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6년 4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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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함 속에 깃든 음식에 대한 향수

밥도둑

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아침마다 가족들 모두 저마다의 출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상차림은 쉽게 끝나지가 않는 것이 요즘의 가정집 풍경일 것이다.

 

밥 먹고 출근하는 남편은 간이 큰 남편이란 우스개 소리도 있던 때가 있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실상은 바쁜 일 때문에 지친 피로를 좀 더 풀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아침을 거른 경우도 있을 것이고 서로의 맞벌이 때문에 챙겨주기 힘든 시간 타임도 있을 것이고, 중. 고등학생만 있는 집만 보더라도 서로 다른 등교 시간 때문에 엄마들의 상차림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음식이 주는 느낌은 참으로 다양한 사연과 함께 우리를 이끈다.

시간이 흘러가면 과거의 향수는 더욱 간절해짐을 느끼게 되는데 어렸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저녁때의 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아파트 생활이 대부분인 가정집이 많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시골에 가면 같은 방이라도  아랫목, 윗목 하면서 불린, 유난히도 따뜻한 방 부분이 있었다.

그 아랫목에 할머니는 항상 할아버지가 퇴근해 오실 즈음이면 지금은 가끔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주발이란 그릇에 할아버지 몫의 따끈한 밥을 따로 덜어 이불을 덮어놓고 할아버지가 오시면 드리던 때가 생각난다.

 

그 당시 시골에 놀러 가게 되면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항상 저녁을 먹곤 했었다.

가족들이 모이면 그날 하루 동안에 있었던 각자의 이야기들을 듣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하던 시간이 즐거운 기억으로 떠오른다.

 

상에는 어떨 때는 생선이 올라와 있고, 어떨 때는 돼지불고기 고추장 양념된 것이 올라온 적이 있었는가 하면 손자 손녀 내려왔다고 찐 옥수수는 기본이고 장떡이나 부추 전 부침개, 감자전, 때마다 그 철에 어울리는 채소 위주의 음식이 올라와서 지금의 어린아이들이 인스턴트에 익숙해진 요즘과는 달리 옛 어른들이 즐겨 드시던 반찬을 즐겨 먹었다고 그 영향은 지금도 여전하다.

 

또한 드라마 응팔에서도 나왔지만 결코 동네의 엄마들이 서로 가족처럼 어울리며 음식을 나눠먹던 장면들이 그저 설정에만 그친 것이 아닌 실 생활에서도 실제 벌어진 일인 만큼 정말 가깝게 느껴지던 장면으로 기억이 된다.

 

특히 김장철이 되면 이웃들이 서로 도와가며 형님, 자네~ 하면서 품앗이하듯 서로 김장을 담가주고 김장을 마치고 나면 김장 나머지 부분에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겉절이 비슷하게 나눠주던 기억,  김장에는 역시 빠질 수 없는 돼지고기 보쌈과 따뜻한 흰 밥, 배추 된장국, 그리고 여기에 더불어 아줌마들의 왁자지껄한 수다가 같이 곁들여진 그 시절이 떠오른다.

 

오래간만에 오랜 옛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전해준 책, 바로 황석영 작가의 에세이 집인 이 책은 황석영 ‘노티를 꼭 한 점만 먹고 싶구나'(디자인하우스, 2001)의 개정판이다.

 

책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책 뒤 말미에 이미 세상을 하직한 옛 동료를 생각하며 추려낸 글을 다시 집어넣어서 새롭게 나온 책이다.

 

총 5 부분으로 이루어진 글의 구성은 작가의 인생 전체를 관조하게 되는 인생 여정과도 맞닿아 있다.

 

1. 유배지의 한 끼니

2. 흘러간 사랑
3. 잃어버린 그 맛
4. 나그네 살이
5. 밥도둑, 토박이 음식

 

작가로서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해외로 나가 있던 시절에 겪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 어린 시절 6.25 동란을 피해 영등포에서 살던 시절 처음 느꼈던 누룽지를 건네던 소녀에 대한 향수와 첫사랑에 대한 느낌을 시작으로 각 장마다 그에 어울리는 작가만이 간직한 음식과 주위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겪은 당시의 상황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글로 탄생이 됐다.

 

이국에서의 음식에는 이미 들어 낯익은 음식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음식의 경유가 지역적인 환경과 그 안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어떤 음식으로 탄생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쓰여 있는 만큼 음식이란 혼자 먹을 때보다는 누군가와 어울려서 먹을 때에야 제대로 맛과 분위기가 함께 조성이 되어 제대로 먹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누구나 자라 오면서 맛나게 먹던 음식들 한두 가지는 기억 속에 갖고 있을 것이다.

어떠한 사건과 겹쳐서, 아니면 어떤 계기로 영화를 보는데 동질감을 느껴서, 아니면 동창회 모임이라든가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먹던 음식들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각 고장에서 보이는 음식들의 소개를 읽노라면 미처 몰랐던 각 고장 특유의 음식 맛에 대해 눈으로 호강을 하다 못해 군침까지 흘리게 되고 여기에 덧붙여 당장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마음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뭉클하게 한 글은 작가의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드시고 싶다 했던, ‘노티’란 음식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음식인데 북쪽 음식이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겠고 작가가 북에 있는 다른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된 음식의 추억이 잊히질 않는다.

