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0년 9월월

영원의 사자들 1.2

20200925_165648 영원의 사자들 1~2 세트 – 전2권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20년 9월

 

 

웹툰 작가이자 만화가이기도 한 나영원-

그녀는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현장을 겪은 이후 외출 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

7살 적의 기억, 부모가 자신의 눈 앞에서, 그곳도 비행기 사고로 자신만 살아남은 이후 오랜 악몽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그녀는 항상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모든 빛깔이 뜯겨 나간 듯한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 더러 희미하게 하늘빛을 띠는 듯도 했고, 눈을 머금은 구름빛을 띠는 듯도 했지만, 이 또한 그의 몸과 함께 전부 투명한 남자. 하지만 나비처럼 아름다운 남자, 마치 오래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듯한 그 느낌은 무엇일까?

 

정신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이제 겨우 지하철을 타보는 것을 시작으로 바깥세상과 교류하려 한다.

 

한편 저승에서도 이승에서의 죽은 영혼들을 데려오기 위해 일하는 저승사자들이 있었으니 그들의 세계 또한 여러 직위로 나뉘어 있다.

그중 가장 최고의 직급인 ‘갑’에 해당되는 사자들 중 가장 으뜸인 갑 1, 갑 2,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하고 있는바, 그들 중에서도 유독 3 사람만이 이승 기피증을 앓고 있다.

 

그들은 왜 자신들이 이런 현상을 겪고 있는지조차도 모르는데, 이들의 병을 고치고 연구하기 위해 이승에서 인간들의 세계 학문을 공부하며 직업도 가진 사자들이 활동한다.

 

어느 날, 영원이 노숙자의 운명이 다해 그를 데리러 온 사자들을 보게 되고 이때 갑 1을 보게 되면서 둘은 이상한 느낌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이후 갑 1이 지하철 폭발 사고로 인한 운명을 다한 인간들을 데리로 오는 임무 수행 중저승 명부에 기록되지 않은 영원이 지하철에 타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녀를 구한 이후 그녀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된다.

 

도대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왜 그녀가 낯설지 않은 것인지, 그 이후 계속 그녀가 꿈꾸는 악몽은 무엇인지, 왜 저승사자들은 자신의 몸에 난 상처의 기억이 없는 데에 대한 의문들이 이승과 저승의 두 세계를 오고 가며 그린다.

 

인간들이 자신의 생을 마치고 건너는 삼도천, 그 삼도천을 거치고 자신의 이승 기억을 추출해 다시 환생이나 영원한 저승의 세계에서 몸담아 살 것을 선택한다는 설정 자체와 함께 저승사자와 현실 세계의 여인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33살의 나영원이 7살 적의 연화로, 삼국시대의 연화가 만났던 저승사자와의 인연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간절하고 잊지 못하는 것인지, 기억이 추출됨으로써 자신의 전생 기억은 모른 채 새롭게 삼신할미가 점지해준 증서에 따라 새로운 탄생의 길로 들어선다는 설정, 인간 세계에서 살아오면서 공과 사를 구분해 지옥, 천국의 길로 갈라진다는 설정들이 판타지 속성의 모든 점들을 드러내는 설정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이끈다.

 

