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표지의 바다의 물결이 장관이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오직 그들만의 리그처럼 살아가는 인간들에겐 이처럼 거대한 물결이 주는 압도적인 장관은 숨죽임을 느끼게 한다.
제니퍼 이건의 장편소설, 그것도 세계 2차 대전, 대공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의 거대한 스케일은 한동안 당시의 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마저 부여한다.
1934년 금주법이 풀렸다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기만 했던 대공황 시대, 보호시설에서 자랐지만 자수성가로 성공, 한때 주식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몰락한 가정의 가장인 애디 케리건이 있다.
가장으로서 가정의 책임을 지기 위해 같은 보호소 출신 친구인 갱스터 더니의 백맨으로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겐 장애를 갖고 태어난 둘째 딸 리디아에 대한 생각은 죄책감과 분노를 동반하면서 휠체어를 사줄 형편조차 없는 자신의 무능력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의 첫째 딸 애너는 아버지와 함께 맨해튼 비치에 위치한 덱스터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아버지와 덱스터의 만남을 기억하게 된다.
14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말없이 집을 떠나게 되고 이후 그녀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브루클린의 해군 공창에서 일하게 된다.
당시 전쟁으로 인한 남자들이 행방불명은 다반사였고 여인들의 사회진출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는 여타 다른 여인들처럼 주어진 대로의 일만 하는 것이 아닌 우연히 심해로 뛰어드는 다이버를 본 순간 지원할 것을 결심한다.
남자들이 전유물로 생각되던 그 시대의 다이버의 세계는 특히 여성에 대한 심한 차별과 대우, 모멸감이 깃든 언어를 모두 감내하며 다이버로서 한 단계씩 올라가던 그녀는 어느 날 친구와 같이 간 나이트클럽에서 어릴 적 봤던 덱스터를 보게 된다.
덱스터를 본 순간 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접근하는 그녀, 덱스터 또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서 어둠의 세계이자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사교계의 인사로서 명성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애너와의 관계는 또 다른 삶을 향해 달려 나간다.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 책은 당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자가 지닌 개성과 목적, 사랑을 통해 격변하는 모습들이 절묘하게 다뤄진다.
자신만의 양심으로 삶을 살아온 에디는 자신의 딸 리디아로 인한 고민의 해결책으로 덱스터에게 접근하고 그의 옴부즈맨으로서 살아가지만 결국 이마저도 자신의 양심에 위배되는 상황에 이르자 굳은 결심을 하고 가족 곁을 떠나는 행보를 보인다.
어떤 이유도 없이 떠나 버린 그의 결정은 애너로 하여금 덱스터에게 접근하는 이유이자 해결책이었고 그와의 하룻밤의 불같은 사랑은 또 다른 인생의 터너 페이지를 만들게 된다.
덱스터 또한 이민자의 밑바닥 생활에서 부유한 처가 덕에 자신의 황금기 인생을 갖게 되지만 전쟁 이후의 미국 상황을 예의 주시했던 그의 제안은 장인과 그가 모시고 있던 갱스터 일인자에게까지 배신을 당하면서 그의 삶 또한 격랑의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맨해튼 비치에서 모인 순간 예견된 듯한 일일 수도 있었다는 예언처럼 이어지는 장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는 진취적인 여성 다이버로서의 애너의 삶과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 케리건의 모습들이 교차로 보이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에디가 겪는 바다에서의 모험은 책장 앞부분의 짧은 글이 적힌 모비딕 그 자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설정과 독일군과의 싸움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다지는 선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다가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시시각각 조여 오는 생의 다툼 앞에서 그가 환상적으로 본 리디아의 환영은 자신조차 인정할 수없었던 딸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아픔을 승화시키는 듯한 장면으로 인식되면서 모든 것에서 벗어나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원동력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거대한 풍랑은 언젠가는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이고 서서히 자취를 감추듯이 애너의 제2의 삶, 아버지 케리건의 바다를 향한 인생 개척, 덱스터의 아쉬움을 남긴 발자취는 뚜렷한 개성의 조합을 통해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모든 면들을 부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격랑의 물결 속에서도 자신만의 항해를 나아간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의 열망인 바다는 오늘도 여전히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 채 우리들 곁에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은 것 같은 책, 저자의 다른 책을 읽었던 독자라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된 이런 책이 재미 있어요.
그러나 요즘은 좀체 책을 읽지 않습니다.
논도 피로하고 힘들어서요.
독서하기 좋은 계절인데 말입니다.
방대한 이야기라 나름대로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