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6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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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로키언

셜록

 

셜로키언
그레이엄 무어 지음, 이재경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어린 시절을 더듬어보면 추리 소설의 재미를 준 책이 바로 셜록홈즈와 루팡 시리즈였다.

창과 방패처럼 각 캐릭터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에 접했던 기억들은 이후에 두고두고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의 일 순위로 꼽힌다.

그런 만큼 전 세게적으로 홈즈나 루팡에 대한 사랑은 아마도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미테이션 게임이란 영화의 각색을 맡고 상을 탔다는 실력이 이 책을 통해서도 현저히 느낄 수가 있다.

 

셜록홈즈란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에 걸맞은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자 코난도일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를 우리들은 상상해보지만 이 책에 나오는 코난도일은 우리의 그런 기대를 허물어버린다.

 

자신이 썼지만 오히려 원저자가 코난 도일인지 셜록홈즈인지, 셜록홈즈가 실제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이 될 만큼 오히려 자신의 명성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게 된 피로감에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미워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팩션이라고 밝힌 만큼 이야기의 주류는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마치 한 인물의 일대기를 보는 듯한데, 저자는  1900년대 코난 도일과 2010년대 해럴드 화이트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코난도일은 자신의 생활을 일기장에 적을 만큼 매사에 철저하고 꼼꼼한 사람으로서 자신보다 12살 위인 브램 스토커와 가까운 사이로 지내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홈즈를 모리아티 교수와 대결을 펼치면서 홈즈를 죽이게 되고, 그 이후 꾸준히 홈즈에 대한 부활을 바라는 팬들을 뒤로 하고 그는 이사를 하게 된다.

 

한편 2010년대의 셜록에 대한 사랑을 현실적인 단체모임으로 만든 셜록키언들은 자신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절차조차도 보안에 신경 쓸 만큼 철저한 비밀에 쌓인 운영을 하는데 오래전부터 이 단체에 가입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로 헤럴드는 드디어 이레귤레스의 회원이 된다.

 

코난도일의 사후 그가 남긴 유물 중 유독 한 시기에 대한 일기장이 빠져있고 이 일기장의 행방을 찾기 위해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런데 이레귤레스 회원인 알렉스가 드디어 일기를 발견했고 그 발표를 한다는 날, 그는 호텔에서 죽은 채로 발견이 된다.

 

누가, 왜,  일기장의 행방은 어디에?….

 

코난 도일 또한 자신의 집에 배달된 폭탄 배달과 그 안에 담긴 신문의 내용에 적힌 한 여인에 대한 미제 살인 사건을 대하게 되고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을 죽이려고 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자신이 직접 수사에 뛰어든다.

 

시간상의 텀을 두고 두 인물들이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해  탐문 수사를 벌이는 과정은 셜록홈즈와 왓슨이 콤비로 나왔듯 이 책에서도 코난도일과 크램 스토커, 헤럴드와 신문기자 세라와의 조합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셜록홈즈가 나왔던 각 책들에서 대사의 내용들을 발췌하고 그대로 수사 과정에서 대사를 할 만큼 셜록키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헤럴드의 집요한 추적 방식, 코난도일 자신이 만든 홈즈에 대한 미움이 오히려 자신이 수사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홈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입이 재미를 준다.

 

일기의 행방은 과연 어디에 있으며 누가 그런 짓을 했어야만 했을까?

이 책 안에서는 셜록 자체가 나오지 않고 원작자와 셜록을 좋아하는 마니아의 결합이 서로 연관이 있게 교묘하게 맞물린 상태로 이끌어 가는 저자의 글 방식이 눈길을 끈다.

 

실제 벌어졌던 일들을 근거로 공백기에 해당되는 원작자의 일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그것을 다시 현대로 연결 지어 매듭을 짓는 과정들이 이런 재미로 책을 읽게 하는구나를 느끼게 해 준다.

 

추리소설의 재미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 범인이 남긴 현장에 대한 단서를 중심으로 탐문과 범인에게 가까이 접근하기까지 숨죽이며 글의 행간을 읽는 행복을 느끼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책의 내용들 중 코난도일이 느끼는 추리소설만의 강점과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만큼 셜록홈즈의 탄생과 인기가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르는는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코난도일, 자신의 사랑이야기와 실제 런던 경시청에 한 때 수사를 도왔던 경력이 있는 사실을 이용해 그려낸 작품인 만큼, 저자가 뒤편에 밝혔듯이 줄리언 반스가 쓴 ‘용감한 친구들'(국내 제목)과 같이 읽는다면 그의 생애중 한 부분인 이 책에 대한 내용도 이해를 쉽게 도울 수 있을 것 같고,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면 시대를 뛰어넘은 두 인물들의 조화가 재미를 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셜록홈즈의 세계로 들어온 것을 환영받았단 느낌과 함께 다시 읽었던 책들을 집어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