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 (완역판) – 그리스도 이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10
루 월리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8월
작년 크리스마스에 벤허를 다시 방송에서 만났다.
어릴 적의 벤허 주인공 찰스 헤스톤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모처럼 안방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에 반가움과 함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듯한 감상에 젖을 듯싶다.
원작이 주는 느낌과 영상에서 주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원작에서 표현되는 묘사가 영상에서의 시간적 제약이라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뭣보다 원작만의 고유한 감성이 주는 것에는 여전히 그 매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배경은 기원 전후의 로마 식민지였던 유대 상황을 기본으로 그 안에서 주인공인 벤허의 가정을 보여준다.
유대 상류층이었던 후르 가문의 아들 벤허와 로마인이자 로마 제국의 군인인 친구 메살라의 우정을 그리면서 진행된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둘 사이는 메살라의 배신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몰락한 가문의 파탄을 뒤로하고 갤리선 노예로 전락한 벤허, 그곳에서 힘든 노예생활을 하던 중 그를 눈여겨보던 갤리선 사령관 아리우스를 구하게 되면서 자유인의 신분으로 되는 과정이 영상에서 주는 재미 못지않게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 에스더와의 해후는 결혼으로 이어지고 가장 압권인 메살라와 전차 경주를 하는 장면은 영화와 오버랩되면서 여전히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유대인이면서 한때는 로마 제국에 충실했던 벤허가 사랑하는 여인 에스더를 통해 유대인의 왕 나사렛 사람을 믿게 되고 이어서 지하교회를 지원하게 되는 과정은 그 이후 한 사람의 인생 변화가 어떻게 흐르는지를 충실히 보인다.
책은 기독교를 배경으로 주인공 벤허의 삶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부분들이 성경의 한 부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 저자는 배경이 되는 곳을 방문하지 않고도 자료에 의해 상상력과 충실한 자세로 당시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렸다고 알려졌다고 한다.
처음엔 친구의 배신으로 인한 증오와 복수에 불탔던 벤허가 이후 용서와 화해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종교를 믿음으로써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린 작품이라 한 인간의 삶을 통한 종교적인 분위기가 짙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여전히 가슴 뛰게 했던 전차 경주의 영상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을 정도로 훌륭하며 지금까지도 왜 벤허란 영화가 고전 중의 고전인 영화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깨닫게 해 준 원작, 완역이란 방대한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재미가 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