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기도
산티아고 감보아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떠오르는 남미의 작가란 명칭을 얻고 있는 산티아고 감보아의 소설이다.
남미의 문학들이 마술적 사실주의와 특유의 서술 이야기를 갖춘 작품들이 많아서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보일까 궁금했었다.
인도 뉴델리의 영사인 나는 태국에서 잡힌 콜롬비아 국민이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잡혀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이름은 마누엘, 27세, 콜롬비아 국립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청년이 왜? 무슨 이유로 마약 혐의로 체포되었는지, 마약에 관한 한 엄격함을 유지하는 태국에서의 법적인 판결은 십중팔구 사형 내지는 자신의 유죄를 인정한다면 종신형으로 감형할 수 있다는 정보에 따라 나는 그를 만나러 간다.
책은 마누엘이 영사인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콜롬비아란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실종이 된 자신의 누나 후아나를 찾기 위해 지구반 바퀴를 돌아온 사연이 담겨있다.
자신과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남매의 사랑은 부모의 품을 떠나 오로지 둘만의 생활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벌어진다.
책 속에는 콜롬비아가 처한 당시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이 권력을 쥐고 있던 시대를 통해 정치적인 모순과 현안들이 게릴라, 우익 민병대들의 폭력, 강간, 마약밀매와 살인들까지 겹치면서 극도의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모습들을 가감 없이 내보인다.
이 와중에 부모세대가 지지하고 느꼈던 시대에 반항하던 누나 후아나의 행동들은 책 전반부는 동생 마누엘을 구하기 위해 그의 사연을 들려주는 부분과 이후 뒤로 넘어가면서 누나를 찾아내는 과정이 오디세이를 연상시키는 듯한 여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책은 누나를 찾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건 동생 마누엘의 인생 이야기와 누나의 행방을 찾기 위해 나라를 찾아가는 여정, 방콕, 뉴델리, 보고타, 도쿄, 테헤란이 등장한다.
나는 그 나라를 방문하면서 여행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각 나라의 분위기와 사람 냄새, 풍경, 갖가지 다른 모습들을 비교하면서 쓴 내용들이 누나의 행방 찾기를 통해 서스펜스 성격까지 갖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선다.
저자는 기존의 남미 유명 작가들이 구사했던 흐름과는 달리 콜롬비아에서 행해진 부패와 권력을 이용한 국민들의 억울한 사연들, 마약과 매춘이란 소재를 두 남매를 통해 비난한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만날 수 있었던 누나와의 만남은 마누엘의 자살로 이뤄지지 못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가 행한 행동은 타국이란 환경에서 당해야 했던 대우와 모종의 권력의 방해로 이뤄지지 못한 반항으로도 보일 수 있다는데서 개인의 억울함이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현상을, 자신의 죽음이 그동안 누나가 행해온 인생의 다른 부분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보인다는 데서 더욱 씁쓸함을 남긴다.
– 말, 말, 말.
밤 기도
그들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생각하는 이 기도. 그것은 마음속에서 울리는 가슴이 찢길 듯한 비명과 고통과 사랑의 외침이다. 그것은 두 개의 조용한 기도이다. 나는 그 이상한 폭풍우 속에, 그들이 만들었지만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행성과 가까운 곳에 있다. 이 두 연약한 인간은 함께 있으면서 잊히기를 염원하지만, 삶은 마치 벽처럼 그들 사이로 끼어든다.-p 280
서구의 문학과는 다른 분위기의 문학 느낌을 주는 남미 문학들, 그중에서 현대를 대표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작품을 통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콜롬비아 하면 남미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군대를 보내주었던 나라로만 기억하는데 이곳도
역시 정권의 부패가 있었군요.
여러나라 여행하는 기분도 느껴지겠어요.
남미의 복잡한 정치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