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7년 7월월

케미스트…그녀의 변신은 무죄

케미스트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첩보를 다룬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이라고 묻는다면 쉽게 말하지 못할 만큼 요즘의 문학에서 다루는 캐릭터들이 정말 다양하게 많다.

그런 범주에서 특히 남성들이 이미지가 강한 가운데 전혀 상반된 여자, 그것도 제대로 훈련을 받은 요원 출신이 아닌 심문에 관한 한 전문가라면?

 

이런 말들 하나만으로도 어찌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되는 만큼의 매력적인 여성을 만났다.

 

그녀가 가진 치명적인 무기들이라고 하면,  뛰어난 체력에서 오는 강인한 훈련으로 무장된 것이 아닌 자신의 주전공인 약물이다.

특히 여성들이 치장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목걸이, 반지, 귀걸이, 벨트, 바지에 숨겨진 칼, 언제든지 자신을 추적해 죽일 수 있는 자들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약물 가스와 부비트랩, 침대가 아닌 침낭과 욕실에서 방독면을 쓰고 자는 여인이다.

 

확실한 자신의 이름은 이미 오래전에 사망한 자로 기록에 남겨진 여인, 오늘은 알렉스란 이름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그런 만큼 언제나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가는 자신에게 자신의 상사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죽게 되면서 자신의 목숨조차도 수시로 위협에 시달리자  가명으로 된 이름을 사용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런 어느 날, 자신을 끊임없이 죽이려고 하는 예전 상사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다.

무려 100만 명의 목숨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녀의 삶은 또 다른 회생과 희망, 행복의 삶이 보장된다는 것-

 

그녀는 이런 요구를 물리치지 못하고 자신만의 특기인 주사 약물을 숨긴 채, 파일을 토대로 범인을 추적해나가는데…

 

전작인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돌풍을 일으킨 저자의 새로운 작품이다.

이번엔 뱀파이어가 아닌 목숨을 담보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심문하는 자, 바로 그녀의 또 다른 자아인 케미스트를 불러내어 괴물들로부터 정보를 캐내는 여인, 하지만 일이 꼬이다 보니 전혀 예상 밖의 인물 대니얼과 그의 쌍둥이 형제인 캐빈과 얽히면서 또 다른 정보를 입수하고 비밀을 밝혀내면서 벌어지는 과정이 로맨스와 버물려 한층 흥미를 준다.

 

– 그녀는 이제 다른 자아, 그 부서에서 ‘케미스트’라 불렀던 자아를 불러냈다.
케미스트는 기계다. 냉혹하고 끈질긴 괴물이 이제 풀려났다. (본문 중에서)

 

오로지 연구밖에 몰랐던  여인, 그러나 그녀 곁에 다가온 새로운 남성 대니얼과의 관계는 그녀가 지니고 있던  기존의 생활 방식으로부터  혼란을 불러오고 그런 가운데 진정한 사랑의 느낌이란 무엇인지를, 자신도 그러한 느낌을 갖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 대니얼이란 캐릭터는 부드럽게 각인이 된다.

 

좌충우돌 캐빈과의 앙숙인 듯 앙숙이 아닌 동지애와 모든 고난을 헤쳐나가면서 이루어지는 과정들은 치고받고 상대를 무너뜨리는 피의 현장이 난무한 살벌한 그림들이 아닌 여성만이 가지는 조심성과 세심함, 그런 가운데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과정들이 사랑스럽게 그려진 책이다.

 

기막힌 타이밍에 자신의 온 힘을 기울여 탈출하는 과정들은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에 남을 만한 것이 아닌가 싶고, 아마도 트와일라잇처럼 영상으로 만난다면 또 다른 여성 전사의 탄생을 알리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이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 딱 좋을 책이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남편죽이기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우선 표지가 무척 눈길을 끌었다.

기존의 책 표지와는 다르게 책갈피로도 사용될 수 있을 용도의 또 다른 커버는 이색적이었던 것만큼이나 제목 또한 섬뜩하지 않은가?

처음엔 무슨 스릴러의 내용이 담긴 것일 줄 알았다가 전혀 뜻밖의 생생한 보고를 담은 내용들이라 좀 더 다른 방향의 접근을 요한 책이었다.

 

남편표지2

 

우선 맘고리즘(Mom+Algorithm)’이란 말을 아시는지요?

