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2월 12일

우리와 당신들

우리와당신들

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오베라는 남자’ 이후 그동안 계속 출간된 책들을 통해 저자만이 그릴 수 있는 유머와 감동이 석인 작품을 접해 본 독자라면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전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베어타운’의 연이은 이야기의 진행은 작은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간들의 심리와 이해충돌, 그 속에서 다뤄지는 사회 양상들을 모두 함께 엿볼 수 있다는 데서 이 주제는 한층 발전된 느낌을 받는다.

 

마을의 유일한 희망인 하키 운동은 베어타운이 회생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런데 하키 팀 주장이 마을 소녀 마야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되고 마야는 그일 이후 괴로움의 연속, 누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남동생, 엄마와 하키 단장인 아버지 페테르에 이르기까지 가족 전체는 그 사건 이후로 각기 다른 마음속에 간직된 고통으로 살아간다.

 

더군다나 하키 팀의 지원이 옆 마을로 가게 되고 하키 선수와 감독마저 이동하게 되자 아버지 페테르는 자신의 전 일생을 걸고 지켜 온 하키 팀 유지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결국 재건을 위해 베어타운 지역구 의원과 손을 잡게 된 페테르는 이를 이루기 위해 마을 사람들 간의 알력과 불신, 그밖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더군다나 십시일반 하키 선수들의  부활을 위해 모금함까지 동원되는 정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선수들 가운데 커밍아웃까지 발생하게 된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우리와 당신들이란 뜻이 이 책에서 보인 내용과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우리’란 개념이 희박한데, 이 책에서 보인 우리는 자신의 뜻과 맞는 사람들, 그렇다면 당신들이란 결국 나의 뜻과 반대의 의견을 지닌 상대방을 지칭할 터,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독자들은 선과 악의 양면성, 꼭 어떤 기준점을 가지고 이것이 선이고, 저것이 악이다 라는 확실히 정할 수 없는 중간지대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성폭행을 당한 당사가가 겪는 트라우마, 나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성, 성 소수자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의견 충돌, 하키 재건을 위해 모든 술책을 동원해가며 이루고자 하는 행동들 뒤에 이러한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의견 충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을 통해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함께’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베어타운 마을 주민들의 마을 재건과 하키팀의 부활을 위해 합심하는 모습들은 우리와 당신들을 모두 아우르는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은 공간인 마을을 대변하고는 있다지만 대한민국의 현 세태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다는데서 인간들이라면 결국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선과 악, 중간지대인 회색지대까지 모두 그린 저자의 작품이 더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 책이다.

 

 

– “인생은 우라지게 희한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가며 인생의 여러 가지 측면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규정한다. 우리는 이해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가장 좋았던 기억도, 가장 나빴던 기억도. 이해는 언제까지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중 누구는 이사를 가겠지만 대부분은 여기에 남을 것이다. 이곳은 복잡하지 않은 곳이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보면 어디든 그렇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베어타운과 헤드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 하늘도 알고 땅도 알지만 그들은 우리 마을이다. 여기가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의 모퉁이다.” – p.595

밀어,,,거울의 속삭임

밀어

밀어 1~2 세트 – 전2권 – 거울의 속삭임
비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9년 1월

시대적인 배경을 통해 인간들의 야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펼쳐 보인 저자의 현대물 로맨스 소설이다.

 

전작들인 ‘기란’이나’암향’을 통해 독특한 시대 배경 속에 사랑을 다룬 이야기를  한층 재미와 몰입도를 선보인 저자이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 또한 크게 다가왔다.

 

학원 선생으로  지내는 유설아는 직장 동료이자 대학 동기인 친구 나경과  나경의 약혼자, 그리고  그의 친구와 함께 결혼 축하를 할 겸 클럽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의식을 잃게 된다.

 

깨어난 곳은 병원, 그녀를 구해준 사람은 클럽 사장 민제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알고 보니 나경의 무리들이 설아에게 약을 먹이고 정신이 혼미한 것을 민제하가 본 것,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장난임을 주장한  뻔뻔한 나경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된 설아, 민제하는 자신이 그들을 혼내주는데 도움을 줄 테니 자신과 계약연애를 하자고 제안을 하는데…

 

뻔한 스토리 속에 전개되는 이야기의 로맨스답게 시종 두 연인 간의 사랑에 대한 감정선은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비밀에 쌓인 민제하의 과거, 그를 통해 학창 시절 유일한 친구이자 도움을 주고받았던 서하재에 대한 그늘이 보인 것은 유설아만의 착각이었을까?

