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6년 5월월

미드나잇 선

미드나잇선

미드나잇 선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킬러라 불리는 사람들은 냉철한 감정을 지니지 않는 한, 그 일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도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려면 그 모든 상황을 뛰어 넘어서 완벽한 일 처리를 해야 하는 직업상 더욱 그러한 이성과 감정이 필요함은 말할 것 없다.

 

그런데 여기,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킬러가 있다.

정확히는 킬러라고 불러야 맞는 말인가 할 정도로 상대방의 얼굴을 본 순간 이후에는 그 어떤 행동을 취할 수가 없는 약점을 지닌 남자, 더군다나 킬러라고 불리지만 살인을 한 적이 없다.

누명을 받은 적은 있어도 말이다….

 

처음 맡은 일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도망 다니는 남자-

어두운 골목을 누비며 약간의 마약을 팔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 그런 그가 공원에서 만난 여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딸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킬러로서의 일을 맡게 된다.

 

어린 딸아이를 아비로서 제대로 키워보려 하지 생각지도 못했던 자, 사랑이나 가장으로서 한 가정을 꾸릴 생각조차 못하고 한 발 물러서 살아가길 원한 남자, 해리 홀레 시리즈와는 또 다른 감성이 묻어나는 연작 시리즈 세 개 중에 두 번째의 이야기에 속하는 책이다.

첫 번째 책인 ‘블러드 온 스노우’에서의 올라브가 살인 청부 살인을 맡고 상사의 부인을 사랑한 나머지 그 여인의 배신으로 무참히 삶을 마감한 이야기가 1부라면 이 이야기는 그 일이 벌어지고 2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암흑가의 판도는 ‘뱃사람’이라  불리는 자가 새로운 일인자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어느 날 뱃사람으로부터 킬러의 일을 맡아 달라는 청을 받게 된 욘은 병원비 마련을 위해 수락을 하게 된다.

 

죽일 상대자를 찾아가 총을 겨누지만 오히려 이 죽을 사람으로부터 제안을 수락한 욘은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뱃사람으로부터 달아나기 시작, 결국엔 노르웨이 최북단의 핀마르크.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땅, 코손이란 곳에 도착하게 된다.

 

어쩌다 ‘울프’라고 이름을 밝힌 욘은 그 마을에 사는 10살짜리 크누트와 그의 엄마인 레아를 알게 되고 그녀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무도 없는 한적하고 외톨이처럼 떨어진 오두막에 기거하면서 시시각각 자신을 죽이려고 찾아올 청부업자에 대한 상상과 두려움, 뭣보다 사람과 사람들이 부대껴 살던 곳에서 벗어나 사람의 그림자라곤 볼 수 없는 이런 곳에 홀로 지내는 그의 심정의 변화가 큰 물결처럼 다가오진 않지만 시간적으로 몰려오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그 주변의 환경이 어우러지면서 독자들의 심성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본국으로부터도 떨어진 곳, 대부분이 사미족으로 이루어진 마을 구성원들, 좁은 사회에서의 누구나 알고 지내는 이런 곳에 종교라는 근접할 수 없는 믿음이 지니는 강압적이고도 말 없는 행동의 지침을 쫓아 사랑 한 번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여인 레아를 통해서 진정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깨달아 가는 울프의 심경의 변화가 청부살인업자들의 출현과 그녀의 남편의 등장까지 겹치면서 70년대의 화려할 것 없지만 그렇다고 별 볼 일 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닌 그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내야 했던 흐름의 고조가 잔잔히 그려진다.

 

1부의 책이 빨간색의 선명한 피를 연상시킨다면 이 책은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권 특유의 백야를 연상시키듯 진 파란색의 책 표지로 대비를 시켰다.

1부에서의 안타까운 올라브의 인생이 연신 기억이 난다면 이번 책에서의 울프는 독자들의 그런 의미를 알아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게 나온단 점이다.

