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 헤드/ 은행나무
2020년도 퓰리처 수상작인 콜슨 화이트 헤드의 작품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봤다.
인간들의 평등 문제, 우리라는 이름과 함께한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습을 이루기까지를 다룬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도 여전히 불평등한 시대를 보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다.
전 작품인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그 후의 이야기처럼 들렸던 것은 아마도 저자의 꾸준한 이러한 문학적인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니클의 소년들’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첫 문장의 느낌은 뭐랄까? 기껏 완성해놓은 작품을 다시 건드려 재설립해야 한다는 부담감 내지는 짜증이 섞인 감정이 느껴진다.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고고학을 전공하는 학생에 의해 발견된 시신들에 대한 사인을 밝혀내는 과정 중에 이러한 시신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온 기정사실들로써 당시 니클 아카데미에 있었던 소년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그들 중 한 사람이었던 엘우드는 호텔에서 일하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흑인이다.
시대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들음으로써 미국 내의 흑인과 백인들 간의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설교, 용서와 화해를 듣는 세대, 그 역시 다른 학생들처럼 보통의 삶을 살아가지만 사회에 만연해있는 차별들은 여전한 시대였다.
학업성적이 뛰어났던 우드는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대학에서 하고 있는 강연을 들으러 가던 중 도주 차량에 합승을 하게 되고 이는 곧 경찰의 추격을 받음으로써 죄를 저지른 소년들을 교화시킨다는 명목 하에 운영되고 있는 니클 아카데미에 가게 된다.
그저 자신이 지은 죄라면 도주 차량인 줄 모르고 얻어 탄 죄, 죄라면 그게 다였다.
하지만 법은 그를 청소년 보호감호시설 격인 니클에 보내게 되고 그는 그곳에서도 여전히 같은 죄를 지었어도 처벌에 대한 형량은 그때그때마다 다르다는 사실, 백인과 흑인의 두 구역으로 나뉜 생활 속에서 상반된 생활을 이어나간다.
어느 날 한 싸움을 말리려다 받게 된 처벌, 일명 아이스크림 공장이란 곳에서 가서 받은 채찍질은 영원히 그의 신체에 잊을 수 없는 상처와 모욕을 남기고 침잠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국의 역사 중에서 노예제는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도 그렇지만 저자가 그리는 이러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통해 지금도 여전한 문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평등과 인권의 문제들, 책의 배경이 짐크로법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불평등한 삶의 조명들은 니클에서 생활하는 엘우드를 위시해 다른 아이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올바르고 정직한 엘우드가 바라보는 세상의 잣대는 불공평이다.
자신의 피부색이 백인과 다르단 사실, 그럼에도 학교 선생님의 영향과 시위대들과 함께 했던 연대들의 행동양식은 이후 그를 흑인이 아닌 한 인간의 정체성을 통한 삶에 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니클에서의 생활에서 당한 철저한 차별과 혹독한 처벌방식은 그를 타협이란 이름으로 잠들게 한다.
악랄한 스펜서 선생을 위시한 책임자들의 무분별한 착취와 성적 데이트 상대,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양식과 약품 빼돌리기, 자신들의 필요에 의한 노동력을 착취하는 모습들은 어떤 형식으로 연약한 아이들에게 힘을 드러내는지를 현실적인 감각으로 보인 글들이라 읽으면서 아프게 다가온다.
***** 법을 바꿀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바꿀수 없다. 니클의 인종차별은 지독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중 절반은 주말에 십중팔구 KKK처럼 옷을 차려입을 것이다. 그러나 터너가 보기에 사악함의 뿌리는 단순히 피부색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스펜서였다. 스펜서와 그리프였다. 아이들이 이런 곳에 오게 만든 그 모든 부모들, 사람들이 문제였다.
세상이 결코 자신들을 위협해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용서를 통한 화해를 외쳤지만 여전히 상대성이란 원칙하에 한쪽만 무작정 용서를 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힘들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엘우드 같은 주인공이나 그의 친구 터너 같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픽션 같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과거의 사실들을 드러내 놓고 살지 않았던 사람들, 니클 아카데미에서의 기억은 온통 인생의 트라우마란 상처를 남겨놓았다는 사실은 엘우드와 터너의 탈주 장면을 통한 상반된 인생의 반전을 그렸기에 더욱 놀라운 한편 안타까움이란 감정이 들게 했다.
자신이 아닌 제2의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한 새로운 인생에 대한 삶의 자세, 니클의 아카데미에 얽힌 과거를 밝히고자 하는 용기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자세들이 깊은 잔상을 남겨주는 책이었다.
엘우드가 보인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 그를 통해 남은 자들의 인생 이야기가 많이 기억될 책이다.