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무덤가의연리근(連理根)>
연리지라는이야기는많이들은바있지만연리목이라든가연리근이라는이야기는들어
볼기회가그리없었던것같다.
나역시가끔산에서연리지나무를보던가하면같이한산우들로부터이야기를듣고
서야고개를끄덕이며맞장구치는정도의관심이었다
그러다이번추석을기하여벌초를하면서아버님의무덤뒤에올곧게자란두그루의소나무를
보면서불현듯연리(連理)라는낱말이생각났지만.귀가하여차일피일하다가얼마
전에야사전을찾고자료를보면서이와관련된이야기들을접할수있었다.
연리와관련된이야기는쉽게풀이한다면나무와나무.나무가지와나무가지가서로붙어
서두그루의나무가함께공생함을말하는데이런모습의나무들을아울러서부르는말이
연리목(連理木)이고,가지와가지가엉켜있는것을연리지(連理枝)라고하며,두나무의
뿌리가함께엉켜있으면서공생하는것을일컬어연리근(連理根)이라고한다.
이런현상이일어나는것은인접한나무가바람이나토양의상태에따라서로엉켜진다는
데같은종(種)에서만이루어진다고한다.
우리나라에서발견된연리근(連理根)은인터넷검색을통해서알아본바에의하면몇군데에
존재하는데그중에서대표적이라할나무는전남해남대흥사의천불전옆의느티나무
로서수령400년이넘고,충무사의연리지(連理枝)는소나무로30년이넘다고한다
이외에도여러곳에있는데서울의아차산에도아카시나무의연리지가있어화제가되고있었다
그런데연리목중에도연리지는종종발견되지만연리근은땅속에있어발견되기가어렵다
그것은대흥사의홈페이지에올려저있는글에의하면"2008년대웅전앞석축을해체보수하던
중발견"된사실로보아서도그러하다.
연리지나연리근이사람들의관심을모으는것은비록기이한모양에서도연유하지만연리근
과연리지는두몸이한몸이된다하여흔히남녀간의애틋한사랑에비유되며삼국사기와
고려사에도연리목에관한기록이전할정도이며희귀하고경사스러운길조로여겨졌다고도
하며,또한남녀가서로만나인연을맺고사랑을나누며평생을함께할부부가되기
를맹세하는마음이연리목의사랑이라고알려져왔다고한다.
이러한이야기를보면내가아버님의무덤가에서본연리근을발견하게된경우와
너무도흡사하고그내력조차그러하니우연이라고하기에는놀라운이야기다.
나의아버지는내가9살(8년8개월)된해에돌아가셨다.아버님은강원도정선군임계면낙천
리설래마을에서태어나,왜정시대를사시면서보통학교를나오신후,고향을떠나만주.평안
도,함경도등으로유랑하시었고해방후서울에서00토건이라는회사를창립하여가세를일으키
시던중"6.25괴뢰남침"으로고향강릉으로귀향하여괴뢰군의총칼을피해토굴에서지내시
기도하였다.그러다수복되면서다시상경하여사업을재건하시다.1.4후퇴시지병이도지어
피난대열에끼어남하하던중,경북울진의수산마을에서가족을만나가료하시다가귀향을
위해죽변의조그마한바닷가에서병든몸으로고깃배(돛단배)를기다리다그해1951.2.23일
향년39세로돌아가시었다,내기억으로는아버지돌아가시던그날은추위는아직가시지
않았으나맑은날씨에양지녘따스하였고파도도잔잔하여해변을찰싹찰싹때리고있었다.
그렇게남겨진어머님과우리4남매는인접한공동묘지에아버님을임시로모셔놓고어렵게
구한군인들의3/4트럭을빌려타고귀향한후얼마를더지나눈녹고날씨풀어진그해
3월어느날다시모셔와강릉의"노가니안땔"에모시어영민하고계신다.
어머님은강원도정선군낙천리에서태어나19세에결혼하신후,왜정시대에아버님을따라8도
강산을두루이사하시다가강릉에정착하여현모양처로3남1녀를키우고계셧었다.어머님믄
6.25사변,1.4후퇴등조국이혼란할때마다가족을혼자챙기시었다.1.4후퇴시에13살,10살,
8살사내아이들의손을잡고5살여식을등에업고피난길에오르셨다,
매서운겨울바람속에서걷고걸어울진의어느집방한칸에거처하게되엇다.그런어느날
엿장사를하면서길목을지키다가남하하는피난대열에거슬러수레에누워이동하시는
아버님을기적적으로만나셨다,
당시아버님은병세가중함을알고동해안도로를거슬러무작정귀향하는중이었던것이다.