연화와의 만남을 잊지 못한 사자들, 연화의 기나긴 반복의 환생을 통해 갑 1과의 애틋한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채 이승에서의 재회를 통한 긴 여정은 이승과 사후 세계의 두 이면을 통해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기억이 사라지면 더 이상 그녀의 기억 속에 자신이 남아있지 못할까 두려웠던 사자, 끝까지 그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간직하려 수없는 인생의 환생을 반복했던 여자, 그 둘의 사랑의 다짐과 상대방을 위해 배려했던 모든 과정들이 작가만의 필력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여기에 살인사건을 통해 그녀의 전생과 지금의 환생 과정에서 벌어지는 오류들의 이야기들은 동양에서 익숙한 이승과 전생에 관한 설화를 토대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저자의 글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곳곳에 터지는 유머의 대화, 이런 사자들이 있다면 무섭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인간들의 생각과 그들만의 오류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곳곳의 이야기들은 진정한 사랑의 승리라고 할까? 이 모든 것을 넘어선 두 남녀의 너무도 오랜 시간 후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간의 마음은 쉽게 변한다. 기억보다도 더. 그리고 마음이 변하면 기억도 변한다. 인간은 한 인생에서도 여러 번의 사랑을 한다. 지금의 사랑에 집중하게 되면, 지난 사랑은 기억은 남더라도 마음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그 마음이 1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_ p2권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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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아니, 나영원과 갑 1의 사랑은 이 모든 것을 넘어선 지고지순하고 끝까지 사랑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두 사람의 승리이자 사랑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 책이 아닌가 싶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소재로 독자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심어놓는 작가, 이번 작품 또한 새로운 설정의 로맨스라 이 계절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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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31세의 셰이는 통계과 자료조사사를  담당하고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퇴직한 상태로 면접을 보고 있는 아가씨다.

 

그녀에겐 이렇다 할 뚜렷한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 상태, 직업도,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남자 룸메이트에 대한 사랑도 짝사랑, 자신의 이 모든 외로움이란 것과 같이 생활하는 무기력한 나날이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선로에 뛰어든 여인을 보게 되고 미처 제지하기도 전에 그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지하철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다.

그녀는 왜 스스로 자살로 자신의 삶을 마감해야만 했을까?

 

죽은 그녀의 이름이 어맨다 에빙거라는  시립병원 응급실 간호사란 사실을 알게 된 셰이는 그녀의 죽음을 추도를 한다는 그녀의 친구들 정보를 얻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된다.

 

그곳에서 어맨다의 친구로 알려진 커샌드라와 제인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도 만나게 되는데,  어떻게 어맨다와 알게 됐느냐는 질문에 거짓말을 하게 된다.

 

악의적인 거짓은 아니었지만 이후 어맨다 친구들의 초대와 그녀들이 자신을 위로하고 어맨다의 친구란 사실을 통해 더욱 가깝게 지내려는 모습에 그녀 스스로도 그녀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살다 보면 친구란 존재의 소중함을 여실히 느낄 때가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가족 외에 나만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할 것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과 같은 또래의 모든 여성들을 비교해 볼 때 여전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위축된 삶을 살아간 셰이 앞에 우연하게 마주친 사고의 장본인으로 어맨다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그녀, 자신의 모습조차도 스스로 결정지으며 바꾸는 것이 아닌 철저한 그녀들의 계산에 의해 바뀌어 간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그녀가 느낀  배반의 아픔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거짓이 낳은 비밀, 솔직하게 밝혔더라면 살인범이란 누명까지 쓰지 않아도 될 흐름들이 결정적인 한 남자의 살인사건과 맞물리면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살인의 정황들은 셰이가 빠져나올 수 있을지를 궁금해하며 읽게 된다.

 

 


– “외로운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죠”

 

외로움이 셰이에겐 타인에 대한 의심조차 허물게 하는 장애물이었다면 어맨다의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을 감춘 다른 여인들의 삶 또한 외로움과 배신, 용서를 할 수 없다는 취지 하에 이루어진 행동들로 연결되어  섬뜩하게 다가온다.

 

화자가 셰이, 커샌드라와 제인, 밸러리, 베스, 대프니, 스테이시로 고루고루 나뉘어서 그려진 흐름은 그녀들이 왜 똘똘 뭉쳐 이런 일들을 진행하는지,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을 교차하며 보이는 글을 통해 섬세한 여인들의 심리 상태를 제대로 그려낸다.

 

스릴의 특성상 반전의 맛이 없다면 재미가 없듯,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모드와 그들의 행동과 생각들을 쫒아 읽다 보면 생각도 못했던 반전의 맛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두 작가의  탄탄한 글이 구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마음챙김의 시

마음챙김표지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계절이 계절인지라 어느 새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가 시집을 찾게 한다.

