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에 갇힌 여자

얼음에 갇힌얼음에 갇힌 여자 스토리콜렉터 63
로버트 브린자 지음, 서지희 옮김 / 북로드 / 2018년 5월

번화가도 아닌 한적한 곳, 박물관 내에 있는 보트 창고가 있는 곳, 호수에서 시체가 발견이 된다.

급속도로 추운 겨울 날씨와 눈발로 인해 얼어있는 호수 속에 잠긴 미모의 여인, 그녀는 영국의 귀족 출신의 딸이자 막강한 재력을 가진 사람의 딸인 앤드리아다.

 

교살한 흔적으로 인해 살인 사건임을 알게 된 경찰은 언론에 노출을 꺼리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에리카 포스터 경감을 불러들인다.

 

새로운 여성 경찰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는 첫 시리즈로써 나오게 된 에리카 경감-

 

요즘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다루는 이런 형사물 시리즈물이 나오는데, 특히 에리카란 인물은 자신의 아픈 개인적인 상처를 극복하는 와중에 부름을 받으면서 사건 현장에 나오는 경찰로 그려진다.

 

더군다나 부(副)에서라면 꿀릴 것 없는 동급의 재산가 집안의 자제와 약혼한 그녀가 무엇이 부족해서 이런 일을 당해야만 했을까?

특히 부자들이 다니는 클럽이 아닌 그저 그런 계급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의 펍에는 왜 갔을까?

 

좀처럼 연관 고리를 찾을 수 없었던 사건은 오히려 에리카의 활약을 이미 알고 있는 그 누군가, 범인이 중반에 등장하면서 에리카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가는 과감한 행동을 보인다.

 

 

사건의 실체를 밝혀가면 갈수록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날까 봐 쉬쉬하며 경계를 하는 상류층의 사람들, 같은 형제자매라고 믿을 수없는 냉랭하고 시샘 어린 질투가 섞인 모종의 행동과 말들은 사건을 점차 미궁으로 빠지게 만든다.

 

우연찮게 걸려든 제보자 또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책은 에리카가 겪은 개인적인 심적의 고통과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때론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경찰의 사명감을 잘 보이는 인물로 그려진다.

 

보통 만인은 평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의 책에서 그려지는 등장인물들의 삶을 살펴본다면 과연 평등이란 말이 그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를 묻고 싶어 진다.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영국 내에서도 계급층에 따른 영어가 다르다고 한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대강 어떤 층에 속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데, 책에서도 이런 계급적인 차이를 체감하게 하는 사례들이 등장한다.

 

이미 유럽은 러시아를 비롯해 동구권 나라에서 넘어오는 불법체류자들, 특히 어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춘과 마약의 실태가 많은 탓에 이런 사례들을 넣은 내용들이 많다.

 

이 책에서도 동구권 세 여인의 사망 사건과 앤드리아란 여성의 사망 사건이 비슷한 패턴을 지녔음에도 세 사건은 그저 미완결의 사건으로 남았고 부유층인 여성이란 것만으로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려는 경찰들의 윗선의 지시들은 비교할 만한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

 

에리카 경감이 느낀 사실 그대로 세 여인과 앤드리아의 죽음에는 그 어떤 계급으로 나뉠 수 없는 평등의 원칙 하에서 수사 사건이 이루어져한다는 말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를 꼬집어 말하는 저자의 생각이 우리 인간들의 본성 안에 각인되어 있는 차별의 고정관념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장면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돈과 권력이 있다는 것 하나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에 벌어지는 격차는 이 책에서 드러나는 모순된 삶의 형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던져 준다.

 

문란한 생활의 일인자, 그런 그녀가 죽었고 이를 둘러싸고 진실에 다가서려 하는 에리카 경감의 투철한 사명감은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한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범인의 숨죽임과 죽음에 점차 다가간다는 극한의 공포, 꽁꽁 언 호수 밑 얼음 속에 갇힌 여자의 죽음은 서서히 깨져가는 진실의 첫걸음이었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농담 안에 담긴 진담의 향연

말한마리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우리나라 한 강 작가의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으로 더욱 많이 알려진 문학상-

이미 기존에 이 상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독자들이라면 두 분류로 나뉜 수상작을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싶다.