여성들이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겪는 고통의 신조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의미를 훨씬 폭넓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육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라면 무척 관심을 끌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청년 고용, 여성 노동 분야, 르포 아이를 낳지 않게 하는 사회, 르포 보육 붕괴를 집필한 저널리스트 고바야시 미키다.

이 책은 이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현실에서 오는 육아의 괴리감, 특히 엄마들의 입장 대변과 아빠들의 입장 대변을 통해 어떤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육아현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여기서 만난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는 사실, 사실 소설이 허구이긴 하나 현실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의식 아래 펼쳐진 이야기를 르포 형식의 내용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책날개의 끝 부분에 나온 문구는 더욱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준다.

 

동상이몽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세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전업주부들 또한 육아라는 고충에서는 모두 힘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직장맘과 전업주부들이 겪는 분노의 사례들을 다룬 이 책은 사회적인 시선에서 오는 여성들이 갖는 불합리한 시선, 다시 복직이란 어려운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험난한 육아의 해결 문제, 지금 젊은 부부들을 그나마 이러한 분담 역할이란 면에서 많이 개선이 되고 있지만 역시 육아의 몫이라 하면 여전히 엄마의 존재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특히 베이붐 세대의 아빠들이 생각하는 아내에 대한 존재 의식은 막연히 무상 노동 시간을 무시하는 것과 동시에 아내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 틈에서 자신 만의 역량을 발휘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란 말처럼 요원한 상태로 전락하는 실태를 저자는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남편들의 입장은 어떨까?

법적으로 육아휴직이란 것이 있긴 하지만 남자가 이런 휴직계를 낸다는 현실은 그저 꿈같다는 것, 주위의 눈치를 보기 일쑤고 많은 것도 아닌 2주간의 육아휴직 자체도 신청하기란 고단한 현실 앞에 사회적 문제인 고용악화, 비정규직들이 갖는 불안함, 수입의 일관성 없는 현실, 이러한 것들을 회사의 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답보 상태의 일들은 비단 일본뿐만이 아닌 현재의 우리나라의 실정과 판박이처럼 똑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육아고충

 

물론 실제로 남편을 죽이는 행위와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무엇이 아내들을 그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어쩌면 어느 부부라도 남의 일로 넘길 수 없는 공통된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p 8

 

 

서로의 이상이 맞아 결혼과 출산이란 것을 이룬 가정 내에서 이러한 동상이몽식의 부부관계는 육아하는 공통의 분모를 안고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의 변화된 심경의 변화 캐치, 그러한 것을 보완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의논하고 실천해 나가는 자세,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경력 단절된 여성들의 복직에 필요한 제도 방안과 이에 절충될 수 있는 육아담당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한 책이다.

 

 

 

 

야행

야행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찌는듯한 후끈한 열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요즘, 이럴 때일수록 서슬이  시퍼렀다는 말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시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납량 특집극을 기대하게 되는 이때, 밤에 읽어서일까?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뒤쪽이 뭔가 켕기고 내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읽었나를 생각해볼 만큼의 이야기를 접해다면 잠은 푹 자기는 ~~~

 

저자의 책의 내용은 역시 실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올해 나오키상과 서점대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릴 만큼의 가독성은 물론이고 책 제목에 들어맞는 이야기의 구조는 사뭇 타 책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책 제목인 야행이란 야행 열차와 백귀야행의 중의 어로서 주인공들이 출발하는 이곳은 현실이지만 열차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마치 SF를 연상시키듯 환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고루 섞인 장르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새롭게 다가온다.

 

학창 시절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던 학원 동료들이 다시 모인다.

이들의 일행은 나카이,  오하시,  다케다, 후지우라,  다나베, 하세가와 –

 

이들 중 하세가와 가 실종된 사건을 겪은 후 다시 만나는 것이라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기대감과 궁금증을 안고 만나는데, 실종된 하세가와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발견하게 되고 그 뒤를 쫓아 들어간 곳이 전시회란 점, 전시회에는 걸려 있는 그림들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관계를 그리는 이 책은 배경 자체가 꿈속을 헤맨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경치와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하여금 현실과 현실이 아닌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전혀 뜻밖의 예상치 못했던 하세가와의 실종을 토대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책은 마지막에 반전, 아마도 스릴을 즐긴다면 이 맛에 읽는 것이겠지만 전혀 예측 불허의 반전이라 읽으면서 앞. 뒤를 번갈아가며 다시 내용을 정리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때로는 몽환적인 느낌 속에서 독자들 나름대로 같이 그 분위기에 취해 허우적거리며 신비함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 범주를 넘어서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고 기묘함마저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무서움을 동반하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기기묘묘한 반전의 결말 또한 독자들 나름대로 안도의 한숨을 놓기도 하고 아니면, 뭐지? 하는 흐름을 다시 되짚어보게 하는 책인 만큼 무더운 이때 읽어주면 제격인 책인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잠1.2….. 잘 주무시나요?