 

함축된 의미로 농축된 시를 읽으면 저절로 마음의 차분함과 바라보는 시각도 달리 느껴지는데, 류시화 님의 이번 작품 또한 그러한 감상을 깊게 느껴보게 한다.

 

방콕이란 말이 우습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이 시기,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이어서 15만에 출간한 작품답게 담긴 내용들은 다양한 저자들과의 만남을 이어준다.

 

국적도 다양하고 직업도 다양한 저자들의 글을 적어놓은 것이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분들의 글이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챙김시

 

멕시코의 복화술사, 영국 선원의 선원장, 기원전 1세기의 랍비와 수피의 시인뿐 아니라 파블로 네루다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신세대 시인들, 그리고 라다크 사원 벽에 시를 적은 무명씨. 고대와 중세와 현대의 시인들이 나와 타인과 인생에 대한 운율 깃든 통찰로 독자를 초대한다. (책날개에서 발췌)

 

챙김2

 

 

인생의 다양한 경험들과 그 안에서 느낀 감회를 시라는 장르를 통해서 엮은 이 책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의 짧은 모습들을 통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순간

오랜 세월 동안 당신이

고된 일들과 오랜 항해 끝에

자신의 나라, 자신의 섬, 수만 평의 땅, 수백 평의 집,

그리고 자신의 방 한가운데 서서

마침내 자신이 어떻게 그곳까지 왔나를 돌아보며

이것은 내 소유야, 하고 말하는 순간,

그 순간 나무들은

당신을 감싸고 있던 부드러운 팔을 풀어 버리고

새들은 다정한 언어를 거두어들이고

절벽들은 갈라져 무너지고

공기는 파도처럼 당신에게서 물러나

당신은 숨조차 쉴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니야, 하고 그들은 속삭인다.

넌 아무것도 소유할 수없어,

넌 방문객일 뿐이었어, 매번

언덕에 올라가 깃발을 꽂고 자신의 것이라 선언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너의 소유였던 적이 없어,

넌 한 번도 우리를 발견한 적이 없어.

언제나 우리가 너를 발견하고 소유했지.

– 마거릿 애트우드

 

 

 

 

특히 저자가  해마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기회가 이번 코로나로 인해 막혔을 때 제주도에서 보내면서 이 시집에 담을 시들을 가다듬고 읽었다는 글을 읽고 나니 시집에 담긴 의미들이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삶과 죽음,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을 돌아보는 기회도 되는 시집이라 한 시절이 갈 때마다 되돌아보는 시간을 음미해 보는 시간으로 여겨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류시화 시인이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따뜻한 시를 통해 내려놓음의 순간을 만끽해도 좋을 책, 지인들에게 선물해도 좋고 나 자신에게 그동안 애썼다고 선물해도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월든

월든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4월

방송 프로그램 중에 ‘자연인’이란 다큐가 있다.

 

가끔 시청하곤하는데 될 수 있는 한 이기 문명의 혜택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런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의 결단력이라고 해야 할까?

나라면 방송에서 보인 모습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너무도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란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그리고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미국 사상가 겸 문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출간이 되어 온 만큼 시대가 흘렀어도 여전히 우리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삶에 대한 성찰을 되묻는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2년 2개월 이틀 동안 월든 호숫가에서 자신이 살 집인 오두막에서 지내면서 계절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저자 자신이 느낀 바를 적은 글은 법정 스님이 추구하던 ‘무소유’의 개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무소유란 개념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닌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란 것에서 비춰본다면 헨리가 살았던 그 자연 속의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하기 위해서, 조금 더  안락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유행 패턴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들은 얼마나 나 자신의 삶 속에 힘겨운 하루의 일들을 버텨내고 있는지를, 이에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진정한 자유인으로서 살아본 저자의 기록이 대리 만족을 시켜준다.

 

만약  헨리가 지금의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어지럽다고 말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지 않을까?

