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7월 6일

야행

야행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찌는듯한 후끈한 열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요즘, 이럴 때일수록 서슬이  시퍼렀다는 말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시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납량 특집극을 기대하게 되는 이때, 밤에 읽어서일까?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뒤쪽이 뭔가 켕기고 내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읽었나를 생각해볼 만큼의 이야기를 접해다면 잠은 푹 자기는 ~~~

 

저자의 책의 내용은 역시 실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올해 나오키상과 서점대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릴 만큼의 가독성은 물론이고 책 제목에 들어맞는 이야기의 구조는 사뭇 타 책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책 제목인 야행이란 야행 열차와 백귀야행의 중의 어로서 주인공들이 출발하는 이곳은 현실이지만 열차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마치 SF를 연상시키듯 환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고루 섞인 장르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새롭게 다가온다.

 

학창 시절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던 학원 동료들이 다시 모인다.

이들의 일행은 나카이,  오하시,  다케다, 후지우라,  다나베, 하세가와 –

 

이들 중 하세가와 가 실종된 사건을 겪은 후 다시 만나는 것이라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기대감과 궁금증을 안고 만나는데, 실종된 하세가와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발견하게 되고 그 뒤를 쫓아 들어간 곳이 전시회란 점, 전시회에는 걸려 있는 그림들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관계를 그리는 이 책은 배경 자체가 꿈속을 헤맨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경치와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하여금 현실과 현실이 아닌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전혀 뜻밖의 예상치 못했던 하세가와의 실종을 토대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책은 마지막에 반전, 아마도 스릴을 즐긴다면 이 맛에 읽는 것이겠지만 전혀 예측 불허의 반전이라 읽으면서 앞. 뒤를 번갈아가며 다시 내용을 정리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때로는 몽환적인 느낌 속에서 독자들 나름대로 같이 그 분위기에 취해 허우적거리며 신비함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 범주를 넘어서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고 기묘함마저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무서움을 동반하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기기묘묘한 반전의 결말 또한 독자들 나름대로 안도의 한숨을 놓기도 하고 아니면, 뭐지? 하는 흐름을 다시 되짚어보게 하는 책인 만큼 무더운 이때 읽어주면 제격인 책인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잠1.2….. 잘 주무시나요?

잠[세트] 잠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하루라도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그 하루는 마냥 피곤에 절은 일상에 속하는 하루일 뿐이다.

평균 8시간을 취해야  인간의 활동에 지장이 없다고 할 만큼 잠이 우리 인간에게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기발한 소재의 착상에선 당연코 대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잠-

 

[잠은 잘 자요?]

 

첫 구절의 문장이다.

누구나 쉽게 묻는 말이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잘 자고 있나를 생각해보게 되는 문장이다.

하긴 시험기간이나 다른 일로 인해 평상시보다 적은 잠을 자게 되면 분명 일상 패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은 한두 번쯤은 알게 되는 경험이기에 저자의 이 말로 시작되는 이 소설 자체가 무척 궁금증을 일으키게 했다.

 

28세의 의대생 자크 클라인은 어린 시절부터 유명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는 의사인 엄마 카롤린으로부터 잠에 푹 빠지기 위한 단계별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잠의 깊은 수면의 단계를 총 5단계로 맞추어 숙면을 취하게 된다는 엄마의 말,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5번째 단계에서는 자신만의 꿈의 세상인 상상의 섬인 분홍 모래섬을 통해 빠지게 되고 이어 엄마의 논리에 의해 제 6단계를 찾고자 하는 연구를 통해 획기적인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품는 엄마를 보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실패로 돌아가면서 엄마는 해직과 세상으로부터의 비판을 받게 되고 곧이어 행방이 묘연하기만 한데…..

 

저자의 탁월한 취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책의 구성은 ‘잠’이란 것에 대한 일종의 연구보고서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도 환상과 현실을 오고 가면서 그리는 과정이 호기심을 같이 불러일으킨다.