 

 

작가로서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반추해보거나, 살아오고 있는 시대를 그린다는 것은 글을 쓰는 창작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한 부문으로 자잡고 있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굴곡이 많은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의 출신이라면 더더욱 할 말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알고 있는 이름을 대보라면 아모스 오즈 정도밖에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접한 작품의 출신이 이스라엘 작가, 더군다나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가라는 말에는 이 책을 꼭 읽고 보고픈 마음이 있게 한 책.

 

여기 키 작은 한 남자가 있다.

키는 157cm 정도, 바짝 마른 몸매에 부츠를 신고 이스라엘의 도시중 하나인 네타니아에 위치한 작은 클럽에 서 있다.

그의  이름은 도발레 G, 직업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책은 그가 어느 날 어린 시절 친구였던 전직 판사 출신의 아비샤이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걸고 자신의 쇼에 자신을 보러 와 줄 것을 부탁하면 서다.

자신의 먼 기억 속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옛 친구라고 말하기조차도 가물가물한 그에 대한 회상은 점차 얼굴이 생각나게 되고 이후 그가 공연을 벌이는 장소에 오게 되면서 도발레가 벌이는 쇼를 생중계하듯 아비샤이에 의해 독자들이 그 공연을 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어두웠던 무대에서 서서히 등장하는 도발레의 모습은 그가 입을 벌리고 팬터마임처럼 보이는 행동까지 겹치면서 유머가 난무한다.

 

때론 일상적인 유머, 때론 정치적인 비판이 섞인 유머를 시종 넘나드는 그의 입담은 농담의 진가를 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문득 그가 내뱉는 말 중간중간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그의 개인적인 삶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 자라온 나라가 지닌 지정학정 위치와 여러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 역사, 특히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의 국민이라면 이 책의 주인공인 도발레를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왕따로 인해 자신을 보호하고 맞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써의 거꾸로 물구나무로 서서 걸어가는 행위, 여섯 달 동안 기차 한 칸에서 목숨을 부지하면서 죽다 살아난 엄마의 홀로코스트, 이발사인 아버지의 폭행과 그 나름대로의 사랑방식을 두런두런 다른 해학과 유머를 통해 디스를 날리는 도발레는 관객들조차 하나둘씩 떠나게 만드는 불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사란 무엇인가, 아니 한 나라가 지닌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국민, 한 개인의 삶은 역사가 주는 영향에서 얼마큼 자유로울 수가 있을까?를 연신 묻는 듯한 도발레의 과거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역사와 그 주변 국가들의 국민들 이야기가 함께 섞이면서 친구인 아바샤조차도 미처 몰랐던 도발레의 아픈 과거를 느껴가게 된다.

 

어린 시절 그 당시 도발레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왕따의 희생자로 주목되고도 남았을 것이란 기억과 도발레가 당했던 아픔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양심적인 회개와 고뇌들이 점차 먼 기억 속의 한편에서 서서히 끄집어내게 만드는 도발레의 공연과 눈 마주침,  도발레가 이제껏 어떤 심정과 마음 가짐으로 살아왔는지를 목격자란 자격으로 느껴보는 글이 가슴이 시리게 만드는 책이다.

 

원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부딪친 그 순간의 선택, 떠나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템포 멈추면서 농담을 던지고 웃음을 짓게 만드는 직업의 이점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는 한편 자신의 아픈 성장사를 통해 작가는 그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도발레란 인물을 통해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농담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인간의 삶에서 주는 하나의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보너스란 생각이 들게도 하는, 도발레가 자신의 뺨을 무자비하게 때리면서까지 폭주 기관차처럼 내뱉는 농담 속의 진담의 향연들은 그 자신뿐만이 아닌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에게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훈련받다가 가족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자신을 고향집에 데려다주게 된 운전병, 그가  들려준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간 이야기는 결국 그를 심각한 상황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게 되는 농담이자 유머가 지닌 매력을 십분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억되게 한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기적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도발레, 아비샤이마저도 자신이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한 그들의 삶 자체 한가운데에 진정한 농담인 듯 농담이 아닌 진실이 같이 숨 쉬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무대가 끝난 뒤에 몰려오는 먹먹함과 허무함, 자신의 개인사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토해 낸 노(老) 코미디언의 삶을 통해 독자들은 타인의 인생뿐만이 아닌 각각의 개인들이 지닌 아픔을 승화할 수 있는 농담 하나쯤은 갖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스탠더드 업 코미디언이 벌이는 쇼를 통해 저자가 그리고자 한 역사 속에 개인이 지닌 아픈 역사를 표현한 저자의 구성과 글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죽은 자로 하여금