 

헨리처럼 똑같은 삶을 살기에는 현재 우리들 생활의 흐름이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부분은  시사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일깨운 책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성찰이 담긴 글들을 통해 나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을 갖게 한 책이다.

 

 

 

 *****  자신의 삶이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그 삶을 정면으로 대하고 살도록 하라. 피하지도 욕하지도 말라.

그 삶은 당신만큼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 당신의 삶은 가장 가난해 보인다.

 

남의 흠이나 잡는 사람은 천국에서도 흠잡기에 바쁘리라. 설혹 그 삶이 가난할지라도 당신의 삶을 사랑하라.

 

설혹 구빈원이라도 유쾌하고 신나며 훌륭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석양의 햇살은 부자의 저택에서나 구빈원의 창문에서나 똑같이 눈부시게 빛난다.

구빈원의 문 앞에서도 봄이 오면 어김없이 눈이 녹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한 사람이라면 구빈원에서도 만족스런 삶을 영위할 수 있고 궁전에서처럼 유쾌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종종 가난하게 사는 마을 사람이 어느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이곤 한다. 어쩌면 아무 의심 없이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넉넉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은 자기가 마을의 부양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지만, 그들 중에는 부정한 수단으로 자신을 부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훨씬 더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 p400

 

 

 

프랑켄슈타인

프랑켄표지  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메리 셸리 지음, 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9월

많은 작품 중에 너무 많이 들었거나 영상을 통해 접했기 때문에 읽은 것처럼 느껴지는 작품 중의 하나가 ‘프랑켄슈타인’이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영상에서 나오는 기괴한 모습의 로봇 같기도 하고 머리에 이상한 장치를 단 괴물의 형상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본래 책 속에서 나오는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원작과 비교해도 좋을 기회다.

 

저자인 메리 셸리가 19세에 썼다는, 당시의 시대에서 여성의 지위가 차지하고 있는 환경이나 그녀가 택했던 사랑의 도피, 결혼생활을 통해 함께 이 책을 들여다본다면 훨씬 작품의 이해를 하기가 쉽다는 생각이 든다.

 

액자 형식으로 그려진 내용의 구성도 획기적이었지만 괴물이 탄생하기까지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프랑켄슈타인이란 인물이 겪은 과학의 진보와 그 탄생의 결과물로 인한 파탄에 이르는 고통들이 괴물과의 만남을 통해 더욱 극강 몰입을 선사한다.

 

 

새로운 미지의 장소 개척을 하기 위해 북극 탐험을 나선 월튼이 누님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자신이 들은 프랑켄슈타인이란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들어있는 형식을 취하는 내용은 자신이 이미 겪었던 열정의 위험성을 월튼에게 경고하기 위해 들려주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자연철학을 공부했던 프랑켄슈타인이 각고의 노력 끝에 동물의 사체와 동물을 이어 붙인 창조물을 탄생시키지만 정작 그 자신도 끔찍한 모습을 보고 도망치는 시초의 불안을 자아낸다.

 

프1

 

프랑켄합체

열병에 시달리다 회복을 한 이후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 소식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죽게 되자 자신이 만든 괴물의 소행임을 짐작하게 된다.

 

이후 그와 괴물이 만나면서 괴물의 부탁인 자신과 똑같은 여자를 만들어 달라고 청을 하게 되고 만드는 과정에서 이를 거부하게 되자 복수심에 불탄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죽이게 되는데…

 

시대가 흘렀어도 여전히 감각이 뒤떨어지지 않는 이야기 구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원치 않았지만 탄생하게 된 괴물의 존재, 그 괴물이 어떻게 기적적으로 인간의 세계에 발을 내밀고 함께 하고자 한 열정과 노력에 반해 인간들은 그의 끔찍한 형상 때문에 모두들 거부를 한다.

