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첩보를 다룬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이라고 묻는다면 쉽게 말하지 못할 만큼 요즘의 문학에서 다루는 캐릭터들이 정말 다양하게 많다.
그런 범주에서 특히 남성들이 이미지가 강한 가운데 전혀 상반된 여자, 그것도 제대로 훈련을 받은 요원 출신이 아닌 심문에 관한 한 전문가라면?
이런 말들 하나만으로도 어찌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되는 만큼의 매력적인 여성을 만났다.
그녀가 가진 치명적인 무기들이라고 하면, 뛰어난 체력에서 오는 강인한 훈련으로 무장된 것이 아닌 자신의 주전공인 약물이다.
특히 여성들이 치장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목걸이, 반지, 귀걸이, 벨트, 바지에 숨겨진 칼, 언제든지 자신을 추적해 죽일 수 있는 자들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약물 가스와 부비트랩, 침대가 아닌 침낭과 욕실에서 방독면을 쓰고 자는 여인이다.
확실한 자신의 이름은 이미 오래전에 사망한 자로 기록에 남겨진 여인, 오늘은 알렉스란 이름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그런 만큼 언제나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가는 자신에게 자신의 상사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죽게 되면서 자신의 목숨조차도 수시로 위협에 시달리자 가명으로 된 이름을 사용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런 어느 날, 자신을 끊임없이 죽이려고 하는 예전 상사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다.
무려 100만 명의 목숨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녀의 삶은 또 다른 회생과 희망, 행복의 삶이 보장된다는 것-
그녀는 이런 요구를 물리치지 못하고 자신만의 특기인 주사 약물을 숨긴 채, 파일을 토대로 범인을 추적해나가는데…
전작인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돌풍을 일으킨 저자의 새로운 작품이다.
이번엔 뱀파이어가 아닌 목숨을 담보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심문하는 자, 바로 그녀의 또 다른 자아인 케미스트를 불러내어 괴물들로부터 정보를 캐내는 여인, 하지만 일이 꼬이다 보니 전혀 예상 밖의 인물 대니얼과 그의 쌍둥이 형제인 캐빈과 얽히면서 또 다른 정보를 입수하고 비밀을 밝혀내면서 벌어지는 과정이 로맨스와 버물려 한층 흥미를 준다.
– 그녀는 이제 다른 자아, 그 부서에서 ‘케미스트’라 불렀던 자아를 불러냈다.
케미스트는 기계다. 냉혹하고 끈질긴 괴물이 이제 풀려났다. (본문 중에서)
오로지 연구밖에 몰랐던 여인, 그러나 그녀 곁에 다가온 새로운 남성 대니얼과의 관계는 그녀가 지니고 있던 기존의 생활 방식으로부터 혼란을 불러오고 그런 가운데 진정한 사랑의 느낌이란 무엇인지를, 자신도 그러한 느낌을 갖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 대니얼이란 캐릭터는 부드럽게 각인이 된다.
좌충우돌 캐빈과의 앙숙인 듯 앙숙이 아닌 동지애와 모든 고난을 헤쳐나가면서 이루어지는 과정들은 치고받고 상대를 무너뜨리는 피의 현장이 난무한 살벌한 그림들이 아닌 여성만이 가지는 조심성과 세심함, 그런 가운데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과정들이 사랑스럽게 그려진 책이다.
기막힌 타이밍에 자신의 온 힘을 기울여 탈출하는 과정들은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에 남을 만한 것이 아닌가 싶고, 아마도 트와일라잇처럼 영상으로 만난다면 또 다른 여성 전사의 탄생을 알리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이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 딱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