 

유설아의 행방을 쫓으면서 처음엔 복수심으로, 그렇다가 차츰 그녀가 겪었던 아픔과 진정한 사랑에 대해 자신조차도 모르게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민제하의 앞날엔 과연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보인 흐름은 그들이 왜 서로 어긋난 인생을 걸어와야 했는지에 대한 시간 흐름을 보이며 친엄마에  대한 사랑을 받고자 무던히 노력했으나 결국엔 이루지 못한 채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선 민제하의 아픈 마음이 그려진다.

 

백설공주는  계모의 계략에 의해 독사과를 먹고 위험에 빠졌으나 사랑하는 왕자님을 만나 행복한 삶을 이룬다.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 속에 아버지가 그린 그림 ,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그린 그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사랑과 자식에 대한 소유권이라고 여기는 어긋난 모정의 행실, 그 안에서 민제하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행동과 말로 드러낸 유설아의 사랑은 과거의 그릇된 어른들의 결정으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낸 두 사람에게 더욱 강한 결속의 사랑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애틋하면서도 함부로  발설할 수 없었던 사랑의 감정이 두 사람만의 진실된 사랑 확인을 통해 그려낸 책인 만큼 현대물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누구니?

 

 

아마 진정한 사랑을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확신한 두 사람, 그들이 아닐까?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작들의 배경이 시대물을 통해 격한 사랑의 감정 파고를 잘 드러낸 작품들이 많아서 그런가, 유설아와 민제하의 사랑은 풋풋한 사랑의 결실이란 의미로 진행되는  결말이란 생각이 더  두드러지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지도

소설지도  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어떤 목적을 향해서 갈 때 필요한 물품 중 하나가 지도와 나침반인 경우가 많다.

특히 홀로 여행 가는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토록 독특하고도 생생한 그림이 곁들인 지도책이라니~~

 

그것도 눈과 머릿속에 그려진 것을 토대로 읽어나가는 소설 속의 세계를 정교한 그림과 함께 들여다본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경험을 한 기분이 든다.

 

뉴욕의 일러스트레이터 앤드루 더그라프와 출판 에디터 대니얼 하먼이 함께 출간한 이 책은 말 그대로 소설 속에 드러난 장소를 그린 책이다.

 

벽돌 두께를 자랑하는 책들, 여러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할 경우엔 따로 표기를 해 두거나 포스트잇을 붙여서 각인을 하며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는 그야말로 책 속에 그려진 것을 토대로 독자들로 하여금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았다는 느낌을 선사해준다.

 

책 속에 담긴 작품들은 총 , 19편의 소설, 시, 희곡이 들어있다.

이름만 들어도 읽었거나 알 수 있는 작품들의 세계, <오디세이아>부터 <로빈슨 크루소> <모비딕> <보이지 않는 인간>, 작가들은 또 어떤가?

 

 

셰익스피어, 마크 트웨인, 제인 오스틴, 프란츠 카프카, 어슐러 K. 르 귄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할뿐더러 더군다나 책 속에 묘사된 장소들에 대한 이해력을 한층 설득력 있게 그려놓았거나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은 여전히 읽어볼 것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안내

 

 

가령 얼마 전 읽은 다운십 타운의 경우엔 오디세이를 연상시키는 듯한 여정을 흠뻑 느끼며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게 한다.

 

토끼

책이란 것이 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많은 연관이 있고 그 연관성 안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기획 의도는 획기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 선별된 작품이었을 것 같은데, 특히 바벨의 도서관은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표현해 낸 그림이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는 인상을 받는다

 

바벨1

바벨

 

 

말 그대로 어디가 출발점이고 도착점인지를 그림을 통해서도 여전히 오리무중 속에 헤매게 만든 장치들, 그림 그대로 벌집 모양처럼 보이되 작품 안에서 다룬 미로 속의 세계를 두 저지들은 독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루빈슨 크로소는 또 어떤가?

어린 시절 읽었던 무인도의 홀로 된 생활을 그린 이 책의 소개부터 더 나아가 모비딕에 등장하는 고래의 세세한 그림들은 인간과 욕망과 야망 속에 어떤 연관관계를 이어오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고대 작품부터 현대의 유명한 추리 소설의 작품까지 두루두루 섭렵하되 읽어본 작품을 그때의 회상과 함께 감동적인 여운으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은 이 기회에 읽을 계획을 세우게 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그야말로 책 속에 담긴 알찬 정보의 마당 책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차근차근히 책 속에 묘사된 장소를 집어가며  함께 여정을 떠난다면 훨씬 독서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