 

이 모든 것이 그만의 잘못인가? 에 대한 물음은 과학의 발전과 창조적인 탄생의 여파가 인간들 세계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이용해야만 하는지, 이름조차 없어서 자신을 만든 프랑켄슈타인이란 이름으로 불린 괴물의 삶을 통해 연민의 정을 함께 느끼게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의 삶을 함께 생각해서 읽는다면 그녀가 처했던 당시의 모습들을 투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진보적인 부모 밑에서 자신의 재능을 남성들보다 펼칠 기회가 없었던 한계, 괴물을 통해 자신이 처한 사회의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비판,  과학이 주는 이기의 편리함을  남용함으로써  벌어진 인간의 오만과 그릇된 욕망, 허세에 대한 경종을 울린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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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메리 미셸)

 

끝까지 쫓고 쫓기는 삶의 연속, 괴물의 청을 들어주었더라면 둘의 삶을 행복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는 그 이후의 상상력들, 이 책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나와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과 판단들이 얼마나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출간 200주년을 맞아 제작된 Rockport 출판사의 번역 작품을 토대로 그림과 함께 들여다보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고전문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자 그림들이 내용가 잘 어우러져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눈물점

20200916_163236눈물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9월

대표적인 일본 추리 스릴러의 여류작가로서 알려진,  독자들 사이에선 미미 여사로 통하는 저자의 신작을 만났다.

 

저자가 그동안 써온 작품의 세계 중 에도시대를 표방하는 작품이라 이번엔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지 궁금했던 것도 사실-

 

총 4편이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도 크지만 그 속에 담긴 사연들을 통해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들이다.

 

에도의 주머니 가게인 ‘미시마야’는 주머니를 파는 가게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있으니 바로 특별한 괴담 자리로 이름이 함께 불리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쉽게 터놓지 못하는 것들을 미사마야를 찾아가 이야기를 하는데 이 가게의 모토가 바로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 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이란 것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쉽게 터놓고 말하더라도 하루아침에 행방의 존재도 없는 것이라 멀리 퍼져나가기라도 한다면 그 이후의 일들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인 곳, 이 일을 이곳의 둘째 아들인 도미지로 맡게 된다.

 

처음 이야기는 책 제목인 ‘눈물점’이다.

 

도미지로의 친구인 하치타로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대가족으로 살고 있는 하치타로 집안에 웃지 못할 기괴한 일들이 발생한다.

 

자신의 짝이 아닌 다른 남정네를 유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런 행동을 한 여인들은 왼쪽 아래 눈물점이 생겼다가 사라진다는 점이 특이한 것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자신의 가족사를 털어놓고 돌아가는 하치타로, 이야기 결과에 대한 도미지로의 난감한 전개는 ….

 

두 번째 이야기인 ‘어머니의 무덤’은 저주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 말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실체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때 보지 않는 한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을 통해 세상엔 정말 기이한 일들도 벌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세 번째 이야기인 ‘동행인’은 파발꾼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불량배 출신인 가메이치이 인생 이야기다.

 

고뿔로 아내와 아이를 잃어버린 그에겐 오로지 파발꾼이 요구하는 달리기에 몰입하는데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얼굴 없는 요괴가 되어버린 간가치라는 사람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괴담이라기보다는 감동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더 많게 다가온 내용이었다.

 

네 번째 이야기인 ‘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서로가 알지 못하는 6명이 신비로운 저택에 길을 잃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저택 주인의 배신감에 대한 감정과 스스로 오시마 섬의 화산 속으로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고 죄를 지은 자들을 엄벌하기 위해 벌어지는 내용은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2명의 존재만으로도 얼마큼 복수의 힘이 무서운가를 느끼게 한다.

 

네 가지 이야기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통해 다룬  아픔이나 고통, 풀어지지 않는 해결들의 원천들을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답답한 가슴속에 응어리진 내용들을 속시원히 말함으로써 비밀이 보장된다면 한결 후련하지 않을까에 대한 느낌들은 듣는 이나 말하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짐을 덜 수 있다는 것에서 좋은 점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었다.

