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0년 12월월

니클의 소년들

니플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 헤드/ 은행나무

2020년도 퓰리처 수상작인 콜슨 화이트 헤드의 작품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봤다.

인간들의 평등 문제, 우리라는 이름과 함께한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습을 이루기까지를 다룬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도 여전히 불평등한 시대를 보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다.

전 작품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그 후의 이야기처럼 들렸던 것은 아마도 저자의 꾸준한 이러한 문학적인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니클의 소년들’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첫 문장의 느낌은 뭐랄까? 기껏 완성해놓은 작품을 다시 건드려 재설립해야 한다는 부담감 내지는 짜증이 섞인 감정이 느껴진다.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고고학을 전공하는 학생에 의해 발견된 시신들에 대한 사인을 밝혀내는 과정 중에 이러한 시신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온 기정사실들로써 당시 니클 아카데미에 있었던 소년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그들 중 한 사람이었던 엘우드는 호텔에서 일하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흑인이다.

시대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들음으로써 미국 내의 흑인과 백인들 간의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설교, 용서와 화해를 듣는 세대, 그 역시 다른 학생들처럼 보통의 삶을 살아가지만 사회에 만연해있는 차별들은 여전한 시대였다.

학업성적이 뛰어났던 우드는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대학에서 하고 있는 강연을 들으러 가던 중 도주 차량에 합승을 하게 되고 이는 곧 경찰의 추격을 받음으로써 죄를 저지른 소년들을 교화시킨다는 명목 하에 운영되고 있는 니클 아카데미에 가게 된다.

그저 자신이 지은 죄라면 도주 차량인 줄 모르고 얻어 탄 죄, 죄라면 그게 다였다.

하지만 법은 그를 청소년 보호감호시설 격인 니클에 보내게 되고 그는 그곳에서도 여전히 같은 죄를 지었어도 처벌에 대한 형량은 그때그때마다 다르다는 사실, 백인과 흑인의 두 구역으로 나뉜 생활 속에서 상반된 생활을 이어나간다.

어느 날 한 싸움을 말리려다 받게 된 처벌, 일명 아이스크림 공장이란 곳에서 가서 받은 채찍질은 영원히 그의 신체에 잊을 수 없는 상처와 모욕을 남기고 침잠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국의 역사 중에서 노예제는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도 그렇지만 저자가 그리는 이러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통해 지금도 여전한 문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평등과 인권의 문제들, 책의 배경이 짐크로법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불평등한 삶의 조명들은 니클에서 생활하는 엘우드를 위시해 다른 아이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올바르고 정직한 엘우드가 바라보는 세상의 잣대는 불공평이다.

자신의 피부색이 백인과 다르단 사실, 그럼에도 학교 선생님의 영향과 시위대들과 함께 했던 연대들의 행동양식은 이후 그를 흑인이 아닌 한 인간의 정체성을 통한 삶에 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니클에서의 생활에서 당한 철저한 차별과 혹독한 처벌방식은 그를 타협이란 이름으로 잠들게 한다.

악랄한 스펜서 선생을 위시한 책임자들의 무분별한 착취와 성적 데이트 상대,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양식과 약품 빼돌리기, 자신들의 필요에 의한 노동력을 착취하는 모습들은 어떤 형식으로 연약한 아이들에게 힘을 드러내는지를 현실적인 감각으로 보인 글들이라 읽으면서 아프게 다가온다.

 

***** 법을 바꿀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바꿀수 없다. 니클의 인종차별은 지독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중 절반은 주말에 십중팔구 KKK처럼 옷을 차려입을 것이다. 그러나 터너가 보기에 사악함의 뿌리는 단순히 피부색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스펜서였다. 스펜서와 그리프였다. 아이들이 이런 곳에 오게 만든 그 모든 부모들, 사람들이 문제였다.

 

세상이 결코 자신들을 위협해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용서를 통한 화해를 외쳤지만 여전히 상대성이란 원칙하에 한쪽만 무작정 용서를 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힘들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엘우드 같은 주인공이나 그의 친구 터너 같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픽션 같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과거의 사실들을 드러내 놓고 살지 않았던 사람들, 니클 아카데미에서의 기억은 온통 인생의 트라우마란 상처를 남겨놓았다는 사실은 엘우드와 터너의 탈주 장면을 통한 상반된 인생의 반전을 그렸기에 더욱 놀라운 한편 안타까움이란 감정이 들게 했다.

