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난초 한 송이는 누가 그려넣을 것인가?
연암박지원을필두로연암결사라고불리는사람들이있었으니바로서얼출신들이대부분인박제가,유득공,이덕무외에박지원의든든한후원자요,뜻을같이한홍대용,이서구(양반출신)가바로그들이다.
때는정조시대를기반으로정조가실지왕으로군림하기이전부터북학에대한관심과청의문물을체험함으로써백성들의안위에대한실제경제활동에그역점을둔사람들이었다.
자신을아끼는장인과장인의형제로부터학문을배웠던박지원은신분을벗어난세대를앞선사람들과의교류로자신의성장에밑거름을마련하며,잇따른소설을펴내게되고,박제가와같은이들과교류를통해서스승과제자의긴밀한유대를이어나간다.
영조는왕권을당시당권을지고있던신하들로부터지키기위해서당쟁에희생이되어야만했던자신의아들세도세자를죽여야만했던암울한시대상황,뒤주에갇힌아비의죽어가는모습을봐야했고끝없는자신의목숨을위협해오는세력들로부터벗어나기위해도장파는일따위에몰두하는척해야만했던정조의자신지키기는하루하루가숨막히는날이었다.
자신의학문을맡게된홍대용으로부터비로소그의진면목과자신의뜻이일치함을느끼게된정조는그가추천한연암결사대의사람들과그들이뜻을알게되고먼훗날을위해서후일을기약하게된다.
하지만왕위에오르고서도벽파와시파간의견제,규장각의권위를한층넓힘으로써이들을견젠키위해서남인들과서얼출신들의과감한기용은점차자신의뜻대로움직일듯보이지만이들을시기하는사람들로부터북학파를보호하기위해서먼타지로여러차례관직으로내보내는고충이따른다.
아버지의묘지르옮기는과정에서자연스레수원화성의축성얘기가흘러나오고정약용으로부터도성설계를의뢰하면서수도천도의뜻을옮길기회를엿보게되지만이마저도갑작스런승하로그들의꿈인천도의꿈은물거품이된다.
“내게는미쳐서죽음을당했다는아비와,남편이나아들보다는친정집안의안위를먼저걱정하는어미와,혈손마저죽여권세를잡아흔들려는외할아비와,출신성분때문에평생자학으로살아온할바마마와,공부를잘하면오히려눈을부릅뜨는스승들만있으니….”
세손의눈에눈물이글썽였다.
미친병에걸렸다는모함을받고죽은사도세자와,외척세력을형성한어머니혜빈홍씨의가문,그리고강설을한다는미명아래세손의동태를감시하고있는김낙임같은벽파계의강사들을일컫으며한탄했다.
“그래도괜찮소.계방같은이가곁에있으니,그러니아직은살아갈만하다오.”
조선왕조500년역사에서수도천도라는대역사를앞두고그뜻을이루기전에부스럼이란병이악화가되면서실질적실록편찬에참여한벽파에의해서완전한진실이묻힌불운의왕이라고할수있다.
자신을둘러싼끊임없는위협에자신도살고왕조의권위를되살리면서백성의실생활을염두에둔정치적인활동의영역은위의대사처럼사각지대의위험에둘러쌓인채홀로결실을거두어야만했던왕이었다.
이용후생,실사구시란구체적인실경제생활철학을염두에둔북학파의출현은마치가뭄에단비를내리는역할을했기에정조의뜻을이루기위한오랜기간의밀사성격의모임과그뒤의계획실천은아마도상상컨대조마조마한줄타기였을거란짐작을하고도남게한다.
정순왕후의수렴청정과그뒷세력인외척의비등해진세력,규장각과영조의대를이은탕평책까지그모든것을아울러서견제를하고자남인의세력을키웠지만남인들이서학이란천주교를받아들이는과정에서정치적으로이용해뿌리를내릴려는과정이서로부딫쳐진퇴양난에빠진정조의개혁은그래서안타까움을준다.
정조의승하뒤피비린내나는천주교도의박해사건과모든정치를다시과거로되돌리는벽파의세력대두,다시정순왕후를견제하기위해견제를하고자이용했던김조순과박씨가문의세력대두는역사의한장면으로봤을때정말불행한시기란생각이들게한다.
뒤늦게다시북학파의빛을보는가싶은이들의행보는정순왕후의죽음,뒤이은순조,효명세자의죽음으로이어지더니개혁파의김옥균까지그세를이어가지만현실의시류는이들을그냥놔두지않는비극을선사한다.
멸망한명에대한그릇된과거에집착한향수에서오는앞일을보지못한사람들,청과의문물을받아들임으로써다시금굴욕적인일을겪지않겠다는각오를다진북학파의현실성있는경제이해는이들이서로반목하고이어서서학을받아들이는과정까지겹쳐진혼란의시기였음을작가는그시대의반영을잘드러내주고있다.
귀향간박제가를스승으로모시고있던추사김정희가스승을찾아가면서과거의회상식으로북학파와정조간의일을구술하는식으로엮어진총3권의이책에서정조의이해되지않는죽음,박제가,유득공의행방에대해서당시의실록자체에솔직한얘기가들어있지않기에더욱이시대의안타까움과사실을알고싶단생각이들게만들었다.
칼을쥔자가쓴역사를정사라고부른다는저자의말이이처럼가슴에와닿은적은없는것같다.
비록나라의안위를위한다는구실로정조의정치에반대한노론의벽파와시파,남인들의세력다툼을제쳐놓고서라도만약정조가영조처럼오랜수명을다한채자신의뜻대로천도를이뤘다면지금의대한민국은또다른모습의국가모습이되지않았을까하는상상을해본다.
기존의세력을견제하면서도일찍이앞날에대한생각의뜻을같이했던북학파의못다핀난한송이의그림은그래서지금도우리에게여전히그려나가야함을일깨워주는것은아닐까하는생각도해보게된다.
책제목은왕의눈물이지만실지본내용중절반이상이연암박지원의행로를보여주는형태를취하고있어서박지원일대기로읽힌단점이단점으로도보이지만정조가하고자했던이상의정치실현에대한고뇌는다시한번역사앞에서먼훗날심판을받게된다면과연어떤자세로임해야하는지에대한위정자들의모습을보여주는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