 

어찌 보면 허술한 킬러,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레아의 위험을 목전에 두고 오히려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의 심성을 지닌 남자, 울프-

킬러로서의 그의 인생은 빵점이지만 오히려 이 점이 그를 인생의 나락에서 구원시키고 믿지 않고 있었던 그 어떤 구원으로부터의 주인을 부르게 되는, 경험을 하면서 오슬로 행 티켓을 기대하게 만든다.

오슬로행티켓

누구나 갈 수는 있지만 결코 갈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오슬로, 태어나고 자란 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처한 환경 때문에 벗어나지 못했던 레아와 크누트, 이들이 선택한 길에 또 다른 오슬로 행 티켓이 아닌 새로운 길의 티켓행을 기대해 보게 만드는 것도 이 글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감이라고나 해야 할까?

 

해리 홀레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각성시켜 준 오슬로 3부작의 그 중간 이야기인 만큼 마지막 3부에선 또 어떤 이야기의 여정을 들려 줄지 벌써부터 빨리 만나 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요 네스뵈의 또 다른 느낌의 글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보시길~~~

사족을 붙이자면 1부 블러드 온 스노우와 , ‘아들’ 모두 영화화된다고 한다.

1부의 주인공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아들’ 이란 책의 주인공은 제이크 질렌할~~~

캬!!!!!

벌써 스노우 맨의 마이클 패스벤더, 위의 두 주인공들, 상상만 해도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완전히 기대하고 있는 영화들이 될 것 같다.

 

어느 꼰대의 인생 이야기…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페르디낭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렐리 발로뉴 지음, 유정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요즘 케이블 방송에서 하고 있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라는 것을 즐겨 보고 있다.

노희경이란 작가가 쓴 글들에는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라든가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상류층의 극대화된 생활상이라던가, 어떤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실제 우리들 모두가 곁에서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들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믿고 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좋아했던  작가는 아니었던 것이 알고는 있지만 방송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일들의 상황 연출들은 우리들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사와 함께 오히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불편함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보다 더 가볍고 잠시라도 즐겨 볼 수 있는 방송 쪽으로 눈을 돌린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두해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이제는 어떤 환상적인 이야기에 심취해 있기보다는 위의 드라마처럼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오히려 진심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보는 내 시각이 조금은 다른 쪽으로 변화를 겪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드라마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내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렇게 다가왔다.

고령화의 시대다 보니 세계의 작가들이 그리는 구상의 소재로써도 ‘노인’들을 등장시키는 책들이 활발히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실감을 느끼게 된다.

 

드라마에서 박완으로 나오는 탤런트 고현정은 자신의 엄마와 엄마가 알고 지내는 선. 후배들을 이모라 부르지만 내심 속으로는 ‘꼰대’들이란 말을 사용한다.

마치 자신은 언제까지 청춘일 것이란 착각을 일으키듯 자신보다 나이 많고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점차 소멸의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을 비유해서 부르는 말인 듯한데, 방송을 보면서 이 책에 나오는 페르디낭  할아버지를 많이 연상시켰다.

 

페르디낭 할아버지-

연세는 이제 83세에서 84세로 넘어가고,  건강염려증,  고집불통, 변태,  연쇄살인범으로 불리는 남자, 그야말로 자신의 주관대로 밀고 나가는 꼰대다.

우편배달부와 눈이 맞아 노년에 자신과 이혼한 후 떠나버린 아내,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딸 마리옹과 손자 알렉상드르와는 연락이 없거나 거의 두절되다시피 간간히 이어져 오고 있는 상태다.

 

집마저도 딸의 명의로 되어 있고 살고 있는 아파트에 남자라고는 관리인의 남편과 자신뿐이다.

이웃과는 소통 부재, 오직 데이지라는 개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홀로 사는 자신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 딸의 염려로 인해 관리인인 쉬아레 부인으로부터  집 안 상태를 감사받게 되는 처지에 이르고 통과를 못할 시에는 양로원에 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더군다나 데이지마저 차량에 치여 죽게 되고 이 모든 일의 배후엔 쉬아레 부인이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가운에 데이지를 따라 죽으려 버스 정류장에 스스로 뛰어들지 않나, 이 일로 인해 오히려 더욱 입지가 좁아진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윗 층으로 이사 온 줄리엣이란 초등학생을 만남으로 해서 이웃과의 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여자 노인들이 차 한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 모양을 못 보는 성격, 화분마다 제초제 전분가처럼 뿌려 죽이는 행동이 점차 자신의 마음을 열어가게 되고 도움을 청하게 되면서 스스로도 변화를 느껴가는 생활로 변해 간다.

