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사건사고들, 인간으로서 생각할 수도 없는 연속적인 사건들이 벌어지는 요즘에 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절실히 느껴보는 갑갑함과 인간과 벌, 그 원천적인 처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을 읽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데 처음 접하는 책인 만큼 저자만의 색채는 어떤 것일까?를 궁금하게 하는 책 제목에 대한 의미 부여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을 던지게 한다.
딸을 셋 둔 아버지의 절절한 편지 형식을 취하는 일기들과 함께 도대체 그들의 가정을 무참히 무너뜨린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19 살의 줄리아가 술집에 있던 것이 목격된 후 사라진다.
사라진다는 의미,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하게 되고 이후 모든 동네 사람들도 동참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관심도는 현저히 떨어지게 되며 이 사건을 바라보는 경찰의 시각은 그 나이에 맞는 가출에 의미를 더 둔다.
가족들이 느끼는 자신의 딸이자 언니에 대한 모습은 전혀 아니라고 했지만 그 이후 그들의 가정은 파탄이란 말로 대체된다.
삶에 대한 의미조차 느끼지 못하는 현실, 가족들의 구성원은 각자 나름대로 슬픔의 방식을 보인다.
아버지는 끝없는 경찰서 방문과 조금이라도 사건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엄마는 그런 가운데 냉철한 생각과 남은 두 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끝내는 이혼을 감행한다.
동생인 리디아는 마약에 몸을 맡기다 재활을 거쳐 딸을 두게 되면서 삶의 터전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가족과의 인연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끊고 산다.
막내딸인 클레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듣고 이해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몸 안으로 삭이며 그 모든 현실을 감내하다 폴을 만나게 되면서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어느 날 폴과 집으로 가던 중 괴한에게 습격을 받게 되고 폴은 현장에서 즉사한다.
이후 집에 강도가 들게 되고 클레어는 이 과정에서 남편이 남긴 자료를 보던 중, 전혀 뜻밖의 영상을 접하게 된다.
얼마 전 실종된 것으로 전국에 알려진 16살 소녀의 모습과 같은 여자가 끔찍한 모습으로 묶여 있는 영상, 그것을 왜 남편 폴은 보관하고 있었던 것일까?
책은 전혀 무관하게 연결 지을 이야기들의 퍼즐 조합을 통해 서서히 악마의 모습을 한 실체를 접하는 과정과 실종으로 그 생사조차도 모르고 지내는 가정의 모습을 세세히 다룬다.
해체된 듯한 모습으로 살아가던 자매의 상봉은 24년 전 실종된 언니 줄리아와 영상을 통해 보다 심층적인 사건 해결을 위해 모이면서 사건의 미궁은 어떻게 해결이 될까에 대한 궁금증, 자살로 마감한 아버지의 글과 함께 사건 면모를 들여다보는 과정과 가족 간의 용서와 사랑이 촘촘히 그려진다.
예쁘다는 인식, 흔히 말하는 미인의 조건이 여기서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결과물로 그려졌다는 점도 의미 심장하지만 그런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악의 본성을 지닌 사이코패스의 기질들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책의 표현된 글들은 아무래도 이런 끔찍한 장면들을 표현하다 보니 상당히 거칠게 다가오고 또 그런 흐름을 위기일발의 상황에 맞서 적응을 잘하는 영웅의 묘사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 클레어나 리디아 같은 사람들이 어쩔 줄 모르고 속수무책을 당하는 현실적인 상황들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사건의 본질을 더듬어 가면서 느끼는 배신감, 앞과 뒤가 전혀 다른 배우자 문제에 봉착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클레어의 갈등과 혼동, 경찰관과 보안관이 동조하면서 겪게 되는 사건의 실체 앞에서 누구를 믿어야 하고 믿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들은 처벌의 강화를 어디까지 해야 남은 가족들의 여한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가족들도 있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한 가족들의 분산은 위의 가족처럼 모두 자신의 탓처럼 여겨 죄책감을 이겨나가지 못한 아픔을 드러냈다는 데서 작가의 책 제목은 세상 사람들의 인식 또한 그러한 점이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쁜만큼 그에 해당되는 어떤 도발적인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을 것이라는 인식에 일침을 가하는 저자의 이 책은 한 꺼풀 벗고 그러한 일들을 당한 경위와 해결을 위해 모두가 공동의 관심사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한다.
사건의 주범이 이러한 일들을 왜 하는지에 대한 심리는 접어두고 피해자의 가족들의 심리 부분들을 통해 사건 부각을 시키는 방식, 실종된 채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불편한 진실을 알고 살아가는 편이 더 좋은 것인지에 선택을 묻는 책, 여전히 책을 덮고서도 갑갑함을 떨쳐버리지 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