잠[세트] 잠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하루라도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그 하루는 마냥 피곤에 절은 일상에 속하는 하루일 뿐이다.

평균 8시간을 취해야  인간의 활동에 지장이 없다고 할 만큼 잠이 우리 인간에게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기발한 소재의 착상에선 당연코 대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잠-

 

[잠은 잘 자요?]

 

첫 구절의 문장이다.

누구나 쉽게 묻는 말이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잘 자고 있나를 생각해보게 되는 문장이다.

하긴 시험기간이나 다른 일로 인해 평상시보다 적은 잠을 자게 되면 분명 일상 패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은 한두 번쯤은 알게 되는 경험이기에 저자의 이 말로 시작되는 이 소설 자체가 무척 궁금증을 일으키게 했다.

 

28세의 의대생 자크 클라인은 어린 시절부터 유명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는 의사인 엄마 카롤린으로부터 잠에 푹 빠지기 위한 단계별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잠의 깊은 수면의 단계를 총 5단계로 맞추어 숙면을 취하게 된다는 엄마의 말,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5번째 단계에서는 자신만의 꿈의 세상인 상상의 섬인 분홍 모래섬을 통해 빠지게 되고 이어 엄마의 논리에 의해 제 6단계를 찾고자 하는 연구를 통해 획기적인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품는 엄마를 보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실패로 돌아가면서 엄마는 해직과 세상으로부터의 비판을 받게 되고 곧이어 행방이 묘연하기만 한데…..

 

저자의 탁월한 취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책의 구성은 ‘잠’이란 것에 대한 일종의 연구보고서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도 환상과 현실을 오고 가면서 그리는 과정이 호기심을 같이 불러일으킨다.

 

기면증으로 군대를 나와 프리랜서 기자로 뛰고 있는 프랑키와 함께 엄마가 연구의 힌트를 얻었던 말레이시아의 세노이족을 찾아 나서는 과정과 그들의 무리 안에서 같이 동고동락하는 과정. 20년 후의 자신의 모습과 조우하면서 겪게 되는 또 다른 연구의 성장인 꿈속 시간 승강기라 불리는 아톤을 인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또 다른 20년 전의 자신에게 설명해주는 과정들을 통해 저자가 말하는 ‘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갖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동양과 서양의 구분 없이 이번 책에도 정말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의 환경과 습성들을 보이고 방대한 지식의 활용도를 십분 발휘하는 저자의 필력에는 여전히 놀라울 뿐이다.

 

잠을 통해 인간의 뇌가 가진 비밀들, 무궁무진한 뉴런과 신경세포들을 비교하고 그려냄으로써 또 다른 미지의 인간의 신체가 지닌 비밀에 접근하려는 상상력들은 마치 한 인간의 무의식을 독자들도 같이 탐험한다는 인식을 느끼게 해 준다.

 

흔한 말로 대하는 잠에 대한 통설과 관점을 달리 보이게 하는 저자의 색다른 경험은 또다른 그만이 가지는 재미를 주기에 저자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탐험 소설이기도 하다.

 

 

 

만약 꿈 속에서 20년 전의 자신과 얘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뭘 물어보고 싶으세요?

 

 

만약 꿈 속에서 20년 후의 자신과 얘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뭘 물어보고 싶으세요?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보시죠^^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하루하루가 이별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제목부터가 울컥하게 만드는 것,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게끔 나오는 친절성 , 더욱이 전 작들의 유쾌하면서도 눈물을 주르륵 흘릴 정도의 이야기꾼을 접한 독자라면 두말할 것 없이 선뜻 집어 들었을 책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음의 고지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인생이란 것이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흘러들어갈 때의 막연함, 더군다나 요즘 수시로 나오는 병인 ‘치매’란 것을 앓고 있다면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주위 사람들의 힘든 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간 한계를 시험하게 된다.

