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위해 산다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5월
제목부터가 무척 반어적인 느낌이 오면서 뭔가를 품고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한 사람의 작가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두 사람의 콤비가 합작을 이룬 작품이라서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는데, 우리가 흔히 접해보는 듯한 첩보원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주인공의 삶, 이름은 기드온 크루, 그리 평탄치만은 않다.
12 살 적에 암호 연구에 필요한 일을 하던 아버지가 발견한 암호의 오류에 대한 지적을 무시한 미 정부 당국이 26명의 첩보원의 생명을 앗아간 작전의 책임 회피를 위해 아버지를 희생양으로 삼았고 현장에서 즉사한 것을 목격한 뒤로 알코올 중독에 빠져나오지 못한 엄마를 둔, 우울한 삶을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종을 둔 엄마로부터 아버지의 불이익에 대한 처사를 듣게 되면서 기드온은 무려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착실히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게 되는 데 성공을 한다.
이 이야기의 구성으로 보자면 위의 장면을 펼치고 늘리고 늘려도 한 권의 책 구성이 될 듯 싶은데, 막상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 된다는 점이 흥미를 돋운다.
국가정보로부터 인정받은 사설 업체 ESS란 곳으로부터 기드온은 그곳의 수장에게 거액의 임무 완수 협상에 대한 돈 제시를 받고 아마추어 격으로 자신의 임무를 행하게 되는데, 바로 망명을 신청한 중국의 ‘우’박사가 갖고 있는 어떤 설계도 내지는 비밀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을 무사히 안착할 수 있게끔 모시고 오는 임무였다.
하지만 괴한으로부터 우 박사는 자동차 충돌로 인해 생명을 다하게 되고 그가 마지막에 불러준 수열만이 해결의 열쇠가 되는 셈인데…..
마치 현란한 첩보의 세계를 그리면서도 아마추어적인 행동 하나하나와 변장술이 첨단을 걷는 지금의 세계와 약간은 동떨어진 듯하면서도 몰입을 좋게 만든다.
아무리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그가 이 일의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한 이점이 있다면 바로 시한부 인생이란 것이다.
뇌의 이상으로 인해 고통을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안심하면서 살아갈 수도 없는, 언제 어디서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시한 선고를 받은 그로서는 이러한 일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도 있었던 상황-
두 작가는 이러한 배경을 깔아 두고 모든 아귀가 맞아떨어지도록 글의 극대화된 설정까지 그려놓은 점이 인상적이다.
우 박사가 발명한 초절전 도체의 행방을 알 수 있게 사방팔방으로 뛰어든 기드온의 활약은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의 비밀 인간 병기의 출현과 미 CIA 소속의 직원의 배신으로 이어지면서 점차 걷잡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는 장면 장면 하나하나에서 간신히 빠져나오고 다시 위험에 빠지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장면들이 영화 속의 장면들을 생각나게 한다.
빠른 속도와 전개, 그리고 세계를 놀라게 할 초절전 도체의 발명은 가히 획기적이라고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읽는 독자들로 실제로 이러한 물질이 발견이 된다면 세계사를 바꿀 명단에 오르고도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우울함을 같이 짊어지고 가면서 또 다른 해방구를 찾는 기드온의 활약은 다음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미지의 여지를 주었다는 데서 독자들의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도 한다.
죽기 위해 산다.-
제목도 글의 내용과 맞아떨어지고 그가 비록 철저하게 훈련을 받은 첩보원은 아니지만 오히려 적재적소의 장소를 교묘히 빠져나오는 변장술은 오래간만에 옛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도 주는 책이기에 이런 빠른 전개를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