 

나서 자란 고향만큼 사무치게 그리움을 동반한 음식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가까운 동료와 서로 어울려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셨던 술자리에 얽힌 각 고장의 음식들이 이젠 하나 둘 이별하면서 결코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작가의 동년배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대목에선 눈물이 또르르….

 

“아욱 된장국이 올라올 때면 어쩐지 수저가 무겁다. 좀 잘해줄걸”하는 이젠 세상을 같이하지 못하는 옛 지기를 향한 그리움의 언어에서 “순수한 처음의 식사를 회복하는 일은 자기 시대를 정화하려는 모든 사람들의 기본 출발점이다.”

 

배고픔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먹을 것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넘어 누군가와 같이 뜻이 맞는 사람과 같이 먹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말에 동감하게 된다.

 

같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누가 해주었고, 그 누군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 음식을 나와 같은 어울리는 타인, 그 누군가와 같이 먹고 즐긴 그 음식에 대한 향수는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추억거리에 속하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에도 그렇게나 많이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생기지 않나 싶기도 하고 살기가 워낙에 팍팍하다 보니 저렴한 음식 소재를 통해서 제대로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기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닌가도 싶다.

 

한국의 장아찌 요리에 대한 많은 종류와 각 지방에서 난 음식을 이용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동화되어 가는 모습들이 당장 따뜻한 밥만 있다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일 만큼 오랜만에 음식에 관한 아련함 속에 깃든 향수를 느껴 본 책이다.

 

빅 마운틴 스캔들

스캔들

빅 마운틴 스캔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4월

《그림자》, 《너는 모른다》, 《마리오네트의 고백》을 읽어 본 독자라면 이 작가가 지향하는 글의 내용을 훨씬 더 잘 알 수 있는 작품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추리 소설들이 그렇지만 읽는 독자들의 두뇌 싸움을  유도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전혀 뜻밖의 사실들을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장치를 주로 이용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이 저자가 추구하는 내용들은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책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작과는 달리 이번엔 자연의 대표적인 ‘산’을 배경으로 이루고 있는 책이다.

 

주인공 뱅상은 프랑스 동남부 지역에 있는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에서 산악 가이드로 프리로 일하고 있다.

한 곳에 정착하기보단 계절에 따라 등산객들이 원하는 코스를 설명과 함께 안내를 해주면서 한 해에 해당되는 돈을 모으고 앙콜리라는 산장에서 아끼는 개와 함께 살아가는 41살의 남자-

그런 그에겐 5년 전 눈 맞은 관광객과 함께 도망간 아내 로르가 있고 그 충격으로 인해 로르에 대한 복수와 상처의 충격을 하룻밤 상대로만 하는 여인들을 통해 해소하려는 생활이 주를 이룬다.

 

그러던 중 여행사 직원인 미리암과의 관계는 그녀의 자살로 이어지게 되고 좁은 마을에선 그에 대한 차디찬 시선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인 공원 관리직원인 피에르마저 비난의 눈길을 보내게 된다.

 

한편 메르캉투르 지역 군인 경찰대에 배치받은 초년병 군인 경찰 세르반은 지리도 잘 익힐 겸 뱅상에게 가이드를 부탁하게 되고 점차 둘은 동료로서 친근감을 쌓던 중 피에르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된다.

 

절친한 단짝 친구의 죽음이 몰고 온 파장으로 인해 뱅상과 세르반은 익명으로 받은 편지를 통해 사건의 배후에 어떤 이상 징후를 느끼고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나가는데…..

 

과연 프랑스 최고의 권위 있는 추리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저력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실제로 저자 자신이 배경이 되는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이 산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의 실체를 다룬 이야기의 소재로서 그녀의 글에 대한 역량을 잘 발휘한 책이 아닌가 싶다.

 

계절마다 변하는 산의 천태만상의 묘사, 계곡과 현기증이 나는 현상과 험난한 여정을 통해서 느끼는 등산의 맛, 그 가운데 여자라면 믿질 않게 된 뱅상이 세르반을 만나고 나서 그녀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되는 사랑이 세르반이 받아들일 수 없는 성 정체성과 겹치고, 이후 그녀가 그에 대해 느끼는 사랑의 변화까지 곁들여져 있는 책이기에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로맨스가 살짝 가미된, 그러면서 그녀의 주 특기인 인간의 심성에 내재해 있는 변화무쌍한 암투와 비리, 비밀 폭로와 그 피해를 본 사람들, 뱅상 아내의 비밀, 그리고 여기엔 마리오 영감의 보이지 않는 미지의 힘까지 보태지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설정들이 추리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코냑 추리소설 대상 수상작인 ‘빅 마운틴 스캔들’ 이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그녀가 다루는 인간들의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자신들이 자신들의 죄, 혹은 자식의 죄를 감추려는 부모로서의 결단력들이 어떻게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그 피해를 입게 된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사람들에게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지의 한계에 부딪치는 한정 공간에서의 사투 장면이 여전히 매력을 발산한다.