즉은자로 하여금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요번에 현대문학에서 핀 시리즈 첫 책으로 나온 편혜영 작가의 작품이다.

오랜만에 접한 책인 만큼 한국 작가의 새로운 내용이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저자의 필력은 새로운 읽기의 즐거움을 가지게 했다.

 

 

한때는 조선업으로 활기를 띠고 있었던 이인 시(市)는 조선업의 몰락으로 인해 경영위기에 빠진 도시다.

그곳에 있는 선도병원에 근무하는 이석은 평판이 좋은 사람이지만 정확히는 그 속내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서울에서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좌천되다시피 이인 시로 내려온 무주는 이석의 덕분으로 적응을 잘해나간다.

하지만 이석의 비리를 알고 나서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석의 가정사에 몰아친 불행, 아픈 아이, 연로하신 부모님을 두었고 아픈 아이 때문에 집까지 잡혀있다는 사실들은 쉽게 무주로 하여금 이석에 대한 비리 고발을 주저하게 만든다.

 

하지만 곧 태어날 자신의 아이를 보더라도 정직한 아빠임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결심으로 이석의 비리를 고발하게 된다.

 

그러나 올바른 일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뀐다.

바로 무주가 내부 고발자로서 병원 내부의 동료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이석마저 가볍게 그칠 수 있으리란 처벌이 다른 보직으로 밀려난 사태까지 번진다.

 

책의 내용은 한 개인이 내린 행동이 과연 전체적인 집단에서 볼 때 필요한 결단이었는지, 정의의 실현으로 나타난 결과가 뜻하지 않게 다른 양상으로 번진 사태에 대해서 독자들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묻고 있는 듯하다.

 

이석이 미워서가 아닌 병원 전체의 이익과 정의란 이름 앞에서 행동을 했던 무주의 고발이 과연 잘못된 것이었을까?

아니면 옳다고는 인정하지만 한 사람을 미운털로 몰고 가 전체의 피해보다는 개인의 불이익을 줌으로써 나머지 남겨진 것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는 방향이 옳은 것인가?

 

사실 한국적인 정서에 드러난 사회 전반적인 이러한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그린 작가의 글에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성경에 나오는 말인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 말의 의미를 무주에게도 사회 속에 한 무리의 일원으로서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뜻으로 묻혀서 가길 동조하기를 요구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진흙탕인 연못에 아무리 깨끗한 고기 한 마리가 깨끗한 물로 만들려고 해도 결국엔 많은 무리의 진흙탕에 익숙한 고기 무리들에 섞여서 살아가는 편이 오히려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이러한 권유는 무주에게 결국은 정의와 윤리에 대한 생각을 더욱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책은 여전히 희망을 주고 있다.

 

아내와의 동료들에게 버림받았을지라도 마지막 무주의 양심으로 남았던 윤리란 의식을 통해 세상은 결코 진흙탕 물만 있는 것이 아닌 더러는 깨끗한 물도 있다는 사실, 무주가 아내와의 연결을 재시도해보려는 의도를 통해 또 다른 희망을 느끼게 해 주었다는 느낌에 독자들은 아마 이 책을 읽고 나서 여전히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핀 시리즈의 계속될 발간으로 인해 한국 작가들의 활기찬 다음 행보를 기대해보게 한 작품이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펑쓰치의 첫사랑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 휴……….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무슨 말로 표현할지…

 

정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는 내용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 여파가 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의 내용은 이런 범주를 충분히 느낄 수가 있는 책이라 처음부터 읽어나가는 시점은 이렇게 독자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13살의 소녀인 팡쓰치가 50 살의 유명 문학 선생인 리궈화로부터 상습적인 성폭력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모든 노력들을 쏟아붓는 대만의 현실에서 빚어진 비극은 어린 소녀에게 너무나도 참혹한 인생의 첫 발걸음을 시작하게 한다.

