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앙증맞은 꽃사과

빚은빛이다/나희덕

아무도따가지않은
꽃사과야,
너도나처럼빚갚으며살고있구나.
햇살과바람에붉은살도로내주며
겨우내매달려시들어가는구나.

월급타서빚갚고
퇴직금타서빚갚고
그러고도빚이남아있다는게
오늘은웬일인지마음놓인다

빚도오래두고갚다보면
빛이된다는걸
우리가조금이라도가벼워질수있는건
빚이남아있기때문이라는걸
너는알겠지.
사과가되지못한꽃사과야.

그러고도못다갚으면
제마른육신을남겨두고가면되지.
저기좀봐,꽃사과야.
하늘에빚진새가날아가고있지.
언덕에빚진눈이
조금씩조금씩녹아가고있어.

(2011/09/09올림픽공원에서)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