 

저자는 이렇듯 심각할 수도 있는 상황 설정을 전작대로의 느낌처럼 무심히 흘려 들어가듯 대화와 상황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그 감동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책은 주로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기에 짧은 단편처럼 쉽게 넘어가는 반면 내용면에서는 유쾌하다가도 울먹거림을 동반하게 한다.

 

 

치매를 앓아 점점 내 기억 속의 추억이나 기억들의 소자들을 하나둘씩 잃어버리는 할아버지, 그의 아들, 또 손자까지의 대를 이루며 나누는 대화는 유독 손자와의 코드가 맞는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유머가 통하고 수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

자신이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손자에게 이해를 시킬지에 대한 생각부터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인 할머니와의 추억을 그리는 면면들이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인생의 내공이 쌓인 나름대로의 철학적인 면을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저자의 글들은 수시로 폐부를 찌른다.

 

– 지금이 가장 좋을 때지. 노인은 손자를 보며 생각한다. 세상을 알 만큼 컸지만 거기에 편입되기를 거부할 만큼 젊은 나이. ㅡp 10

 

 

누구나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이지만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병으로 인해 모든 이들에 대한 기억을 하나둘씩 잃어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할아버지는 버거웠을 자신의 인생을 손자에게 세상에 대한 인식과 대화를 통해 기억이 간직하고 있는 영원성의 소멸과 잊어버림에 대한 것을 보통의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설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실제 이런 어른들을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한 독자들이 있다면 너무 말도 안 되게 미화식으로 포장된 것 아니냐 하는 현실성에 입각한 생각들을 할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이런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내재된 저자가 드러내 보이고자 한 속깊은 주제의 내용을 나름대로 포장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 작품들 모두가 찡한 감동을 주었던 만큼 이번의 이야기 또한 따뜻한 그림과 같이 곁들여져 있기에 생각을 하면서 깊은 공감을 더욱 느낄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의 길에서 언제, 어느 때 닥칠지도 모르는 상황들, 그 안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인생을 바라보는 것도 달라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준 감동 어린 책이다.

 

 

 

                                                                                                                          
                                            

라틴어 수업

라틴어

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저자의 글을 처음 대한 것은 2014년도 ‘그래도 꿈꿀 권리’란 책을 통해서였다.

 

저자의 이력이 워낙 독특하게 다가왔던 것이  동아시아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란 명칭을 가지고 있는 신부님이란 사실, 그 책 속에서는 보통의 사람으로서의 겪었던 청소년기와 사제 서품을 받고 로마로 유학길에 오르면서 엄청난 공부의 양과 씨름하던 분위기를 그린 점이 기억에  남았던 점이 가장 인상이 깊게 다가왔었다.

 

동양인이, 더군다나 서양인이라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라틴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대리 시험을 부탁할 정도의 고난도에 속하는 언어, 이미 사어로써의 기능을 다했지만 여전히 서구의 언어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언어에 대해서 정복하고 종교계의 변호사란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에 대해 존경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2010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됐던 강의를 토대로 출간한 책이다.

 

한국에서 특히, 사용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라틴어란 과목은 일단 흥미는 끌게 되지만 여건상 꼭 필요한 것이 아닌 사람들은 대강 어떻더라~ 하는 식의 언어로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놀랍게도 타 대학이나 다른 곳에서도 강의를 청강하러 올 만큼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저자의 말처럼 동양인이 서양인을 만나 그들의 고어로써 사용되는 경구를 라틴어로 말한다면 달리 보이게 될 것이란 말도 수긍이 가게 한다.

 

책은 강의시간에 하는 말처럼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오게 한다.

많이 들었거나 알고 있는 단어에 대한 그 뿌리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인간의 유구한 언어에 대한 역사는 그 원초적이고도 방대한 지점을 만나게 되고 이는 곧 라틴어를 모계 언어처럼 이루고 있는 스페인어, 이탈리어, 그 밖의 영어의 철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강의의 내용은 재미와 흥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이 책은 말 그대로 라틴어 수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법의 체계를 통한 인간관계, 더 나아가 현재 청춘들이나 공부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의 말들이 감동을 준다.

 

동양권에서 한문의 영향을 무시 못하듯, 서구권의 라틴어도 역시 마찬가지다.

언어란 것이 계속 사용하면서 새로운 언어의 조합이 탄생이 되고 사멸되어 가는 과정에서 유구히 인간의 소통의 소재로 사용되어오고 있지만 라틴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사어란 점을 염두에 두면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다룬 강의들은 새삼스럽게 또 하나의 깨우침을 알아가는 과정을 같이 견디어 내게 한다.

