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윌리엄 래시너 지음, 김연우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월
술을 좋아하지 않기에, 정확히 말하면 술 맛을 모르기에 술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격한 운동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일을 하고 난 후에, 또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마시는 술맛은 그야말로 기막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럴 때의 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때 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느낌도 훨씬 다르게 다가올 것이란 추측은 가지만 말이다.
특히 칵테일의 종류는 더군다나 더욱 모르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종류는 이렇게도 많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책의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바텐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특이하게 춤과 함께 술에 들어가는 다양한 종류를 섞어서 여러 가지 아름다운 빛깔과 조화를 이루며 때론 손님의 말 상대로, 때론 손님의 분위기를 파악해가며 알맞은 술을 내놓는 것을 본다.
그런 만큼 이런 바의 분위기를 이 책에선 더욱 느낄 수가 있는데, 저스틴의 직업이 바로 바텐더다.
전도유망한 로스쿨 학생으로서 법조계에서의 일을 희망했던 그였지만 자신의 앞에서 엄마가 살해된 채로 발견된 모습을 본 이후론 그의 삶은 180도로 변한다.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정신병원에도 있었던 아픔, 법정에서 바람을 핀 아버지를 범인으로 지목한 후 형과의 관계도 예전처럼 회복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다 바텐더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삶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수양의 일환은 ‘티벳 사자의 서’란 책을 통해 고요함을 유지하고 조깅을 하는 것일 뿐,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인에게 조차도 거리를 두는 남자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팔에 문신이 가득하고 틀니를 덜렁거리며 다가온 남자가 있었으니, 늙은 버디 그래클이다.
엄마를 죽인 범인은 자신이며 애꿎게 아버지만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 자신에게 부탁만 한다면 자신이 죽인 너의 엄마를 죽이게 만든 명을 내린 실체를 찾아주겠다는데….
살인의 현장에서 목격한 가족의 죽음은 한 가족의 해체를 의미했고 이후 엄마의 죽음을 사주한 사람이 아버지가 진정 아니었나? 하는 의심의 시작이 다시 사건을 파헤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2015년도 에드거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답게 짧은 챕터 안에 들어있는 칵테일의 제목은 그 내용의 분위기와 거의 일치하는 느낌과 함께 독자들도 스스로 정말 자식으로서 아버지와 그 남자의 불륜 상대를 보고 엄마의 죽음 이후 아버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자연스럽게 옮기게 됨을 이해하게 함과 동시에 범인은 누구일까를 궁금하게 만든다.
엄마의 살해 뒤에 아버지와 대면하는 교도소 안에서의 면담을 통해 스스로 얼마나 이러한 사실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는지 비로소 눈을 뜨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사람들의 얽힌 사건 전개들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이 소설에서 보이는 가족 간의 이해관계와 단절, 그리고 아버지의 불륜녀 애니 오버마이와의 사랑, 엄마의 첫사랑의 아내를 찾아가는 과정과 연이어 살인이 계속 일어나고 이와 연관되어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 사랑과 질투, 검사로서 자신의 법정 확정이 정당 했는지에 대한 고민, 끝에 가서야 밝혀지는 범인의 실체는 책의 진행 과정상 허를 찌르는 면을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란 무엇일까?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면담을 거치면서 다시 느끼게 되는 무언가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 무죄의 확정을 받길 기다리는 아버지의 뜻을 알아버린 아들로서 겪는 심정이 어둡고도 침침한 불빛이 사방에 드리워진 바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서양인으로서 동양의 선(禪) 사상을 비추는 대목들이 눈에 띄게 들어오는 것이 저자의 실제 아버지의 삶 모습을 일부 반영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들끊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미 과거로부터 비롯된 모든 일들을 헤쳐 나가는 정신 수양으로서 저스틴을 지탱했던 그 모든 것들이 범인의 실체를 본 순간 무너져버리는 모습들은 약한 인간의 마음속에 스스로 무장을 하고 살아간다고는 했지만 진실 앞에선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의 모든 기복을 보인 한 청년의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오게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한 말이 있지만 사건의 범인을 알아버린 지금, 과연 저스틴은 그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게 될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서도 이 사건과 관련된 데릭, 코니….. 각 인물들의 살아가는 방식과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칵테일 그 자체란 생각이 든다.
영화의 장면들을 보는 것 같은 설정과 복선들이 제대로 드러난 책이며 왠지 책을 덮고서도 저스틴의 영상을 지울수가 없게 한 책이기도 하다.
사건 전개가 바텐드의 칵테일 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혔군요
전 요즘 술을 좀 줄이고 있는데
머리 복잡할 때 칵테일 한잔 하면 좋습니다
원래 바텐드들이 칵테일 만들 때 흔드는 것도
다 박자가 있답니다 ㅎㅎ
소설도 그렇까요^^
방송이나 영화에서 보면 현란한 손놀림을 하면서 칵테일을 만드는 묘기가 눈을 호강하게하죠?
정작 이 소설에서 주인공인 바텐더는 술을 일절 대지 않아요.
그게 또 이 책이 주는 묘미일 수도 있겠고, 술의 분위기처럼 따라가 읽다보면 그리 복잡하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