 

이 책에서 나오는 페르디낭 할아버지를 보면서 노년에 대비한 준비와 그의 마음가짐과 어떻게 해야 내 삶을 보다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인공과 다른 노인들의 생활패턴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이웃 할머니의 말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가라앉지 않기 위한 비법은 죽음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예요. ‘늙는다는 것은 남들이 죽는 것 을 보는 것이다.’ 누가 이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딱 맞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p 122

 

 

자신 스스로가 전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던 페르디낭 할아버지가 손자의 일을 계기로 자신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나이와는 별도로 가슴속에는 ‘사랑’이란 감정이 있고 실제로도 예쁜 사랑을 할 수도 있겠단 가능성, 뭣보다 혼자 외롭고 쓸쓸한 원인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했음을, 관심과 사랑을, 그리고 시대에 적응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이웃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페르디낭 할아버지가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란 품을 찾은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한 책이다.

 

노인들도 노인들 나름대로의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고 그런 가운데에 여전히 세상을 살아오면서 쌓은 경력이 빛을 발할 때가 오게 됨을, 페르디낭 할아버지의 인생은 조그마한 줄리엣의 방문을 통해 밝은 햇살 속으로 들어가게 됐고 이제는 좀 더 여유롭고 변화된 새로운 인생의 삶을 시작하려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가 있는 책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시대에 노인들, 특히 꼰대들이란 말은 이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통해 젊은 층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인식을 가르쳐 준 계기가 될 듯도 싶다.

 

 

 

                                                 
                                            

조직된 한패

조직된 한패1

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현재 자본주의는 가장 이상적인 제도라고 믿는 것들 중의 하나다.

사회주의 이상주의라든가 공산주의를 실현하는 체제보다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것에는  일단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형태와 경제적인 문제점들이 두 체제와 비교해 볼 때  완벽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모든 세계의 사람들이 그나마 이상적인 성향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 경쟁이란 구도 속에 쟁쟁한 경쟁들이 심리적인 압박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고 그런 목적을 위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다 해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 경제 체제, 현대 자본주의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이견들이 있고,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직시해서 느끼게 해 주는 책을 읽었다.

 

경제란 용어만 들어도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익숙지 않은 용어가 많기에 그저 뉴스에서 나오는 정보만을 알 뿐 이 책에서 보이는 정계와 금융계간의 결탁, 그 와중에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고 자신의 이상향 실현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이루어 나가는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경제 스릴을 취한 책이라 모처럼 다른 스릴과는 느낌을 주게 한 책이다.

 

프랑스의 최상의 인텔리들만 배출한다는 집단 출신인 7명이 주인공이다.

모두 제각기 풋내 나던 청춘의 그 시절을 겪고 이제는 마흔의 나이 때에 접어든 동창생들-

가까우면서도 가깝지 않은 그들의 사이는 필요하면 도와주고 필요치 않으면 내치는 그런 공생 관계들로 이루어져 있다.

 

폴만 스의 잘 나가는 유럽 금융 협상가인 세바스티앙은 어느 날 고위 CEO의 부름을 받고 뉴욕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일명 브란덴부르크란 이름이 붙여진 이 비밀문서 뒤에 감춰진 정부와 폴만 팍스의 교묘한 뒷거래로 손을 잡게 된 과정을 알게 된 그는 번아웃 증상까지 시달리게 되고 결국은 동창생들에게 알리길 결심하지만 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위치한 자리에서의 이점을 따지며 그가 행하고자 하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기라며 고개를 돌린다.

