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살인사건의 린다

린다살인사건

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 1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6월

제목 자체가 눈길을 끌지 않는가?

반복적인 린다란 이름이 상징하는 것을 무엇일까?

특히 저자의 이력에서 오는 것 때문에 눈길을 끌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북유럽권의 소설이니 만큼 다양한 이야기의 토대는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해서 접했다.

 

저자는 스웨덴의 범죄학자로서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책으로 펴낸 이력,  이후 위의  책에 나오는 에베르트 벡스트룀이라는 독특한(?) 형사 시리즈의 출발을 알리는 첫 편으로 위의 제목을 달고 출간을 했다고 한다.

 

경찰대 재학생이자 수습 경찰관인 스무 살 여성 린다란 여성이 자신의 엄마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이 된다.

주택조합장이자 이웃인 개를 기르는 여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게 된 경찰은 목이 졸리고 양손이 묵인 상태로 침대에서 발견된 여인의 사망 모습은 물론이고 범인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속옷, 운동화, DNA 채취까지 했으나 그 어느 것 하나 용의자를 밝혀내지 못한다.

 

이혼 후 아버지 집과 엄마 집을 오고 가며 살았던 린다, 사망한 날에 나이트클럽에서 같은 동료들과 어울리고 집으로 간다고 나선 후 과연 그녀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여기엔 휴가철이 끼여있는 상태라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면서 범죄수사국 소속 형사인 벡스트룀이 도움 요청으로 오게 된다.

 

책은 지금의 스릴과 미스터리를 다룬 책들과는 다르게 총 2권에 이르기까지 늘어지는 진행상태를 보인다.

빨리빨리가 익숙한 나머지, 아니면 이런 류들의 책들의 속도전이 생명인 듯 저자들의 필치가 속도전 자랑을 한 것인지, 독자들이 이 속성에 물들어간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볼 정도로 이 사건을 두고 펼치는 경찰들의 주된 이야기들은 시트콤처럼 이어지기도 하고  단막극처럼 보인다.

 

용의자를 잡기 위해 그 지역의 천 명 가까운 남성의 DNA를 채취하는 과정, 여기엔 같은 동료로서 한때 가깝게 지냈던 아프리카계 입양아 출신인 경찰 동료와 린다의 이웃인 범죄 전력이 있는 남성까지 의심하고 심문하는 과정 속에 스웨덴이 갖는 이민자나 외국인에 대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행동과 말들을 보게 된다.

 

사건이 발생하고도 한 달이 넘어가면서 방송이나 신문들에 연일 터져 나오는 경찰들의 무능함의 질타 속에 경찰들 각 개인들의 활동은 주도 격인 벡스트룀에 의해 한층 그 인간미를 보게 되는데, 저자는 이 주인공의 행동과 말들을 통해 정형화된 형사의 타입을 거부한다.

 

흔히 말하는 판공비로 나온 금액을 자신의 세탁할 옷이나 식사비로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외모로 볼 때 어느 여성이나 반할 것이란 이상한 자신감을 가진 남자, 그렇다고 잘난 배우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신체적인 조건은 차치하고서라도 각 경찰들 앞에서는 비난의 말을 삼가는 듯한 친절한 칭찬과 격려 뒤에 나오는 그들에 대해 내쏟는 비열한 말들의 잔치는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다가서게 하기보다는 혐오에 가까운 인물로 비친다.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빠져나가는 데에 선수인 듯한 말솜씨, 결국엔 사건의 현장을 끝까지 지키고 있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캐릭터인데, 이 사건의 본질인 린다란 여성의 살해 사건을 두고 그리는 이 책의 전개 과정에 비하면 사건의 본질을 다루는 부분과 경찰들의 이야기가 반반씩 섞여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 사회적으로도 여성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되면 여인들의 이름이 붙는다.

책 2 뒤편에 나오는 한 경찰관의 논문이 왜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이름을 붙였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데  저자는 ‘왜 여성이 피해자면 사건 앞에 피해자의 이름이 붙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사건, 하면 여성들의 이름이 대부분이다.

쉽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도록 붙인 이름일 수도 있겠으나 남성의 이름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을 보면 확실히 범죄를 연구했던 저자의 관점은 새롭다고 봐야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흐르는 이야기의 주도 격인 린다와 관련된 이야기 외에 경찰들의 세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갖고 있는 이민자를 바라보는 생각들,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들이 너무 느리다 보니 읽는 동안 이야기의 핵심을 제대로 이어나가는 흐름의 연속성을 방해하는 구성들이 보이기도 한 작품이다.

 

책 첫머리에 저자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쓴 마이 셰발과 셰발 발뢰에게 헌사를 바친다. 라고 썼다.