 

기존의 작품들이 한 곳에  머물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숨 막히게 느껴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작품에서 보이는 배경이 산이란 점, 그렇지만 결코 자연도 그렇게 호락호락 인간에게 친절만 베풀지 않는다는 깨우침과 함께 피에르의 죽음을 둘러싼 사소한 작은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연결의 고리가 깊어지면서 이를 막으려는 인간들의 비 인간성을 제대로 포착해서 그린 또 하나의 그녀의 대표작이란 생각이 든다.

 

항상 그렇지만 그녀의 작품에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가 없다.

무사히 사건의 해결을 마친 주인공들의 행보를 통해 독자들은 여전히 책을 덮고서도 아련한 심정을 갖는다고 해야 하나?

이 책에서도 모처럼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느껴가는 두 사람의 사랑을 안타깝게 그려내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선 사뭇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프렌치 스릴러의 여왕’,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름만큼이나 매 작품마다 새롭게 보이는 그녀만의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이 책 또한 실망을 하지 않을 것 같다.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레드퀸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2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무수히 많은 판타지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모든 책들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매번 접할 때마다 저자의 창작력에 놀라기도 하고 그 내용들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읽을 때마다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처음 접한 작가의 책인데 놀랍게도 처녀작이란다. 

그것도 나오자마자 8개국이 넘는 나라에 판권이 팔리며 큰 호평과 함께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라는데, 제목만으로도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판타지가 그렇듯이 등장인물들의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삼차원이 아닌 그 너머의 공간을 지향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것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소재가 당연코 제목이 암시하듯이 적혈, 즉 피를 소재로 한다. 

두 종류의 인간들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세상인 노르타 왕국-

 

노르타왕국

상위층이자 귀족들이면서 왕과 왕비가 있고 그들은 은 혈이란 혈액을 가지고 있다. 

은 혈이란 말에서도 짐작하듯이 피가 은색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모두 다른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

각기 다른 것을 보유하고 있고 그것들을 간직한 채 연마하면서 하위층이라 불리는 적혈, 즉 붉은 피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배한다.

은 혈보다 못한 척박한 생활을 이루는 적 혈들의 생활은 18세가 되면 전장에 징병이 되고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주인공 메어는  자신의 징병 차례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소매치기로 생활을 하던 중, 소꿉친구인 킬런의 징병을 피하는 방법을 도모하던 중 은 혈들이 사는 곳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뜻밖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 

왕세자 칼의 만남은 그녀를 궁녀의 하인으로 들어가게 만듦으로써 그녀는 우연히도 은 

혈들만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이게 되고 그들의 계획에 따라 은 혈족의 일원으로 신분을 탈색, 두 번째 왕세자인 메이브의 약혼자로서 입지를 갖게 되는데…

흡인력이 좋은 책이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서 속도가 빠르면서 장면 설정 설정 하나하나가 언뜻 ;다이버전트, ‘헝거게임’, ‘왕좌의 게임’, 그리고 영화 ‘액스맨’,’글래디에이터’에서의 경기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들이 비슷하면서 약간씩 다르게 보이고 그 가운데서 서로 호불호를 가릴 수 없는 치열한 은 혈들만의 세상을 통해 힘과 권력, 그리고 누군가는 누구를 배신할 수 있다는 문구를 적절히 소화시킬 수 있는 내용들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게 만든다. 

각기 특출한 능력들을 대하면서 인간들의 세상에도 이런 능력들을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다면 기아나 물난리, 지진, 태풍, 폭우, 병 치료,… 그  어떤 어려움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우연히 입성하게 된 성에서의 첫째 왕세자 칼과의 로맨스 기류를 타는 아슬아슬함 속에 배신과 배반, 뜻밖의 내용들이 1.2부에 이어지면서 주인공 메어가 칼과 함께 죽음을 앞에 두고 싸움을 벌이는 과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 장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성공한 신데렐라의 이야기도 아니기에 이 이야기 속에 주류를 흐르고 있는 내용들은 인간 세상에 모두 볼 수 있는 자신 앞의 이익을 위해서 어떻게 상대에게 안심시키고 접근하며.  자신의 이상 실현을 위해 또 다른 음모를 꾀하는 은혈 왕족의 잔인한 행동을 막고 보다 나은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서서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메어의 시선을 따라가는 이야기 이기에 성장소설과도 통할 듯한 소설이다.

가공의 시대인 노르타 왕국에서의 권력암투 속에 과연 칼과 메어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지…

연속 작인 다음 이야기 ‘유리의 검’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 남자 속에 둘러싸인 채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 각 캐릭터마다 모두 매력적이기에 아마도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또 다른 판타지 속에 빠져 들어가게 될 것  같다.

                                                                                                                          
                                            

 

바람이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

바람이 전하는

바람이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 – 마음의 위안을 주는 잔잔한 옛이야기
찰스 A. 이스트먼 지음, 김지은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4월

인디언 하면 생각나는 것은?