자신이 아닌 제2의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한 새로운 인생에 대한 삶의 자세, 니클의 아카데미에 얽힌 과거를 밝히고자 하는 용기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자세들이 깊은 잔상을 남겨주는 책이었다.

엘우드가 보인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 그를 통해 남은 자들의 인생 이야기가 많이 기억될 책이다.

블랙 아이드 수잔

블랙아이드표지

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과거의 지독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것은 생지옥이란 말로 대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16살의 테사 카트라이트-

그녀는 운 좋게도(?) 텍사스의 어느 지역에서 뼈들이 있는 곳에서 산채로 발견이 된 소녀다.

자신을 제외한 세 구의 유골이 있던 그 장소에는 블랙 아이드 수잔이 피어 있었고 이후 이 사건을 블랙 아이드 수잔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자신이 왜 여기에 버려졌는지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그녀는 정신과 상담을 통해서 당시의 기억을 더듬는 과거의 진행, 법정에서 증언함으로써 한 남자를 살인범으로 지목하게 된 이후 그는 사형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테사는 싱글맘, 딸을 가진 엄마로서 항상 자신의 뇌리 속에 박혀 있는 과거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의 집이나 주위에 모종삽이 없어지거나 블랙 아이드 수잔이 피어있는 것을 본 그녀는 자신이 증언해 법정 구속된 현재의 살인범이 실은 무고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더군다나 그 살인범이란 자는 이제 곧 한 달 뒤면 사라질 운명이라 더욱 괴롭기만 하다.

처음 제목으로는 주인공의 이름처럼 들렸다.

그런데 꽃 이름, 그것도 번식 성이 강해서 여기저기 만발해서 피는 꽃, 자신의 청소년기의 한 획을 그은 그 사건 현장에서 유일한 생존자란 사실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한 현실의 생활이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여기엔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서로 비밀이 없던 친구 리디아의 갑작스러운 자취를 감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진정한 살인범은 여전히 밖에서 돌아다니면서 그녀의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사실이 정말인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여성 심리스릴러를 생각한다면 긴박한 긴장감 조성이 아닌 꽤 긴 호흡을 요한 작품이었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까지 범인의 정체와 그녀가 실제로 보고 느낀 것들이 현시점에서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내적으로 이미 뿌리 박혀 있는 트라우마의 영향 때문인지에 대한 갈림길이 독자의 입장에선 여전히 어떤 언질이나 흐름들을 보인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느림을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고 난 종반부 끝 부분에 이르면 비로소 밝혀지는 뜻밖의 사실들이 허를 찌른다.

말 한마디로 결정지어진 무고한 사람의 구속일 수도 있겠다는 죄책감을 동반한 사건의 진실은 심리 스릴의 전형을 따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거 속의 테시와 현재의 테사, 어찌 보면 쌍둥이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던 주인공의 아픈 상처들은 주위 사람들의 고통과 함께 자신 또한 그러한 모든 것을 담아두고 살아가야 했던 트라우마를 통해 한 인간이 겪어내야만 했던 과정들이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한 작품이었다.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읽을 수 있는 심리스릴러에 올려본다.

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위로표지

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위로를 받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변의 아는 지인들에게서, 친구들, 가족들, 아니면 그밖에 다른 것들을 통한 시청각을 통한 것들을 통해서..

특히 책을 통한 위로를 받은 경험들이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그저 한 권에 담긴 좋은 문구가 적힌 책이 아닌 한 명의 무색무취의 친구, 그러면서도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향기를 지닌 친구를 얻은 느낌이 든 책이다.

총 5파트로 나누어져 1월부터 12월까지 그 안에 다시 소제목을 붙여 적은 내용들은 매일 한 페이지씩 읽어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읽으면서 몰랐던 문장을 통한 메모, 아는 문장을 만나면 다시 그 책을 검색하거나 소장중 인 책을 다시 살핌으로써 과거의 감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시간을 만나게 해 준 책이다.

사실 요즘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있다.