어머님은쇠약하실대로쇠약한아버님의모습을발견하고어려운피난시절에약도제대로
못구하던때라오직정성하나로헌신적으로간병하었다.
아버님이돌아가신후어머니는우리3남1녀를키우기위해찰떡장사,장돌뱅이,봇짐장사,노점상,
삯바느질등온갖고생을마다하지않고강원도산골짝을헤매면서온갖희생을무릅쓰면서우리
를기르셨다,
이런열정은7순이가까운노후의나이에도이어저미국으로건너가시어오직아들들과손자들
의뒷바라지하시었고,슬하의자식들중장남은국내의유수한기업의이사로,차남은미국의
펜실바니아주립대사회학박사로서주립대교수와주정부의요직을두루거치면서미국사회와
동포들의사회에도적지않게기여하게하였으며,3남은대한민국육군고급장교로키워내시었다.
그후어머님은1998년11월21일노환으로돌아가시었고지금은미국펜실바니아주의해리스버그
에있는묘지에영민하고계신다.
그러고보면아버님과어머님이같이하신세월은결혼생활20여년중9년여가될까말까한게
아닌가추측된다.이기간도사실따지면얼마나정확한지는알수없는수치이다.
이는아버님이18세,어머님이19세에결혼하여39세에돌아가신것을
유추해서나름으로계산하였기때문이다.
그렇다면연리목,연리지,연리근의이야기를함께대입해보면두분의삶은서로가행복했던시간
보다는서로가외로웠던시간이더욱많았음을알수있다.이런추리는당시에8살박이었던나로서
는알수없었지만곰곰이따저보니이제야무엇인가알것도같다는생각이다.하기는따저볼것도
없는지난일들을따지는나를되돌아새삼보니철닥서니없는녀석임에는틀림없다
아버님이고향에서영민하실당시묘소에있던소나무는엄지손가락굵기였었다.그러나지금은
크게자라한아름이넘는다(직경70Cm정도)그러고보니이나무들이심겨진나이에나의나이를대입
해계산하니적어도60이넘으니그럴만도하다그긴시간동안그곳무덤가에있는나무들의생태
를살피지못한불찰도있었지만,땅속의연리근을어떻게파헤처볼것인가?
이번에발견한아버님무덤가의소나무연리근도작년에실업자구제의일환으로실시한2009년
숲가꾸기사업중에발견된사실은해남의대흥사와흡사하여밀식된소나무를간벌하면서발견
되었으니우연치고는신기하다.
아버님무덤가의연리근을보면서이곳에묻히실때어머님이그리도슬퍼하시던모습이생생하다.
혹시그때어머님이부등켜안았던우리들의키만하던그나무가바로이소나무가아니었을까?
아니면어머님이돌아앉으시며눈물흘리던그자리가이자리는아니었을까?
그것도아니면땅속에묻히신아버님이아무도모르게땅에떨어진어머님의눈물을훔처
주시면서두손을마주잡아토닥여주시던자리일수도있으리라,그것도아니면어떻게거의
같은모습의나무가저렇듯다정하고곧게뻗어하늘로치솟아있는모양이될수일을까?
그렇다내가무덤가에서본소나무연리근은
일찍가신아버님이혼자남아어린자식들을키우시던어머님을위로하시던손길이오랜세월
지나면서보듬듯마주잡은손길이틀림없으리라.
이연리근소나무를보면서다시생각한다.
"연리근과연리지는두몸이한몸이된다하여흔히남녀간의애틋한사랑에비유되며삼국사기와
고려사에도연리목에관한기록이전할정도이며희귀하고경사스러운길조로여겨졌다고하며
남녀가서로만나인연을맺고사랑을나누며평생을함께할부부가되기를맹세하는마음이
연리목의사랑이라고알려져왔다"는말이회자되는설이라하니
이연리근은우리부모님의극진한사랑의연리(連理)인것이다.
어머님돌아가시기두해전내가미국에계신어머님을찾아뵈었을때
어머님은이렇게말씀하셨다
-나이80이넘어서야그영감탱이가점점미워진다
-아니어머님이제와서무슨말씀이세요
-영감탱이가좀오래살아서너희들살고있는것을본다면
얼마나좋아했을까?40도못살고죽었으니얼마나미운지.."
-……-
나는그말을둗고가슴저미는소름을삼키고있었다.
당시55세이었던셋째인나를보면서애틋하게아버님을그리는정의표현을이렇게
뇌이며세월을살으셨던어머님의은혜는고마움을넘어위대함을느끼고있었다
다음에고향의아버님무덤을다녀올때는이곳에연리근의내력을적어둘
조그마한간판이라도만들어세울까보다그리하여한때고난으로점철된
삶을살아가시면서서로를그리워하는애틋한정을우리아이들에게도
전하여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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