현대의 새로운 인물 창조라고 할 수 있는 형사 시리즈의 첫 주자로 발을 내디딘 두 사람에 대한 오마주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두 작가의 흐름처럼 템포 또한 늘어지게 그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여성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려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이를 연계시켜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오는 사회적인 질타와 경찰 스스로의 위축감과 생활 태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책에서 보았던 시리즈들보다는 신선하게 다가오게 한 작품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범인의 추적 과정과 잡힌 범인을 두고 형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들은 현재의 법의학의 발전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립맨

립맨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갈수록 지능화되는 범죄의 형태는 가히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들로 진화를 거듭해오고 있다.

특히 연세 드신 분들에게 전화로 보이스피싱을 사칭한 범죄의 행태들은 날로 변형되고 주도적인 계획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볼 때면 나이를 막론하고 쉽게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립맨이란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쓴 저자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회사에 취직할 꿈을 꾸었던 도모키는 이 계획이 좌절되면서 동생과 함께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합류를 하게 된다.

여기서 일사불란하게 분업화되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모습들은 실로 충격적이다.

개인정보를 사들이는 것은 기본으로 한 사람을 타깃을 삼고 그의 주변에 있는 회사 동료나 변호사 신문기자로 나서면서 보이스 피싱에 걸맞은 사기를 치는 장면들은 아무리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 해도 깜박 넘어갈 수밖에 없는 치밀함을 보인다.

 

 

 

 

이렇듯 철저하게 잘 이어가던 보이스피싱 사기는 rest in peace : 편히 잠드소서’ ( R.I.P)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자취를 끊은 아와노란 사람을 이상히 여긴 도모키가 동생과 함께 경찰의 급습을 피하면서 그 위기를 모면하게 되는데, 이어서 아와노로부터 하나의 제안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부르는 말 그대로 립맨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바로 유괴 사업을 하자는 것-

제과회사의 사장과 그의 어린 아들을 같은 날 유괴를 하고 사장만 풀어주면서 자신들의 말만 듣고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아들은 무사히 집에 올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운 그들은 실제로 결행하게 되고 사장은 이후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수사관 마키시마 후미히코 경사는 이 사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 후반부에 이르러서 좀체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자식의 생사가 걸린 문제에 있어 경찰의 말을 들으면 아들이 위험에 처할 것 같고 그렇다고 유괴범들의 말만 믿고서 원하는 대로 한다면 무사히 아들이 돌아올 보장이 없는 상태의 아버지로서 갖게 되는 딜레마, 이런 사정들은 경찰과 아버지, 유괴범들의 밀고 당기는 촘촘한 사각지대를 연상시키는 듯한 상황으로 몰고 가 전반부와 중반부,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

 

 

유괴범들의 주도자격인 아와노란 인물이 저지르는 이러한 행태들은 자신과는 아무런 연고나 연관도 없으면서 범죄를 행했다는데서 점차 범죄의 원인이나 이유들은 이제 아무런 소용조차 없다는 식의, 바로 묻지마 범죄를 연상시키며, 이러한 전개 과정은 냉정하고 철저한 계획하에 조련해나가는 이와노란 설정 인물의 비열함에 주목을 하게든다.

 

 

 

세상 속에 한 평범한 사람들로서 살아가길 원하는 소박한 도모키 형제의 뜻대로 되지 않은 인생방향도 그렇지만 정의에 목숨을 걸로 이 사건에 모든 심혈을 기울이는 수사관의 노력이 어떤 결말로 다다를 수 있을지, 책을 읽고 나서 다음 작품에도 여전히 아와노는 출현을 하게 될지를 알고 싶게 만든 작품이다.

 

저자가 그린 이러한  사회성 짙은 문제를 소재로 삼아 인물들 간의 속고 속이고 밀고 당기는 심리전의 변화를 통해 범죄의 양상과 인간으로서 최소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양심마저 이제는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전해 준 책이다.

 

기사단장 죽이기

기사단장죽이기[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한국에서의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선호도는 대단한 것 같다.

이번의 작품 출시와 맞물려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등극을 하고 판매량에서도 좋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의 냄새가 묻어나지 않는 느낌 때문인지 매년 노벨 문학상의 단골 후보로 연일 오르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그의 7년 만에 출간한  장편소설이란 점에서 다시 한번 관심을 끌지 않았나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특징인 현실과 비현실적인 경계를 무리수 두지 않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무난히 넘어가게 하는 글의 힘은 여전하단 생각이다.

