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7년 7월 11일

소멸의 땅…서던리치 1

소멸의 땅소멸의 땅 서던 리치 시리즈 1
제프 밴더미어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6월

SF 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책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치되다시피 한 버려진 땅으로 불리는 X구역

군사 기지에 인접했던 곳이고 30년 전 경계를 만들고 탐사에 나섰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돌아왔어도 암에 걸려 죽게 된, 연유를 알지 못하는 곳이다.

 

X구역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다루는 비밀 기관 서던리치-

이 구역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열두 번째 탐사대가 출발을 하게 된다.

이들의 구성은 모두 여성들이란 점이 눈에 띈다.

즉,  생물학자인 ‘나’, 인류학자, 측량사, 심리학자.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생물학자인 ‘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이들은 드디어  X구역에 도달하지만 최소한의 무기만 가지고 온 이들은 눈앞에 나타난 탑을 보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모두들 탑에 대해 다른 이견들을 나타내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운데 적대하거나 각자의 임무에만 충실하려는 태도는 보이는 이들은 ‘나’가 발견한 ‘포자’들로 이루어진 글자들을 목격하면서 긴장은 고조된다.

 

‘포자’들이 급기야는 자신을 덮치고 들이키는 가운데 간신히 탑을 빠져나온 ‘나’는 심리학자가 최면을 걸지만 걸리지 않는 사실, 다른 일행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가 죽음으로 발견이 되는 과정에서 리더인 심리학자마저 사라져 버리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단 둘이 남아있게 된 상황인 ‘나’와 측량기사는 서로 의견을 달리하며 발견한 등대로 홀로 가버리는 측량기사의 행동까지….

 

어떤 무서움이 도사리고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이상한 세계인 X구역 안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탐사과정은 3부 시리즈인 만큼 속 시원하게 비밀들을 알려주기 않은 채 1권이 마무리된다.

 

 

탐사를 나섰던 사람들이 보았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 무언가로 인해 죽어가는 원인이 되었는지, 독자들은 읽으면서 비밀의 구역을 그린 장면과 그 안에서 탐사의 과정을 거치며 진정으로 힘을 합쳐야 할 때마저 외면하는 사람들의 행동들을 엿볼 수가 있으며 이 가운데 미지의 생물체에 대한 궁금증, 생존에 관한 욕구와 더불어 자신도 모르게 점차 X구역에 동화되어 가는 ‘나’의 변화되는 과정이 오싹함을 전해준다.

 

세상에는 풀리지 않는 미 해결의 미스터리가 난무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X구역에 대한 호기심을 책의 상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의 상황처럼 그려지는 재미와 스릴을 주기에 이런 류의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1부 만으로도 많은 상을 수상한 저력이 있기 때문일까?

이미 엑스 마키나의 알렉스 갈런드 감독, 나탈리 포트먼 주연으로 영화를 촬영 중이라고 하는 만큼 내년의 개봉이 기대된다.

 

케미스트…그녀의 변신은 무죄

케미스트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첩보를 다룬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이라고 묻는다면 쉽게 말하지 못할 만큼 요즘의 문학에서 다루는 캐릭터들이 정말 다양하게 많다.

그런 범주에서 특히 남성들이 이미지가 강한 가운데 전혀 상반된 여자, 그것도 제대로 훈련을 받은 요원 출신이 아닌 심문에 관한 한 전문가라면?

 

이런 말들 하나만으로도 어찌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되는 만큼의 매력적인 여성을 만났다.

 

그녀가 가진 치명적인 무기들이라고 하면,  뛰어난 체력에서 오는 강인한 훈련으로 무장된 것이 아닌 자신의 주전공인 약물이다.

특히 여성들이 치장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목걸이, 반지, 귀걸이, 벨트, 바지에 숨겨진 칼, 언제든지 자신을 추적해 죽일 수 있는 자들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약물 가스와 부비트랩, 침대가 아닌 침낭과 욕실에서 방독면을 쓰고 자는 여인이다.

 

확실한 자신의 이름은 이미 오래전에 사망한 자로 기록에 남겨진 여인, 오늘은 알렉스란 이름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그런 만큼 언제나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가는 자신에게 자신의 상사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죽게 되면서 자신의 목숨조차도 수시로 위협에 시달리자  가명으로 된 이름을 사용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런 어느 날, 자신을 끊임없이 죽이려고 하는 예전 상사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다.

무려 100만 명의 목숨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녀의 삶은 또 다른 회생과 희망, 행복의 삶이 보장된다는 것-

 

그녀는 이런 요구를 물리치지 못하고 자신만의 특기인 주사 약물을 숨긴 채, 파일을 토대로 범인을 추적해나가는데…

 

전작인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돌풍을 일으킨 저자의 새로운 작품이다.