 

그런 역할을 하는 도미지로의 행동들은 그 자신 또한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듣고 버린다는 취지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이런 사람이 있다면 누구라도 찾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시대는 에도시대를 그리고 있지만 우리들 삶에도 아픔과 고통이 담긴 이야기들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을 통해서 잠시나마 위안을 삼으며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의 쓸모

예술표지  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처음 미술작품에 대한 관람은 중학교 때였다.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신청자에 한해 미술 전시 작품을 관람한다는 취지에 따라 지금의 모 백화점 최상층에서 전시되던 작품을 대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화가분이 계셨고 일일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오던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해주던 모습을 보면서 그 곁에 설명을 들었을 때 더욱 그림에 담긴 뜻을 알게 된 기쁨을 느꼈던 기억들…

 

예술의 범주를 논하자면 그 범위가 넓고도 좁게, 때로는 다양한 분야까지 통합하면 우리들 실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알게 모르게 접해오는 이미지들이나 작품들, 작가들의 의도를 알고 접한다면 훨씬 새로운 시각으로 대할 수 있는 분야, 바로 예술이다.

 

제목 자체가 쓸모를 붙였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다루었을까 궁금증이 들게 한다.

 

저자는 이미 네이버의 대표 문화예술 채널 〈아트 톡톡〉의 운영자이자 예술경영 전문가로서 아는 분들은 알고 있을터, 이번에 읽은 책을 통해 더욱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총 32가지의 키워드로 나뉘었고 크게 5가지 챕터를 두고 그 안에 다양한 예술의 세계를 다뤘다.

 

첫 1부에서 시작되는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시대를 매혹한 스마트한 전략가들’, ‘예술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 가’, ‘어디까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예술이 가르쳐준 삶의 자세’까지 그림과 화가와 시대를 관통하는 당시의 분위기까지 쉽게 설명해주기에 부담감 없이 다가설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익히 알고 있는 화가의 생애와 그림들을 통한 이야기는 화가 자신이 스스로 철저히 대중에게 다가서는 전략에 따라 그림을 탄생시킨 영국의 윌리엄 호가스, 특히 그림에 담긴 설명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스치듯 지나칠 수도 있는 뜻을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예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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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나라마다 화풍이라고 해야 할지, 각기 처한 환경에 따른 예술 지향의 분야가 다름을 알게 하는 대표적인 나라 네덜란드에 대한 이야기는 유행을 선도하는 입장에서 똑같은 분야에서 다루기보단 독창적인 분야에 앞장선 것도 오히려 좋은 전략임을 알게 해 준다.

 

처한 환경 탓에 의한 영향으로 정물화를 선도한 네덜란드, 프랑스의 자크루이다비드란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밌다.

 

그런 가운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인 고흐가 유명해진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생 테오의 부인인 요한나 덕이었다.

 

그와 동생 테오가 남긴 편지를 보관하고 있던 요한나가 고흐의 그림을 알리려는데 앞장선, 지금에서 보면 큐레이터 역할을 자처하지 않았나 싶다.

 

이후 고흐가 남긴 그림들이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작품과 함께 고흐란 화가의 생의 이면을 함께 들여다봄으로써 걸작의 탄생을 느끼는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스토리텔링의 결합으로 탄생한 예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키스란 작품으로 유명한 클림트의 삶을 통한 작품의 세계, 드가, 고갱, 현대에 넘어와서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 이르기까지 예술을 통한 작가들의 욕망을 느껴보는 시간을 준다.

 

예술합체

 

정해진 룰에 따른 그림이나 설치가 아닌 현대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소품들을 이용한 독창적이고 창작이 뛰어난 예술의 세계가 보편화된 만큼 예술 작품을 대하면 대할수록 심미안이 넓어진다는 저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

 

모르고 보는 것과 그 속에 담긴 하나의 미세한 손의 동작이나 위치, 동선, 쓸모없는 폐품들의 새로운 탄생들을 통한 예술의 세계는 여전히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만큼 어렵다고 느껴지는 예술의 세계를 쉽게 접해 보게 한 책이다.