 

총 2권으로 이뤄진 책의 분량은 대단하지만 술술 읽힌다.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독자들이 빠져드는 매력을 알아가는 기쁨이 있지만 역시나 글 속에서 다분하게 여기저기 장치적인 묘사라든가 글의 매력적인 요소로서의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구성은 때론 느리게, 때론 빠르게를 조절하는 완급의 효과마저 느끼게 해 준다.

 

이야기의 구성은 36살의 초상화를 생계의 목적으로 그리며 살아가는 ‘나’이다.

어느 날 6년간의 결혼 생활에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이미 불륜을 저지른 남자가 있고 그 이후 ‘나’는 집을 나와 배회하다 동창의 아버지인 유명한 일본화 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별장으로 옮겨 생활하게 된다.

그곳에서 아마다 도모히코가 그린 ‘기사단장 죽이기’란 제목의 미 발표작을 천장에서 발견하게 되고 그 그림을 감상한 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화에 맞게 그려놓은 듯한 그림 속의 등장인물들 중에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 기사단장은 실제로 집 옆에 있었던 구덩이 안에 있었던 방울을 가져오게 됨으로써 그곳에서 풀려난 이데아가  현신하는 모습으로 나의 곁으로 오게 되고 이후 ‘나’가 겪게 되는 기이한 일들은 현실에서 벌어진 것인지 비현실적인 어떤 가상의 일들에 의해 꿈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하루키의 글에 의해 서로가 교차하듯 보인다.

 

책은 곳곳에 하루키가 그동안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꾸준히 발표해왔던 흐름을 유지하되 한층 완숙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의 특허인 음악과 와인, 요리를 통한 글의 설정은 여전한 매력을 뿜어낸다.

모차르트 오페라의 ‘돈 조반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일본화라는 격식에 맞춰 그린 그림을 통해 유명한 클래식의 음악은 기본이고 ‘나’가 창작활동을 하는 가운데 틈틈이 듣는 음악들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눈길을 돌리게 만들기 충분한 여력을 발휘한다.

 

책은 빈에 유학해 서양 화가로서의 자질을 갖춘 아마다 도모히코의 감춰진 당시의 시대적인 역사 사건들 속에 예술인이 겪어야 했던 시대적인 양심의 고통과 개인적인 아픔을 저자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느끼게 하고 있으며 이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가 여행하면서 스치듯 만났던 스바루 타는 남자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일, 이후 묘한 존재인 이웃인 멘시키를 만나면서 그의 초상화를 그리고 그가 자신의 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웃 소녀의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들이 때로는 스릴처럼 추적해나가는 과정, 그 안에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얼굴 긴 남자를 따라 어둠을 걷혀 모험을 감행하는 일들까지,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비현실인지를 연속적으로 그려나가는 설정이 책 속으로 빨려 들게 한다.

 

여기에 기사단장의 모습을 나타난 이데아와 2권에서 다뤄지는 메타포의 출현은 현실 세상과 비현실 세상의 구분은 어떻게 느끼고 다뤄지는지를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을 골똘히 하게 만들어 놓는다.

 

–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 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P.94~95

 

 

화가로서의 그림을 대하는 자세, 농도의 짙음과 창작활동에서 오는 다양한 기분과 중압감을 하루키 방식만으로 그려낸 이 책은 틈틈이 ‘나’가 듣는 클래식 음악과 음식의 조리 과정을 통해 여전히 하루키 만의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자연의 경관과 더불어 그림에 몰두해나가는 ‘나’가 겪는 일장춘몽의 일처럼 그려지기도 하는,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의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레바나

레바나레바나 스토리콜렉터
마리사 마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북로드 / 2017년 7월

동화의 이야기는 거의가 대부분 해피엔딩이다.

연령의 대상이 어린이들이 대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런 류의 동화를 어른들도 읽다 보면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는데 가끔 외전 시리즈란 식으로 해서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 나온 책들을 보게 되면 상상력의 무한대를 느끼는 맛 또한 짜릿하다.

 

SF 로맨스 판타지 ‘루나 크로니클(Lunar Chronicle)’ 시리즈의 외전 격으로 나온 이 책은 주인공이 책 제목과 같은 레바나다,

이미 시리즈로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내세운 전작 시리즈인 윈터나 신더, 스칼렛, 크레스 시리즈를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드라마에서 보는 프리퀄처럼 여기며 읽어도 무방할 만큼 매력적인 내용이 들어 있어 동화 속의 다른 세계를 들어갔다 나온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레바나는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여왕을 모티브로 그려나간 책인 만큼 이 책에서 레바나가 왜 그토록 나쁜 갈로 들어서게 되는지에 대한 배경이 다른 시선으로 그려진다.

 

15살의 레바나는 루나 왕국을 다스리던 부모가 살해당하고 그 승계를 사악함의 표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언니 채너리가 승계를 받는 과정 속에 사랑의 감정을 가진 소녀로 등장한다.

