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나? ‘나의 조국’ !

잊었나?‘나의조국’!(중앙일보)

2010.07.2400:15입력/2010.07.2410:57수정

#그제서울예술의전당콘서트홀에서는스메타나의교향시‘나의조국’전6곡이서울시향의연주로펼쳐졌다.‘나의
조국’전곡을공연장에서오케스트라연주로직접접하기란그리쉬운일이아니다.스물아홉살의체코출신젊은지
휘자야쿠프흐루샤는장장1시간25분동안‘체코민족음악의아버지’라불리는스메타나의‘나의조국’을정말이지흠
잡을곳없을만큼감동어리게풀어냈다.

#스메타나의‘나의조국’은17세기의‘30년전쟁’이후오스트리아-헝가리합스부르크제국의지배하에억눌린체코

의민족의식을고취하기위해쓴음악적거사(巨事)였다.스메타나는50대에이르러청력을상실해음악가로서절망
적인상황이었지만그는오로지애국심에불타는창작욕으로이같은시련을딛고장장6년에걸쳐‘나의조국’이란
대작을완성했다.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압제를뚫고일어서려몸부림친체코와청력의상실을딛고대작을작
곡해낸스메타나는결국둘이아닌하나였던것이다.

#스메타나의‘나의조국’을듣는내내나는나의조국대한민국을생각했다.첫곡‘비셰흐라트’를들으며떠올린것

은남한산성의굴욕과저항의역사였다.비셰흐라트는체코의수도프라하남쪽의블타바(몰다우)강동쪽기슭에
자리잡은성이다.스메타나는그성을배경으로체코의치열한역사를하프의선율에실어파노라마처럼펼쳤다.
둘째곡‘블타바’는체코의젖줄블타바가두개의수원(水源)에서출발해숲과들사이를지나프라하로흘러드는
역정처럼,역경속에서도면면히흘러온조국의역사를선율에담았다.이곡을듣는내내한강이떠올랐다.남한강
과북한강이어우러져하나된한강!그한강이유유히흐르듯우리의조국도흘러왔다.

#셋째곡‘샤르카’는체코의전설에등장하는여전사의이름이다.스메타나는샤르카를통해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압제에대한복수를꿈꿨으리라.그셋째곡을들으며진주남강에서왜장을끌어안고투신했던논개(論介)
가떠올랐다.그리고넷째곡‘보헤미아의숲과들에서’를들으며60년가까운금단의땅비무장지대를떠올렸다.스
메타나가피비린내나는복수와살육의흔적들을보헤미아의광활하고아름다운숲과들의선율로정화했듯이6·25
동족상잔의그피튀기고애절했던흔적과상처들을비무장지대의울창한숲과들이덮고치유하는것을상상했다.
다섯째곡‘타보르’를들으며동학란당시전봉준의근거지인고부를떠올렸다.스메타나가15세기의종교개혁가얀
후스의근거지인타보르를음악적으로형상화해민족의식과국가의식을고취했듯이말이다.마지막여섯째곡‘블
라니크’를들으며휴전선155마일곳곳에잠든국군의혼령을깨우는꿈을꿨다.스메타나가블라니크산에잠들어
있는후스파(派)전사들을깨워최후의승리를거두는대곡‘나의조국’을마무리했듯이!

#시인모윤숙은말했다.“국군은죽어서말한다”고.‘산옆외따른골짜기에/혼자누워있는국군을본다/…/그대

는자랑스런대한민국의소위였고나/가슴에선아직도더운피가뿜어나온다/장미냄새보다더짙은피의향기여!/
엎드려그젊은주검을통곡하며/나는듣노라!그대가주고간마지막말을…’

#57년전7월27일정전(停戰)협정이체결되던그더운여름날지금의휴전선을따라총성은그쳤어도이산하곳곳

에서죽어간국군의외마디는되레살아서메아리쳤다.그들의외마디속엔죽음으로지켜낸‘나의조국’이있었다.
하지만그덕분에오늘을사는우리에겐과연목숨바쳐지켜내고살려야할‘나의조국’이있기는한것인가.우리는
벌써그외마디에담긴조국의절실함을잊었나?스메타나의‘나의조국’이그토록절절하게내게다가왔던까닭이
여기있었다.
[중앙일보의사설/칼럼[정진홍의소프트파워]에서]

정진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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