 

팡쓰치와 류이팅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것을 공유해온 친구사이다.

이 책은 팡쓰치의 일기를 이팅이 읽은 후에 사건의 진실을 다루는  형식을 취한다.

 

팡쓰치의 이웃에 살고 있던 유명 강사인 리궈화는 팡쓰치처럼 입시를 목표로 공부해 온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강간을 저지른다.

13살부터 시작된 강간은 5년 간 이어지고 그런 가운데 리궈화가 자신의 문학적인 전공답게 달콤한 말과 시적인 문구로 이어지는 유혹의 속삭임은 이것이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덪에 빠져나올 수 없는 팡쓰치의 암담한 심정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런 불안한 조짐은 같은 이웃인 친한 언니가 느끼고 있었고 그런 일들에 대한 진행을 그녀조차도 자신이 당하고 있던 가정 내의 폭력 때문에 손을 쓸 수조차 없었던 현실마저 겹치면서 더욱 팡쓰치가 어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결과를 낳는다.

 

팡쓰치가 당하고 있었던 그 세월, 그 황금 같던 시간들 속에서 정작 부모님에게 선생의 잘못됨을 비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녀의 힘으로는 손을 쓸 수없게 만든 사회적인 통념과 지위,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려 했던 한계를 드러낸다.

 

한창 좋을 것을 보고  생각하고 올바른 성장의 길로 가기도 바쁜 청소년 시기, 그 시기의 아픔을 온전히 자신의 잘못인양, 고개를 숙이고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가해자보다 오히려 피해자가 죄인처럼 지내야만 하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

 

저자가 실제 당한 자전적인 소설이란 점에서, 더군다나 이 책을 발간한 지 두 달 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삶이 참으로 가슴 아프게, 그 어떤 육두문자를 쏟아내 놓아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분함 그 이상을 넘어서 짐승만도 못한 인간에 대한 ‘용서’란 말 자체도 사치에 해당된다는 느낌을 준다.

 

피해자는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깊은 구덩이 속에서 자책하며 생과 사를 오가고 있을 때,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그 어떤 경우에 처하더라도 결코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한마디만 해줬더라면, 아니 그녀가 손을 내밀었을 때 손만 잡아줬더라도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아픔을 느낀다.

 

가해자가 오히려 사회적에서 바라보는  성(性)에 대한 인식에 힘입어 궁지에서 탈출해 오히려 떳떳하게 다시 세상에서 활보하고 있다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피해자라면 과연 그 누구를 믿을 수 있었겠는가?

 

왜 그녀의 부모는 자식의 말은 믿지 않고 오히려 사회에서 인정하는 유명인사란 명칭 하나로 그 모든 것을 감추려고만, 아니 한쪽 눈만 뜨고 보려 했는지, 책을 읽으면서도 참으로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타인의 고통을 내 일처럼 느끼는 일들, 미투의 운동 때문에 그동안 사회적인 어떤 흐름들 때문에 잊힐 여성들이 당한  피해들이 하나둘씩 드러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만큼 안타까움을 던져준다.

 

책 제목에서 보이는 낙원과 첫사랑이라는 반어적인 팡쓰치의 삶을 보면서 우리 모두, 타인의 모든 아픔과 그 아픔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도덕적인 책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 고통스러웠지만 쓸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소녀를 강간하며 희희낙락하는 사람이 없는 척할 수 없었기 때문에. 쓰면서 두려웠다. 누군가 나의 책으로 이 사회에 살고 있는 팡쓰치를 소비해버릴까 봐, 그녀들이 더 상처 입을까 봐.

 

저자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글씨의 정석

글씨의 정석 표지

글씨의 정석 –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바른 글씨 연습
윤디자인그룹 지음 / 심야책방 / 2018년 4월

각 나라마다 갖고 있는 서체는 실로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랍권의 글씨와 불어, 스페인어가 눈에 들어오는데, 독특한 서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독특한 글씨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한글이라고 생각한다.

