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의 백합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4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정예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7월
‘고리오 영감’이란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의 다른 작품인 연애 이야기를 그린 작품을 접해본다.
발자크의 총서 [인간희극]이란 부분 중에 소개되는 이 작품은 작가의 사랑에 대한 생각과 연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다각적인 면모를 드러낸 작품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자란 주변인처럼 여겨진 나, 펠릭스가 나탈리라는 여인에게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서간체 형식을 빌려 들려주는 작품이다.
때문에 그가 경험했던 어쩌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찬란했던 ‘사랑’이란 감정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회상이자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을 갖춘 액자 형식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부모나 형제들 사이에서도 원만하지 못했던 유년의 성장기는 그를 외롭고 고독한 생활, 다른 이들이 겪었던 청춘의 사랑이란 감정을 뒤로하고 학업에 몰두하게 만든다.
어느 날 앙굴렘 공작의 도시 환영식인 축제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한 여인을 보게 되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어깨에 입맞춤을 하게 되는 과감성을 보인다.
그 후 그녀를 잊지 못하고 휴양차 머물던 시골 어느 성에서 골짜기에서 퍼져 나오는 향기에 이끌려 가게 된 그곳은 백합이 어우러진 곳이었고 그곳에서 자신이 그토록 한 번만 더 만나보길 기대했던 여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모르소프 백작부인, 이미 나이차가 많은 병을 갖고 있는 남편과 아픈 두 아이의 엄마, 자신보다 15살 연상인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아픈 마음을 이해했던 두 사람은 플라토닉 한 사랑,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데, 그녀는 그에게 앙리에트란 이름으로 불러줄 것을 말한다.
이어 풋풋한 청년의 가슴 뛰는 사랑과 열정 앞에 그녀는 오로지 두터운 신앙과 사회적인 신분에 갇힌 아내, 엄마, 정숙한 여인으로서의 육체적인 사랑이 아닌 오로지 둘 만의 의미를 담고 있는 백합 꽃송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간직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그녀가 그토록 그가 성공하길 바라고 사교계에서의 안정적인 이름을 갖기 위한 도움을 주었지만 그에게 다가온 달콤한 유혹은 뿌리치질 못한다.
영국 여인 레이디 아라벨의 공세는 정신적인 사랑 앞에 정열적인 육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마술을 부렸고 이는 부인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금의 빠른 사랑 패턴으로 보면 완전히 은근히 끊어 오르다 못해 애간장이 타는 듯한 연애의 행보를 보는 듯한 내용이다.
어린 시절의 불우했던 트라우마처럼 다져진 펠릭스의 외로움은 모성애를 느끼듯 모르소프 부인으로 인해 두 사람 간의 공통분모였던 고독과 외로움이란 동반자가 함께 있음으로 해서 그들의 사랑은 찬란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는 이들을 호락호락 이해하지 않는다.
남편의 폭언과 조울증 섞인 행동과 말들로 인한 상처, 펠릭스와는 같은 듯 다른 듯한 친정 엄마의 냉대함, 아픈 두 자녀를 건사해야 했던 그녀가 외부로부터 이 모든 것을 감추고 살아야만 했던 당시의 주변의 인식들, 추락의 날개 직전까지 갔다가 지위와 부를 회복하고 이루면서 막대한 재산을 거머쥐게 된 경위들은 당시 역사적인 흐름과 함께 사회적인 계급층들의 몰락과 부의 상승의 이면을 보인 장면이다.
그런 반면 사회적으로 인식되던 여인들이 갖추어야 할 소양이랄지, 내적인 욕망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표면에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정숙을 요하는 흐름은 마지막 모르소프 부인이 보인 글들을 통해 펠릭스로 하여금 그동안 자신이 알던 모르소프 부인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된 부분이지, 아니면 미처 몰랐던 내면의 진실을 보게 된 장면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의 패턴과 펠릭스라는 인물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느낀 순수한 연정을 통해 알듯 모를 듯, 어느 때는 다가설 수 있게 하다가도 이내 정숙함의 부인상을 보인 모르소프 부인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듯한 아나벨과의 욕정에 사로잡힌 사랑의 패턴은 마음속으로는 모르소프 부인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쉽게 연을 끊지 못하는 면을 보인 한 남자의 지지부진한 면을 드러냄과 함께 두 여인을 비교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마음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솔직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마치 연극무대처럼 느껴지는 대사들의 향연, 그 끈적함의 오글거림을 넘기고 나면 저자가 그려보고자 했던 낭만적인 사랑의 느낌, 첫 만남의 설렘부터 오로지 스킨 접촉이라고는 손을 내밀어 손키스 정도를 허용하는 부인의 모습, 정반대로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아나벨이란 여인의 행동과 말들은 독자로서 비교해가면서 읽는 재미를 준다.
사랑의 형태에도 다양함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두 여인의 사랑방식과 그 중간자 입장에 선 펠릭스란 인물의 심리를 통해 작가가 문장과 문장 사이에 드러낸 사랑의 첫 단계에서 느끼는 감정의 시작과 점점 익숙해져 가면서 다른 면들을 보게 되는 과정의 글들이 읽으면서도 전혀 오래된 글이 아니란 생각이 들만큼 솔직하게 다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시대적 배경인 왕정복고란 흐름 안에 각기 정해져 있는 위치에서 그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며 이루어나가는지를 때론 따스함으로 때론 비판의 눈길로 쓴 내용들 또한 인상적이다.
끝내 부인의 죽음을 막지 못한 팰릭스의 결단 부족의 결과물인 이런 아픔은 골짜기에 홀로 피다 저물다 간 백합꽃처럼 여인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반전의 내용과 함께 차후 나탈리란 여인에게 들려줌으로써 제대로 당한 또 다른 편지 내용들이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당신 펠릭스가 원하는 여인상, 이처럼 둘을 합쳐 놓은 듯한 완벽한 여인은 없을 터, 제대로 정신 차리세요~~ 그런 당신은 완벽한 남자인가요?를 묻고 싶다.)
대화가 재미있네요.
요즘 점점 더 책이 안 읽혀 지네요.
멍하니 있으면서도 책 읽어 볼 생각을 안하니 참 기가 차죠.
이렇게 코로나의 세월이 사람을 기진맥진 시키나 봅니다.
저도 요즘 멍~ 하고 있을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