원 리틀, 투 리틀 인디언~… 이란 노래, 아니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아니면 간단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천막과 추장이 있고 백인들을 무참히 죽이는 수우족을 연상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상의 힘은 큰지라 인디언에 대한 이미지는 ‘늑대와 춤을’에서 나오는 캐빈 코스트너가 춤을 추고 ‘주먹 쥐고 일어서’란 이름의 여인과 사랑을 하게 되면서 인디언들과 함께 살아가고 동화되어가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그 이전엔 서부영화가 단연코 앞지르지만 말이다.

 

우리와 같은 피부 색깔과 거의 비슷하고 생김새도 같은 듯 다른 이들에 대한 관점은 그동안 백인들이 주도하는 모든 곳곳에 침투한 영향의 결과로 두뇌도 낮고 교육열도 저하되어 있으며 그들의 생활 방식 자체도 거의 원시인처럼 여겨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끔 시를 통해서나 짧은 에세이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인디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을 만나게 되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도 비슷한 점도 느끼게 되고 그들의 단조로운듯한 삶에도 관심을 두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토종 인디언이다.

1858년 겨울, 미국 미네소타의 한 들소 가죽 티피에서 수우족 부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기독교 개종으로 인해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다.

백인들이 그동안 주도해왔던 그들의 관점에서 본 인디언들의 삶과 철학 이야기가 아닌 실제 인디언 출생으로서 인디언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아낸 책이다.

 

책의 구성은 1부가 전사들, 2부가 여자들이다.

 

흔히 남성우월주의란 것도 없이 고루 남녀평등의 사회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곳곳의 이야기들은 잔잔한 연못의 흐름을 연상시킨다.

철저한 개인주의로 물들고 개인의 이익에 앞다투어 살아가는 치열한 이 시대에 이런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접한다는 것이 어쩌면 마음속의 위안을 삼아도 되겠단 싶은 생각도 들게 하고 특히 여성들의 삶은 희생, 사색적이면서도 때론 시의 적절하게 용감성을 드러내 보여 주기도 한다.

 

그들 사회에서도 사랑이란 단어는 달콤하다.

남녀의 사랑은 허울에 젖어서 이익을 탐하면서 이루어내는 것이 아닌 솔직담백 그 자체이며 평화롭게 이루어지는 과정들이 오늘날의 사랑의 깊이와는 또 다른 느낌을 전달해 준다.

 

인디언들이 어떤 것을 숭배하는 자세, 특히 신의를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기도 한데 영화에서 보더라도  진정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에겐 신의를 지키는 모습들을 종종 볼 수가 있듯이  <개의 무덤>, <스나나의 아기 사슴>, <충성스런 노새>를 통해서 동물과의 신의를 다룬다.

 

동물이라고 해서 막대하는 것이 아닌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을 나누고 소통을 통해서 진정으로 하나의 자신의 신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 인디언들의 이런 생활방식은 그 오랜 세월을 통해서 그들 나름대로 자연과 동물,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결코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는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해가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진다.

 

필요한 만큼만 취해 살아가는 삶 자체도 이제는 어렵게 느껴질 만큼 물욕이 생기는 시대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나마 잠시 쉬어가는 느낌을 받게 해 주는 책이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 용어 해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언어의 새로운 습득은 그들의 말 뜻이 일반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보다도 더 뜻깊고 정 깊게 다가오기에 재미를 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짧게나마 조금씩 음미해 보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예를 들면, 케추와는 달링이란 뜻, 코다는 친구란 뜻, 위코는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이다.)

                                                                                                                          
                                            

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실감나는 고양이와의 동거

고양이브레이크

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 – 본격 애묘 개그 만화
강아 글.그림 / 북폴리오 / 2016년 4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것이 바로 독신자들의 가구수가 많아지는 것과 관련이 깊은 것도 같은데, 이 책에서 나오는 고양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귀엽고 애교 많은 고양이로만 생각하면 오산!

 

작가 강아는 페이스북에서 꽤나 유명세를 타고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으니 아마도 이미 페북에서 이 작가의 만화를 접해 본 독자라면 엽기 코미디의 고양이와 그와 같이 동거하는 두 처자의 실 생활을 더욱 밀접하게 접해 볼 수가 있을 것 같다.

 

고양이의 집사가 돼버린 집사 1호와 브로콜리라 불리는 두 자매, 이 두 자매에게 어느 날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됨으로써 또 하나의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된다.

 

집이 헐리고 여러 고양이 가운데 홀로 남은 고양이를 데려온 계기로 이미 6년 차 아저씨 고양이 승달이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어 온 인간 나이로 보면 40세에 해당이 된다고 하는데, 이 고양이는 그야말로 고수 중에 고수다.

 

고양이 오던날

 

모든 동물들이 그렇듯이 주인의 성향을 닮아간다고들 하지만, 이 승냥이는 오히려 주인의 애간장을 태우는 밀당의 고수, 침대 한 편을 차지하더니 급기야는 주인을 몰아내고 자신의 잠자리 공간으로까지 차지하게 된 은근슬쩍의 고수, 감기가 걸려 주인들이 애달픈 마음에 병원에 데려 가고 주사 맞고 약 먹는 과정들이 그야말로 인간들과 똑같은 생활이다.

