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집애~
1시반에 만나기로 했다.
인사동에서..그녀는 1시간이나 늦게 나왔던 것이던 것이었다.
문득 예전에 인사동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40분 늦은 내가 다른 친구에서
엄청나게 혼줄나던 사건이 생각나기에 이르렀다.
그때 그 자리에 그녀도 있긴 했었고 다급하게 미안해하는 그녀에게 천천히 오라고
위로를 해주었다.
약속에 일찍 나가기로 혼자 약속했던 나는 오늘따라 더 일찍 나갔던 것.
본래 머피법칙과 안하던 짓 하면 일이 꼬인다더니..
혼자 7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운현궁을 들어갔다.
표파는 곳 아가씨가 혼자왔다고 하니 의아하게 날 쳐다본다.
멋지게 보일까, 아님 싸이코로 보일까를 잠시 생각했다.
캐나다에서잠시 와서 시간이 그리 넉넉치 않아 신년 초임에도 만나기로 했던 것.
빨간 루즈를 바르고 나온 그녀는 아무 색도 없는 내 입술과 대조적이었고 나는
그녀의 빨간 립스틱에 잠시 현기증이 일었다.
눈이 온 인사동길은 분주하게 느껴졌고, 외국인들 모습이 얼추 비슷비슷하게 많이 보였다.
우리는 가족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는 그녀가 필요한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도전적이고 씩씩하며 긍정적인 그녀를 새해 벽두에 봤으니 나도 필 받았겠지?
깨끼 바느질로 만든 조각보를 사라고 권하다 잠시 그녀가섬유학과 교수였다는 사실이 떠올라
입을 다물기로 했다.
바느질이 업 인 애에게 권할 게 따로있지..염색도, 퀼트도..선수인데 말이다.
바느질 때문에 손이 거칠어 진다고 하자 아직 서툴러서 그렇단다…부끄!
서둘러 들어오는 지하철 안에서 벌교에 내려가 남해까지 돌고 온다는 K가전화로 자랑질이다.
꼬막이 지금이 한창이래나 어쨌대나…벌교 꼬막이 맛이 올랐다는 둥.
인사동에 있는 여자만을 가서 먹던가, 잠실의 할매집에 가서 먹던가 해야지 원~~
친구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리를 완벽하게 잡거나 완벽하게 놓치거나 뚜렷해진다.
오늘만해도 ‘숙’은 빌딩을 작으나마 샀다는 것이다.
듣기에 참 뿌듯하고 어느 새이렇게 우리가 자리를 잡아가나 싶은 게 다들 기특하다.
나만 늘 뭔가 자리를 못잡고 빙빙도는 느낌이 당연히 들지만 이제 그런 것에 연연해 하지는 않기로 했다.
사는 게 다르고 어느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기가 그렇다는 걸 아는 지금은 그냥 충실할 뿐이다.
나는 아이 기르는 것에 거의 모든기름을 쏟아붓는 실정이라 다른데 눈돌릴 여력도 없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하고..
아직결혼도 않고 혼자 단칸방에 사는 친구도 있고, 결혼해서 이혼하고 경제조차 힘들게 사는친구도 있다.
인생이 어쩌면 그렇게들 다른지 희안하기도 하다.
엄청난 부를 누리고 사는 친구도 그렇게 행복해 하지 않는 걸 보면 사는 게 뭔가 싶다.
큰 욕심없이 국내 여행이나 이리저리 다니면서 즐거워하는 K가 잘 사는 친구다.
나이들면서 버리게 되는 욕심은 능력과 비례한다고 보기도 하지만 그냥 버릴 건 버리는 게 편하다.
데레사
2010년 1월 2일 at 8:27 오후
저마다 느끼는 가치관도 다르고 행복의 기준도 다르니까
어느것이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지요.
그렇지만 자기가 좋으면 되는것 아닐까요?
운현궁 700 원 입장료에 잠깐 어리둥절 했답니다. 나는 경로우대로
늘 공짜로 들어가니까 돈내는게 약간 이상해서요. ㅎㅎ
나이 먹으니 좋은것도 많거든요.
ariel
2010년 1월 2일 at 10:22 오후
버릴 건 버려야 해요.
제가 요새 이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저도 버릴 것 좀 버리고 편하게 살려고요.
일하고, 살림하고 힘들어요. 월요일부터는
공부하니..-_-;; 그래서 깔끔 떠는 것 좀
버릴려고요 노력해요. 아니면 제가 지탱을
못 하겠어요.
리사님 행복 하신거에요. 제가 많은 사람들을
보는데 그래도 아이들 키우시는 재미 있고
또 왠만큼의 경제력이 받춰 준다는 것 복이네요.
전생에 좋은 일 많이 하셨나봐요…
Lisa♡
2010년 1월 3일 at 12:04 오전
데레사님.
700원도 상당히 저렴한 입장료죠?
저도 처음엔 1000원도 아니고 이상하게 싸다고 느꼈답니다.
그런데 그다지 볼만한 게 없긴 없더군요.
그냥 흥선대원군이 살던 곳이다, 그리고 고종이 가례를 치른 곳이다
이 거지…그 외에는 별로 였습니다.
Lisa♡
2010년 1월 3일 at 12:05 오전
아레엘님.
사실 제가 그렇게 부유하진 않아도 능력 밖으로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하게 해주면서 나도 밥값 정도는
부담없이 내며 살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는 것 늘 감사해요.
그런데 마음 안에는 늘 욕심이라는 작자가 도사리고 더 큰 걸
바라는 겁니다//이젠 그런 것 버리게로 했거든요, 현재로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되네요.
shlee
2010년 1월 3일 at 10:03 오전
하얀 눈처럼
정갈한 조각보
섬섬옥수는 생활속의 예술인 리사님의 손?
거칠어 보이지 않는데~~~
조각보하다보면 온갖 잡념이 없어질듯~~
너무 아름다운 취미…….
^^
Lisa♡
2010년 1월 3일 at 2:19 오후
쉬리님.
저 손 제 손 아닙니다.
ㅋㅋㅋ…제 손 엄청 못생겼답니다.
부끄러워라…절대 보여줄 자신없음.
밤과꿈
2010년 1월 4일 at 12:06 오전
50대를 코앞에 두셨을 리사님.
이제 인생에 달관을 하신 겁니까?
일단 50대란 딱지가 붙으면 또 다른 삶을 관조하게 될겁니다^^*
예쁜께끼 조각보에 손을 대면서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께서
하시던 그 모습을 따라하는 여인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름하여 천연기념물…
Lisa♡
2010년 1월 4일 at 7:33 오전
자주 달관했다, 안했다 합니다.
달관도 그렇게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게
욕심도 있어야 발전이 있다고 봅니다.ㅎㅎ
천연기념물이라는 말 아주 많이 듣는데
참 사람들 이상해요~~고집스런 편견이나
일반적인 시선에서 벗어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