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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라틴어

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저자의 글을 처음 대한 것은 2014년도 ‘그래도 꿈꿀 권리’란 책을 통해서였다.

 

저자의 이력이 워낙 독특하게 다가왔던 것이  동아시아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란 명칭을 가지고 있는 신부님이란 사실, 그 책 속에서는 보통의 사람으로서의 겪었던 청소년기와 사제 서품을 받고 로마로 유학길에 오르면서 엄청난 공부의 양과 씨름하던 분위기를 그린 점이 기억에  남았던 점이 가장 인상이 깊게 다가왔었다.

 

동양인이, 더군다나 서양인이라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라틴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대리 시험을 부탁할 정도의 고난도에 속하는 언어, 이미 사어로써의 기능을 다했지만 여전히 서구의 언어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언어에 대해서 정복하고 종교계의 변호사란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에 대해 존경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2010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됐던 강의를 토대로 출간한 책이다.

 

한국에서 특히, 사용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라틴어란 과목은 일단 흥미는 끌게 되지만 여건상 꼭 필요한 것이 아닌 사람들은 대강 어떻더라~ 하는 식의 언어로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놀랍게도 타 대학이나 다른 곳에서도 강의를 청강하러 올 만큼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저자의 말처럼 동양인이 서양인을 만나 그들의 고어로써 사용되는 경구를 라틴어로 말한다면 달리 보이게 될 것이란 말도 수긍이 가게 한다.

 

책은 강의시간에 하는 말처럼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오게 한다.

많이 들었거나 알고 있는 단어에 대한 그 뿌리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인간의 유구한 언어에 대한 역사는 그 원초적이고도 방대한 지점을 만나게 되고 이는 곧 라틴어를 모계 언어처럼 이루고 있는 스페인어, 이탈리어, 그 밖의 영어의 철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강의의 내용은 재미와 흥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이 책은 말 그대로 라틴어 수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법의 체계를 통한 인간관계, 더 나아가 현재 청춘들이나 공부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의 말들이 감동을 준다.

 

동양권에서 한문의 영향을 무시 못하듯, 서구권의 라틴어도 역시 마찬가지다.

언어란 것이 계속 사용하면서 새로운 언어의 조합이 탄생이 되고 사멸되어 가는 과정에서 유구히 인간의 소통의 소재로 사용되어오고 있지만 라틴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사어란 점을 염두에 두면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다룬 강의들은 새삼스럽게 또 하나의 깨우침을 알아가는 과정을 같이 견디어 내게 한다.

 

인생에서의 좌절, 희망, 고통, 나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질지에 대한 생각들과 함께 한 강의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경우를 다룬 언어의 참맛, 그 안에서 첫 차트에서 출발하는 라틴어의 독창적인 문법 체계 자체가 혀를 내두르게 하지만 이 고비만 잘 견딘다면 어떤 학문이나 공부도 쉽게 지나갈 수 있으리란 저자의 말에 공감을 하게 된다.

 

 

당시 로마인들의 생각과 철학적인 생각들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 수가 있게 하는 라틴어의 존재-

 

이를 통해서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넘어서 인생 그 자체를 바라보는 뉘앙스를 간직한 경구 하나하나들은 메모하기 바쁘게 만든다.

 

 

Dum vita est, spes est.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Si vis vitam, para mortem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Hoc quoque transibit!

이 또한 지나가리라!

세상에 자나가지 않는 것이 무엇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모든 것은 지나가고 우리는 죽은 자가 간절히 바란 내일이 있을 오늘은 살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것들에 메이지 마세요. 우리조차도 유구한 시간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갈 뿐입니다.-p 275

 

 

어떤 언어를 정복한다는 것은 이미 그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그 이상의 너머를 바라보게 하는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게 하는 만큼 비록 라틴어가 우리 실 생활에서 유용하지 않은 언어라고 할 지라도 동. 서양의 구분을 떠나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깊은 의미를 가진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음을, 특히  이 책을 통해서 전체적인 인생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게 한 시간을 주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루팡의 소식

루팡의 소식

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째깍째깍…

커다란 괘종시계의 첫 표지 그림과 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을 매치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일본 작가의 글이니 만큼 루팡이라니~~~

 

사회파 미스터리의 작가로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초년 작품을 만난다는 것 자체도 관심이 있었지만 이 작품이 처음에는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내용을 읽으니 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지금 읽어도 재미만 있는데….

 

책은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은 꿈꾸어봤던 시험지를 미리 보는 방법은 없을까를 연상시킬 만큼의 스릴을 준다.

 

경찰과 기자들 간의 회식이 있는 가운데 한 투서로 인해 경찰들의 주요 간부들이 한두 명씩 술자리를 뜬다.

정확히는 15년 전의 사건으로 이미 자살로 판명이 나 해결이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투서로 자살이 아닌 살인이란 사실, 이 살인사건에는 ‘루팡 작전’이라 불리는 것을 주도한 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책은 공소시효 만료 24시간을 앞두고 이 사건에 연관되었다고 여겨지는 세 사람의 진술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등학생이었던 기타, 다쓰미, 다치바나, 이 삼인방의 아웃사이더들이 자주 모이던 카페 루팡에서 모의한 사건이 발단이다.

기말시험을 맞아 교장실에 있던 시험지를 갖고 나오자고 한 것, 의기투합한 세 사람의 행동은 실현이 되지만 뜻하지 않게 다른 사건과 엮이게 되는데…..

 

결코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보았던 세 사람들, 십오 년이 지나 각자의 연고도 끊고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던 세 사람들은 여교사 자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던 것일까?

 

책은 학창 시절 불우했던 각기 사연이 다른 세 청소년의 방황과 치기 어렸던 행동들 뒤에 다가온 무서운 진실을 나름대로 감추어오며 살아갔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그리고 있으며 저자의 나름대로의 복선이 여러 갈래 깔린 가운데 범인에 대한 짐작을 예기치 않게 연결시켜 또 다른 사건의 해결까지 보게 되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누구나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하면 의도적으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는 법이다.

학창 시절의 장난처럼 여겼던 행동으로 인해 뇌리에서 저마다 간직해오던 진실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 세 사람과 루팡 카페에 얽힌 아픈 사연들, 인간들마다 상대의 약점을 쥐고 흔들며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악마의 근성을 가진 또 다른 인간들로 인해 십오 년 전이 아닌 십오 년간이란 말의 의미처럼 내내 아픔과 상실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안타까운 사람들의 사연들은 시효 만료가 주는 의미심장한 법의 체계를 절묘하게 이용한 저자의 필치의 매력을 충분히 느껴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전작인 ’64’, ‘클라이머즈 하이’와는 다른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책이기에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초년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가의 변화와 축적된 필치를 비교해 가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