 

 

생각 끝에 프랑스 재경부 장관 비서실장인 동창 베르트랑의 아내이자 동창이며 경제 신문사 기자인 클라라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알려 주게 되는데, 그런 세바스티앙이 기차 길 옆 철로에서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뜻하지 않은 동창의 죽음을 둘러싸고 모인 6명, 부실자산 금융 전문가인 제레미, 그의 아내 앨리슨, 대학 시절 난간에서 떨어진 사고로 인해 클라라와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중적인 생활의 달인 앙투완, 기업 협상그룹의 홍보 전문가인 바네사가 서로가 서로에게  물리고 물리는 관계를 통해 세바스티앙의 죽음 뒤에 가려진 거대한 정부와 금융의 결탁, 국민들을 어떻게 숫자로 속이면서 망각을 시키는지,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에 대한 경제적인 책임감이나 법적인 형량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법의 허술함을 작가의 경력을 토대로 치밀하게  묘사한 부분들이  독자들에게 전해 준다.

 

알다시피 유럽이란 거대한 대륙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발상 자체가 커다란 모험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서로 다른 격차의 경제 수준을 같은 수준으로 통합하려 한 과정에서 터져 나온 그리스 회계장부 조작 사건은 일반 국민들을 앞에 두고 정치계의 최고위 권력자와 이를 조종하려 한 폴만팍스(실제론 골드만 삭스)라는 금융의 거대한 손길이 한 나라를 어떻게 구렁텅이에 빠드리 게 하는지에 대한 세밀한 경제 시스템을 통해 그려낸 작가의 글을 통해 또 다른 경제의 어두운 점을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다.

 

서프라임 사태와 아이슬란드 사태, 스페인뿐만이 아닌 이탈리아까지 번진 유로존의 위기를 통해 보이는 작가의 자본주의의 허점을 그래서 소설이라고 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진실을 폭로하려 한 자, 그런 자를 말리는 친구들,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한 나머지 가정까지 파탄이 나고 무늬만 부부인 쇼윈도 부부들의 모습, 속내를 털어놓고 살지 못하는 부부지만 자식이란 끈이 있기에 참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도 그리 행복해 보이진 않는, 현재의 자유경제주의가 실현하고 있는 가치의 중요성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는 책이기도 하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성공의 확신을 볼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허점과 그런 실현을 위해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 거대 금융그룹의 인재 다루기 기법, 그 안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남으려는 자의 개인적인 행복의 박탈감들이 어찌 보면 눈에 보이는 것만 보려 한 우리들의 현실을 제대로 꼬집어 주는 책이 아닐까도 싶다.

 

 

책의 내용을 그다지 빨리 읽히진 않는, 경제적인 흐름들이 내겐 익숙지 않은 면도 있고, 작가의 해박한 경제적인 흐름을 소설 기법을 타고 그려냈다고는 하지만 책 속의 인물들의 대화 내용들이 여전히 그들만의 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풍기는 어법들이 있어 초반엔 좀 지루한 면도 있지만 세바스티앙의 죽음 이후 본격적으로 뛰어든 6명의 내밀한 변화의 행동을 보는 후반부는 또 다른 인생의 길을 보는 즐거움도 준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대한 것이라 생소하기도 했지만 드물게 접하는 경제 스릴러를 모처럼 읽었기에 이런 주류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길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천사들의 탐정

천사합청

천사들의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잿빛으로 물든 회색 도시에 구름이 잔뜩 낀 도시, 더군다나 우박이나 비처럼 보이는 책의 표지가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하라 료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본 독자라면 단편집을 수록한 이 책을 접한다면 그의 또 다르게 다가온 색다른 무색, 무미, 무 건조 속에 풍기는 사와자키란 형사의 이미지의 매력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제목이 천사들의 탐정이다.

천사들?

흔히 생각하는 하늘거리는 백색의 날개에 인간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힘을 주며 도움을 주는 존재이자 전혀 때 묻지 않은 존재를 연상시키듯 이 책에서의 천사들이란 아마도 의뢰인들과 엮이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도 싶을 만큼 책 전체에 흐르고 있는 주인공들은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다.

 

질풍노도의 성장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 그 안에서 부모의 불화와 이혼, 아니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손자의 행방을 추적하려는 할머니, 자식의 죽음을 겪은 아버지…

각기 다른 여러 사연들을 가지고 탄생되는 이야기들은 사와자키란 탐정의 활약으로 인해 무심코 흘려버릴 장면들을 통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아! 를 탄생시킨다.

