기억을되살려봄니다.

내게이말과비슷한말을들려준이가있었습니다.그분은이미세상을떠나셨지만나의고향에서그대로명망이있

었던분인데나의처속이어서아주오래전에뵈온적이있었습니다.그때막승급이되어찾았을때그분은말없이

필묵을들어휘호를써준적이있었습니다.그게바로"천도무친(天道無親)"입니다.이글을한지에쓰셔서건네주

면서하시는말씀이-"하늘은어느누구에게편애함이없이똑같이마음을주어야한다"는뜻이니이제더큰부하

들을이끌어야할자네는명심하여야할것이야-라고하는것입니다.

꽃맞이를해야하는이봄에봉오리마다맺혀있는소망들을보면서모두가이루어지면얼마나좋겠습니까마는그

모든봉오리들이어쩔수없이선후가있음이자명하다면그때를기다려내공을기르듯이삶에거름을주어더욱

실한꽃을피워낼결심이필요한이봄인가봄니다.

이러한내공도없이,꽃샘바람을이겨낸경험도없이좌충우돌,제멋대로알량한말솜씨에밝은사람을선택하여

이곤욕을치루는세월이탄스러워서더욱생각나는말인지도모르겠습니다.

봄은씨앗을뿌리는계절입니다.한해의농사는봄에실한씨앗을골라물에담구어가려내어뿌려야수확의가을

에실한곡식을거두고그실한곡식이또한내년후년을이어갈텐데요즈음의사람들은씨앗에페인트를칠하여

위장하고길거리의야바위꾼처럼있는말없는말로현혹하는행태가가엽기만합니다.

봄입니다.일년지계재어춘(一年之計在於春)이라합니다.일년을보지말고수십년을보면서이봄에계획을세우

라는뜻으로도쓸수있는말인데.그뒤에"화지유서(花枝有序)"를붙여봄니다.계획이성급하지는않았는지

나보다는국민과역사앞에서겸허해야됨을잊지는않았는지.조바심으로지도자연하는우를범하지나않았는지

를돌아볼법한계절입니다.

꽃은피고나면지기마련이니,피어날때에저야할때를예측하는이봄이었으면좋겠습다.


LovingYou/Kenn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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