 

초, 중, 종성에 따른 조합에 어울리는 글씨체의 변형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곳곳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나만의 개성 있는 서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요즘 들어 부쩍 생겼다.

 

다름 아닌 필사를 하다 보니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됐는데, 요즘은 컴을 이용한 자판 두드리기를 통해 나만의 필체를 언제 써봤는지도 가물 할 정도다.

그런 만큼 이 책을 통해서 보다 확실한, 나가 쉽게 적응하고 기존에 쓰던 필체와 비교해 볼 때 좀 더 쉽고도 타인의 눈에 보기 편한 서체를 연습해보면 어떨까?

 

이 책을 기획한 윤디자인팀은 30년 동안 우리나라 서체 개발에 연구를 해온 그룹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서체들은 이미 우리 눈에 많이 익은 것들이 많고 그렇다 보니 더욱 친숙하게 연습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우선 들게한다.

 

기본적인 패턴의 종류로 우선 나뉜 서체는 알게 모르게 써오거나 눈에 익었던 필체가 사실은 다양한 실생활에서도 각기 다른 글씨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 예를 들어 1 장애서는  정중하고 사려 깊게란 타이틀로 윤명조, 윤고딕, 화이트 핏…. 이렇게 나뉘고 각 획에 맞는 순서대로의 쓰는 절차가 새롭게 보이게 한다.

 

글씨 기초1

 

책을 보다 보면 처음 한글을 배우고 본격적인 글쓰기 연습에 해당되는 과거의 시간을 생각나게 한다.

기초적인 명칭과 그에 어울리는 초성과 중성 종성과 획을 이용할 때의 다양한 서체의 기법은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서체에 대한 인문일반에 속한 것임을, 그저 흘려보내듯이 봤던 필체 법이 아닌 꾸준한 연습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글씨2

글씨연습

 

편지에 어울리는 서체, 문서나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서체, 궁서체의 변화 기법을 통한 글씨 스타일법은 필기도구를 어떤 것을 사용해야 서체가 빛날 수 있는지도 알려줌과 동시에 유행하고 있는 캘리그래피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글씨는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고,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란 생각, 악필을 좀 더 보완해 응용하는 글씨체를 연습한다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필체를 갖게 되리란 희망을 품어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글씨3

 

한번에 이루려는 생각보다는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세심히 모방을 하되, 점차 나만의 필체를 연구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글씨체가 완성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한여름길가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중국 문학계에서 이름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러 접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대만 문학에 대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흔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읽은 책도 그렇고 지금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도 바로 우리나라 작가 한강이 탔던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  후보에 오른  작가란 말에 이끌려서였다.

 

동양 아시아 문학, 특히 아시아 소설의 관심이 대두되는 영향도  커진다고 볼 때 반가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뭣보다 이 작가가 그린 작품의 세계, 잘 읽지 않는 단편집 수록이란 점에 관심이 더욱 갔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은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세운상가를 연상시킨다.

배경 장소인 중화상창은 1961년에 지어진 대만의 대표적인 건물로써 1992년에 철거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장소를 중심으로 총 10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의 분위기는 마치 옛날 옛적 ~ 하는 느낌의 지난 이야기들, 이 건물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 그중에서 이들 모두를 만났던 마술사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그린다.

 

마술사가 등장하고 그 마술을 구경하는 관객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책 제목인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와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란 내용이다.

 

햇빛,,, 은 어린 시절 사이좋지 않은 아버지를 둔 까마귀란 남자를 만난 여성이 이야기를 펼치는 것으로 아르바이트로 코끼리 옷을 입고 풍선을 나눠주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길 위에 코끼리가 서 있는 것을 보는 진행으로 이어지는,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마술에 힘에 의해 어떤 상상의 그림처럼 보인다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돌사자는 그 일들을 기억할까? 란 작품은 아버지가 들려준 어린 시절의 회상, 즉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마치 우리들이 살았던 이전의 어느 한 시절을 연상하게 해 보는 마법 같은 기분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우리도 한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성장의 가속을 높이면서 어느 한 부분이 노쇠하고 쇠락해가면서 또 다른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것들과의 조화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듯이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중화상창 또한 타이베이 사람들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향수를 자극하는 글이 아닌가 싶었다.

