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위로 – 다친 마음을 치유할 레시피 여행
에밀리 넌 지음, 이리나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5월
누군가에게 나의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면?
나가 가진 아픔과 슬픔을 표현해내기엔 말의 힘도 약하고 글은 더더욱 잘 쓰지 못하고 있을 때, 그 누군가가 그저 옆에 있어만 줘도, 책에서처럼 정성이 담긴 음식을 먹게 된다면 한층 외로움과 슬픔의 감정은 약해지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책은 번역가 님으로부터 직접 받은 책이라 일찍부터 진작 읽었어야 함에도 피차 여러 사정이 생기다 보니 좀 늦은감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베트의 만찬’,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란 책들이 떠올랐다.
음식을 통한 서로 간의 위로와 따뜻함이 묻어나는 책들이 이 책을 접하면서 더욱 가깝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달부터 내내 예정에 없던 일을 통보받은 상태라서 마음이 더욱 지치고,아프고, 현재까지도 힘들다.
저자도 그러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뉴요커」의 편집자였던 음식 칼럼니스트 에밀 리 넌은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통보를 받고 충격에 빠진다.
더욱이나 자신의 이런 상태를 공감 부족인지, 아니면 외면하고 싶었는지조차 모르는, 진정 타인처럼 느낀 약혼자의 행동은 이별을 맞게 되고 그와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미 퇴사를 하고 통장 잔고마저 240달러 밖에 남지 않는 상태인 그녀가 선택한 것은 술이었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그런 자신의 심정을 페북에 올린 글은 그녀에겐 그녀의 친구들의 따뜻한 댓글이 담겨 있었다.
재활센터를 거치고 친구의 조언대로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것, 바로 음식 만들기를 통한 ‘위로 음식’투어를 하기로 한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생각했던 저자의 어린 시절 회상부터 주위에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먹고 마시면서 자신의 아픈 마음의 치유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낸 책이라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한편에선 부럽기까지 했다.
그녀가 몸담고 있었던 직장 내에서의 분야가 음식과 연관된 부분도 장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아픈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수천 마디의 말보다 음식을 건넴으로써 그들의 지친 마음에 위안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치료가 아닌가 싶었다.
죽음이란 이별 앞에서 사람들은 많은 자책을 한다.
좀 더 잘해줄걸, 마음에 상처가 될 말을 자제할 걸, 그렇더라도 이미 이별을 맞은 사람들의 마음엔 어느 정도의 애도 기간이 흘렀다 하더라도 생채기는 쉽게 가시질 않는다.
저자가 느낀 각 상황에 맞는 음식 퍼레이드는 글을 통한 음식의 냄새,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통해 치유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때론 같은 감정의 공감대를 느끼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고 지금 현재의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은 그 누군가에게도 잠시나마 위로의 시간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이기를….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그리움의 시간, 상대와 함께 마시고 먹고 음식에 대한 느낌을 공유했던 그 시간들의 소중함이 너무도 절실하게 와 닿게 하는 책, 누군가에게는 이 책을 통한 따뜻한 위로의 시간이 되어 줄 책이다.
*****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에 사람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남들이 주려는 것보다 훨씬 작은 것일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