고양이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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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에 있어서 한 사람의 몫을 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듯 이미 반려동물은 우리들의 감성과 외로움을 달래 줄 가족의 한 일원으로써 존재하는 동물이기에 이 책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기존에 접했던 것과는 확실히 다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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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 같은 취향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 주인이 먹는 음식에 침을 흘리면서 보는 모양새들은 귀엽기도 하지만 왠지 모든 것에 달관한 동물처럼 주인의 느낌마저 캐치하는 노련함을 보이는 동물이기도 하다.

 

동물과 같이 살면서 느끼는 생활 속에 다양한 체험들을 만화로 그려낸 작가의 그림솜씨와 함께 고양이란 동물의 새로운 면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대지의 아이들1…동굴곰족1

대지

 

대지의 아이들 1부 : 동굴곰족 1
진 M. 아우얼 지음, 정서진 옮김 / 검은숲 / 2016년 3월

대작이라는 것이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오랜 시간 자신과의 싸움은 기본이고 창작의 열을 쉽게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의 끈기를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책의 출간이 새로워진 디자인과 출판사가 달라짐에 따라 오래전에 이 책의 미완성 출간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에겐 반가워할 소식이 아닌가 싶다.

 

진 M. 아우얼의 ‘대지의 아이들’ 시리즈로 알려진 이 책은 6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이다.

이미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 왕좌의 게임처럼 많은 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상상력과 그 무한대의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빨려들 듯한 이야기의 구성이 기존의 책 배경과는 다르다.

 

고고학자나 인류의 발생과 진화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있던 독자들이라면 더욱 이 책의 내용을 반가워할 것 같은 이유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 기인한다.

 

상상의 세계가 어떤 공상과학을 토대로 가상의 배경이 아닌 실제 우리 현생인류와도 관계가 있는 시대를 다루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접하면서 읽는 기분은 고대의 미라 탐사처럼 느껴졌다.

 

어떤 날 거대한 울음이 천지를 울리고 다섯 살의 에일라는 아무도 없는 자신의 집에서 뛰쳐나와 순간적인 반응으로 지진을 피해 물과 산을 넘는 여정을 시작한다.

 

당시 언어도 없다는 사실의 가정 하에 어린 에일라가 겪는 위험천만한 여정은 지진을 피해 다른 장소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길을 떠나던 동굴곰족의 치료사 이자에 의해 목숨을 구한다.

 

주술 치료사인 이자, 그녀는 비록 에일라와 같은 종족이 아니지만 에일라를 본 순간 자신이 온 정성을 다해 치료해야 함을 느끼게 되고 이는 강력한 주술사인 크렙의 승낙 하에 본격적으로 그들 일원의 한 사람으로서 생활을 하게 된다.

 

강력한 주술사인 크렙이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줄 토템을 주기 위한 과정에서 에일라를 연상시킨 강력한 토템은 차기 족장의 후계자인 족장의 아들 브라우드로 하여금 온갖 행동을 통해 에일라를 괴롭히게 되는데….

 

무척 신선하게 접한 책이다.

선사시대의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이 서로 다른 외모로 인해 받아들이는 과정이나 토템이라는 강력한 주술의 힘을 믿고 그에 따르는 원시인들의 모습들이 상상력의 날개를 펼쳐 보임에 따라 판타지면서도 다른 느낌의 역설적인 가상의 수긍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남자 상위의 체제로 이루어지는 생활 안에서 지진으로 인해 남편을 잃은 여인들이 또 다른 남편을 맞아 자신과 자식들을 건사해주길 바라는 것이나,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들의 주술 의식에는 참여조차도 못하는 사회, 돌을 어떻게 쪼개야 하는지에 따라 생활도구로서의 편리성을 답습해 가는 과정, 본능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피해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는 여러 가지 행동의 패턴들은 작가의 자료 조사에 힘입어 더욱 힘이 있으며 설득력 있게 다가오게 만든다.

 

각 원시인들의 생김새 묘사를 통해 책을 읽으며 머리 속에 그려보는 당시의 유인원 형태와 함께 동굴곰족의 생활 속에서 브라우드에 의해 전혀 뜻밖의 일을 당하는 에일라의 모습까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을 일어나게 만든다.

 

처음 작가의 상상력에 의지에 만들어진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의 혼혈인 설정은 실제 학자들에 의해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으나 현재는 유골의 발견을 통해서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들의 먼 조상이 되는 유인원들의 족보에도 단일이 아닌 혼혈이 있었음을 인정하게 한 사실이 놀랍다.

 

영화화한다고 발표가 났다고 한다.

과연 영상 속에 유인원의 모습들은 어떤 분장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어줄지, 에일라와 브라우드, 그 밖에 여러 등장인물들의 인연들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이 소설의 대장정을 마치게 되는지, 벌써부터 전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크게 다가온다.

 

언어가 없기에 작가 나름대로의 그들 세계의 표현양식을 실현한 대목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이미 오래전부터 인간들의 선조였던 이들의 세계도 권력과 질투, 남녀의 구분을 통해 1980년에 첫 출간을 시작으로 30년에 걸쳐 완작을 이루어낸 만큼 이들의 성장과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질 세계를 빨리 접하고 싶다.

