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 숲속을 거닐며-응봉산-
개나리꽃숲속을거닐며<응봉산>

지하철3호선을타고압구정역을지나한강을건느자면

오른쪽창문너머로눈에확들어오는꽃동산그곳이바로응봉산이다.

서울에살면서매년맞이하는봄에제일처음차창박으로봄을느끼게하는풍경중의하나지만

지나칠때마다저곳에가면한강이남과강북을바라보는전망도좋으리라

하는정도로생각하고언제한번가보자고다짐하던차에

작심을하고집을나서서지하철을타고옥수동에내려응봉산을찾아보았다.

개나리가쫓을피운지도제법오래된것같은데

아직도이곳에는이입구에서부터노란개나리꽃이숲을이루고있어

그속을거닐어보니노란물감속을헤엄치면서다니는느낌이다.

오후네시를넘기는시간대이어서인지

동산을오르는동네사람들도손으로헤일정도이니

걷는게아니라헤엄친다는표현도과장이아니다.

매년개나리꽃이필무렵그화사한노란색을보면

누구나그러는지는모르나어린이들이먼저떠올려진다.

노란옷을걸치고선생님손을잡고노란가방을멘채

봄날의놀이터나공원을나다니는아이들의귀엽고얄미운모습,

그리고금구슬은구슬이쟁반을구르는듯재잘거리는

봄의맑은음악소리

개나리에얽힌이야기들은많다.

그것은나를포함해서모두들의어린시절을떠올리게한다라던가

또는어릴때부르던동요이를테면"나리라리개나리~~하는봄나들이라는동요"나

"개나리노란꽃그늘아래~하는꼬까신이라는동요가

저절로입속에울얼거려지고한다는것.

이어서생각나는것이어릴때선생님에게서들었던꽃에대한전설들이다.

오늘도응봉산에올라가서그때의그전설을생각해보니나이탓인가?

가물가물하기만하여집에돌아와찾아보았더니기억에새롭게투영된다

개나리에대한전설은두가지가있다.

그하나는우리나라에서전해오는전설이고또하나는인도에서전해내려오는전설이다.

먼저우리나라의전설을대략요약하면..

옛날어느시골에개나리라는딸아이와사내아이둘을데리고혼자사는가난한여인이있었다.

워낙집이가난하여어머니의느질로연명을하던터인데

어느해심한흉년이들어그마저일감이없어쌀독이텅텅비게되고

입에풀칠조차하어려워지자어쩔수없어어머니는밥동냥을다녀서

겨우개나리네식구들의목숨을이어갔는데.

엎친데겹친격으로그어머니마저병이나자리에드러눕게되자

그대신난개나리의동냥으로먹을거리를구하게되었다,

어느겨울날온식구들은아궁이에불을피고서로를꼭껴안고는잠이들었다

아궁이의불은여전히타고이어집에불꽃이튀어불이번지는데도곤히잡을자다가

불이더욱번저서집을모두태웠고개나리네식구는모두불에타숨을거두었는데..

이듬헤봄에그자리에보지못하던나무가생겨나자랐는데

잎술이네개인노란꽃을달고피어났다.

이나무는앙상하게뼈만남은개나리네집사람들처럼

몹시가늘었고꽃잎술은식구수만큼네개였다.
그것을본사람들은이꽃을개나리라불렀다는것이다

또한가지의전설은인도에서내려오는이야기이다.

인도에새를끔찍이좋아하는공주가있었는데

예쁜새라면가릴것없이사들여서궁전은온통새들로가득찼지만

공주는이에개으치않고끊임없이예쁜새들을모으고사들이는바람에

나라가엉망이되어버릴정도이었는데

이상한것은그많은새장중에딱한개를비워두고있었단다

그이유는세상에서제일예쁜새를구하면황금빛이새장에두고

다른새들은날려보낼속셈이었떤것.

어느날공주는이상한노부터

그렇게갖고싶었던제일예쁜새를얻게되고

그래서모든새들은놓아주었는데이새가까마귀를물감을칠해서

아름답게둔갑을시킨것이었다.

어느날공주가이새를안고목욕을시키다급기야물감이벋겨지고

이어서나타난새는가장흉칙한까마귀였다

이를본공주는홧병을앓다죽어버렸는데,

죽으면서도화를삭이지못해

공주가금빛의새장에금빛의꽃으로피어났다.

그래서개나리꽃도

공주의성미를닮아한줄기에많은꽃이붙었다가

어느날한꺼번에저버린다는것이다

전설이야전설일뿐이지만거의모든전설이탐욕을경계하던가

가난을극복하는불쌍한이야기로시작하여아름답게끝나는형태이지만

꽃의모양을보고잘묘사해주므로서

그럴듯한이야기로들린다

응봉산의개나리…

그것은개나리밭이아니라숲이었다

제주도의유채나남녘의산수유보다는규모도작고장관을연출하지는않더라도

아담한동네뒷동산의개나리숲에핀꽃

그노란파도의일렁임속을헤엄칠수있는기회는매일있는것은아니다.

응봉산은이런기분으로걸을수있어

새삼스런느낌을준다.

개나리꽃에환허를지르던사람들도슬슬싫증이나는지

뒤에피는벚꽃으로관심을옮가는심사이지만

아직은개나리꽃의전성시대라고할만하다

응봉산의개나리꽃이그렇게말해주고있다

(2010/04/16응봉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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