 

사랑의 대상인 유부남 근위병인 에브렛 헤일에 대한 짝사랑은 다른 욕망으로 번지게 되고 이는 16번째 생일을 맞은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기 위해 하나씩 계획을 성사시켜 나간다.

 

이 책의 두께는 비교적 얇아서 금방 읽히지만 읽으면서 느낀 점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순수하고 예쁠 나이인 15살에 느낀 사랑의 감정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욕망과 권력승계의 욕심, 이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되지만 그 뒤에는 큰 상처도 같이 동반됐다는 사실, 결국엔 눈을 지구 정복이란 것에 돌리고 악의 화신으로 거듭난다는 설정의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프리퀄의 특성상 기존의 이미 나왔던 책의 이야기의 독립된 개체로서의 활약한 주인공들 뒤에 이러한 레바나란 존재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루나 왕국의 슬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을 이 루나 시리즈를 통해 동화 속의 이야기 마무리는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사실 외에 관점을 다르게 본다면  이렇게 무섭고 끔찍한 세계 또한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비교해 가는 재미도 한층 느끼면서 읽을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새롭게 바라보고 쓴 루나 시리즈. 한 번 읽게 되면 그 재미에 푹 빠질 이야기다.

 

 

                                                                                                                          
                                            

레스토랑에서

레스토랑1레스토랑에서 – 맛, 공간, 사람
크리스토프 리바트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한때 레스토랑이란 말만 들어도 왠지 분위기 있고 비싼 음식을 먹는 곳, 특별한 이벤트나 기념일을 추억하기 위한 장소로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흔히 칼로 썰었다는 식의 말로 표현되던 공간이 바로 레스토랑-

어감도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했지만 알고 보면 레스토랑이란 말 자체가 식당을 의미한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는 사실, 다만 왠지 식당이란 말보다는 좀 더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기에 분위기 면에서는 달리 받아들여지는 공간이 아닌가 싶다.

 

이 레스토랑을 통해서 하나의 축소된 사회를 보는 듯한 책을 접했다.

저자는 독일 출신의 문학 및 문화학과 교수로서 이 책에서 보듯 레스토랑이란 공간 안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서 다뤄졌던 시대의 흐름, 그 안에서 모임을 통한 대화 , 그 밖에 모든 사람들의 행동과 시대의 반영을 다룬 점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글을 썼다.

 

레스토랑의 출현과 오늘날의 프랑스 음식이 유명하게 된 원인이 된  프랑스의 제정이 무너지면서 궁 안에서 요리를 담당했던 요리사들이 자신의 직업을 잃어버리자 그동안 갈고닦았던 요리 솜씨를 발휘하고 생계유지 방편으로 거리로 나가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발생했다고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프랑스혁명 이후에 전국의 국민 의회 대표들이 파리에 모이면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보편적으로 더욱 알려지게 된 계기를 알려준다.

 

카페와는 달리 계급적인 층이 달라도 서로 어울리며 모일 수 있는 곳, 주문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음식의 요구들이 늘어나면서 발달하게 된 음식 메뉴판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충과 주방과 식당의 분리된 공간이 생김으로써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묘사는 비록 조그만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삶에 대한 치열함, 고단함, 다른 나라들마다 벌어졌던 인종 간의 차별이 이루어졌단 사실을 통해 그동안  고정된 이미지로써의 레스토랑을 달리 바라보게 한다.

 

초기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시대의 변천사와도 맞물리는 레스토랑의 변화는 다른 나라인 영국으로 건너가서 외식에 익숙하게 만든 역할을 했다는 사실, 일본의 회전식 초밥 발명에 대한 이야기, 특히 오늘날 유명 별 표시로 맛있는 음식을 한다는 소문을 믿게 하는 미슐랭 가이드의 원조가 된 유래, 그 밖에 다양한 음식의 조리법과 이름들은 낯설지만 맛의 감각을 상상할 수 있는 느낌을 부여해 준 책이기도 하다.

 

초기의 레스토랑에서 지금의 패스트푸드의 발전까지의 변천사를 통해 책의 소 제목에서 다룬 맛, 공간, 사랑의 의미를 충분히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책, 레스토랑이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었고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들을 찬찬히 비교해 가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엔드 오브 왓치

엔드오브왓치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연작 시리즈로 만든다는 것, 그것도 긴장감의 고조를 유지하면서 책을 시리즈로 낸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1부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란 책을 통해 훔친 메르세데스를 운전해 취업 박람회에 모여든 사람들을 무작위로 차로 몰고 가 죽인 범인 브래디의 행동을 저지한 사건은 이후 브래디가 무뇌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에 영향을 끼치고 2부인 <파인더스 키퍼스>란 사립탐정 사무소를 홀리와 함께 운영하면서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한 호지스 형사가 이후 7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으로 다시 브래디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3 부격인 <엔드 오브 왓치>다.

