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울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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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집을 갖고 싶다.

자그마한 땅 위에 지붕 있고, 벽이 있고, 구들만 있어도 좋은 그런 집.

둥글게 담 모양 따라 둘러친 자리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꾸며 놓은 그런 집 말이다.

설악초랑, 남천이랑, 벚나무랑,쑥부쟁이가 요란스럽게 자리 잡은 그런 집 말이다.

….

상추 심고, 고추 심어 놓을 수 있는 그런 텃 밭 말고,

그런 텃 밭 자리에 엉기성기 볼품 없어 보이는 잡풀이 가득한 그런 집.

너도 이쁘고, 나도 이쁘고..

서로가 이쁘다고 부비대벼 함께 자라는 그런 집.

….

작은 아이의 입영 심사에 관한 편지가 날아 들어왔다.

병역 면제에 관한 문의 전화를 하루 종일 눌러 보지만

전화는 계속해서 통화중이다.

간신히 하루가 지나 이틀이 되어서야 연락이 되었다.

필요 서류랑 신청 서식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아이에 대한 진료기록 사본이 필요하다는데

어쩌나..제 나이 만큼이나 높이 쌓아 놓을 만큼 두터운 진료기록 사본들.

입,퇴원과 응급실 진료 기록까지 필요하단다.

투약기록과 특이사항 모두가 다 필요하다는데

그 서류의 유효기간이 3개월.

입영 심사에 관한 자기 안내결정은 별써 하루 만에  한 달 하고도 보름이라는 날짜가

예약이 다 차버렸다고 한다.

사정사정을 해본다.

서류 유효 기간 안에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뜻이 통하였을까?

수화기 너머 어느 여인네의 목소리가 순간 차분하게 다가온다.

빨리 신청하는 방법 밖엔 달리 없다면서

팩스 번호를 불러준다.

인터넷이 잘 안되면 병무청 홈페이지 서식을 다운 출력 받아

하루 안에 보내라고 한다.

….

3월 21일 날짜로 정해졌다.

….

아이는 군대를 가질 못한다.

보낼 수가 없다.

겉으로 보이는 차분함은 그저 잔잔한 수면위만 살짝 보여주는 것일 뿐이기에

그 어느 누구도 그 수면 아래 부둥켜진 아픔을 모르기에,

나와 남편은

내 아이와 그 누구의 아이들까지 모두 피해자로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병역 면제 신청을 제출한다.

초등학교 2학년때의 그 폭행과 따돌림과

자신에게 내린 처절한 자해의 흔적들

오랜 시간의 지리한 상담과 치료를 통해 간신히 이 순간까지

이어온 아이이기에

어느 순간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늘 안타까움일 수 밖에…

큰 아이가 말한다.

‘엄마 아들 셋 중에 두 명이나 군대를 가는 것인데

무슨 걱정하십니까?’

허헛~! 웃어주었다.

그러네…셋 중에 둘 은 가는데 말이야,

여전히 가늘게 떨리는 작은 아이의 왼 손.

….

ㄴㅏ는 작은 집을 갖고 싶다.

아주 작은 집이나마,

ㄴㅐ가 가고 남편이 가고 형제가 먼저 가게 되어도,

아픈 내 손가락 중 제일 아픈 손가락인

내 작은 아이의 숨터 하나 만들어 주고 싶기에

내가 원하는 집,

나는 집을 갖고 싶다.

….

ㅊㅣㅅ

!

울어 버리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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