 

한 소년의 회상을 통해 과거를 소환해내고 그 시절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엮으면서 여기에 마술 같은 분위기를 풍겨 그려낸 이야기들은 어느 특정한 사건이 아니어도 누구나 한 시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사는 장소가 달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는 어느 한순간의 이야기들, 타이베이의 중화상창으로 대표되는 중국 소설의 또 다른 감각을 느껴보게 한 책이다.

사흘 그리고 한 인생

사흘 그리고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저자의 탁월한 추리 스릴 능력은 이미 전작을 통해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작품을 대하고 난  지금은 확실하게 저자의 성향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게 되면 그들 나름대로의 흐름이란 것이 있다.

이를테면 전반부에 범인이 나오고 그 이후를 다루는 방식, 아니면 반전이란 한방의 맛을 느끼게 하는 타입, 그런 가운데 악랄한 행동의 양식을 즐겨 다루는 작가,,,,

 

 

그런데 그동안 읽어왔던 방식과는 다른 패턴을 그린 이 작품은 기존의 추리 스릴을 읽었던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약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어떤 특정한 상황에 닥친 주인공들의 급박한 설정에 몰입을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즐겨 다루는 죽음에 이르는 약이 나오지 않는, 어쩌면 한 인간의 거의 반 정도를 할애하는 듯한 여정을 통해 또 다른 스릴의 맛을 전해 주는 이 작품은 첫 도입부터 범인이 등장하는 형식을 그린다.

 

1999년 12살의 앙투완은 살인을 저지른다.

이유는 자신의 이웃에 살고 있는 데스메트 씨 집에서 기르고 있은 개 한 마리 때문이었다.

자신을 잘 따르던 개가 차에 치이고 더 이상 기를 수가 없다고 판단한 데쓰메트씨는 개를 총으로 죽인다.

그 광경을 목격한 앙투완은 자신을 형처럼 따르던 데스메트씨의 어린 6살 아들 레미를 홧김에 죽이게 되고 숲 속 느티나무가 쓰러진 구멍 속에 밀어 넣는다.

 

책은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후 그 이후 앙트완이 성인이 되고 의사가 되면서 겪는 심정 고통과 불안을 다룬다.

 

실종된 아이를 찾으려는 마을 사람들, 자신에게 물어오는 군경대, 스스로가 촘촘히 조여 오는 포위망을 뚫고 나오려는 인간 본연의 자세가 어린아이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는 과정이 사뭇 애처롭게 느껴지게 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처럼 타인들 눈에는 아무렇지 않게 보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자신을 정조준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는 앙트완의 모습이 시간이 흐르면서도 여전한 모습을 보인다.

 

이제 성인이 되어 12년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고향에 발을 들여놓기를 주저하게 되는 원인인 죽은 아이의 시체 미발견과 공소시효의 무제한적인 시간의 흐름들, 미개발지였던 숲이 개발이 결정되면서 죽은 사체가 발견이 된 시점은 결국 앙트완의 발목을 잡는 결과물이 된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여인과의 미래는 자신의 한 순간 실수로 고향 여인을 임신시키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되고 앙트완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자신의 앞날은 결국 자신의 고향에 머물 수밖에 없는 임계점까지 왔음을 알게 되는 과정이 기존의 작품과  구별되는 점이다.

사흘1

 

 

살인을 저지른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앙트완이란 인물이 겪은 심적 고통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 특히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그 모든 사건의 비밀의 뒤안길에 감춰진 진실들은 책 제목 그대로 사흘 동안에 벌어진 살인과 한 인간의 인생 전반부에 미치는 결과를 추리 스릴을 취한 형식으로 다룬다.

 

이 살인을 둘러싼 자연의 혜택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서서히 조여 오는 고통의 맛을 느껴보라고 내린 형벌일지도 모르는 시간들이 차츰 진행되는 과정 속에 느끼는 자포자기 식의 결정들,  자신의  또 다른 인생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앙트완이란 인물을 통해 한 순간도 평온할 수 없었던 한 인간의 모습을 처연하게 그린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끝까지 갖고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나약하고 미약한, 그러면서도 어린 나이에 겪었던 아픔의 기억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살인에 대한 추리 스릴 맛을 느껴보게 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베니스의 상인

베니스 상인

베니스의 상인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7년 12월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 특히 고전에 속하는 작품을 다시 읽게 되는 경험은 특별하다.

