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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방에서…

옷의시간들 저자 김희진 출판사 자음과모음(구.이룸)(2011년04월29일)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

내감정의주체할수없는허전함이나감정통제를어디다하소연하고싶을때옷장에서빨것이없는지,살펴보고일단끄집어낸다.

그런다음옷을대상으로삼아서내가하고싶었던말이나감정의폭발선을옷들에다가쏟다보면어느새나의맘도정화가되고깨끗해진옷을보고있노라면순수한정화마저느낀다.

‘세탁기가고장났다’란구절로시작되는이소설은사립대학도서관사서로일하는28살의불면증을겪고있는오주다.

도서관에서불어전공을하던남친을만나면서자연스레자신의원룸에남친이사용하던세탁기가들어오게되고관계를이어가다가어느날남친의이별통보를받는다.

빨래감속엔그가남기고간티셔츠두벌이있고가구를여기저기옮겨서새로운환경에적응을해가던중이웃에살고있던31살의조미정이란여인과대화를나누게된다.

그녀의일은뭐든지수집하는여자-

단순한10원짜리동전도모으고세상에무심코지나쳐버릴수있는사소한것도수집하는여자다.

세탁기사용을하게해주겠다는말만믿고있던오주는그녀의오랜부재를견디다못해서가까운빨래방을두드리게된다.

머리에머리띠를하고우울한표정의묘령의남자는9번의세탁기만사용하다보니은연중빨래방을사용하던사람들중엔당연히그가임자라는암묵적인동의의질서가정립이되고초면인오주에게빨래방사용법을알려주던전직카피라이터였던34살의조미치란여인을만나면서그곳의세계로빨려들어간다.

미치와의내기로9번세탁기를사용하는남자의입을열게하잔내기에자신도모르게행동을옮기게된오주는자신도모르는사이에그에대한알고싶단생각을하게되고,미정의힌트로그를웃게만드는데성공하면서자연스런대화를하게된다.

일주일에한두번빨래방에가게되면서미치외에전직교수를했다고하는콧수염아저씨,박구도라불리는구질한중년아저씨를알게되면서그들과자연스런삶의체취에녹아들게된다.

결혼한친구로부터세탁기를받게되지만자신도모르게빨래방을찾게되는오주는어느날우울한청년-9번세탁기를사용하는그에게서사연을듣게되고그를자신의원룸에같이오게되지만세탁기를발견한그에게오히려빨래를하러와도되냐는물음을받게되면서새로운만남에설렘을가지게된다.

하지만그는끝내빨래방에도,자신의원룸에도나타나지않고알고있던아저씨들도자신들의새로운터전으로간다.

빨래방엔세여자-

모드세탁기를갖고있는,오주,미정,미치만오롯이남아서새로운만남을가진다.

담백한소설이다.

제목자체로도딱어울리는옷들의시간-

옷을통해서사랑하는사람과만남,이별,다시새로운사람들과의만남을통해서본현대인들의고독과사랑에대한얘기를빨래방이란공간을소재로다루었다.

빨래방은한번도이용해보지않아서잘몰랐던사용법이라든가,그곳에서도보이지않는터줏대감식의사용권,각기다양한사람들의직업을통해서본세상의이야기를나열한것이인상적이다.

고장난중고세탁기를들여옴으로써남친과의사랑이지속되었지만자신의불면증에지친남친은결국떠나가면서옷두벌을남기고간다.

하지만이옷두벌은또다른새로운인연에게갔으니바로박구도아저씨-

그것을입고서좋아하는아저씨의모습포착은그것이비록낡은옷이라할지라도그에겐새로이맞는만남을연상시킨다.

자신에게도이젠세탁기가생겨서굳이빨래방에가지않아도되건만우울남최주원이란사람에게끌린오주자신은자기도모르게그를만나기위해빨래방을이용하는모습에선또다른사랑의시작을알리는설렘을가지게한다.

하지만이마저도아무런말도없이떠나가버린그의존재에대한쓸쓸함이비쳐진점에서그의첫만남의매개역할을했던수면양말또한이별을고하는뉘앙스를준다.

"사람과사람이맺어가는관계라는건우리가입고있는이옷과같다네.옷은결국우리곁을떠나게돼있지.작아지고커져서,혹은낡아지고닳아져서떠나게돼.취향과유행에맞지않아서도떠나게되고말이지.태어나서죽을때까지입을수있는옷이란없다네.관계라는것도그와마찬가지야.”-p.123

위의아저씨말처럼우리의인생에서사랑이란것도어쩌면옷의기능과같을지도모른단생각을하게한다.

만남이있다면이별도있고,상처의쓰라림도시간이흐르면흐릿한옛기억속으로기억되듯이말이다.

다시모인3인방의세아가씨의만남은그래서또다른작은흥분을일으킨다.

어떤또다른새로운사람들이빨래방에또다시방문해서이들과의만남을이어갈지기대를하게한다.

책을읽어가면서도내내입가에미소가번지게하는작은울림이있는,젊은작가의필치가새롭게각인이되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