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 죽은 자의 일기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9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
죄를 저지른 범인을 과연 법이 원하는 절차에 따라서 단죄를 할 수 있을까?
사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의 죄를 벌하고 더 이상의 나쁜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법이란 것이 완벽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이런 법들 안에서 또 다른 허점을 이용하고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일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막강한 권력을 지닌 사람이 범인이라면?
2012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정말 악의(惡意), 그 자체란 것을 느낄 수가 있게 한 책이다.
처음부터 범인임을 알려주고 범인임을 밝혀내기 위한 전개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서로의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되는 주상복합 단지 17층에서 한 여인이 투신자살한다.
투신한 자는 가상의 도시인 ‘영인 시’의 차기 시장 후보로 유력한 여권의 강호성의 부인인 주미란으로서 말기 암환자다.
그녀는 천애 고아로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수발과 집안일을 도와주는 입주 가사도우미 서산 댁인 방호순, 그리고 남편과 살고 있다.
사고가 난 후 서동현 형사는 현장에 달려가고 이미 현장에선 강호성의 엄마가 목이 졸린 채로 죽어있고 뒤이어 며느리인 주미란까지 자살한 것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바, 사건은 완벽한 알리바이로 강호성의 죄를 무마시키는 수순인, 최종적으로 단순 자살사건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강호성의 태도를 보건대 형사의 오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범죄의 냄새를 맡고 있었던 서동현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게 되는데….
전혀 예측불허의 사건의 범인을 추적해가는 것도 재미를 주지만 이미 범인임을 알려주고 범인이란 것을 증명해내는 기싸움이 이 소설에선 장황하게 펼쳐진다.
권력이 지닌 힘을 이용해서 윗선에 강압을 넣어 사건을 무마시키는 강호성, 그런 강호성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순간에 결정적으로 위협이나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준 형사의 싸움은 권력이란 새삼 어떠하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게 한다.
아내 주미란의 내세울 것 없는 태생조차 이용하려 했던 두 모자, 그런 엄마를 죽이고도 태연하게 자신의 야망 실현을 위해 철저하게 정치적인 퍼레이드 쇼를 펼치는 강호성이란 인간의 캐릭터는 악의란 태생 적부터 타고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엄마에 의해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는 애초부터 없는 상태에서 로봇처럼 만들어져 살다시피 한 냉철한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지, 이 책에서는 모두가 한가지씩은 악의를 품고 사는 사람들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느껴진다.
남편의 비리를 제보하려고 통화했던 대민 일보 기자의 교통사고, 이혼한 서동현 아내를 협박한 일, 아동성애자를 이용한 사건들까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차례차례 짓는 강호성이란 인물을 대하며 읽을 때는 분노에 휩싸인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아마도 아내 주미란은 그래서 알고 있었을까?
결코 법은 남편의 죄를 단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죽어서까지도 남편의 죄를 처벌하고 싶었던 아내의 입장이란 어떤 마음이었을까?
분홍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자신의 심정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같은 동질감을 끌어오게 하고 형사의 입장에서 범인이 죽어갈 수도 있다는 현장을 두고 막판 판단에 보류를 하게 만든 강호성이란 인물을 작가는 제대로 악의가 잔뜩 들어있는 인물로 탄생시켰다.
얼마 남지 않음을 느낀다. 이제는 결심할 때가 되었다.
남편의 배를 가르면 뭐가 나올까.
추악한 욕망, 불결한 어둠, 배신, 교만, 비틀린 욕정, 밭은 숨을 내뱉을 때마다 그것들을 한꺼번에 울컥, 쏟아낼 것이다. 나는 마침내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법은, 그를 옭아 맬 수 없다 .- p.59
하지만 이 책에서의 묘미는 바로 뒤 끝에 나오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 답을 말해줄 자들은 이미 저세상 사람들이고 남은 사람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강호성,,,,
그리고…….
지켜야 할 세상이 있고 밝혀야 할 진실이 있다.
포기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 p 316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철저하게 남편의 죄를 처단하기 위해 완벽하다고도 말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던 주미란의 죽음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국추리소설의 발전된 이야기 속으로 모처럼 빠져들 만큼 가속력도 좋은 책이다.
과거에는 사건의 전개를 풀어가는 형태에서’
이제는 돋자가 풀어가는 시대
특히 죽은자가 말을 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같습니다
요즘 한국에도 그런 사건들 많죠 ㅎㅎ
추리소설도 바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결국 창작도 진화의 변화를 거쳐야만 독자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국의 추리소설도 점차 이런 장르의 발전으로 인해 조금씩 외국소설과 비교해 볼 맛도 생기는 것이 작가들의 역량에 기대를 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싱가폴에서 어제밤 비행기 타고 오늘 새벽에 내렸습니다.
그간의 글들 차근 차근 읽어 볼려고요.
여전 하셔서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정말 반갑습니다.
그동안 문이 열리지 않아서 그저 데레사님이 올리신 글들만 보아오다가 여행 가신단 글을 읽었습니다.
즐겁게 잘 다녀오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