 

첫 번째의 이야기에서 들려주는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는 어린 자식이 바라보는 아버지와 엄마의 불화에 이를 해결해보려는 취지에서 사건이 발생이 되지만 결국엔 아버지로서 자식 앞에서 떳떳함을 선택한다는 행동이 가슴이 푸근해짐을 느끼게 해 주고 두 번째 이야기인 한국인 남자, 유명한 지휘자로서 시대적인 상황에 맞물려 사랑하는 일본 여인과의 헤어짐 속에 정작 다른 여인과의 결혼을 통해 태어난 딸아이를 교통사고로 잃는 사건과 엮이면서 보이는 부성애와 비통함, 천륜은 저버릴 수 없다는 혈육이란 이름으로 전해주는 연결고리가 다른 이야기와는 또 다른  감상을 전달해 준다.

 

양아버지의 성추행과 그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여학생과 딸아이의 죄를 자신이 뒤집어 쓰려했던 엄마의 모성애, 이니셜이 M인 남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사와자키란 탐정의 발군의 실력, ‘선택받았다는 남자의 이야기’ 란 내용에는 아이가 사건에 엮이면서 느끼는 비행청소년들의 세계와 이를 선도하려는 어른들의 세계가 같은 어른이지만 이를 이용해 다시 위험에 빠뜨리고자 하는 다른 어른들의 양심 없는 행동들을 보여주는 책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의 이해 할 수없는 세계와 그에 맞추어 살아가야만 하는 여린 모습들이 다양하게 비치는 소설들이기에 단편집이란 말이 무색하게 잘 짜인 글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왜 사와자키가 탐정이란 세계에 발을 내딛었는지에 대한 뒤 후일담은 독자들이 그동안 사와자키란 인물이 등장하는 책을 읽을 때마다 궁금해하던 것이라 이번 기회에 작가가 밝혀준 이야기는 사와자키란 인물에 대해 좀 더 이해를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과작의 작가란 타이틀을 가진 작가답게 짧지만 강한 소설집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는 한국사람이 배경이란 점에서 처음엔 일본 작가의 손에 그려진 한국인의 설정이 어떻게 그려졌나에 비중을 두면서 읽어나갔지만 국적을 떠나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의 모습들은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모두 똑같다는, 평범한 진리이되 결고 간과할 수 없는 진한 부모애를 느끼게 해 준 글 내용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무술에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체격이 월등히 좋은 것도 아닌 보통사람의 이미지인 사와자키, 오늘도 여전히 자신에게 의뢰를 부탁한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애마인 블루버드를 타고 돌아다닐 그의 또 다른 귀환을 고대하게 만든 작품이다.

 

끝나지 않는 여름

끝나지 않는 여름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넬레 노이하우스의 전혀 다른 작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유럽의 스릴 맛, 특히 독일 작가다운 느낌을 알 수 있는 기존의 책과는 달리 이번에 출간이 되어 나온 책은 바로 ‘여름을 삼킨 소녀’에 이은 후속작이다.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 충격과 주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의 외로움, 특히 어린 자신에게 다가왔던 세상 경험 많은 남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고 집을 떠나게 되는 것이 바로 ‘여름을 삼킨 소녀’의 끝 이야기에 이은 장면은 첫 부분부터 작가의 노련함을 보이는 내용들이다.

 

17세의 소녀 셰리든은 크리스마스 전 날,  가족들에게 말없이 집을 떠나게 되고 바로 그 시각 이후 집에선 결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진 채로 마을에선 큰 사건으로 떠오르게 된다.