 

어릴 적 읽은 동화를 토대로 그 기억의 잔상이 계속 남아 있는 감동일 경우는 특히 그렇다.

 

이번에 접한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인 ‘베니스의 상인’ 은 어릴 적 어린 마음에도 읽으면서 솔로몬 왕의 지혜에 버금가는 통찰력 있는 재판관의 판결이란 생각을 하며 읽었던 책이다.

 

하나의 말장난처럼 여겨지기도 하겠지만 막상 당사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목숨이 걸린 판결이라면 어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느낌이 들었던 책-

 

 

읽다 보면 선과 악의 명확한 선을 긋고 읽었던 기억의 내용이 과거였다면 지금 다시 읽은 이 책은 여러모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마치 흥부와 놀부, 팥쥐와 콩쥐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 캐릭터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처지, 그리고 현대로 넘어와서 바라보는 주인공의 성격과 나쁜 사람으로 등장하는 대결구도의 인물들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제시한 대목들을 읽노라면 이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에 대한 생각도 달리 보이게 된다.

 

셰익스피어가 그리는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직업은 결국엔 한 가지로 귀결된다.

 

겉으로 붙이는 명칭이야 그럴듯하지만 알고 보면 돈벌이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샤일록이란 유대인이 가진 고리대금 업자란 명칭이 그다지 가깝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가 선의로 빌려주는 것이 아닌 이익을 취하기 위한 직업, 특히 제 날짜에 갚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결과물을 강조하는 약속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바싸니오가 포셔라는 여인에게 마음을 두고 청혼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안토니오는 순순히 자신의 상선을 담보로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지만 결과는 안타깝게도 약속 불이행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된다.

 

여기서 무조건 샤일록만 나쁜 고리대금업자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 당시의 배경을 생각해 본다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천대받고 직업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 왜 그가 그토록 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다.

 

책은 일반 책들처럼 문장 형식이 아닌 연극의 형태, 극본처럼 쓰인 총 5막으로 구성된 책이다.

 

베니스1

 

원전에 가깝게 그려낸 책이기에 당시의 분위기, 대사나 등장인물들이 동선을 감안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지만 뭣보다 샤일록이라고 대표되는 유대인이 갖고 있었던 당시의 인종적인 차별, 기독교인들이 행했던 종교적인 편견에 희생된 인물임을 그려낸 저자의 탁월한 문제작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책이다.

 

어떤 특정 인물에 치중해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 작품이 아닌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물질에 대한 탐욕, 같은 인간이면서도 동종인으로서 인정하지 않았던 차별성, 종교적인 문제들을 적절히 잘 구성해 저자의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리디머

리디머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해리 홀레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갈증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차례차례 시리즈로 출간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이래저래 한번 읽게 되면 왜 이 시리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지에 대한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므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린 보람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요 네스뵈란 작가를 처음 대한 시점을 거슬로 올라가 보니 글의 흐름이나 글의 필력이 나날이 세련되고 더욱 발전된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리디머, 이 책은 ‘데빌스 스타’ 작품 직후이자 영화와 책으로도 이미 유명세를 치른 스노우 맨의 직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독립된 개체로서 읽어도 무방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낀 점은 완전체(폴리스 출간을 제외)로서의 결정체를 보기 위한 하나의 연결고리란  느낌이다.

 

그만큼 해리 홀레 시리즈를 처음 대하게 될 독자들이라면 이제 차례차례 읽어나가 볼 것을 권장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어린 구세주’라 불리는 크로아티아 살인 청부업자가 오슬로 구세군 한 명을 살해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두 나라 간의 어떤 상황이 있었을까? 아니면 개인적인 원한이었을까를 연신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은 해리 홀레가 처한 당시 경찰이란 소속 집단에서의 외로움, 특히 자신을 옹호해주던 상관이었던  묄레르가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직속상관과의 트러블, 그전 작품에서 아끼던 동료 부하의 죽음과 다른 동료 부하의 죽음을 대하면서 느끼는 좌절감, 그리고 내부의 비리를 저지른 동료의 죽음까지를 겪은 해리의 고립감을 그려낸다.

