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7월 26일

레스토랑에서

레스토랑1레스토랑에서 – 맛, 공간, 사람
크리스토프 리바트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한때 레스토랑이란 말만 들어도 왠지 분위기 있고 비싼 음식을 먹는 곳, 특별한 이벤트나 기념일을 추억하기 위한 장소로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흔히 칼로 썰었다는 식의 말로 표현되던 공간이 바로 레스토랑-

어감도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했지만 알고 보면 레스토랑이란 말 자체가 식당을 의미한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는 사실, 다만 왠지 식당이란 말보다는 좀 더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기에 분위기 면에서는 달리 받아들여지는 공간이 아닌가 싶다.

 

이 레스토랑을 통해서 하나의 축소된 사회를 보는 듯한 책을 접했다.

저자는 독일 출신의 문학 및 문화학과 교수로서 이 책에서 보듯 레스토랑이란 공간 안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서 다뤄졌던 시대의 흐름, 그 안에서 모임을 통한 대화 , 그 밖에 모든 사람들의 행동과 시대의 반영을 다룬 점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글을 썼다.

 

레스토랑의 출현과 오늘날의 프랑스 음식이 유명하게 된 원인이 된  프랑스의 제정이 무너지면서 궁 안에서 요리를 담당했던 요리사들이 자신의 직업을 잃어버리자 그동안 갈고닦았던 요리 솜씨를 발휘하고 생계유지 방편으로 거리로 나가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발생했다고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프랑스혁명 이후에 전국의 국민 의회 대표들이 파리에 모이면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보편적으로 더욱 알려지게 된 계기를 알려준다.

 

카페와는 달리 계급적인 층이 달라도 서로 어울리며 모일 수 있는 곳, 주문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음식의 요구들이 늘어나면서 발달하게 된 음식 메뉴판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충과 주방과 식당의 분리된 공간이 생김으로써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묘사는 비록 조그만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삶에 대한 치열함, 고단함, 다른 나라들마다 벌어졌던 인종 간의 차별이 이루어졌단 사실을 통해 그동안  고정된 이미지로써의 레스토랑을 달리 바라보게 한다.

 

초기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시대의 변천사와도 맞물리는 레스토랑의 변화는 다른 나라인 영국으로 건너가서 외식에 익숙하게 만든 역할을 했다는 사실, 일본의 회전식 초밥 발명에 대한 이야기, 특히 오늘날 유명 별 표시로 맛있는 음식을 한다는 소문을 믿게 하는 미슐랭 가이드의 원조가 된 유래, 그 밖에 다양한 음식의 조리법과 이름들은 낯설지만 맛의 감각을 상상할 수 있는 느낌을 부여해 준 책이기도 하다.

 

초기의 레스토랑에서 지금의 패스트푸드의 발전까지의 변천사를 통해 책의 소 제목에서 다룬 맛, 공간, 사랑의 의미를 충분히 느끼면서 읽을 수 있는 책, 레스토랑이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었고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들을 찬찬히 비교해 가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엔드 오브 왓치

엔드오브왓치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연작 시리즈로 만든다는 것, 그것도 긴장감의 고조를 유지하면서 책을 시리즈로 낸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1부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란 책을 통해 훔친 메르세데스를 운전해 취업 박람회에 모여든 사람들을 무작위로 차로 몰고 가 죽인 범인 브래디의 행동을 저지한 사건은 이후 브래디가 무뇌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에 영향을 끼치고 2부인 <파인더스 키퍼스>란 사립탐정 사무소를 홀리와 함께 운영하면서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한 호지스 형사가 이후 7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으로 다시 브래디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3 부격인 <엔드 오브 왓치>다.

 

70세의 생일을 얼마 앞두고 있는 호지스, 메르세데스 사건으로  전신마비가 된 여성 마킨 스토버가 그녀의 엄마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놓아 버린 탓에 죽여주길 부탁해 원한 것처럼 죽었고,  그녀의 엄마 또한 자살로 삶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이 된다.

 

 

전혀 자살의 흔적을 찾을 수없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와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를 토대로 호지스는 특유의 브래디를 연관시키지만 여전히 병동에서 주위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좀체 증거를 잡지 못한다.

 

 

책은 현대의 발전된, 일부 가전제품처럼 다루는 컴퓨터와 재핏 커맨더라는 게임기를 이용해 자살을 부추기는 브래디의 행동을 통해 사건의 서막을 알린다.

 

 

주치의의 허가되지 않은 약물투여와 메르세데스 사건 당시 입었던 영향으로 뇌의 일부가 특이한 현상으로 살아나면서 타인의 몸속과 뇌를 조종할 수 있는 염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브래디란 인물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호지스와 대결하기 위해 최종의 미션처럼 모든 일들을 처리해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주치의를 조종하고 심지어 자신까지 죽이는 행동, 그 후에 게임기를 받은 청소년들이나 그 주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뇌를 시키며 자살로 몰고 가는 현상들을 그린 이 책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들을 통해 왜 자살을 하려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은 물론 흔히 말하는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인간의 뇌에 심어놓은 정신적인 혼란을 야기시키는 조종력이 탁월한 브래디란 인물을 창조해 냄으로써 또 다른 스티븐 킹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완벽한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형사도 아닌 퇴직 형사로서 이제는 서서히 아픈 몸, 시한부라는 삶을 판정받은 호지스란 인물이  마지막으로 브래디와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극한 상황에 몰린 브래디란 인물이 타인의 몸속으로 들어가 호지스를 기다리며 자신만의 꿈을 이루려는 대비되는 환경을 그림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공포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자살을 시도해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거나 실패한 사람들의 면면들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분위기를 형성하는 묘사가 뛰어난 글은 현재의 많은 청춘들의 고민과 열등감, 우울감등을 제대로 짚어낸 저자의 글에 힘입어 더욱 분위기가 조성이 되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은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스릴과 공포의 분위기가 다른 책들과 다르게 다가오게 한다.

 

 

총 3부작이라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글의 중간에 이미 다뤘던 인물이나 사건들에 대해 간략하게 표현된 부분들이 있어 이 책부터 읽어도 부담스럽지가 않다는 점이 스티븐 킹 나름대로 독자들을 배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부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미국 드라마로 방영이 된다고 하니 미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책과 비교해 봐도 좋을 듯하다.

 

 

서서히 자신 앞에 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무리를 짓고자 했던 호지스란 인물에 대해, 저자는 완전한 완결 편을 원했던 것일까?

 

 

죽음으로서 남아 있는 홀리나 제롬은 물론이고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호지스를 그립게 만드는 것, 이 또한 스티븐 킹의 나름대로 고도의 전략이라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벌써부터 호지스가 그리워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