이번엔 뱀파이어가 아닌 목숨을 담보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심문하는 자, 바로 그녀의 또 다른 자아인 케미스트를 불러내어 괴물들로부터 정보를 캐내는 여인, 하지만 일이 꼬이다 보니 전혀 예상 밖의 인물 대니얼과 그의 쌍둥이 형제인 캐빈과 얽히면서 또 다른 정보를 입수하고 비밀을 밝혀내면서 벌어지는 과정이 로맨스와 버물려 한층 흥미를 준다.

 

– 그녀는 이제 다른 자아, 그 부서에서 ‘케미스트’라 불렀던 자아를 불러냈다.
케미스트는 기계다. 냉혹하고 끈질긴 괴물이 이제 풀려났다. (본문 중에서)

 

오로지 연구밖에 몰랐던  여인, 그러나 그녀 곁에 다가온 새로운 남성 대니얼과의 관계는 그녀가 지니고 있던  기존의 생활 방식으로부터  혼란을 불러오고 그런 가운데 진정한 사랑의 느낌이란 무엇인지를, 자신도 그러한 느낌을 갖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 대니얼이란 캐릭터는 부드럽게 각인이 된다.

 

좌충우돌 캐빈과의 앙숙인 듯 앙숙이 아닌 동지애와 모든 고난을 헤쳐나가면서 이루어지는 과정들은 치고받고 상대를 무너뜨리는 피의 현장이 난무한 살벌한 그림들이 아닌 여성만이 가지는 조심성과 세심함, 그런 가운데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과정들이 사랑스럽게 그려진 책이다.

 

기막힌 타이밍에 자신의 온 힘을 기울여 탈출하는 과정들은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에 남을 만한 것이 아닌가 싶고, 아마도 트와일라잇처럼 영상으로 만난다면 또 다른 여성 전사의 탄생을 알리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이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 딱 좋을 책이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남편죽이기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우선 표지가 무척 눈길을 끌었다.

기존의 책 표지와는 다르게 책갈피로도 사용될 수 있을 용도의 또 다른 커버는 이색적이었던 것만큼이나 제목 또한 섬뜩하지 않은가?

처음엔 무슨 스릴러의 내용이 담긴 것일 줄 알았다가 전혀 뜻밖의 생생한 보고를 담은 내용들이라 좀 더 다른 방향의 접근을 요한 책이었다.

 

남편표지2

 

우선 맘고리즘(Mom+Algorithm)’이란 말을 아시는지요?

여성들이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겪는 고통의 신조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의미를 훨씬 폭넓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육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라면 무척 관심을 끌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청년 고용, 여성 노동 분야, 르포 아이를 낳지 않게 하는 사회, 르포 보육 붕괴를 집필한 저널리스트 고바야시 미키다.

이 책은 이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현실에서 오는 육아의 괴리감, 특히 엄마들의 입장 대변과 아빠들의 입장 대변을 통해 어떤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육아현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여기서 만난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는 사실, 사실 소설이 허구이긴 하나 현실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의식 아래 펼쳐진 이야기를 르포 형식의 내용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책날개의 끝 부분에 나온 문구는 더욱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준다.

 

동상이몽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세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전업주부들 또한 육아라는 고충에서는 모두 힘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직장맘과 전업주부들이 겪는 분노의 사례들을 다룬 이 책은 사회적인 시선에서 오는 여성들이 갖는 불합리한 시선, 다시 복직이란 어려운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험난한 육아의 해결 문제, 지금 젊은 부부들을 그나마 이러한 분담 역할이란 면에서 많이 개선이 되고 있지만 역시 육아의 몫이라 하면 여전히 엄마의 존재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특히 베이붐 세대의 아빠들이 생각하는 아내에 대한 존재 의식은 막연히 무상 노동 시간을 무시하는 것과 동시에 아내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 틈에서 자신 만의 역량을 발휘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란 말처럼 요원한 상태로 전락하는 실태를 저자는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남편들의 입장은 어떨까?

법적으로 육아휴직이란 것이 있긴 하지만 남자가 이런 휴직계를 낸다는 현실은 그저 꿈같다는 것, 주위의 눈치를 보기 일쑤고 많은 것도 아닌 2주간의 육아휴직 자체도 신청하기란 고단한 현실 앞에 사회적 문제인 고용악화, 비정규직들이 갖는 불안함, 수입의 일관성 없는 현실, 이러한 것들을 회사의 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답보 상태의 일들은 비단 일본뿐만이 아닌 현재의 우리나라의 실정과 판박이처럼 똑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육아고충

 

물론 실제로 남편을 죽이는 행위와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무엇이 아내들을 그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어쩌면 어느 부부라도 남의 일로 넘길 수 없는 공통된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p 8

 

 

서로의 이상이 맞아 결혼과 출산이란 것을 이룬 가정 내에서 이러한 동상이몽식의 부부관계는 육아하는 공통의 분모를 안고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의 변화된 심경의 변화 캐치, 그러한 것을 보완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의논하고 실천해 나가는 자세,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경력 단절된 여성들의 복직에 필요한 제도 방안과 이에 절충될 수 있는 육아담당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