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거리에서세트
저자
오쿠다히데오(HideoOkuda)
출판사
민음사(2014년02월28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지방소도시시립제2중학교2학년B반의학생이자테니스부에서활동중인나구라유이치의엄마로부터학교에전화가걸려온다.
아들이아직하교를하지않고있는데,혹학교에있는지알아봐달라는부탁-
이지마히로시선생은학교주위를돌아보다테니스부를들러보면서테니스부지붕과그옆의우뚝서있는은행나무를주시,은행나무밑에어떤물체가있는것을발견하게된다.
이미죽은시신으로발견이된나구라의죽음을둘러싸고학교의선생들과당사자인부모,그리고나구라와같이어울려놀았던같은부친구인4명이주목된다.
보통가정의부모를둔이치카와겐타와이혼후엄마와살고있는사카이에이스케,외할아버지가지방의원인후지카가즈키,또다른친구인가네코는사건당일나무라와같이지붕에올라갔지만다시내려와나무라만남겨둔채모두집으로향했단진술을한다.
하지만편의점CCTV의동영상과나무라의사체부검에서나온등뒤의꼬집힌자국을토대로지방경찰서에서의취조는이사실을아이들이인정하면서법적인테두리에의한나이를기준으로두명씩갈라져한그룹은자칫하면소년원에가게될상황이고,나마지둘은나이의제한에걸려아동보호소에관찰을받게된다.
자,그러면과연나무라의죽음을타인에의한지시로내린죽음인가,아니면실수에의한사고사였나를두고각기다른처지를맞은가해자와피해자인부모와학교,경찰서,검사,지방기자들간의특종보도경쟁으로모든시선이분산이되어지면서이이야기의본격적인흐름이시작된다.
아무리사건이심각하다해도일단은내자식을우선시하고보는부모의심정이가해자인부모입장에서피해자의부모를바라보는시선,외동아들을다시는볼수없다는절망에쌓여이원통함을밝혀줄것을,진실을알고싶어하는피해자의부모입장이첨예하게대립한가운데긴장감이흐르면서독자들의시선을놓아주지않는다.
부모의입장에선결코내아들만은그럴리가없다는,왕따를시킬만큼모질지못한성정을갖고있단확신과함께자식을잃은유족의마음은이해는하지만그렇다고무리한요구를한다는생각이겹치면서이사건은부부간의사이도틀어지게만들고,남편없이사는이혼녀의입장에서세상살이를살아가는어려운점,권력의구심점을갖고있는것을빌미로변호사선임과정과변호사의안하무인격인말투,어떻하든이사건의결말은사고가아닌왕따로인한죽음이벌어졌다는것으로결론을지어낼욕심으로심증은있으나,물증은없는답보상태의경찰서간의시선이이어진다
같은학교안에서도뚜렷한해결대책이없는가운데자신의의견을관철시키는부류와좋은것이좋은것이라고유족의뜻을거스르지못하면서쩔쩔매는교장과교감의마음,소지방이다보니부유한포목점외동이었던나무라의집안을결코모른척할수없는이해상황이맞물리면서부모가자식을바라보고기대하는심정들의묘사가두드러지게드러난다.
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정작당사자인학생들은무엇이중요한사안인지,친구가죽은사실은큰충격이지만솔직한답변을원하는경찰과검사,선생님의바램을제대로이해를하지못한채침묵으로일관한다.
왜나무라가왕따를당해야했으며,이런나무라를보호하려고까지한에이스케의생각을제대로읽지못한나무라의행동,자신이당한것을고스란히1학년에게했던나무라의행동까지,어찌보면중학생의시절은그야말로제대로성장의발판이이루어지지않는시절이기에이런일들이가능한것이아닌지하는생각이든다.
어른들이보기에심각한사안도중학생의눈엔그저장난이고,치기어린자부심과자존심이며,왕따를당한것을보고도모른척외면하는과정자체가방조자의일환인것을모르는존재로비쳐진다.
배가침몰할때가장먼저달아나는사람은되지말래.-P243
부모로서자식을향한사랑은끝이없다.
그것이설령잘못된일을저질렀다하더라도부모는자신이낳은내핏줄이기에용서라는말자체도성립이안될뿐더러오로지그저내자식만은절대로그런일을할사람이아니라고믿고보는그런마음의성향에서자식들은자신의방에갇혀말안하기일쑤고,부모도내자식의생각을제대로알고지내지못한단사실이실감있게다가오는책이다.
나만살자고이기심을버리란교훈을준부모는그대로받아들인자식으로인해,답답한맘과일말의배신당하는끝부분이강하게다가오지만,나무라의죽음을둘러싸고누가죄가없다고말할수있을까?를묻는다면,전혀없다고는말하지못하는비극이이책엔들어있다.
공중그네를통해특유의유머를발한작가의글을기대한이책은오히려왕따,이지메란단어를다시떠올려보게함으로써내자식과올바른소통을이루려면어떻게해야하는지,문제의심각성을토대로아이들수준에서바라보는어른들의책임감있는교육적인지도는무엇인지,여전히한인간이성장하는데에있어서어렵게만느껴짐을다시한번일깨워준책이다.
꽃들은어디로갔나
저자
서영은
출판사
해냄출판사(2014년02월05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호순은이상한결혼식을했다.
24살의나이에만난유부남과는근30여년의세월을두고만남을가져오면서,그의두번째부인인방여사가병으로별세하자,절에서초대한사람없이콩볶듯이한복차람으로서로간략하게치른식이었다.
