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오베라는 남자’ 이후 그동안 계속 출간된 책들을 통해 저자만이 그릴 수 있는 유머와 감동이 석인 작품을 접해 본 독자라면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전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베어타운’의 연이은 이야기의 진행은 작은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간들의 심리와 이해충돌, 그 속에서 다뤄지는 사회 양상들을 모두 함께 엿볼 수 있다는 데서 이 주제는 한층 발전된 느낌을 받는다.
마을의 유일한 희망인 하키 운동은 베어타운이 회생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런데 하키 팀 주장이 마을 소녀 마야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되고 마야는 그일 이후 괴로움의 연속, 누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남동생, 엄마와 하키 단장인 아버지 페테르에 이르기까지 가족 전체는 그 사건 이후로 각기 다른 마음속에 간직된 고통으로 살아간다.
더군다나 하키 팀의 지원이 옆 마을로 가게 되고 하키 선수와 감독마저 이동하게 되자 아버지 페테르는 자신의 전 일생을 걸고 지켜 온 하키 팀 유지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결국 재건을 위해 베어타운 지역구 의원과 손을 잡게 된 페테르는 이를 이루기 위해 마을 사람들 간의 알력과 불신, 그밖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더군다나 십시일반 하키 선수들의 부활을 위해 모금함까지 동원되는 정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선수들 가운데 커밍아웃까지 발생하게 된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우리와 당신들이란 뜻이 이 책에서 보인 내용과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우리’란 개념이 희박한데, 이 책에서 보인 우리는 자신의 뜻과 맞는 사람들, 그렇다면 당신들이란 결국 나의 뜻과 반대의 의견을 지닌 상대방을 지칭할 터,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독자들은 선과 악의 양면성, 꼭 어떤 기준점을 가지고 이것이 선이고, 저것이 악이다 라는 확실히 정할 수 없는 중간지대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성폭행을 당한 당사가가 겪는 트라우마, 나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성, 성 소수자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의견 충돌, 하키 재건을 위해 모든 술책을 동원해가며 이루고자 하는 행동들 뒤에 이러한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의견 충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을 통해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함께’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베어타운 마을 주민들의 마을 재건과 하키팀의 부활을 위해 합심하는 모습들은 우리와 당신들을 모두 아우르는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은 공간인 마을을 대변하고는 있다지만 대한민국의 현 세태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다는데서 인간들이라면 결국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선과 악, 중간지대인 회색지대까지 모두 그린 저자의 작품이 더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 책이다.
– “인생은 우라지게 희한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가며 인생의 여러 가지 측면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규정한다. 우리는 이해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가장 좋았던 기억도, 가장 나빴던 기억도. 이해는 언제까지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중 누구는 이사를 가겠지만 대부분은 여기에 남을 것이다. 이곳은 복잡하지 않은 곳이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보면 어디든 그렇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베어타운과 헤드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 하늘도 알고 땅도 알지만 그들은 우리 마을이다. 여기가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의 모퉁이다.” – p.595
오베라는남자는 우리집에 있어요.
그 작가의 책이군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난것 같아요.
네.
신작이면서 아주 재밌고도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