 

70세의 생일을 얼마 앞두고 있는 호지스, 메르세데스 사건으로  전신마비가 된 여성 마킨 스토버가 그녀의 엄마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놓아 버린 탓에 죽여주길 부탁해 원한 것처럼 죽었고,  그녀의 엄마 또한 자살로 삶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이 된다.

 

 

전혀 자살의 흔적을 찾을 수없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와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를 토대로 호지스는 특유의 브래디를 연관시키지만 여전히 병동에서 주위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좀체 증거를 잡지 못한다.

 

 

책은 현대의 발전된, 일부 가전제품처럼 다루는 컴퓨터와 재핏 커맨더라는 게임기를 이용해 자살을 부추기는 브래디의 행동을 통해 사건의 서막을 알린다.

 

 

주치의의 허가되지 않은 약물투여와 메르세데스 사건 당시 입었던 영향으로 뇌의 일부가 특이한 현상으로 살아나면서 타인의 몸속과 뇌를 조종할 수 있는 염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브래디란 인물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호지스와 대결하기 위해 최종의 미션처럼 모든 일들을 처리해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주치의를 조종하고 심지어 자신까지 죽이는 행동, 그 후에 게임기를 받은 청소년들이나 그 주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뇌를 시키며 자살로 몰고 가는 현상들을 그린 이 책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들을 통해 왜 자살을 하려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은 물론 흔히 말하는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인간의 뇌에 심어놓은 정신적인 혼란을 야기시키는 조종력이 탁월한 브래디란 인물을 창조해 냄으로써 또 다른 스티븐 킹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완벽한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형사도 아닌 퇴직 형사로서 이제는 서서히 아픈 몸, 시한부라는 삶을 판정받은 호지스란 인물이  마지막으로 브래디와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극한 상황에 몰린 브래디란 인물이 타인의 몸속으로 들어가 호지스를 기다리며 자신만의 꿈을 이루려는 대비되는 환경을 그림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공포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자살을 시도해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거나 실패한 사람들의 면면들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분위기를 형성하는 묘사가 뛰어난 글은 현재의 많은 청춘들의 고민과 열등감, 우울감등을 제대로 짚어낸 저자의 글에 힘입어 더욱 분위기가 조성이 되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은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스릴과 공포의 분위기가 다른 책들과 다르게 다가오게 한다.

 

 

총 3부작이라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글의 중간에 이미 다뤘던 인물이나 사건들에 대해 간략하게 표현된 부분들이 있어 이 책부터 읽어도 부담스럽지가 않다는 점이 스티븐 킹 나름대로 독자들을 배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부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미국 드라마로 방영이 된다고 하니 미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책과 비교해 봐도 좋을 듯하다.

 

 

서서히 자신 앞에 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무리를 짓고자 했던 호지스란 인물에 대해, 저자는 완전한 완결 편을 원했던 것일까?

 

 

죽음으로서 남아 있는 홀리나 제롬은 물론이고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호지스를 그립게 만드는 것, 이 또한 스티븐 킹의 나름대로 고도의 전략이라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벌써부터 호지스가 그리워지니까~

 

 

 

꿀벌과 천둥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인간에게 있어서 음악이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흔한 말로 실연을 당한 사람들은 유행 가사의 가사들이 하나같이 내 이야기 같다고 느낄 때가 많고 어느 한 구절을 특정해 기억해내며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심어줄 정도의 음악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음악이 주는 다양한 역할은 실로 크다고 느끼게 된다.

 

뮤즈의 신, 인간에게 어떤 음률과 선율을 주고 익히게 하는 과정에서 발전되어 온 음악의 신은 과연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어 했을까?

사실 가장 기본적인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클래식에 관해선 유명한 구절만 약간씩만 알뿐 그 깊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외한으로서 모처럼 음악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를 접했다.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온다 리쿠의 신작, 제목도 꿀벌과 천둥이다.

언뜻 보면 제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제목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과연 무엇일까?

 

음악 중에서도 클래식, 그 가운데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인다.

 

전 세계 다섯 개의 대도시에서 진행되는 오디션으로 시작되는 대회, 그중에서 일본의 요시가에 에서 벌어지는 대회는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며 이 콩쿠르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음악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인 것처럼 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각각의 사연들은 모두 음악이 곧 자신의 인생이고 시작이며 그 힘든 과정을 무던히 이겨나가며 참가한 사람들이다.

