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탐정

천사합청

천사들의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잿빛으로 물든 회색 도시에 구름이 잔뜩 낀 도시, 더군다나 우박이나 비처럼 보이는 책의 표지가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하라 료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본 독자라면 단편집을 수록한 이 책을 접한다면 그의 또 다르게 다가온 색다른 무색, 무미, 무 건조 속에 풍기는 사와자키란 형사의 이미지의 매력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제목이 천사들의 탐정이다.

천사들?

흔히 생각하는 하늘거리는 백색의 날개에 인간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힘을 주며 도움을 주는 존재이자 전혀 때 묻지 않은 존재를 연상시키듯 이 책에서의 천사들이란 아마도 의뢰인들과 엮이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도 싶을 만큼 책 전체에 흐르고 있는 주인공들은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다.

 

질풍노도의 성장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 그 안에서 부모의 불화와 이혼, 아니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손자의 행방을 추적하려는 할머니, 자식의 죽음을 겪은 아버지…

각기 다른 여러 사연들을 가지고 탄생되는 이야기들은 사와자키란 탐정의 활약으로 인해 무심코 흘려버릴 장면들을 통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아! 를 탄생시킨다.

 

첫 번째의 이야기에서 들려주는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는 어린 자식이 바라보는 아버지와 엄마의 불화에 이를 해결해보려는 취지에서 사건이 발생이 되지만 결국엔 아버지로서 자식 앞에서 떳떳함을 선택한다는 행동이 가슴이 푸근해짐을 느끼게 해 주고 두 번째 이야기인 한국인 남자, 유명한 지휘자로서 시대적인 상황에 맞물려 사랑하는 일본 여인과의 헤어짐 속에 정작 다른 여인과의 결혼을 통해 태어난 딸아이를 교통사고로 잃는 사건과 엮이면서 보이는 부성애와 비통함, 천륜은 저버릴 수 없다는 혈육이란 이름으로 전해주는 연결고리가 다른 이야기와는 또 다른  감상을 전달해 준다.

 

양아버지의 성추행과 그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여학생과 딸아이의 죄를 자신이 뒤집어 쓰려했던 엄마의 모성애, 이니셜이 M인 남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사와자키란 탐정의 발군의 실력, ‘선택받았다는 남자의 이야기’ 란 내용에는 아이가 사건에 엮이면서 느끼는 비행청소년들의 세계와 이를 선도하려는 어른들의 세계가 같은 어른이지만 이를 이용해 다시 위험에 빠뜨리고자 하는 다른 어른들의 양심 없는 행동들을 보여주는 책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의 이해 할 수없는 세계와 그에 맞추어 살아가야만 하는 여린 모습들이 다양하게 비치는 소설들이기에 단편집이란 말이 무색하게 잘 짜인 글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왜 사와자키가 탐정이란 세계에 발을 내딛었는지에 대한 뒤 후일담은 독자들이 그동안 사와자키란 인물이 등장하는 책을 읽을 때마다 궁금해하던 것이라 이번 기회에 작가가 밝혀준 이야기는 사와자키란 인물에 대해 좀 더 이해를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과작의 작가란 타이틀을 가진 작가답게 짧지만 강한 소설집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는 한국사람이 배경이란 점에서 처음엔 일본 작가의 손에 그려진 한국인의 설정이 어떻게 그려졌나에 비중을 두면서 읽어나갔지만 국적을 떠나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의 모습들은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모두 똑같다는, 평범한 진리이되 결고 간과할 수 없는 진한 부모애를 느끼게 해 준 글 내용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무술에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체격이 월등히 좋은 것도 아닌 보통사람의 이미지인 사와자키, 오늘도 여전히 자신에게 의뢰를 부탁한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애마인 블루버드를 타고 돌아다닐 그의 또 다른 귀환을 고대하게 만든 작품이다.

 

천사들의 탐정”에 대한 2개의 생각

  1. 벤자민

    와! 또 재미있는 책 소개!
    천사들의 탐정이라..
    천사라는 말이 묘하군요

    한국사람이 등장한다니 더욱 흥미롭습니다
    요즘 일본책을 많이 보시는군요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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