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인연은 운명? 그 흔하디 흔한 사랑이란 말 속엔…
호순은이상한결혼식을했다.
24살의나이에만난유부남과는근30여년의세월을두고만남을가져오면서,그의두번째부인인방여사가병으로별세하자,절에서초대한사람없이콩볶듯이한복차람으로서로간략하게치른식이었다.
그리고그의집으로들어간날-
그녀는정말로내가사랑한사람이이사람이었나를의심하게되는한남자를보게된다.
첩첩히쌓인이중,삼중으로된문은자물쇠가채워져있었고,그문을들어갈때마다남자는열쇠를가져와열어준다.그리곤집안에채광이란채광은모두차단한채,커튼이드리워져있고,그의첫부인과의사이에낳은다섯자식들에게제대로소개조차하지않은채,그저아버지의여자로데면데면,아니면모른채로넘어가는세월이시작된다.
집안에뭐가들어있길래오랜세월당신이가꿔어온모든것을도둑맞을까,도우미아주머니외에잠을자지않고집을지키는아주머니까지두는그의전혀이해하지못할행동속에그녀는그와의부부로서의인연을하나의운명이란생각에살아갈것을결심한다.
첫번째부인과의이혼이쉽사리진행되지않은상태에서고스란히다섯아이를거둬들였던두번째부인,또한유부녀상태에서어렵사리결혼생활을하던차에이둘의관계를알게되면서두여자사이는미묘한어떤기류가흐르게된다.
하지만남자는말한다.
그래서그녀는3년간의짧은결혼생활동안자신의모든활동을하고싶고나가고싶은맘에도여전히자신을구속하고관찰하는남편곁에서자신의결혼관을굳히며살아간다.
오로지정원의나무와잡초들을뽑아내는일과를거치면서…
한편으론그토록같이있고싶고같이살아가고싶었던남편의인색한돈씀씀이와나이차가많은것에서오는타인의시선과자신과의괴리를여실히느낀다.
우리나라의많은작품을남기고타계한김동리와서영은작가의사랑이야기는유명하다.
신문에서봤던기사도생각나고,많은나이차를넘어서문학으로같은생각을공유하고서로간의사랑으로결실을맺었던이야기의기사는아직도기억에남는다.
이책은서영은작가가남편이타계하고자신의감정을추스리고철저히제3자의시선으로바라볼수있는느낌을써내려간자전적인소설이다.
자전적이라고한만큼솔직한그녀자신의결혼생활을글을통해서풀어나간그녀의이야기는우리가드라마나,영화에서보는것같은두남녀주인공의뜨거운사랑의대사가아닌묵직한사랑의이야기다.
하지만이런묵직한사랑도세월의흐름과두번째부인과자신과의어쩌면모녀지간이라고생각될만큼서로간의생각과미안함,그리고남편에대한부인의생각을그녀자신이듣게되면서같은처지이되또다른사랑의방식으로그와의결혼생활을펼쳐보인다.
근짧은3년의결혼생활에서남편의뇌졸증은그녀의입지를더욱확고히확인시켜주는결과를보이고만다.
의식잃은남편곁에서얼굴을처음본친척들,자식들,의사들,그런자들의결정으로남편의치료와간호가결정이되는순간을맞이하면서그녀는남편에게소리없는외침으로말한다.
불가에서말하는인연은옷깃만스쳐도전생에여러번의만남이있어야한다고한다.
그가운데부모와자식간의인연은말할것도없거니와부부간의인연도더욱그러하다고한다.
나이차가많고적음을떠나한때는그의곁을떠날결심을하고연락을두절한상태에서찾아온그에게따귀를맞으면서그녀는사랑의확인이아닌운명임을깨닫고그와의사랑을이어가지만현실속의그는완고하면서도나약하며,인색한남자이면서그녀의자리를확신시켜주지못한유연한남자였다.
그럼에도그녀는끝까지운명적인사랑을짊어지고갈것을결심,모든것을그의중심으로살아갈것을결심하지만사랑이란둘레에는이마저도허락지않은채,그찬란했던꽃들은세월이흐르고시간이지남에따라타인의눈으로보게되는시선까지흘러내렸다.
시종담담하다못해남의일보듯그려나간이야기자체가아무리시간이흘렀다해도쉽지만은않았을터인데,작가의감정을배제한채최대한그려낸이야기여서그런지더욱사랑이란말과부부간의사랑,운명,주위의시선들을다시돌아보게한다.
진정으로사랑했기에그모든긴세월을견뎌내고살아왔던결혼생활을통해작가의작지만소리없는강한울림을주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