블랙아웃…이기 문명의 경고

블랙아웃

블랙아웃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백종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3월

블랙아웃….. 전기수요가 공급능력을 넘을 때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사태
전기공급은 수도나 가스 등과 달리 공급이 수요에 조금만 못 미치면 전체가 마비되어 버린다. 전자제품은 일정한 전압과 주파수가 유지되어야 작동할 수 있는데 전기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전기의 특성 때문에 전체 전력량 유지를 위해 자동적으로 전압과 주파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일 블랙아웃을 방치하면 정전 범위가 한 지역에 그치지 않고 점점 더 확대된다. 전력망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블랙아웃은 냉방수요가 급증하는 여름과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 백과사전에서 발췌

 

해마다 뉴스에서 나오는 멘트 중에 하나가 물 절약과 전기 절약이란 말이 아닌가 싶다.

특히 여름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게 되면 어김없이 오늘 최대치 전력량에 대한 내용과 함께 비상 전력 가동을 시행해야 할 정도라는 말이 나오거나 아파트 한 동 전체가 깜깜한 암흑에 몇 시간 동안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인간의 미래지향적인 기술진보가 거듭 발전됨에 따라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이에 적응을 해나가는 삶에 익숙한 터라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들을 접하다 보면 실제로 가상의 일들이 아닌 가까운 우리들의 주변과 내가 곧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해주는 책이다.

 

특히 한 나라의 어느 특정된 지역이 아닌 유럽 전역에서 이러한 일들이 차례로 번지고 급기야는 미국마저 그 영향을 받게 되었을 때의 가정화한 이야기들은 가상이라 할지라도 무척 섬뜩함마저 느끼게 해 준다.

 

이탈리에서 시작된 전력의 소등이 점차 스웨덴으로 번지게 되고 연타적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수 이상 기류와 수력 발전소까지 이상 현상을 보이면서 시작이 되는 이 책은 전기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인간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고마움과 미처 그 소중함을 느껴보지 못한 채 일상생활에 몰두했던 우리들의 반성을 부추긴다.

 

처음에 시작된 전력난 이상에 대한 감지를 발견한 해커 출신의 IT전문가인 피에로 만자노는  이 사실을 유로폴에 알리게 되고 이후 유럽 각국의 연관된 책임자들은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해결책을 촉구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은 연쇄 반응처럼 점차 전 유럽으로 번지게 된다.

 

사실 이러한 블랙아웃 현상에 대한 모든 관련 사항을 다루는 기초에는 전기의 필요함, 전기가 아웃이 되면서 일반인들의 불편함의 생활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가히 연쇄반응의 영향이 얼마나 심각하고 커다란 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위험을 피하려 피신한 장소가 하필이면 원자력 발전소가 가까이 있던 장소였기에 대피를 해야만 했던 사람들, 심장약을 구하지 못해 사망한 사람, 마트의 생필품이 바닥나고 돈은 있으되 천정부지로 솟는 채소값 , 내 맘대로 부르는 식의 시장 가격 형성, 병원조차 환자들을 수용할 수 없어 거부하는 상황, 수도가 나오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 오염의 범람, 동물원을 뛰쳐나온 동물들의 거리 출현과 이를 잡아먹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의 것을 빼앗고 위협하며 차를 빼앗는 행위들은 인간들의 내면에  한동안 내재해 있던 야만의 기질을 드러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 정치와 권력의 공백, 정권교체마저 이루게 되는 현상들을 접하게 한다.

 

완벽함은 없지만 완벽에 가깝게 시스템을 운영하려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위급함을 비밀에 부치고 자신들이 소속된 단체에 이익에 부합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랑’을 베풂으로써 힘든 시간들을 견뎌보려 한 사람들의 모습들까지, 저자는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세밀한 부분까지를 다룬다.

 

이기 문명의 편리함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일종의 경고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 책 속의 내용들은 인재로 인해서 벌어진 상황을 그대로 보는 듯하며 실제 이러한 과정에서 이런 일들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또 다른 이상적인 사회상을 이루어보려는 과정들을 통해 제도와 법률,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에 안주하려 한 사람들을 향한 행동이 얼마나 지구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다.

 

 

블랙아웃이 뉴스에서나 듣던 먼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처하게 될 재앙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p53

 

하나의 재난처럼 생각되던 일련의 일들이 위의 문구처럼 새삼 가깝게 느껴질 만큼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이를 저지하고 또 다른 세계의 현실을 구현하려 한 사람들 간의 이상 차이를 통해 우리들이 얼마큼 오만한 생활에 젖어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 문명의 이기가 주는 장점 뒤에 그만큼의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책이기도 하다.

 

3년여 동안 독일 스릴러 문학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반증하듯이 곧 영화화된다고도 하니 재난 영화의 하나의 소재가 아닌 그 소재를 통해서  모든 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일반 상식에서 오는 지식 외에도 생소한  원자력이나 수력발전소의 돌아가는 시스템, 컴퓨터의 해커들의 세계도 엿볼 수 있는 책이며, 간간이 로맨스도 곁들여져 나오는 책이기에 책 두께만 보고 읽지 않는다면 후회할 지도 모르는 책이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당신이두고간소녀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조조 모예스의 새로운 신작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책을 모두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와 내용에 빠져 있던 터라 이번에도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있던 차에 제목 자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1.2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 책은 시대의 시간차를 관통하고 있는 한 점의 그림이 매개체가 된다.