해결(?)이란 말로는 어폐가 있는,  결말이란 말로 대체 사용해야 하나? 하는 갈등 속에 이 책을 통한 나의 심정을 다독여주고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의 말이 적힌 문장들을 접하면서 다른 시선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을 가져보게도 한 책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올 한 해가 이제는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놓고 있다.(달리 말하면 아직도 한 장이 남았네…)

예기치 못한 코로나로 인한 각종 비대면의 시대 도래, 그 안에서 찾아가는 행복의 지수들, 책 속에 담긴 문장들을 통한 소박한 지금의 나의 삶의 소중함이 다른 때보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심어준 책이다.

 

 

***** 갑자기 닥친 큰 사건이나 몹쓸 병마를 이겨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라 말한다. 소박한 삶의 기쁨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고통과 난관을 이기게 해주는 체감적인 동기가 된다. 산다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 속의 자잘한 행복임을, 큰일을 겪고서야 절실히 깨닫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p 106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매일매일 한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삶!

소설, 시, 인문학서, 편지, 영화 등 그동안 저자가 알고 있던 좋은 문장들을 책 속에 담아낸 책이기에 소장용이나 선물용으로도 좋을 책이다.

한 남자

한남자

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사람의 인성 안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것들은 기본적인 유전이란 것을 포함하고 있지만 자라오면서 스스로가 겪는 다양한 경험과 환경요인에 의해 조금씩 그 소양이 바뀌기도 한다.

A가 B를 만났을 때 A가 느끼는 B에 대한 느낌이 다르고 C가 B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 다르듯 우리들은 그때그때마다 거기에 맞는 나의 성격을 드러내 보이곤 한다.

나 스스로 느끼는 싫은 점의 성격도 있게 마련이고 가끔 상상을 통해 이런 점들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그렇다면 만약 하루만이라도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통째로 나와 바꿔 살아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것이 하나의 시험대가 아닌 절실한 현실의 마주침에서 오는 바람이라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가 얼마 전부터 친밀감을 담아 ‘기도 씨’라고 불러온 인물이다.라고 시작되는 첫 문장은 추리를 연상하면서 읽게 됐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간 ‘나’인 소설가의 입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리에’라는 여성과 ‘다니구치 다이스케’란 인물의 만남을 통해 진행된다.

불치병으로 생을 다한 아들에 대한 아픔은 이혼으로 이어지고 첫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돌아온 리에는 문구점을 운영하는 싱글맘이다.

근처 임업회사에서 근무하는 다이스케란 사람이 문구를 구매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친근한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이내 한 가정을 꾸리고 딸까지 얻는 평범한 일상을 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임업 현장에서 사고로 다이스케는 죽게 되고 이후 다이스케의 본가에 그에 대한 신상을 알리게 된 리에는 다이스케 형이란 사람으로부터 그가 자신의 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가 사랑한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였던 그는 다이스케가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이혼 조종을 통해 알게 된 변호사 기도를 다시 만나 죽은 남편의 실제 이름과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면서 기도 변호사는 이 사건을 맡게 된다.

그동안 꾸준히 작품을 통해 그려온 ‘나’에 대한 존재에 대한 물음, 제70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한 전력답게 이 책 속의 내용은 아버지가 진 살인이란 죄에 덧입어 자식인 자신이 사회에서도 떳떳하게 살아갈 수없었던 현실적인 한계에 봉착한 주인공의 아픔, 그렇기 때문에 진짜 자신의 이야기와 인생을 감춘 채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길 원했던 한 남자의 아픈 인생 이야기가 그려진다.

여기엔 기도란 변호사의 입장이 같이 덧대어지면서 미지의 인물과 다이스케가 실제 살아있을까에 대한 추적을 통해 제일 3세란 신분을 벗어나 일본인으로 귀화한 자신의 입장, 일본인 아내와 처가, 자신의 아들을 위한 미래의 일들을 그려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나’란 존재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던지는 과정이 함께 그려진다.