 

이들 참가자 중 참가한 16살의 가마자 진-

 

양봉업자인 아버지를 따라 일정한 교육도 아버지로부터 받고 있는 학생이자 한없이 순수한 청소년이 오디션에 참가하면서 심사위원들은 특히 그가 유지 폰 호프만이 타계 전까지 직접 찾아가며 가르쳤던 제자란 점, 스승의 음악 패턴을 따라 하지 않은 과감한 음악 연주 때문에 합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게 하는 존재로 비친다.

 

세계적인 거장으로서 얼마 전 타계한 유지 폰 호프만이 보내온 한 장의 추천서는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한다.

 

 

 

 

여러분에게 가자마 진을 선사하겠다.
말 그대로 그는 ‘기프트’이다.
아마도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험받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이자 여러분이다.
그를 ‘체험’하면 알겠지만, 그는 결코 달콤한 은총이 아니다.
그는 극약이다.
개중에는 그를 혐오하고, 증오하고, 거부하는 이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 또한 그의 진실이며, 그를 ‘체험’하는 이의 안에 있는 진실이다.
그를 진정한 ‘기프트’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재앙’으로 삼을 것인지는 여러분, 아니, 우리에게 달려 있다. (‘녹턴’ 중에서)

 

 

 

클래식계에서 고정되다시피 한 불문율을 어기면서 자유자재로 음악을 다루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합격이냐 불합격이냐에 대한 진퇴양난에 빠진 심사위원들의 고충은 음악을 한평생 자신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살아가던 그들에게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여기에 각 참가자들마다 갖고 있는 사연들, 또한 흥미를 유발한다.

유명 인사의 제자로 능력이 출중한 일본인 혼혈 마사루, 28세의 악기점 회사원인 다카시마 아카시, 한때 천재로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으나 엄마의 죽음 이후로 잠적하다시피 은둔 생활에 접어들고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던 에이덴 아야까지 , 이들을 중심으로 총 3번의 본선 진출을 가기 위한 경연의 진행 과정과 최종 본선에 오르면서 그들이 펼치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장면을 끝없이 보여준다.

 

 

애제자로 남길 원했지만 받아들여주질 않았던 유지 폰 호프만이란 스승에 대한 경도 외에 서운함, 그 가운데 가자마 진 이란 청소년의 때 묻지 않은 음악으로 하여금 음악이 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아야의 깨우침, 그리고 평범한 집안의 한 가장으로서 자신의 꿈을 뒤로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아가시가 평소에 느꼈던 음악에 대한 신조를 통해 이 책은 경연이란 장치를 펼치고 그 안에서 마음껏 자신들이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었던 음악이란 것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게 한다.

 

클래식 경연대회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이처럼 피를 말리는 과정이 있음을, 오로지 자신의 재능과 그 당시의 분위기와 체력의 안배, 곡 선정이라든가 피아노 조율사의 중요성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저자의 세세한 표현은 시종 부드러움의 극치를 보인다.

상대의 음악을 통해서 자신의 모자란 점을 알아내고 다시 다듬는 정신의 숙련 과정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알듯 모를 듯한 청춘들의 로맨스, 가자마 진이 펼치는 음악의 향연은 비록 책 속이었지만 독자로서 그 현장에 가보고 직접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표현은 압권이었다.

 

 

 

음악을 밖으로 꺼내어 나오라는 뜻, 스승 유지 폰 호프만과의 대화를 기억하며 스스로에게 어떤 음악을 표현할지에 대해 심사숙고를 하는 가자마 진이란 인물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부족함이 있었기에 그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집중력을 과시하며 연주할 수 밖에 없었던 과정들이 사뭇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음악이 주는 전개 과정이 하나의 맞물림처럼 이어지는 흐름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 하지만 굉장히 어려울 거야. 진정한 의미로 음악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음악을 가둬두는 건 홀이나 교회가 아니다. 사람들의 의식이야. 경치가 아름다운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다고 해서 ‘진정’ 소리를 데리고 나갔다고 할 수 있을까? 해방했다고 할 수 있을까? -p305

 

책을 통해 음악이 주는 기쁨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책, 바로 유지 폰 호프만이 말했던 가자마 진은 과연 기프트였단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경쟁도 사소한 시기심도, 질투도 그 어떤 모든 것도 넘어서 하나의 일체감을 불어넣을 수 있은 매개체라는 사실, 인간에게 과연 음악이 없었다면 무슨 낙으로 살아갔을까를 궁금해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경연 대회마다 연주하는 음악의 제목과 그 음악을 만든 음악가의 배경은 물론 특히 음악을 통해 하나의 그림처럼 묘사한 부분들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하나의 커다란 구상과 그 안에서 자유자재로 관객들을 이끌 수 있는 인간이 가진 힘, 거기에 자연의 소리인 꿀벌과 천둥처럼 몰아치는 피아노란 악기가 가진 그 괴력의 소리는 우아함의 극치였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읽으면서 저자가 상당한 조사를 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글 하나하나가 모두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 만큼 감동적인 책, 아니나 다를까 첫 구상으로부터 12년, 취재 기간 11년, 집필 기간 7년이 걸렸다고 하니 2017년 제156회 나오키상 수상작, 서점대상 2회 수상’이란 타이틀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처럼 책에 나오는 클래식을 찾아 들으며 읽었다.

