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가 아키라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2월
현대인들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폰-
전화기의 변천사를 쉽게 알 수 있는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패턴을 보면 하루가 빠르게 변해가는 이기 문명에 대한 감각을 느낄 수가 있는데, 그런 만큼 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스마트 폰을 가지고 다룬 소재는 섬뜩함이 먼저 전해진다.
택시 안에서 우연히 타인의 스마트 폰을 발견하게 된 남자, 처음엔 이 주인을 찾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전화기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연락을 취하려 했다.
그런 가운데 전화기 속에 담긴 사진을 보게 되고 그 사진 속에 담긴 여인의 사진은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자신의 취향인 검은 흑단 머리의 미인, 때마침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게 되고 실제 전화기 주인이 사귀고 있는 남자의 것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전화기를 건네주는 과정이 있기 전에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 남자는 다양한 SNS의 활동을 이용해 비밀번호와 앱을 깔아 두고 그들의 동선과 관계망까지 들여다보는 해킹 작업을 하게 된다.
친한 친구들이라든가 그다지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좋아요! 를 누르면 원활한 맺음을 이어주는 매체 SNS의 피해는 이 책을 통해서도 확실히 공포감과 함께 내가 알지 못하는 타인이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몰아쳐오는 극대치의 순간들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우연히 접한 스마트 폰의 피해를 통해 이성 간의 교류를 교묘히 이간질하고 이별까지 가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의 치밀함, 가족들과의 관계가 많지 않은 여인들만 골라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의 그릇된 극단적인 희열감 속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숨 막힘이 잘 그려진다.
분명 이기 문명은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하고 바쁜 현실 속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양갈래의 선택은 신중함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믿었던 사람의 실체가 공개되고 그런 가운데 독자들이 전혀 예상 밖의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 순간도 저자는 스마트 폰이라는 물건의 악용이 다른 방법으로 선회를 했을 때 또 다른 결말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그린 기발한 착상은 왜 이 책이 제15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최종 수상작에 올랐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해킹하는 사이코패스의 생각과 행동, 스마트 폰 분실 때문에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게 된 여인과 그의 연인, 인적이 드문 숲 속에 여인의 시체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른 수사를 좁혀가는 수사관들의 시선을 같이 동시에 그린 이 책은 경찰들의 행동을 그린 면에서 프로라는 생각보다는 어설프고 과감한 결단력이 다소 부족한 캐릭터로 나온 것이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하나의 필수품을 자리 잡은 스마트 폰이란 소재를 가지고 다룬 다양한 해킹의 세계와 피해를 당하는 자의 심리를 제대로 잘 그렸단 점에서 서스펜스 스릴이란 장르의 묘미를 잘 다뤘다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