그림의 제목은 바로 책의 제목인 ‘당신이 남겨 두고 간 소녀’-

 

1부의 배경은 1916년 –

독일군에 의해 점령당한 프랑스의 한 작은 시골마을 생 페론이다.

그곳에서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작은 규모의 집을 물려받아 동생들과 조카들을 건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소피는 화가인 남편 에두아르가 한 눈에 반한 자신을 모델로 삼아 그린 그림을 위안 삼아 살아가고 있는 여인이다.

남편이 붙여준 그림의 제목이 바로 ‘당신이 남겨 두고 간 소녀’였고, 그는 전쟁에 동원되어 차출이 되어 나간 상태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사령관이 오게 되고 그 사령관은 그림에 관한 관심을 보이면서 호텔은 독일군의 식당으로 사용이 된다.

남편이 수용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피, 그녀는 사령관에게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줄 테니 남편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하는데…

 

2부는 훌쩍 시간을 뛰어넘어 90년의 시간이 흐른 런던이다.

32살의 미망인이 된 리브에겐 건축가인 남편이 스페인에서 구매한 한 점의 그림을 보며  남편을 그리워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생활 형편은 그다지 좋지 못한 상태다.

 

그림은 바로 ‘당신이 남겨 두고 간 소녀’란 작품이고 폴이란 사람으로부터 이 그림의 원 소유자인 가족들에게 문화재 반환 차원처원에서  원 주인에게 돌려줄 것을 의뢰받게 되는데….

 

 

전작인 미 비포 유에서의 눈물 펑펑 쏟아낼 만큼 가슴 아픈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아웅다웅 다퉈가면서 사랑을 느끼고 제대로 된 한 가족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원 플러스 원, 또 파리란 도시에서 벌어지는 결혼과 사랑이란 테마를 가지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들을 접한 독자라면 이번엔 좀 폭을 넓혀서 자신의 인생의 삶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두 여인의 삶을 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남편을 그리며 남편이 남긴 그림만 바라보며 위로를 느끼는 소피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준 행동에 대해 과연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지, 이 책에서 나오는 소피의 경우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전쟁을 겪었던 많은 여인들의 삶이 비쳤다.

 

만약 내가 그 상황에 닥친다면 소피의 행동을 비난만 할 수 있었을지, 난 소피처럼 행동에 나설 수 있었을까? 에 대한 생각, 예술을 사랑한, 비록 적이지만 소피를 대하는 독일 사령관의 인간성에 대한 행동은 ‘피아니스트’란 영화를 살짝 보는 듯한 기분도 느끼게 된다.

 

전쟁은 많은 상처를 남기고 그 많은 상처 속에 겉으로만 보이는 사실만 가지고 소피를 냉대시했던 사람들의 인식, 그리고 시대를 지나 리브가 느끼는 배우자를 잃은 상실감이 소피와 같이 연동이 되면서 그림을 매개로 이어지는 두 여인의 삶의 모습들이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보이는 책의 내용이 감동적이다.

 

특히 문화재 반환이란 차원에서 그림에 대한 소유권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되기에 작가의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 소재 속에 탄생한 인간미 넘치는 또 하나의 사랑법을 보는 듯했다.

 

폴이란 인물이 지닌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고자 리브에게 접근했던 시간들이 점차 둘 만의 사랑 줄다리기 모습을 보는 것도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기에, 슬프면서도 잔잔하며, 특유의 통통 튀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내것이었던 소녀

내것이었던 소녀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한창 자라나는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꿈꾸는 대상들은 어른들을 보면서 자라난다.

그 본보기가 연예이라든가, 운동선수라든가, 아니면 선생님 같이 어떤 선망의 대상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어른답게 행동하려는 모습들엔 성장통의 한 부분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그것이 어떠한 악마의 손길의 유혹에 빠져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까지 번지게 된다면…..

 

파킨슨병에 걸린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물로 나온 이 책은 호주 제1의 범죄소설가이자 지금 전 세계 추리소설, 스릴러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스티븐 킹의 격찬을 받은 마이클 로보텀의 작품이다.

 

항상 그렇지만 그릇된 어른들의 행동 때문에 한창 꿈 많을 사춘기의 소녀들의 인생을 짓밟는 인간들에 대한 처분은 중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 더 나아가 힘없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책이다.

 

1982년 실제로 호주에서 발생했던 리네트 도슨 실종사건을 토대로 해서 작가의 상상력을 덧대 탄생한 이 작품은 조 올로클린의 가정사와도 맞물리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전문적인 형사는 아니지만 심리학자로서 세심히 조사하는 주인공이 활약의 맛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탄생이 되었다.