 

인생에서의 좌절, 희망, 고통, 나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질지에 대한 생각들과 함께 한 강의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경우를 다룬 언어의 참맛, 그 안에서 첫 차트에서 출발하는 라틴어의 독창적인 문법 체계 자체가 혀를 내두르게 하지만 이 고비만 잘 견딘다면 어떤 학문이나 공부도 쉽게 지나갈 수 있으리란 저자의 말에 공감을 하게 된다.

 

 

당시 로마인들의 생각과 철학적인 생각들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 수가 있게 하는 라틴어의 존재-

 

이를 통해서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넘어서 인생 그 자체를 바라보는 뉘앙스를 간직한 경구 하나하나들은 메모하기 바쁘게 만든다.

 

 

Dum vita est, spes est.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Si vis vitam, para mortem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Hoc quoque transibit!

이 또한 지나가리라!

세상에 자나가지 않는 것이 무엇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모든 것은 지나가고 우리는 죽은 자가 간절히 바란 내일이 있을 오늘은 살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것들에 메이지 마세요. 우리조차도 유구한 시간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갈 뿐입니다.-p 275

 

 

어떤 언어를 정복한다는 것은 이미 그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그 이상의 너머를 바라보게 하는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게 하는 만큼 비록 라틴어가 우리 실 생활에서 유용하지 않은 언어라고 할 지라도 동. 서양의 구분을 떠나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깊은 의미를 가진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음을, 특히  이 책을 통해서 전체적인 인생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게 한 시간을 주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루팡의 소식

루팡의 소식

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째깍째깍…

커다란 괘종시계의 첫 표지 그림과 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을 매치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일본 작가의 글이니 만큼 루팡이라니~~~

 

사회파 미스터리의 작가로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초년 작품을 만난다는 것 자체도 관심이 있었지만 이 작품이 처음에는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내용을 읽으니 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지금 읽어도 재미만 있는데….

 

책은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은 꿈꾸어봤던 시험지를 미리 보는 방법은 없을까를 연상시킬 만큼의 스릴을 준다.

 

경찰과 기자들 간의 회식이 있는 가운데 한 투서로 인해 경찰들의 주요 간부들이 한두 명씩 술자리를 뜬다.

정확히는 15년 전의 사건으로 이미 자살로 판명이 나 해결이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투서로 자살이 아닌 살인이란 사실, 이 살인사건에는 ‘루팡 작전’이라 불리는 것을 주도한 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책은 공소시효 만료 24시간을 앞두고 이 사건에 연관되었다고 여겨지는 세 사람의 진술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등학생이었던 기타, 다쓰미, 다치바나, 이 삼인방의 아웃사이더들이 자주 모이던 카페 루팡에서 모의한 사건이 발단이다.

기말시험을 맞아 교장실에 있던 시험지를 갖고 나오자고 한 것, 의기투합한 세 사람의 행동은 실현이 되지만 뜻하지 않게 다른 사건과 엮이게 되는데…..

 

결코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보았던 세 사람들, 십오 년이 지나 각자의 연고도 끊고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던 세 사람들은 여교사 자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던 것일까?

 

책은 학창 시절 불우했던 각기 사연이 다른 세 청소년의 방황과 치기 어렸던 행동들 뒤에 다가온 무서운 진실을 나름대로 감추어오며 살아갔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그리고 있으며 저자의 나름대로의 복선이 여러 갈래 깔린 가운데 범인에 대한 짐작을 예기치 않게 연결시켜 또 다른 사건의 해결까지 보게 되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누구나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하면 의도적으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는 법이다.

학창 시절의 장난처럼 여겼던 행동으로 인해 뇌리에서 저마다 간직해오던 진실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 세 사람과 루팡 카페에 얽힌 아픈 사연들, 인간들마다 상대의 약점을 쥐고 흔들며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악마의 근성을 가진 또 다른 인간들로 인해 십오 년 전이 아닌 십오 년간이란 말의 의미처럼 내내 아픔과 상실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안타까운 사람들의 사연들은 시효 만료가 주는 의미심장한 법의 체계를 절묘하게 이용한 저자의 필치의 매력을 충분히 느껴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전작인 ’64’, ‘클라이머즈 하이’와는 다른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책이기에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초년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가의 변화와 축적된 필치를 비교해 가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