당연히 집에 없는 셰리든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게 되고 그 시각 셰리든은 정처 없이 어디론가 떠나고자 했지만 방송에서 자신을 찾는 것을 보고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면서 그녀의 또 다른 인생에 휘몰아치는 폭풍을 감내하게 된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  윌로크릭 농장으로 오게 된 네브래스카의 경찰 조던의 도움으로 간신히 자신이 잠시 머물 곳을 찾게 되지만 그녀의 뛰어난 외모와 그녀를 둘러싼 사건의 내막은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결코 안주를 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이은 방랑의 생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여러 곳을 전전하면서 겪게 되는 그녀의 인생유전은 어린  소녀가 겪어야 할 정도의 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의 믿음에 대한 배신과 불신, 자신의 여린 육체만을 원하고 버린 남자들의 욕망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으로 일삼는 말들, 어디에도 의지할 수없던 그녀가 절체절명의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겪는 살인사건들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그녀 인생의 바퀴를 멈추게 하지 못하게 한다.

 

사랑보다는 안정적인 가정의 안락을 위해 자신과의 사랑을  포기한 목사에 대한 실망감, 자신을 유혹했던 작문 선생님의 거짓 위선, 또다시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든 이단의 사업적인 비열함을 뒤로 한 채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폴 앞에 다시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여정이 너무도 어린 소녀의 인생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슬픔과 위로를 전해준다.

 

조던이란 인물은 호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으로 그려진 인물이지만 여기엔 작가의 또 다른 사랑 확인 과정과 그의 가족사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면서 어떻게 윌로크릭 농장과 인연을 맺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도 빼놓을 수가 없는 책이다.

 

자신의 출생 비밀로 인한 충격 뒤에 레이첼 이모의 비열함을 보게 된 셰리든이 결코 윌로크릭 농장에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의 아픔을 전해주었고 또한 뜨겁고 연일 내리쬐는 태양을 선사하는 고향에 대한 미련을 뒤에 남겨 두고 상처뿐인 여름이 다시는 오지 않길 바랬던 한 소녀의 다음 향후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를 생각하게 하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제목 자체도 끝나지 않는 여름-

한국에서의 제목인지 원제목인지는 모르겠으나 셰리든의 마음을 잘 드러낸 작품 제목이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지난 시절의 아픔을 폴과의 만남으로 셰리든에게도 따스한 햇살이 비칠 수 있을지….

만일 다시 연작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 이후의 셰리든이 헤쳐나갈 이야기들이 무척 다양하게 그려질 책으로서 손색이 없단 느낌이 드는 책이다.

 

저자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접함으로써 저자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제러드다이아몬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총. 균 .쇠로 너무나도 유명한 저자의 강의 내용을 옮긴 책이다.

이탈리아 루이스 대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을 옮겨 놓은 것이라 했는데, 처음부터 펼쳐보는 내용들은 마치 한국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한 듯한 내용들이 나온다.

바로 한국과 북한의 경제적인 격차를 비교하는 내용부터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모든 인류가 생각할 만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알다시피 인류의 발전사를 독특한 내용으로 접근했던 총, 균, 쇠의 내용들이 잠깐씩 비치고 있는 가운데 저자가 느끼는 요즘의 화두가 되는 세계의 문제점, 즉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다룬 책이란 점이 눈에 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이 문제는 국가 간의 빈부 차이는 왜 생기며, 그 원인의 태동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 지에 대한 제시를 보여준다.

그의 근접 방식은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으로 나누어서 설명해 주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과 국가의 차원에서 위기를 넘길 방안은 무엇 일지에 대한 사례들을 보여주는 글들은 뉴스 보도에서 연일 나오는 세계의 여러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테러나 식량문제, 그리고 현대인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고혈압과 당뇨에 얽힌 원인을 인류사의 진화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기에 왜 기존의 원시인들이 서구식 식생활을 취한 후에 이러한 병들이 생겨 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제시들을 통해 더욱 가깝게 이해 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의 제시로서 친근하게 받아 들일 수 있게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들은 역시 우리 모두의 문제인 세계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인 세 가지, 기후변화, 불평등, 자연자원의 남용의 결과를 토대로 다루는 장이다.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의 폭발적인 배출은 남극과 그린란드 섬의 빙하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결정적인 변화를 주는  한 부분으로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후 산호섬이 급감하는 사태에 이은 결과로 해면의 상승은 기타 일부 지역에서도 이미 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바, 저자가 시사하는 내용들은 다시 한번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대목들이다.