그만큼 음악의 표현이 정말 궁금하게 만들었고 저자가 그린 문체의 세계가 음악과 맞는지를 알아보고 싶게 만들었던, 모처럼 귀가 호강한 작품이었다.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참을수 없는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역사라는 것은 승자에 의해 쓰였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들은 기본으로 삼아 알아간다.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하는 많은 사건들을 접할 때면 지금의 현실과 비추어서 비교하고 토론하고 그러면서 역사관을 갖추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의 심각한 부분들을 아주 쉽고도 재밌게 다루고 있다.

 

그만큼 역사란 말에 대한 중압감을 벗어나며 좀 더 가깝게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처음부터 이 책은 서양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이야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동양인과 서양인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거나 공통된 부분들을 갖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책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저자의 말처럼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읽어야 할  사건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역사의 한 부분을 다룰 때 이름이 붙여진 사건이나 날짜. 인물들에 연연하지 않고 그림과 연표, 심지어 그 흔한 지도도 없이 읽어 나갈 수 있는, 말하자면 저자의 책 제목처럼 세계사를 농담처럼 다룰 수 있게 한 점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렇다고 농담 따먹기 식의 이야기는 아니고, 예를 들어 14세기에 유럽인들을 공포에 몰아버린 흑사병, 인쇄기의 발명으로 인해 대중들이 갖게 되는 시대의 인식과 르네상스의 부활, 상식처럼 여겨지는 인간에게 음식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글들은 독일 최대의 부수 신문 〈빌트, 유수 매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는 경험이을 고스란히 녹여낸  책이 아닌가 싶다.

 

– “역사는 객관적 진실을 붙잡는 학문이 아니다.  역사란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관점으로 정리된 결과이다. 사실로 가득한 한 무더기의 서류철보다 동화 속에 더 많은 진실이 응축되어 있을 때도 있다.”

 

단숨에 살펴보는 46억 년의 이야기”는 간략하게 요약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큼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알아가는 세계사에 대한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 특히  ‘서양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를 논하는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들 중에는 종교를 빼놓을 수가 없는 만큼 바울의 업적을 높이 사고 있는 부분들은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개인’의 의미와도 비교해 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 대목이다.

 

세계사의 변화를 알고는 싶으나 부담을 갖는 독자라면 이 책 한 권으로 우선 시작해보는 어떨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다시 펼쳐서 읽는 재미도 있고 몰랐던 부분들은 이번 기회에 알아가는 재미도 주는, 다양한 주제에 걸맞은 저자의 시종 유쾌하면서도 가볍고 그런 가운데 진중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살아있는자수선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이승에서 태어나 저승을 가는 우리들의 인생에는 참으로 많은 굴곡들이 있다.

이별이란 말이 통칭하는 그 의미 안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연들이 있지만 특히 장기 기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삶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본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지방의 어느 의사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평소에 자신의 소신대로 서약했던 장기기증을 한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장기 기증 서약이란 말이 흔하게 들려오고 들어봤지만 이때만큼 큰 충격을 받은 적도 없던 것이 내가 알고 있던 장기기증의 범위에 관해서였다.

막연히 알고 있던 중요한 장기는 물론이고 이 의사는 생전에 뼈까지도 모두 기증을 한 상태란 점, 그때서야 아! 장기 기증에는 사망선고를 받은  목숨 전체가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랐다.

 

19살의 시몽 랭브르는 친구 2명과 함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핀을 즐기는 청년이다.

책의 표지에도 나와 있지만 파도의 강약의 세기와 심장의 높낮이를 드러내는 듯한 그림이 곁들여져 있기에 이 책에서 의미하는 바를 십분 느끼게 한다.

 

서핀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차 사고를 당한 채, 응급실에 실려온 시몽-

사망선고를 받고 곧바로 부모와 함께 의사는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섬세하게 다룬 문체가 시종 24시간을 그리고 있으며, 그 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연들을 지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자, 장기 기증 서약을 받고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는 의사, 금 같던 내 자식이 어느 날 한 순간에 식물인간 취급과 함께 장기기증자로 선택받는 과정을 겪는 부모들의 비참한 마음의 심정이 고스란히 내보인다.