 

이후에 전개될 해리의 알코올 중독자로서 빠질 수 없게 된 상황의 전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그럼에도 아직까지 술과 멀리하려 하는 노력형의 해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시절의 해리를 느낄 수가 있다.

 

사건의 전개 상황은 추리 스릴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다.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범인이 아니었다는 허를 찌른 의외성, 경찰 신분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과연 그것을 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자신에겐 구원 일지, 아니면 여전히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한계일지를 그려보는 구조 패턴들은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역사의 흐름과 맞물린 청부업자의 삶, 자신의 직업적인 신분과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정신적인 이상의 갈래에서 오는 갈망들, 그럼으로써 제2. 3의 인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범인의 실체를 알고 난 후의 받는 느낌은 역시 요 네스뵈란 생각이 들게 한다.

 

춥고도 쓸쓸한  오슬로의 날씨,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라켈과 그녀의 아들 올레그의 이야기들은 차후 스노우 맨을 겨냥한 또 다른 이야기의 전조임을 알게 하고 그 뒤를 이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시리즈를 생각해 본다면 해리란 인물에 다시 한번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연작시리즈를 끌고 오는데에 있어서 힘들법도 한 주인공의 변화된 모습을 그린 휴식에 해당되는 작품인 만큼 치열하게 싸우는 해리의 모습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다른 관점에서 해리의 또다른 모습을 바라 볼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버스데이 걸

 

버스데이걸 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우선 표지가 인상적이다.

빨갛고 선명한 색깔 속에 담긴 여인의 얼굴과 숫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에 속하는 이 작품은 독일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카트 멘시크의 그림과 함께 콜라보를 이루며 출간된 작품이다.

 

단편에 속하는 이야기인 만큼 정말 짧다.

그것도 아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제목 그 자체로 설명이 되는 버스데이-

 

한 여인의 회상으로 그려지는 이 이야기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주인공이 어느 때와 별다른 일 없이 일을 하던 중 입사한 이래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던 플로어 매니저의 복통으로 때아닌 부탁을 받게 된다.

 

오로지 매니저만 사장님의 식사 수발을 들었던 때라 자신이 당장 병원에 가게 된 상황에서 그녀에게 정확히 8시가 되면 음식을 사장이 있는 608호실에 갖다 줄 것을 부탁받게 된 것-

 

마침 그 날은 그녀의 스무 살 생일을 맞은 때였고 처음 본 사장님은 그녀에게 소원이 무엇인지를 물어본다.

 

 

– “소원이요?”
– “그래 소원,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소원말이야. 자네가 원하는 것. 그동안 그려오던 것 하나만 말해보게”

 

 

버스데이 1

 

 

누구나 꼭 돌아오는 생일에 대한 기억, 특히 나의 스무 살 그 시절에 맞은 생일날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 책이기도 하다.

성인으로서의 첫 발걸음, 아니면 대학 새내기 시절의 풋풋한 감성이 떠오르는 시절, 각 개인들의 탄생 계절마다 달리 받아들여지게 되는 생일의 기억을 통해 과연 나에게 이런 소원의 제안을 받게 된다면 과연 어떤 소원을 빌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부모님이 차려주신 생일날이 미역국은 기본이지만 이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회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생일이란 그 의미 자체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져 가는 때도 있는, 그 시점이 다가오기도 한다는데, 어쩌면 이 책은 그런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 무심코 지날 칠 수도 있는 그해에 딱 한 번 맞게 된 생일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어느 걸 그룸의 노래 가사처럼 ‘소원을 말해봐~’를 떠올리게 한 무라카미 식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책, 이야기 흐름에 맞춰 그려진 강렬한 색채감은 한편의 그림책과 함께 한다는 느낌도 가질 수 있는 책이다.

 

여러분의 스무 살 생일은 어떠했는지, 이 책에서 처럼  과연 소원 하나만 이뤄질 수 있는 타이밍이 온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