 

과거에 한 개인이나 한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 한정된 곳에만 결과물을 낳고 해결이 되었다면 현재의 세계는 결코 그럴 수 없는 서로가 서로의 영향을 끼치고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강대국들이 어떻게 저개발 국가들에게 다양한 원조의 방법들을 모색해야 하는지, 불평등의 관점을 다른 곳에 돌리기보다는 왜 그러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초점을 맞추어 다르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 책이기에 저자가 생각하는 바를 따라 읽노라면 리더의 자질과 한 나라의 발전의 모태가 되었던 원인과 진행 과정들이 다시금 총, 균 ,쇠의 연장선을 보는 듯하기도 하는 책이다.

 

중국이 바다의 길에 대한 눈길을 달리 보았더라면 지금의 세계사 판도는 다르게 변할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의 근거설, 유럽과 중국의 통일의 다른 배경을 지적한 점, 중국이  과연 슈퍼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1 위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들은 시종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비교적 쉽게 읽히는 책이며 현재의 문제점들을 그만이 갖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에서 다룬  같은 문제점을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은 책이고, 책 뒷말 미에 Q & A를 통해 다시 종합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라서 처음 저자의 책을 접하는 독자라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약혼살인

약혼

약혼 살인 아르테 누아르
카밀라 그레베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스릴러물의 다른 감각을 곁들인 책이다.

스릴의 장점인 조여 오는 듯한 이야기의 구성이 있는 책도 있지만 이 책에는 사건의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가 더욱 많이 들어간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 사람의 등장인물의 심리를 중심으로 이끌어 가는 이 책은 엠마라는 여인, 오랜 경찰생활과 사건의 연속적인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직업적으로나 실생활에서나 매너리즘에 빠진 형사 페테르, 그리고 그보다 10년 연상의 프로파일러인 한네라는 여인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유명한 의류계의 CEO이자 바람둥이로 이름난 예스페르의 집에서 갈색머리의 여인이 살해된 채 발견이 된다.

특이한 점은 머리가 잘린 상태로 시신 옆에 나란히 있는 머리는 정문을 향해 눈을 뜬 채 있었고 예스페르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의류 판매원으로 일하는 엠마는 예스페르와 비밀 연애를 하고 있다.

그가 건네준 약혼반지를 빌미로 그와 같이 식사할 약혼식은 그가 나타나지 않은 채,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사건 발생 2주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면서 보이는 그들의 생활, 살인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하는 10년 전의 남자 살해사건과 비슷한 점을 보이는 것에 관해 한네를 다시 불러들이는 경찰들….

 

사랑이란 이름 하에 상대에 대한 기대감과 쓸쓸함,  배신감, 그리고 자신의 책임감 없는 행동 때문에 상처를 준 한네를 다시 보게 되는 페테르의 심정, 결혼생활의 원만치 못한 일상과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한네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이 책 속의 흐름은 살인이라는 설정 하에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어떻게 그 상처를 갖고 살아가면서 다시 해후와 살인사건이라는 배경까지 갖출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상황의 그림들이 많이 드러난다.

 

살인이 벌어지고 연쇄적으로 긴박한 호흡을 요하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들이  전형적인 촘촘히 좁혀오는 스릴의 맛을 즐기는 독자라면 실망을 할 것 같다.

하지만 왜 이런 일들이 벌어져아만했는지에 대한 인간이 갖고 있는 환경의 설정과 그 환경 속에서 이해할 수도 이해하지 못할 수 도 있는 인간 심리를 파헤치는 것에 즐기길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그런 만족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북유럽권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그 맛을 즐길수 있는 책-

북유럽의 추운 날씨의 설정 묘사와 그 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두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사건의 진상이 어떻게 파헤쳐지며, 엠마는 다시 예스페르를 만나게 되어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지, 페테르는 한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난관에 부닥친 사람들의 심리들이 곁들여진 책이기 때문에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의 맛과 또 다른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해 가며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만 중반부를 넘어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는 글이기에 이 시점부터는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범인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행동과 심리에 신경을 쓴다면 더 인상에 남을 것 같다.

