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오리진 – 전2권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11월
4 년만에 신간으로 만나본 오리진-
저자의 단골 테마인 역사와 종교, 그리고 과학 접목을 다룬 내용들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활발히 이용된다.
종교와 과학 간의 가장 확연히 눈에 띄는 쟁점인 인간은 과연 누가 만들었는가?
우리가 믿고 있는 신의 힘에 의해서인가? 아니면 과학자들의 주장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에 의해서 탄생이 된 것이 아닌 어떤 힘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진화를 거쳐 탄생이 된 것인가? 를 다룬 이 책은 깊은 관심을 불러 모은다.
주인공은 여전히 랭턴 기호학 교수다.
이제는 나이도 들만큼 들어서 머리도 희끗하고 몸도 많이 불은 모습의 톰 행크스가 떠오르게 되는데, 책은 랭턴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갑부이면서 미래학자, 컴퓨터 과학자인 에드먼드 커시의 초대를 받고 스페인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에 도착하면서 시작이 된다.
이미 프레젠테이션이 열리기 전 세계 종교회의의 주요 인물인 각 종교계의 수장들을 만난 커시는 카톨릭 주교, 랍비, 이슬람의 대표자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모종의 사실을 발표하겠다는 말을 한 상태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도착한 랭턴은 커시가 제작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랭턴을 미술관에 인도하는 인공지능 윈스턴의 안내를 받아 발표장에 가게 되고 같은 시간에 이슬람 대표와 그 이후에 차례대로 랍비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발표를 하던 커시를 죽인 전 해군 장교의 행동으로 혼란에 빠진 미술관을 빠져나오는 랭턴과 암브라 비달이라는 스페인 왕세자와 약혼한 미술관장은 이후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행동에 나서게 되는데….
책은 같은 종교계에서도 보수파와 현대적인 발걸음에 발맞춰나가야 한다는 진보적인 세력 간의 의견 충돌 과정과 그 가운데서 벌어지는 인류의 탄생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제시한 커시의 발표를 비교해 보는 글로 대변되고 있다.
인류의 탄생 기원이 결국은 어디로 가는가에 전착하게 되는 물음의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과정 속에는 인간의 두뇌 발달과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공지능의 기하학적인 발전의 속도를 체감 있게 느끼게 만들고 이러한 장치들은 종교와 과학 간의 비교대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책의 배경인 스페인의 유명한 박물관과 작품들, 가우디의 건축물과 기하학적인 예술작품들을 통해 저자가 그려보고자 한 내용들을 대변하는 커시의 주장과 종교의 갈등 속에 인간이 지닌 혼란을 정리해 가는 주교의 인생, 그리고 뭣보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인공지능 윈스턴에 전적으로 의존해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랭턴 교수의 모습은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과연 인간이 만든 과학으로 인해 인간이란 종은 결국 인공지능에게 흡수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까지 던지게 만든다.
인공 지능과 우버택시의 출현,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생활의 밀접한 작은 생활 하나하나까지 침투해가는 과학의 발전은 종교계가 주장하는 인간의 탄생과도 비교되는 글들로 인해 과연 책 속에서 말하는 7계에 이르는 과정이 올까? 하는 것을 염두에 두게 만든다.
*****: “인류의 지식 중심에는 이 두 가지 수수께끼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다시 말해 인간의 ‘창조’와 인간의 ‘운명’이죠. 이거야말로 가장 보편적인 수수께끼입니다.” – P.28
창조론과 과학의 상반된 주장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 어떤 책들도 시원한 해결 답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데서 여전히 우리 인간들은 우리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을 제시한 저자의 글을 통해 그 해답을 언젠가는 듣게 될 날이 올까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미 과학적인 증거로 인해 하나둘씩 밝혀지는 인류의 발전은 종교와 어떻게 화합을 이루고 같이 공존해 나가느냐에 따라 인류의 삶 자체도 평화롭게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종교도 중요하고 과학도 중요한,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미래의 그 어떤 날을 기대해보게 되는 책이기도 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각 나라의 유명한 건물이나 예술품, 작가들을 동원해서 나름대로 이야기의 맛깔스러운 조합을 이룬 글들이지만 이미 식상한 탓인지, 아니면 작가의 패턴을 이미 익혀버린 탓인지 스페인이 갖고 있는 유명한 모든 것들을 통해 일일이 설명해 나열하는 식의 글들은 지루한 면이 없지 않게 느껴졌다.
다만 인류의 탄생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나름대로 소설의 소재로 이용해 그동안 다뤄왔던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다양한 변주의 내용들을 매번 접할 때마다 저자의 노력이 많이 깃든 작품이란 데에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