간토 대지진 사건으로 인한 조선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느끼는 트라우마, 조선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 역사와 사회에 존재하는 느낌들이 기도의 등에서 느끼는 가려운 점들, 특히 책 속에 담긴 신화 ‘변신’에 대한 나르키소스 신화나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복제]란 작품 속의 남자 등을 통해 죽은 진짜 하라 마코토란 인물의 등을 바라보며 이어가는 느낌들이 달리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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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복제) :다음에서 발췌

 

한 번뿐인 인생, 자신에게 굴레처럼 씌워진 어둠을 한순간만이라도 밝은 빛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다른 인생으로 건실하게 살아갔던 하라 마코토란 인물에 대한 연민과 기도 변호사가 내적으로 담아온 자신의 존재가 함께 어우러져 그려진 보기 드문 진한 감성을 자아낸 작품이다.

이들의 사연과 리에가 행복하게 살았던 결혼의 시간들을 통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장면들은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가슴 한편이 시림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추리처럼 이어지되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 저자가 쓴 글이 더욱 생각나게 한다.

 

‘책장을 넘기는 손이 멈추지 않는’ 소설이 아니라

‘책장을 넘기고 싶지만 넘기고 싶지 않은,

이대로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들고 싶은’ 소설을 쓸 수 있기를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작가의 전 작품이었던 ‘마티네의 끝에서’에 이은 이 작품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다.

공정하다는 착각

공정표지1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주어진 환경이 열악해도 자신의 노력만 있다면 원하는바 대로 이룰 수 있다는 성공의 지름길처럼 여겨진 긍정의 문장-

하지만 지금은 이 말이 여전히 효력을 발생한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해 줄 수가 없다는 말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위의 말이 왜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해 버렸을까?

소위 말하는 부자, 가진 자들의 여유를 통한 지원은 그와는 반대인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뒤쫓아 간다고 해도 지금의 시대에선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은 저자의 이번 신작은 자신의 고국인 미국을 위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모습들이 비춰 보인다는 것은 같은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저자가 내세운 이번의 주제인 공정에 대한 이야기, 특히 능력주의에 대한 공정성을 다룬 부분들은 옛 속담에서 보인 말들 속에 포함된 노력과 재능만으로 지금의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공정내용2

 

특히 미국의 한국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란 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던 대학입시 부정 사건을 통해 보인 일련의 사례들은 부자인 부모들의 열성적인 지원 속에 정문으로 들어가는 앞문이 아닌 뒷문도 아니고 옆문을 건드림으로써 소위 말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지금의 미국을 상징하던 ‘아메리칸드림’이란 말이 과거형이란 사실을 일깨운다.

미국 대선 당시의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결구도에서 두 사람이 펼친 정책노선을 통한 상반된 이야기들, 기회균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불평등을 다룰 때 더 이상 보상차원의 해결이 없음을, 빈부격차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어떻게 현재 미국의 흐름을 이루고 있는지를 다룬 내용들은 능력주의에 대한 주제를 통해 공정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저자가 말하는 능력주의가 정말 공정한가? 에 대한 물음은 그동안 능력위주의 사회 위주로 성과를 보인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모습들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는데, 공평한 기회 제공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보장장치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에 이르다 보면 여전히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었다고는 말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재산과 소득에서 모두 같은 조건을 지닌 불평등한 두 나라의 예시를 통한 독자들의 생각을 묻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사회는 귀족정 사회로써 소득과 재산이 어떤 집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달려 있으며 이는 대물림되고 반대쪽은 그렇지 못한 전혀 반대의 사회라면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결론은 모두 불평등 정도가 같다는 것이며 이는 빈부의 격차가 두 사회에 모두 심하다는 사실, 즉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른 장점은 없다는 말로 대변될 수 있는 사례는 능력주의가 과연 올바른 공정의 길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되묻게 한다.

 

공정내4

 

여기에 미국이나 유럽 정치인들이 행하고 있는 집권 엘리트에 대한 반작용은 포퓰리즘으로 발전하면서 분노, 양극화에 찌든 국민들의 마음이 겉으로 표현하기에 이르게 만들었단 점을 통해 그들이 주도해 온 기술관료 능력주의는 도덕과 능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 사이를 끊어버리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전 책에서도 말했듯이 저자는 공공의 선을 통해 보다 나은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평등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말한다.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장점들, 여기에 능력주의에 대한 개인의 자만심이 묻어난 자신 스스로가 노력해서 이루었다는 생각에 대한 잘못된 부분들과 함께 실패한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상쇄할 수 있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