 

– ‘개죽음은 아니다, 이건가요?
알아요. 다 압니다. 이식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누군가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린, 그게 시몽이란 말입니다.
우리 아들이요. 이걸 이해하겠소?’-157p

 

삶과 죽음은 종이장 한 장 차이라고도 하지만 막상 내 자식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이런 일들을 당하고 있다면 과연 나는 이런 수락을 흔쾌히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는 선뜻 내킨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내재해 있는 죽음에 관한 것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시몽의 부모처럼 자식의  죽음을 인정하면서 장기기증을 허락하기까지의 과정이 읽어나가기가 참 어려웠던 책이기도 했다.

 

책은 장기기증과 장기 기증을 수락하는 부모와 의사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진행 과정, 장기 기증을 받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게 그린 작가의 글이 시종 가슴을 울리게 했다.

 

한 생명의 죽음으로 인해 또 다른 삶으로 태어난다는 사실 앞에서 이 소설이 표현하는 내용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고, 또 그런 의미에서 장기 기증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다음 사람을 죽여라

다음사람죽이기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남미 문학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마술적 리얼리즘을 연상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들의 대표작들을 시작으로 떠오르는 연상이 바로 이러하고 이러한 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이 작품으로 인해 그런 각인된 시선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도 싶은  작품을 접했다.

 

스릴, 추리물. 특히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심리를 주제로 다룬 책들은 어떤 활발한 활동의 범위가 아닌 지극히 한정된 공간 안, 내면에 감춰진 그 어떤 것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충격과 반전, 그리고 액션 지향의 활자가 아닌, 그러면서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의 포인트를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주인공 테드는 아내와 딸을 놀이공원에 놀러 가게 하고 집안에 홀로 남아 자살을 이행하려고 한다.

권총을 집고 자신에게 쏘려는 순간 누군가가 계속 문을 두드리며 자살을 방해한다.

 

문을 열고 보니 린치란 남자가 있었고 그는 자살을 하느니, 누군가를 당신이 죽여주면 또 다른 누군가는 당신을 죽여줄 것이다.  이런 제안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실 나 스스로 자살을 해서 가족들에게 실망을 안기느니 차라리 누군가에 의해 죽는다면 남은 사람들에게 상심의 고통은 덜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테드-

 

 

린치의 제안을 받아들여 두 사람을 죽이게 되고, 그 이후 자신에게 올 그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데, 이야기는 전혀 뜻밖의 진행상황을 거치며 독자들을 어지럽게 만든다.

 

이러한 전개의 과정이 테드가 만들어 놓은 환상이란 점, 테드를 상담하는 의사 로라의 주도하에 그가 감추고 있는 진실에 다가서면서 그가 왜 이토록 괴로워하는지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게 된다.

 

책은 인간의 의식 속에 숨겨진 자신만이 알고 있는 끔찍한 기억을 간직하기보단 피해보려는 의도적인 행위와 그 행위를 통해 과연 테드에게 벌어진 일들은 어떤 것이 진실이고 환상에 그친 부분들은 무엇인지를 도통 헷갈리게 하면서 책의 흐름을 제대로 짚고 읽어나갔나 하는 의심마저 부여한다.

 

테드가 보았던 주머니 쥐의 출현, 과연 아내와 자신이 죽인 자인 웬델과의 불륜은 사실인지, 린치가 말한 사실대로 실행에 옮겼지만 정작 린치란 사람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의 도입 부분부터 강렬하게 와 닿았지만 이토록 반전과 반전, 미리 이런 류의 책들을 통해 대강 진행의 예상 정도는 하고 읽지만 이 책은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읽어보면서 같이 의논을 하고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하는 책들은 드문데, 이 책은 그런 범주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리뷰를 쓰는 데에 있어서 스포를 하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했다.

(독자들이 상상하는 그대로의 예상을 허무는 반전의 맛을 즐기시라고~)

 

 

저자가 오랜 구상 끝에 다듬은 글의 진행이 확실히 인상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작가 미쓰다 신조가 말했듯 ‘독자의 모든 예상을 가차 없이 배신하는 소설’이라고 했던 말이 결코 그저 허투루 한 말이 아님을 증명해 준 책이다.

 

첫 구절을 읽는 순간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심리 스릴을 원하시나요?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단연코 압권이라고 추천할 수 있는 책에 한 표를 던질 수 있게 하는 책, 여러분도 지끈하고 무더운 이 계절을 잠시나마 탈피하고 싶다면 기억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가는 테드와의 여행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