 

기면증으로 군대를 나와 프리랜서 기자로 뛰고 있는 프랑키와 함께 엄마가 연구의 힌트를 얻었던 말레이시아의 세노이족을 찾아 나서는 과정과 그들의 무리 안에서 같이 동고동락하는 과정. 20년 후의 자신의 모습과 조우하면서 겪게 되는 또 다른 연구의 성장인 꿈속 시간 승강기라 불리는 아톤을 인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또 다른 20년 전의 자신에게 설명해주는 과정들을 통해 저자가 말하는 ‘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갖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동양과 서양의 구분 없이 이번 책에도 정말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의 환경과 습성들을 보이고 방대한 지식의 활용도를 십분 발휘하는 저자의 필력에는 여전히 놀라울 뿐이다.

 

잠을 통해 인간의 뇌가 가진 비밀들, 무궁무진한 뉴런과 신경세포들을 비교하고 그려냄으로써 또 다른 미지의 인간의 신체가 지닌 비밀에 접근하려는 상상력들은 마치 한 인간의 무의식을 독자들도 같이 탐험한다는 인식을 느끼게 해 준다.

 

흔한 말로 대하는 잠에 대한 통설과 관점을 달리 보이게 하는 저자의 색다른 경험은 또다른 그만이 가지는 재미를 주기에 저자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탐험 소설이기도 하다.

 

 

 

만약 꿈 속에서 20년 전의 자신과 얘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뭘 물어보고 싶으세요?

 

 

만약 꿈 속에서 20년 후의 자신과 얘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뭘 물어보고 싶으세요?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보시죠^^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하루하루가 이별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제목부터가 울컥하게 만드는 것,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게끔 나오는 친절성 , 더욱이 전 작들의 유쾌하면서도 눈물을 주르륵 흘릴 정도의 이야기꾼을 접한 독자라면 두말할 것 없이 선뜻 집어 들었을 책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음의 고지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인생이란 것이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흘러들어갈 때의 막연함, 더군다나 요즘 수시로 나오는 병인 ‘치매’란 것을 앓고 있다면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주위 사람들의 힘든 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간 한계를 시험하게 된다.

 

저자는 이렇듯 심각할 수도 있는 상황 설정을 전작대로의 느낌처럼 무심히 흘려 들어가듯 대화와 상황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그 감동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책은 주로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기에 짧은 단편처럼 쉽게 넘어가는 반면 내용면에서는 유쾌하다가도 울먹거림을 동반하게 한다.

 

 

치매를 앓아 점점 내 기억 속의 추억이나 기억들의 소자들을 하나둘씩 잃어버리는 할아버지, 그의 아들, 또 손자까지의 대를 이루며 나누는 대화는 유독 손자와의 코드가 맞는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유머가 통하고 수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

자신이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손자에게 이해를 시킬지에 대한 생각부터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인 할머니와의 추억을 그리는 면면들이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인생의 내공이 쌓인 나름대로의 철학적인 면을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저자의 글들은 수시로 폐부를 찌른다.

 

– 지금이 가장 좋을 때지. 노인은 손자를 보며 생각한다. 세상을 알 만큼 컸지만 거기에 편입되기를 거부할 만큼 젊은 나이. ㅡp 10

 

 

누구나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이지만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병으로 인해 모든 이들에 대한 기억을 하나둘씩 잃어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할아버지는 버거웠을 자신의 인생을 손자에게 세상에 대한 인식과 대화를 통해 기억이 간직하고 있는 영원성의 소멸과 잊어버림에 대한 것을 보통의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설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실제 이런 어른들을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한 독자들이 있다면 너무 말도 안 되게 미화식으로 포장된 것 아니냐 하는 현실성에 입각한 생각들을 할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이런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내재된 저자가 드러내 보이고자 한 속깊은 주제의 내용을 나름대로 포장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 작품들 모두가 찡한 감동을 주었던 만큼 이번의 이야기 또한 따뜻한 그림과 같이 곁들여져 있기에 생각을 하면서 깊은 공감을 더욱 느낄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의 길에서 언제, 어느 때 닥칠지도 모르는 상황들, 그 안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인생을 바라보는 것도 달라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준 감동 어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