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전이의 살인 ㅣ 스토리콜렉터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독특한 설정으로 색다른 추리와 스릴의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SF가 섞인 이색적인 구성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밀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이 책은 내 몸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격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되고 이는 다른 타인의 인격이 내 몸안에 들어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란 설정하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 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과 미처 대처하지 못했을 때의 가상의 상상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책이기에 처음 접해보는 소재라서 흥미로움을 준다.
캘리포니아의 한 쇼핑몰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 ‘치킨 하우스’-
여기엔 모두 국적이 다른 7명의 손님들이 모이게 되고 그중에는 약혼자로부터 실연을 당한 후인 일본인 토마 에리오, 할리우드 배우 지망생인 미모의 영국 여성 재클린, 가게의 종업원인 흑인 바비, 프랑스와 일본인 남녀 커플 알랭과 아야, 대머리 마초 스타일의 미국인 랜디, 아랍계 외국인 유학생 하니란 사람들이다.
에리오는 바비에게 건물 안에 들어서 있는 어떤 것을 지목해 묻게 되고 바비로부터 예전부터 있었던 건물이되, 오히려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가면서 가게를 운영한단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던 중, 지진이 발생하면서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은 피신할 목적으로 이상한 건물의 자물쇠를 풀은 바비의 행동으로 그 건물 안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 그들은 여러 날을 견디면서 서로의 인격이 전이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는 그 미지의 건물이 실상은 사람의 인격을 교체하는 ‘매스커레이드’ 현상을 연구하는 미국 정부의 은밀한 연구 시설이었으며 인격 전이를 연구하는 아크로이드 박사의 말에 따라 전이의 순서와 평생토록 이러한 현상은 계속 반복되어감을 알게 되면서 좌절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7명 중 한 명인 일본 여성 아야의 죽음과 연이어서 계속 발생되는 밀실처럼 여겨지는 생활공간에서 살인이 일어나게 되는데….
언뜻 보면 가상의 설정이라서 일어나기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작가가 그려보는 책 속의 이야기들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두 사람의 경우 일대 일 방식으로 전이가 돌고 돌지만 3인 이상일 경우, 즉 위의 경우처럼 6명이 전이가 되는 경우 시계방향으로 전이가 되면서도 그 시기가 일정치 않기에 여기에서는 수시로 인격 전이가 벌어짐과 동시에 읽는 독자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누가 누구에게 전이가 되고 그 여파로 생긴 살인의 현장을 어떻게 빠져나오고 헤쳐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의 긴장성을 요구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렇듯 작가는 긴밀한 인격 전이가 벌어지는 공간에서 어느 한 사람이 누구를 죽이든 언젠가는 내 몸안에 내가 들어가는 시기를 놓칠 수 없다는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이 저지르는 살인의 현장 설정이 인간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나만의 인격을 찾고 싶다는 급박한 욕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살인을 저지르는 원인들은 알고 보면 제 3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전혀 문제시될 수 없는 것들이 당사자에게는 시기와 장소, 그리고 그때의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무시하지 못할 결과물을 낳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의 설정들이 공상을 가미한 환경과 더불어서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 하지만 읽는 내내 인격의 실체화란 형이상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룬 장면들은 과학의 발달이 나날이 발전한다는 가정하에 볼 때, 마냥 가상의 설정으로만 볼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긴박한 서로의 인격 전이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급기야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물을 낳게 하는 그 가운데서도 로맨스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설정은 긴장감 속에 이완 작용을 해주는 장치로서도 무난하게 다가온다.
책의 뒤편을 보니 책이 나온지는 1996년도에 초판의 서문이 실린 것으로 볼 때 당시에도 획기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자신만의 책 성향을 가지고 발표하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기대가 여전함을 느끼게 해 준책이다.
독특한 설정과 색다른 느낌의 스릴을 맛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