영화화 판권이 결정된 만큼 세 인물들의 심리묘사들이 사건과 맞물리면서 어떻게 해결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하는 책이다.

 

인격 전이의 살인

인격전이

인격전이의 살인 스토리콜렉터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독특한 설정으로 색다른 추리와 스릴의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SF가 섞인 이색적인 구성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밀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이 책은 내 몸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격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고 이는 다른 타인의 인격이 내 몸안에 들어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란 설정하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 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과 미처 대처하지 못했을 때의 가상의 상상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책이기에 처음 접해보는 소재라서 흥미로움을 준다.

 

 

캘리포니아의 한 쇼핑몰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 ‘치킨 하우스’-

여기엔 모두 국적이 다른 7명의 손님들이 모이게 되고 그중에는 약혼자로부터 실연을 당한 후인 일본인 토마 에리오, 할리우드 배우 지망생인 미모의 영국 여성 재클린, 가게의  종업원인  흑인 바비, 프랑스와 일본인 남녀 커플 알랭과 아야, 대머리 마초 스타일의 미국인 랜디, 아랍계 외국인 유학생 하니란 사람들이다.

 

 

에리오는 바비에게 건물 안에 들어서 있는 어떤 것을 지목해 묻게 되고 바비로부터 예전부터 있었던 건물이되, 오히려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가면서 가게를 운영한단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던 중, 지진이 발생하면서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은 피신할 목적으로 이상한 건물의 자물쇠를 풀은 바비의 행동으로 그 건물 안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 그들은 여러 날을 견디면서 서로의 인격이 전이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는 그 미지의 건물이 실상은 사람의 인격을 교체하는 ‘매스커레이드’ 현상을 연구하는 미국 정부의 은밀한 연구 시설이었으며 인격 전이를 연구하는 아크로이드 박사의 말에 따라 전이의 순서와 평생토록 이러한 현상은 계속 반복되어감을 알게 되면서 좌절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7명 중 한 명인 일본 여성 아야의 죽음과 연이어서 계속 발생되는 밀실처럼 여겨지는 생활공간에서 살인이 일어나게 되는데….

 

언뜻 보면 가상의 설정이라서 일어나기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작가가 그려보는 책 속의 이야기들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두 사람의 경우 일대 일 방식으로 전이가 돌고 돌지만 3인 이상일 경우, 즉 위의 경우처럼 6명이 전이가 되는 경우 시계방향으로 전이가 되면서도 그 시기가 일정치 않기에 여기에서는 수시로 인격 전이가 벌어짐과 동시에 읽는 독자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누가 누구에게 전이가 되고 그 여파로 생긴 살인의 현장을 어떻게 빠져나오고 헤쳐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의 긴장성을 요구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렇듯 작가는 긴밀한 인격 전이가 벌어지는 공간에서 어느 한 사람이 누구를 죽이든 언젠가는 내 몸안에 내가 들어가는 시기를 놓칠 수 없다는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이 저지르는 살인의 현장 설정이 인간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나만의 인격을 찾고 싶다는 급박한 욕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살인을 저지르는 원인들은 알고 보면 제 3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전혀 문제시될 수 없는 것들이 당사자에게는 시기와 장소, 그리고 그때의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무시하지 못할 결과물을 낳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의 설정들이 공상을 가미한 환경과 더불어서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 하지만 읽는 내내 인격의 실체화란 형이상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룬 장면들은 과학의 발달이 나날이 발전한다는 가정하에 볼 때, 마냥 가상의 설정으로만 볼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긴박한 서로의 인격 전이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급기야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물을 낳게 하는 그 가운데서도 로맨스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설정은 긴장감 속에 이완 작용을 해주는 장치로서도 무난하게 다가온다.

 

책의 뒤편을 보니 책이 나온지는 1996년도에 초판의 서문이 실린 것으로 볼 때 당시에도 획기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자신만의 책 성향을 가지고 발표하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기대가 여전함을 느끼게 해 준책이다.

독특한 설정과 색다른 느낌의 스릴을 맛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