 

딸의 친구인 시에나가 피를 뒤집어쓴 채 조의 집을 두드리고 몇 시간 뒤에 그녀의 아버지인 전직 형사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되면서 딸의 피 묻은 손자국으로 인해 범인으로 지목되게 되는데, 이때 조의 활약은 시에나가 범인이 아님을 밝혀내기 위해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게 되고 그를 돕는 천재적인 기억력의 전직 형사 빈센트 루이츠, 터프한 레즈비언 크레이 경감이 함께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시에나는 무엇 때문에 입을 다물게 되었는가?

그것이 아버지에 대한 무서움 때문에? 아니면 어떤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련의 사건들을 파헤치는 과정들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만한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이 초반부엔 급작스런 스피드가 아닌 여러 가지 일들이 모여서 중반부에 가게 되고 이후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 본격적으로 땀을 쥐게하고 흥분을 멈출 수가 없는 뱀 같은 인간들의 모습들이 드러나는 과정들은 한마디로 우울하기도 하고 이런 일련의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지만 결코 어떤 속 시원한 영구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한계를 느끼게 됨을 알게 해 주는 책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 어떠한 행동선까지 이루어져야 할 지에 대한 생각, 사랑이 넘치다 보니 그 사랑이란 것이 구속으로 느껴진다면 자식들은 부모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는지…

이 책은 이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생각을 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특이한 등장인물인 조의 활약은 좀처럼 보기 드문 캐릭터인 만큼 다음의 작품 속에선 어떤 해결사로 나설지, 이런 류의 스릴과 사회문제가 가미가 된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겨 읽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루 10분 아이 운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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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아이 운동의 힘 – 행복한 영재를 만드는 똑똑한 운동 습관
정주호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땅이란 흔적조차 이제는 제대로 느껴 볼 수 없는 장소가 많다 보니 요즘의 아이들은 놀이란 개념이 기성세대들이 자라 왔던 것과 비교해 볼 때 많은 차이점을 느낄 때가 많다.

 

~도장을 다닌다, 피아노 레슨을 하러 간다, 수학, 영어를 공부하러 학원에 간다는 말은 많이 들어도 놀려고 나간다는 말은 그야말로 짧은 시간 속에 잠시나마 이용할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라고나 할른지,,,

 

조카의 경우를 보더라도 방학만 되면 줄넘기를 따로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다닌다.

굳이 왜 줄넘기를 학원에 다니면서까지 하느냐고 물으니, 일단 평소에는 저녁 외에는 시간이 없고 계절상으로도 겨울이 되면 그나마 힘들기 때문이기고 하고 뭣보다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좀 더 키가 커졌으면 좋겠단 부모의 바람이 작용한 때문이기도 하고, 너도나도 같은 학년 내의 아이들이 다닌다니 내 아이도 다니지 않는다면 불안감이 생긴다는 말을 들으니, 요즘 세상은 돈 주고 배울 것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조카의 같은 반 남자아이는 유달리 키가 작아 병원에 가본 결과 선생님이 또래의 아이보다 키가 작고 성장판에 대한 치료를 기대해도 아주 큰 효과를 보긴 힘들겠단 말에 힘이 빠졌다는 그 엄마의 말을 들으니 새삼 운동의 중요성도 떠올리게 된다.

 

저자의 이력이 눈에 들어온다.

한채영, 유이, 한효주, 이병헌, 이범수, 고수, 배수빈, 송중기 등 스타의 몸매를 책임진 , 이른바 이름난 스타들은 모두 저자의 손을 거쳤단 말을 들을 뻔한데 그야말로 “스타 트레이너” 정주호 란 말이 무색하지가 않다.

 

우연히 아이들에 관한 운동법과 관련된 책자가 없다는 사실에 이 책을 계획했다는 그는 성장기에 있는 우리 아이들을 보다 건강하고 힘찬 학교생활 유지, 뭣보다 가장 중요한 하루 10분을 이용한 운동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어른들도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하기란 쉽지가 않지만(매번 잊어버린단 사실)  이 책에서 보이는 ‘하루 10분 아이 운동의 힘’에서는  아이의 키 성장을 돕는 48가지 운동과 체중 조절을 돕는 48가지 운동을 배울 수 있다.

 

사진과 곁들여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집에서 간단하게 서로 보조를 해주면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법과 키 성장을 위한 4주 치의 식단표가 있어 관심 있는 부모라면 도움을 받을 수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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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파트마다 점프와 스트레칭, 체중 조절을 돕는 운동으로는 유산소와 근력 운동에 대한 설명도 도움을 주지만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역시 식사 습관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의 아이들이 친숙한 인스턴트 음식과 집에서 먹는 음식의 조화, 부모의 유전 영향을 받는 아이들의 성장에 대해서 어떤 잠을 보완해야 좀 더 크고 건강한 내 아이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알찬 정보를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특히 운동함에 있어서 성장판 자극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과 그렇지 못한 운동, 운동하면서 부상과 근육통을  방지해 주는 운동까지 두루두루 곁들여 있어서 하나씩 해보면서 적응할 수 있는 운동법은 부모라도 함께 한다면 훨씬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아이만이 아니라 책 속에 나와있는 간단한 운동을 매일 꾸준히 한다면 어른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 정도의 운동법이 스타들의 아름다운 몸매가 연상이 되면서 해볼 수 있겠단 생각, 더군다나 무리한 운동이 아닌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자 정석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