에픽테토스의 인생 수업

20200916_101556  에픽테토스의 인생 수업
오기노 히로유키 지음, 황혜숙 옮김, 가오리.유카리 만화 / 삼호미디어 / 2020년 9월

노예 출신이자 황제의 멘토였던 에픽테토스가 들려주는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책이다.

 

 

 

흔히 말하는 노예라고 한다면 자유의 몸이 허락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을 섬기는 사람, 그렇지만 에픽테토스의 삶을 들여다보면 과연 노예인가?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진정한 자유인이란 의미에서 그가 깨우쳤던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가르침은 문구를 읽을 때마다 공감을 하게 된다.

 

다리가 불편한 상태에서 해방 노예로서의 희망을 가졌지만 주인의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다시 노구의 몸을 이끌고 다른 주인에게 귀속된 노예로서 팔려가는  신세가 된 에픽테토스-

 

새집으로 오게 된 에픽테토스의 등장은 기존의 다른 젊은 노예인 젊은이와의 상황과 그 상황에 대한 질문과 대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그림으로 간단한 상황 설정과 함께 그에 어울리는 에픽테토스가 남겼다는 가르침을 묶은 《엥케이리디온》을 통해 출간한 책이라 짧은 글 가운데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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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생전에 그가 남긴 철학적인 인생론은 지금까지도 우리들에게 익숙한 문구로 다가온다는 것은 시대는 흘러도 여전히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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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혼탁한 세상, 자신만의 영욕이나 성공, 건강, 우애, 관계들을 통해 제시한 다양한 사례들은 어떤 부분에서는 냉정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다시 풀이해주는 글을 통해 곱씹어 보면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무섭다고 느끼게 되는 존재의 허울, 진정한 나의 마음속의 불편함과 두려움이 있기에 이를 어떤 마음으로 다스려야 하는지, 타인의 행동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 것,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라는 문구들은 자신답게 잘 사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 죽음, 추방, 그 밖에 무엇이든 ‘무섭다’고 생각되는 일을 매일 그대 눈앞에 두는 것이 좋다. 그 모든 것 중에서도 특히 죽음을 떠올리기를. 그럼으로써 그대는 결코 비참한 생각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도를 넘어 무언가를 지나치게 욕망하지도 않을 것이다.

 -엥케이리디온  제21장

 

스토아 학파로서 대표되는 그가 남긴 글들은 지금의 모든 종교들이 추구하는 좋은 말씀들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비록 노예라는 신분이었지만 진정한 자유인이란 어떤 것인지, 삶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서술트릭의 모든 것

서술트릭의 모든것서술트릭의 모든 것
니타도리 케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9월

추리 스릴러의 전형적인 패턴 중에 서술 트릭이 있다.

 

말 그대로 작가가 의도적으로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상황에 맞게 오인하도록 정교하게 정보를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기법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저자는 독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처음부터 이 책의 내용들은 서술 트릭이 들어있는 작품들이니 어느 부분에서 트릭을 알아챌 수 있는지, 한번 느껴보시라고 친절한(?) 안내까지 해주는 작품인데…

 

물론 독자들의 성향이 각자 다르게 때문에 작가가 말하듯 각 주제별 내용에 맞는 부분들 중 어느 부분이 트릭이 있는지를 알아맞혀 가며 읽는 재미도 있겠지만 나처럼 그냥 추리의 맛을 즐기면서 읽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다른 분위기로 읽게 되는 책이다.

 

총 7편의 이야기가 단편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각기 독립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고,  7번째 이야기에 가서야 전체적인 흐름의 완결 편이라고 볼 수 있는 패턴으로 읽을 수도 있는 책이다.

 

벳시라는 탐정이 등장하는 이 책의 내용들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는 이야기, 뜻밖에 범인의 지목 부분이 추리의 맛으로 읽다 보면 어느 부분을 놓치고 서술 트릭에 빠져버렸는지에 대한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어느 정도 서술 트릭이 있다는 부분을 알게 되는 부분들도 있지만 사건의 전체적인 전모가 드러나야 알게 되는 서술 트릭 부분들도 있어 완급조절을 적절히 녹여낸 저자의 글이 흥미롭게 다가온 책이다.