그리고그의집으로들어간날-
그녀는정말로내가사랑한사람이이사람이었나를의심하게되는한남자를보게된다.
첩첩히쌓인이중,삼중으로된문은자물쇠가채워져있었고,그문을들어갈때마다남자는열쇠를가져와열어준다.그리곤집안에채광이란채광은모두차단한채,커튼이드리워져있고,그의첫부인과의사이에낳은다섯자식들에게제대로소개조차하지않은채,그저아버지의여자로데면데면,아니면모른채로넘어가는세월이시작된다.
집안에뭐가들어있길래오랜세월당신이가꿔어온모든것을도둑맞을까,도우미아주머니외에잠을자지않고집을지키는아주머니까지두는그의전혀이해하지못할행동속에그녀는그와의부부로서의인연을하나의운명이란생각에살아갈것을결심한다.
첫번째부인과의이혼이쉽사리진행되지않은상태에서고스란히다섯아이를거둬들였던두번째부인,또한유부녀상태에서어렵사리결혼생활을하던차에이둘의관계를알게되면서두여자사이는미묘한어떤기류가흐르게된다.
하지만남자는말한다.
"사랑은목숨같은거야.목숨을지키려면의지를가져야해.그사람에게고통을준다고생각하지말고,니목숨을지킨다고생각해라."-p68
그래서그녀는3년간의짧은결혼생활동안자신의모든활동을하고싶고나가고싶은맘에도여전히자신을구속하고관찰하는남편곁에서자신의결혼관을굳히며살아간다.
오로지정원의나무와잡초들을뽑아내는일과를거치면서…
한편으론그토록같이있고싶고같이살아가고싶었던남편의인색한돈씀씀이와나이차가많은것에서오는타인의시선과자신과의괴리를여실히느낀다.
-삼십년의나이차이는일상깊은한곳곳에숨어있었다.그녀는무엇을이루기위해시간을써야하지만,남편앞에놓인시간은’무엇을하기에도아까워,그냥지켜보기만해야할만큼’절박한것이다.그래서그녀는자기시간을’둘로허리내어’남편이아까워하지않을시간을많이만들어주고싶었다.-p240
우리나라의많은작품을남기고타계한김동리와서영은작가의사랑이야기는유명하다.
신문에서봤던기사도생각나고,많은나이차를넘어서문학으로같은생각을공유하고서로간의사랑으로결실을맺었던이야기의기사는아직도기억에남는다.
이책은서영은작가가남편이타계하고자신의감정을추스리고철저히제3자의시선으로바라볼수있는느낌을써내려간자전적인소설이다.
자전적이라고한만큼솔직한그녀자신의결혼생활을글을통해서풀어나간그녀의이야기는우리가드라마나,영화에서보는것같은두남녀주인공의뜨거운사랑의대사가아닌묵직한사랑의이야기다.
하지만이런묵직한사랑도세월의흐름과두번째부인과자신과의어쩌면모녀지간이라고생각될만큼서로간의생각과미안함,그리고남편에대한부인의생각을그녀자신이듣게되면서같은처지이되또다른사랑의방식으로그와의결혼생활을펼쳐보인다.
근짧은3년의결혼생활에서남편의뇌졸증은그녀의입지를더욱확고히확인시켜주는결과를보이고만다.
의식잃은남편곁에서얼굴을처음본친척들,자식들,의사들,그런자들의결정으로남편의치료와간호가결정이되는순간을맞이하면서그녀는남편에게소리없는외침으로말한다.
-당신이자식들에게비겁했던만큼,세상에비겁했던남큼,당신인생에있어가장위급한때에당신곁을아내란이름으로,불꽃같은의지와사랑으로,지켜줘야할아내의입지가참으로구차스러워졌다는사실을?-p281
불가에서말하는인연은옷깃만스쳐도전생에여러번의만남이있어야한다고한다.
그가운데부모와자식간의인연은말할것도없거니와부부간의인연도더욱그러하다고한다.
나이차가많고적음을떠나한때는그의곁을떠날결심을하고연락을두절한상태에서찾아온그에게따귀를맞으면서그녀는사랑의확인이아닌운명임을깨닫고그와의사랑을이어가지만현실속의그는완고하면서도나약하며,인색한남자이면서그녀의자리를확신시켜주지못한유연한남자였다.
그럼에도그녀는끝까지운명적인사랑을짊어지고갈것을결심,모든것을그의중심으로살아갈것을결심하지만사랑이란둘레에는이마저도허락지않은채,그찬란했던꽃들은세월이흐르고시간이지남에따라타인의눈으로보게되는시선까지흘러내렸다.
시종담담하다못해남의일보듯그려나간이야기자체가아무리시간이흘렀다해도쉽지만은않았을터인데,작가의감정을배제한채최대한그려낸이야기여서그런지더욱사랑이란말과부부간의사랑,운명,주위의시선들을다시돌아보게한다.
진정으로사랑했기에그모든긴세월을견뎌내고살아왔던결혼생활을통해작가의작지만소리없는강한울림을주는책이다.
-‘사랑은밖에서찾아오는길과안에서찾아나가는두길이있다.안에서찾아나가는사람은절대로,밖에서찾아오는길을걸어나갈수없는것이다.’-p205
스스로책임진사랑의결실을담담히내뱉은말들이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