 

웬만한 추리 소설의 내용들 중에서 범인을 거의 맞춰봤다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던진 도전장에 내기를 걸어봐도 좋을 것 같다.

 

 

걸프렌드

걸프렌드

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갖춘  중년 여성 로라는 자신의 일을 갖고 있으며 부유한 남편, 그리고 자신의 첫 아이를 잃은 아픔을 상쇄시킨 의대생 아들 대니얼을 둔 여인이다.

 

영국 내에서 부촌이란 인식이 깃든 곳에서 살고 있는 그녀, 아들과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애정이 깃든 사이인 모자간의 생활은 어느 날 한 여인의 등장으로 인해 깨진다.

 

독립을 원하는 아들의 의견을 존중해 집을 알아보기 위한 진행과정 중 만나게 된 부동산 중개인 회사의 직원인 체리란 여성을 만나면서부터 모자 간의 끈끈한 사이는 서서히 가랑비에 옷이 젖어  흠뻑 젖을 만큼 무거워진다.

 

첫 아이였던 딸을 잃은 아픔을 뒤로하고, 외도를 하고 있는 남편의 불륜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로라의 삶은 오로지 대니얼에 대해서 맹목적인 엄마로서의 모든 정성을 기울인다.

 

그런 자식이 한 여인의 등장으로 인해서 자신과 모든 것을 했던 일들이 하나씩 거부당한다면?

 

가난한 지역의 오밀조밀 붙어사는 집, 일찍 아버지를 잃은 체리는 마트 직원으로 일하는 엄마와 살다 자신의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여인이다.

 

우연히 손님으로 만난 대니얼의 성장배경, 모든 것을 가진 자의 여유를 통해 자신의 생활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대니얼과의 만남을 지속하기 부단히 노력하는 그녀에게 로라의 말과 행동들은 사랑이 아닌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집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긴장감 모드로 서서히 서로가 서로에게 조여 오는 돌이킬 수 없는 한 사건의 분기점을 분수령으로 파국을 치닫는 과정은 심리 스릴러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자신의 성장 배경과 달라도 너무나 다른 대니얼이 갖고 있는 여유와 친절, 타인을 배려한 섬세한 행동양식은 체리가  대니얼을  놓칠 수 없다는 하나의 보험이다.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체리의 행동과 이후 서서히 로라를 몰락시키는 과정은 너무도 섬뜩하다.

 

그런다면 로라의 행동은 정당한가?

이 역시 대니얼의 삶을 두고 저지른 말과 행동들은 그것이 설사 아들을 위한 결단이었다 할지라도 비난을 면치 못할 파국으로 치닫는 결과를 낳는다.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내 자식이란 의미, 품 안의 자식은 영원한 내 자식이란 모성의 감정이 어떻게 집착으로 변해가는지를 알아채지 못한 여인, 자신의 비참한 삶을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체리의 계획적인 행동 실천은 그녀 또한 자신의 사랑은 순수하며 집착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모습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최강의 몰입도를 선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때의 사랑의 감정이 집착으로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지, 사랑과 집착의 경계에서 오고 가는 두 여인의 팽팽한 날 선 말과 행동들은 주인공들의 ‘사랑’이란 이름 아래 선과 악, 이를 빌미로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심리들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공존함을 보인 작품이다.

 

 

인물들의 설득력 있는 내면의 생각과 고백들을 통해 사랑에 대한 결핍, 욕망들이 마지막까지 결과가 궁금해지게 만든 책이다.

 

 “나는 내 아들을 사랑해. 중요한 건 그것뿐이야.”

 

나의 사랑은 정당하고 타인의 사랑은 집착처럼 보이는 비난의 기준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의 행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자 요 근래 읽은 책중 심리스릴러로써 손에 꼽는 작품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